농사철이 시작되고 있다.
밭에 거름을 넣고, 쟁기질 하고, 로터리 작업해서, 골도 타야 한다.
어제는 일단 감나무에 거름(유기물 비료)을 넣었다.
그리고 고추밭 만들 자리에도 거름을 뿌렸다.
다음 주에 내려와서 로터리 작업하고 골 타고 이랑도 만들어야 한다.
오래간만에 거름 나르고 쇠스랑으로 땅을 팠더니 팔도 욱신거리고,
무엇보다 손끝이 얼얼하다.
빨간 고무로 코팅된 장갑을 끼고 일을 하면 손이 가진 힘 이상을 사용하게 되어 손끝이 힘겨워한다.
하지만 몸으로 일하며 땀 흘리는 것만큼 유익한 경험은 없는 것 같다.
잡다한 생각들도 물러가고, 흙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니 말이다.
도시생활에선 꿈도 꾸지 못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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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 딸기밭이다.
요사이 나오는 딸기를 제철 과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은데,
딸기가 제철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보면 된다.
아직 꽃도 피지 않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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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식물이 섞여서 자라면 병충해가 없으나
모여서 자라면 병이 나기 마련이다.
                                                    '먹기 싫은 음식이 병을 고친다' 임락경 지음  12쪽

상주 집에서 들려 온 소식.
지금 살고 있는 집을 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주셨던 기씨 아저씨가 백혈병에 걸려 입원하셨다는 것 하나.
우리 집 터를 관리하는 땅부자 황씨 아저씨가 또 암으로 입원하셨다는 것 둘.

65세에서 70세 전후의 어르신들이 힘없이 쓰러지신다.
이유는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는데,
그 분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신 분들이라는 데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바로 농약이다.

보호장구 없이 살포할 때 자연스럽게 속에 축적된 농약들이 몸을 고장낸 것이다.
농약의 해로움이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요사이에도
마스크 하나도 쓰지 않고 아무렇지않게 약을 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 그 전에야 오죽 했을까.

보기좋은 먹거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뿌려온 농약이
그래서 보기 좋은 상품으로 돈을 벌게 해 준 그 농약이
농부의 생명을 갉아 먹고 있었던 것이다.

뭔가를 보기 좋게, 빨리, 크게, 대량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에 속지 말자.
그에 대한 대가를 누군가는 분명 치루어야 할 것이니.
혹시 모른다 우리 안에서도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지도.


학교라는 이름으로 생각없는 시민들을 대량으로 길러 내고,
교회라는 이름으로 겉만 번드르르하고, 말만 잘하는 신도들을 찍어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들을 그 안에 빠져들도록 현혹시킨 거짓에 대한 대가를 누군가 분명 치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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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살구꽃이 활짝 피었을 때)

올해도 어김없이 살구나무가 가장 먼저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물론 매화꽃이 먼저 피어 있었지만 올 해 수확하기에는 나무가 너무 어리 탓에
열매를 가장 먼저 얻는 과실이 살구인지라 더없이 반가운 모습이다.

그런데 이 살구나무가 크기는 아주 큰데
거의 한번도 가지치기를 해 주지 않아서 너무 무성한 것이 문제다.
과실 나무에서 중요한 부분이 햇볕이 잘 드는 것인데
가운데 가지에서 난 열매들은 햇볕을 보지 못할 것이 뻔한 일이다.

그래서 향유 아빠의 충고도 있고 해서
전정 가위와 톱을 들고 나섰는데,
막상 자르려고 하니 어떤 가지를 잘라야 할지도 모르겠고,
또 미안한 마음도 들고 해서 머뭇거리다가 들어와 버렸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나은 열매를 얻으려면 가지치기는 필수인지라
이튿날 마음을 단단히 먹고 겹쳐서 나온 가지부터 조금씩 자르다가
나중에는 대담해져서 가운데 굵게 자란 가지를 베어 버렸다.
그랬더니 나무 가운데가 탁 트여 보였다.
물론 가지치기의 결과는 두어달 후에 나타나겠지만
나무가 시원해 진 것처럼 내 마음도 시원해졌다.


작업을 하면서 간혹 죽어서 말라 있는 가지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놈들은 얇아도 전정가위로는 잘 잘라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했다.
반면에 살아있는 가지는 그것보다 두배는 더 굵어도 웬만하면 잘 잘려 나갔다.
죽으면 딱딱해 지나보다.
반대로 하면 딱딱하고 질긴 것은 죽은 것이었다.
최소한 살구나무에서는 그렇다는 얘기다.

비약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생각이 굳고 단단해진 것은 죽은 것, 생명을 잃은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무슨 말을 해도 바뀌지 않는 우리의 마음...
혹시 죽어서 말라버린 것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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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하순에 접어든 상주의 풍경은 단연 감이다.
집집마다, 밭마다 노랗다 못해 붉게 물든 감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올해 감농사가 흉작이라 걱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눈에 띄는 것은 감뿐이다.

포도 일도 일찍 마무리가 된 편이고,
우리 감이 다른 집 감보다 조금 빨리 익은 편이어서 조금 서둘러 곶감작업을 시작했다.
오늘도 오전부터 감을 따고 3시부터 깎아서 9시가 넘어서야 작업을 마쳤다.
물론 거는 작업은 내일 하기로 하고 말이다.

장대를 들고 사다리나 나무에 직접 올라가서 따는 작업이 만만치 않고,
깎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신경 쓰는 것에 비해 그 몇 배의 소출을 내어 놓는 것 같다.
그래서 감나무에게 미안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따고


깎고

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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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면 시간 날 때마다 해야 하는 일이 있다.
감을 줍는 일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나무가 힘이 없으면 빨리 색이 나고 떨어뜨린다고 한다.
소쿠리에 담아 깨끗이 닦은 후 물을 빼서 항아리에 담는다.
홍시가 다 되 버린 것, 주황색을 띤 것, 아직 푸른 것들이 섞여
벌써 항아리를 거의 채우고 있다.
덮어 둔 비닐을 열었을 때 그 향기로움을 어디에 비유할 수 있을지...

때가 되면 맛있는(?) 식초가 될 거다.
이 또한 행복한 상상이다.

2006.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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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시골살이/농가풍경 2006. 10. 28. 22:14

소리의 두 번째 2세들이 잘 자라고 있다.
그 중 한 마리만 집에서 기르려고 하는데, 이 놈이 눈에 좀 띈다.
이름을 '토토'라고 할까 생각 중이다.

덥다고 아래채의 아궁이에 자꾸 들어가는 바람에 검댕이가 묻어 더럽다고
어머니께서 목욕을 시켜 마루로 데려오셨는데 별로 깨끗해 보이지는 않는다.


2006.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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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짠 들기름은 참기름보다 더 고소하고 맛있다!

2006.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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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요즘에 노지 딸기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밭 한켠에 자생한 딸기나무가 있어서 풀을 매주고
이런 보석 같은 딸기를 선물 받게 된 것이다.
신 맛이 강하고, 씨가 딱딱해서 씹히는 소리까지 나지만 감동 그 차체다.


200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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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이 좋지 않으신 어머니를 위해 계단에 경사로를 만들었다.
지난해 이사 오고 얼마 후부터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만들었다.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여도 모래 퍼 오고, 시멘트 사오고, 자갈 모아오고,
틀 만들어 세우고, 콘크리트 만들어 붓는 일이 만만치는 않았다.

좀 늦긴 했지만 어머니께서 편하게 오르내리시는 것을 상상해 본다.

2006.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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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주변에 평소 키우고 싶었던 유실수 세 그루를 심었다.
마당 화단에 무화과, 살구나무가 있는 돌담 옆에 매실, 대문밖에 대추...

대부분의 농사는 그 해에 심어서 그 해에 수확을 얻지만,
과수는 최소 3년은 지나야 한단다.
기다림이라는 덕목이 더욱 느껴지는 대목이다.

기대 충만이다.


20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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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포도밭이 생겼다.
500평정도 되는 밭이니 작은 편이지만
그래도 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이지 모르겠다.

뒷집 형님의 배려로 이미 전정(가지치기)까지 다 해 놓은 밭을 얻었다.
일년 단위로 정해진 액수의 도지(세)만 주면 된다.
키워서 따서 판매하는 것은 내 능력 안에서 해 내야 하는 일이다.
향유아빠, 뒷집 형님, 황간 형님에게 물어가며
또 한 해 초보농부의 시기를 보내야 할 것 같다.

올 해도 포도농사 못 짓나 싶었는데 정말 감사하다.


비가림 된 밭 바로 위에 활모양으로 생긴 밭이다.
아직은 좀 황량하지만 4월 중하순이 되면 색다른! 멋을 내게 될 거다.

2006.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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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 동네 할머니의 포도밭에서 일을 했다.
비가림 비닐을 씌울 수 있도록 하우스봉을 세우고, 철사를 연결하는 작업이었는데,
3,4월 경에 이루어지는 포도밭 일 중에서는 힘든 일에 속한다고 한다.

별로 힘쓰는 일을 하지 않고 지내다가
일꾼으로 일을 하려니 팔과 어깨에서 신호가 오고, 입에서는 '힘들다!'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첫날밤 잠을 잘 때는 팔이 바닥에 가라앉은 듯해서 내일 팔을 쓸수나 있을까 싶었다.

그래도 몸을 놀려 땀흘려 일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그 정직한 땀흘림의 대가도 받았으니...

하우스봉을 박으려면 먼저 굵은 철근을 해머로 쳐서 땅에 구멍을 내야 한다.


포도밭에는 가로세로로 철사가 얽혀 있어서
새로 들어가는 철사와 꼬이면 풀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철사를 효과적으로 풀 수 있도록 고안한 이 놈이 있어서 정말 수월했다.

작업 끝내고 트럭 뒤에 타고...

2006.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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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을 삶고, 찧고, 틀에 넣어 메주를 만들었다.
어머님 말씀이 "민태가 메주를 다 만들어 보고.."
옛날 같으면 누구나 해 보았을 일일 텐데 말이다.
내가 먹을 먹거리를 손수 만든다는 것, 참 소중한 과정이다.


200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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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지어 밭에서 수확한 콩을 가지고 청국장을 띠우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워낙 청국장을 좋아해서 늘 남들이 준 것이나 구입한 것을 가지고 띄워먹었는데.
구수한 청국장 맛이란 정말...우리집 최고의 식단이다.



200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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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갛게 익은 고추를 말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양근이가 좋다고는 하지만 말리다보면 거의 1/3은 이렇게 저렇게 잘려 나갈 수밖에 없다.
그것도 매일 아침 널고, 적절한 시간에 가서 뒤집어 주고, 저녁에는 걷는 수고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건조기로 대부분을 말리고, 일부만 마당에서 말리고 있다.

그래도 우리 집은 올 해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수확을 했다.
하늘의 수고, 땅의 수고, 그리고 말리느라 노심초사 하시는 어머니의 수고에 감사한 마음을...
모종을 거져 주신 것도 감사한데 건조기로 말려주신 화령 형님께도 감사를...

너무 귀여운 고추가 있어서 한 컷!
(자판이 사진으로 보니 먼지가 많네ㅎㅎ)


2005.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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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산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이 어찌나 맑은지, 그리고 시원한지.
더위를 잊기에 안성맞춤!


200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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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너무 자라서 토방이 너무 답답해 할 것 같아 풀제거에 들어갔다.
제거 전과 후가 비교된다.


보너스
길가에서 바라본 우리집!


200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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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닭장이 완성되었다.
지난 금요일에 식구가 된 병아리들과 새끼 오리들이 이제야 집다운 집에 살 게 된 것이다.
이런 감격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지난 겨울 땔감으로 마련해 두었던 낙엽송을 기둥 삼아
교회에서 얻어 온 철판을 지붕 삼아
집안 구석구석에서 수집한 각목들을 뼈대 삼아
닭장 망을 두르고
수십개의 못을 박은 후
완성된 병아리와 오리의 집이다.
그러나 정작 병아리들과 오리들은 먹을 것에만 관심이 있다!


2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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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가에 앉아서 나물을 씻는 우리 엄마 손등을 간지러 주어라♬♫♩
농촌에 내려와 어머니의 주된 일과는 나물 씻고 삶는 일이다.
삶아진 나물은 건조되어 긴 겨울을 위해 저장되고,
또 냉동실에 얼려 두었다가 지인들에게 전하는 선물로 최고다.



2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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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지어보는 포도농사...
나에게 적당한 포도밭을 찾는 일도 쉽지는 않았다.
물론 적당하다는 것 자체가 지극히 내 기준에서의 이야기였다.
동네 분들은 최소한 1000평 이상은 해야 하지 않겠냐고 하시고,
현실적으로도 1000평 아래의 밭이 그리 많지도 않았다.
그래서 거의 마지막까지 버티며 밭이 나서지 않으면 안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뒷집 형의 소개로 정말 440평정도 되는 아주 작은 밭을 빌릴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아래 있는 2000평 되는 밭에 비하면 포도나무 340그루가 심긴 정말 작은 밭이었다.
더구나 관리가 잘 안된 탓에 곳곳에 죽은 나무들이 있었고,
지지대들도 썩어서 부러져 있는 곳도 많았다.
하긴 한다고 해놓고 포도밭에 앉아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 한심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래도 향유 아빠는 다 그런 밭으로 시작하니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 때가 되면 별 차이가 없다고 말이다.
그런 말에 위안을 삼으며 또 아버지의 열심으로 모든 나무에 껍질을 벗기게 되면서 조금은 자리를 잡은 것 같다.
하지만 움이 트는 것도 늦고, 적당한 간격으로 나오지도 않는 순들을 보면서 한숨이 멈추질 않았다.
친구가 가르쳐 주는 스케줄에 따라 비료를 뿌리고,
약(친환경 재제)도 치면서 여전히 미숙아처럼 보이는 순들을 보며 가슴을 조려야 했다.

포도 농사를 지면 세 번 울고 세 번 웃는다는데 언제 웃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때가 되었는데도 가지가 얇아서 열매를 버텨낼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도 정해진 일정에 따라 송이를 솎아 주고, 알도 솎아 주었다.
기특하게 맺어준 열매들을 빠짐없이 봉투로 싸 주었다.
그리고 두어 달이 흘렀다.

그런데...

있을 수 없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포도들이 글쎄
까맣게 익은 것은 기본이고, 상품이 될 준비가 다 되어 있는 것이었다.
사실 수확하기 며칠 전부터는 정말 될까 하는 생각에 포도밭에 가는 것 자체가 두려웠었다.
그런데 이렇게 익어 줄 줄이야.
물론 일반적인 기준에서 봤을 때는 송이도 작고 알도 작아 보일 수도 있었지만
내 기준으로 봤을 때는 충분히 만족스럽다 못해 감사 그 자체였다.

웃을 차례가 된 것일까?
수확하고 손질하는 과정이 고된 시간들이었지만 내가 농사지은 생산물을,
그것도 포도를 누군가에게 전한다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어제는 비가 온다는 소식에 밭에 깔아 두었던 비닐을 거뒀다.
변변찮은 주인을 만나 칭찬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고생만 한 포도나무들이 시원한 물을 충분히 머금기를 소원하면서 말이다.

그들이 내게 베풀어준 은혜로 아직도 우리집 식탁에서는 포도가 끊이지 않는다.
세 번 울고, 일곱 번 웃는다고 해야 할까?

200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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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깨어살리/돌소리 2006. 10. 26. 21:59
지난해에는 뭐가 뭔지 잘 모르고 이런저런 결정을 했었다.
조금 과장을 한다면 땅을 치고 후회한 경우가 감나무와 관련된 경우였다.
사실 감나무가 집터에 많다는 것을 큰 매력으로 여겼으면서도,
정작 그것이 무엇을 가져다 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그림조차 그리지 못하고,
빨리 익어 버린 감들을 탓하며 네 그루나 상인에게 팔아버렸다.
그리곤 남은 나무에서 감을 따고 깎아 곶감으로 만들고 나서야 후회 했다.
그래서 올 해 들어서는 우리 감나무는 말 할 것도 없고, 이웃의 감나무까지 임대해 버렸다.
거국적으로 곶감사업을 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올 해 감 농사가 흉작인데다, 우리 것들은 벌레들까지 기승을 부려서 거의 지리멸렬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바라만 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가만 두면 모두 홍시가 되어 떨어질 판이어서 다른 집들보다 좀 일찍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네 그루에서 감을 따고 깎았다.
작년에는 전부 해서 700개 정도 깎았던 것 같은데,
올 해는 한 번 깎은 것이 벌써 1,200개다.
이렇게 세 번 정도 더 해야 할 것 같다.
상태는 좋지 않았지만 양에서는 우리 수준에는 만만치 않은 것이다.
만약 작년 수준으로 열었다면 우리 식구가 감당할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감나무를 보며 걱정하는 어머니께 수차 말씀드렸던 것처럼 '주신 대로' 하는 것이 농사가 아닐지...
지금까지의 걱정은 기우였고, 우리 손에 들려진 것이 우리에게 ‘적당히’ 주신 것이리라.

200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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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오후 교회 컴퓨터 앞에서 고민하며 작성해 본 글이다. 포도박스를 열었을 때 이 글을 보면 포도맛이 더 나지 않을지...)

참(Charm)포도이야기

나는 참포도나무요 내 아버지는 농부라 무릇 내게 붙어 있어 열매를 맺지 아니하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그것을 제거해 버리시고 무릇 열매를 맺는 가지는 더 열매를 맺게 하려 하여 그것을 깨끗하게 하시느니라  요한복음 15:1,2

초봄, 황량하기 짝이 없었던 작은 포도밭을 처음 만났을 땐
이 곳에서 포도가 재대로 나올까 싶었습니다.
저의 어리석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포도나무는 움이 트고, 가지가 자라고,
잎이 나고, 꽃이 피더니 예외 없이 열매들을 매 달았습니다.
물론 나무들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었지만,
주렁주렁 달린 포도송이들의 모습이 대견하고, 또 감사했습니다.
하늘이 허락하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보석들을 낼 수 있었겠습니까?
서툰 손길로 포도나무의 껍질을 벗기고, 순을 정리하고, 곁순을 지르고,
적심을 하고, 송이와 알을 속고, 몇 차례 보르도액을 치는 일들은
제가 할 수 있는 너무도 작은 일에 불과 했습니다.

이제 그 열매를 거두어 누군가에게 전한다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앞섭니다.
믿고 선뜻 주문해 주신 그 따듯한 마음에 감사한 마음이지만,
혹여 저로 인해 다른 농부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해서입니다.
그럼에도 이 몸짓이 생명살림의 작지만 큰 발걸음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수확의 때에 친환경적인 재배방식을 가르쳐 준 큰 길벗인 향유네 박종관 김현 부부에게 전적인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포도밭을 소개해 준 뒷집 차창식 형님,
관심 가져 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던 황간포도원 임영진 형님,
그 밖에 마음으로 함께하며 힘이 되어 주신 벗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200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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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운동본부에서 계간으로 발행하는 귀농통문의 원고요청이 있어서 작성한 글이다. 지나서 다시 보니 정말 못썼다는 생각이 든다. 잘 써지지 않는 글을 억지로 썼더니만...)

이제 겨우 2년차에 들어서는 초보농사꾼인지라 여전히 소개할 때 농부라고 하는 것이 어색합니다. ‘농(農)’자에 서툰 초보이기 때문입니다. 내려오기 전에야 이런저런 말을 많이 했었지만, 말이 쉽지 생각했던 것들을 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디 만만한 일인가요. 그래서 ‘농촌에 사는 거죠’라고 말한답니다. 아직 제 땅이라고는 한 평도 없이 남의 땅에 우리 먹고 조금 나눠먹을 만큼의 몇 가지 작물들을 재배하고 있을 뿐이고, 올해 들어서 조그만 포도밭을 하는 정도니 말입니다. 그래도 농촌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가졌던 작은 소망들이 이루어져 가는 곳이 바로 이곳 경상북도 상주시 모동면 신흥리입니다.
상주로 내려오게 된 결정적 계기는 전혀 예기치 않았던 만남 때문이었습니다. 귀농학교를 마치고 참석하게 된 귀농인의 날(2004년)에 연락이 끊겼던 친구(향유아빠)를 거의 십여 년 만에 재회한 것입니다. 고3 수험생의 시기를 같이 보냈고, 20대 초반의 고민들을 조금이나마 함께 했었던 친구를 귀농인의 날에 만나다니, 그리고 그 친구가 귀농학교 4기에 귀농 7년차의 대선배라니. 그래서 당연히 친구네 집에 놀러 가게 되었고, 마을을 둘러보다가 눌러 앉아 버렸습니다.
친구의 도움이 전제되었음에도 삶의 터전을 새로 만들어 가는 일은 만만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몇 가지 요인들 때문인지 마을에 정착해가는 과정이 생각보다는 쉽게 이루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지상권만 산 것이지만 집을 구입한 것이 동네 분들에게는 인상 깊게 여겨진 것 같습니다. 원래는 꽤 오랫동안 비어있던 집으로 수리해서 들어가려 했는데, 수리비가 너무 많이 들어 갈 것 같아 그 집 바로 옆에 있는 할머니가 자식들 집에 오가며 닫혀 있었던 집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특별히 외지인에게 배타적이지 않은 분위기 탓도 있었지만, 집을 샀다는 얘기에 동네 분들은 ‘우리 동네 사람 됐네’하시며 반겨하셨습니다. 그리고 저 혼자 내려오지 않고 부모님과 함께 내려 온 것도 안정적으로 보인 것 같습니다. 여기에 화룡점정(畵龍點睛)은 어머니께서 마을에 속한 교회에 출석하신 것입니다. 이로부터 우리 가족의 존재가 더 넓게 공인되었으니까요. 요즘도 가만히 앉아 생각해 보면 우리 가족이 마을의 일원으로 별 갈등 없이 살고 있다는 것에 놀랄 때가 있을 정도입니다.

-초보농부 이야기
귀농 첫 해 농사는 집 주변의 70여 평의 텃밭과 ‘잡골’이라고 부르는 골짜기에 700여 평의 밭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사실 천 평이 넘는 밭이었지만 쟁기질하고 갈고 하는 것은 삯을 주고 트랙터로 한 나절 하면 되는 것이었지만, 돌아서면 자라기 시작하는 풀을 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지라 700여 평으로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정말 농사는 풀매기라더니, 풀 뽑는 일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로터리 치고 얼마 가지 않아서 잔디를 깔아 놓은 것처럼 되더니 금세 무성하게 자라버렸습니다. 하여간 풀 뽑는 일 정말 진하게 경험했습니다. 덕분에 1년 만에 아버지는 풀 뽑는 전문가(?)가 되셨고, 동네에서는 풀 약 안치고 생으로 풀매며 농사짓는다고 소문이 확 돌았습니다. 어떤 분들은 그렇게 해서 생산한 것들을 비싼 값에 팔아서 고소득을 올린다고 이야기들 하신다는데, 솔직히 콩과 들깨 몇 말 팔아서 생계가 되었을까요?
아무튼 1년 정도 지내면서 동네 분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얘기는 ‘무엇으로 먹고 사냐?’는 것이었습니다. 말뜻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것이죠. 밭농사 800평은 그 분들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으로 보였던 것입니다. 즉, 수익 작물인 포도농사를 짓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두 번째 해가 되는 올 해에는 포도농사를 지어 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내려오면서부터 하려고 했었지만 막상 엄두도 안 나고, 소개받은 포도밭이 차가 들어가기가 어려워서 하지 않기로 했었습니다. 올 해는 저에게 적당한 크기(5,600평)의 포도밭을 구하려고 했는데 막상 괜찮은 것이 나서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을 안쓰럽게 생각했는지 뒷집 사는 형님이 자신이 부치던 밭 중에 500평 조금 못되는 밭을 해보라고 선뜻 내놓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상황이 아닌지라 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향유네 포도밭을 표본 삼아, 향유아빠가 뭐하나 살펴 가며 포도농사의 걸음마를 시작했습니다. ‘향유포도’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나름대로 ‘참(charm)포도’라는 브랜드도 만들었습니다. 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저농약인증도 받았지만 올해 생산되는 포도는 아름아름 지인들에게 판매할 정도 될 것 같아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고 있습니다.
농사 규모가 크던 작던 필요한 것은 똑같았습니다. 특히 경운기는 필수 중에 필수였습니다. 남의 손 안 빌리고 밭을 갈고 로터리 치고 싶었고, 포도나무와 감나무에 약도 쳐야 했기에 중고로 경운기도 덜컥 들여 놓아 버렸습니다. 막연하게 굉장히 위험한 농기계라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주저되기도 했지만 막상 들여 놓고 이리저리 만져보니 나름대로 참 유용한 기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힘이 들긴 하지만 남들 하는 것 따라 대부분을 손수 해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옆집 할아버지 밭도 넉넉하게 갈아드렸으니 참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관리기 끌고 오셨던 이웃 아저씨는 ‘처음 하는 거 아닌가?’하시며 제법 한다고 한마디 거드실 정도였습니다.
감나무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지난해에는 감을 딸 때까지도 감이 가져다 줄 수익을 생각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니 일부를 장사꾼에게 팔아버렸죠. 깎아서 매달아 둔 것들이 곶감이 되어가는 것을 보고야 그 가치를 알게 된 거죠. 곶감도 충분히 장사가 되겠다고요. 그래서 올해는 봄부터 감나무에 마음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집 주변으로 있는 나무가 열 그루가 넘게 있고, 옆집 할아버지네 감나무 네 그루도 임대했고, 잘 키워서 곶감장사를 해보려고 합니다.
포도도 좋고, 감도 좋지만 사실 농촌에 사는 맛은 이것저것 좋아하는 것들을 심어보고,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 아닐까요. 텃밭에 오이, 감자, 옥수수, 토마토, 땅콩 등을 심어 놓고 조금이지만 수확의 기쁨을 얻었고, 올 해에는 수수, 녹두도 심어 보았습니다. 이런 다양한 것들을 심어 키워가는 과정이 농부가 되어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양다리 걸친 농부지만
그래도 여전히 직업을 쓰는 난이 있을 때 뭐라 쓸까 고민합니다. 농사만 지어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라면 주저 없이 농부라고 쓰겠지만 지금 저의 삶의 중요한 일부가 교회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소위 ‘교육전도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 경제적 필요를 이 사역(ministry)을 통해서 채우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런 얘기를 하게 될 때는 ‘난 양다리 걸치고 있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부모님이나 저나 축적해 놓은 자본이 없기에 서툰 농사만 바라보고 몇 년을 살 수는 없기에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은 필연이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고, 일면 소명을 갖고 있는 일이기에 지속하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인지 몸이 왔다갔다하는 것처럼 때때로 마음도 두 곳을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외형적으로는 농부를 닮아가고 있지만 제 속에서 꿈틀대는 자유로움에 대한 갈망은 저를 틀 지우는 것들에 대한 저항의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도시에서의 삶, 그리고 나에게 요구되는 것들에 대한 일말의 항변을 하며 떠나오긴 했는데, 그래서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그리고 있었는데, 농촌은 농촌 나름대로의 틀이 있고, 농부다움이라는 저변에 깔려 있는 의식들이 어깨를 누르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성공적인 농부의 상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따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기운이 저를 감싸는 것입니다. 어쩌면 가족관계, 물질에 대한 의존, 도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성공에 대한 가치 등은 그대로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노골적이기까지 해 보입니다. 그러니 삶이란 도시든 농촌이든 같은 것이고, 결국은 환경이 아닌 마음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농촌은 충분히 좋고 매력적인 곳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습니다. 시절을 따라 심고 가꾸고 거둠이 있고, 예전보다는 줄어들긴 했지만 생명의 순환이 있고, 무엇보다 땀 흘려 애쓰지만 결국 하늘을 바라 볼 수밖에 없는 삶의 마디들이 있는 곳이 이 곳 농촌이니까요. 그러기에 이런저런 고민들을 찾잔 속의 태풍으로 여기며 오늘도 감사와 기쁨으로 미완의 그림인 귀농의 한 부분을 그려가고 있습니다.

돌소리는
귀농학교 31기로 2005년 2월에 경북 상주로 귀농하여 교회사역을 겸하며 부모님과 함께 포도와 감 등을 주 작목으로 재배하고 있는 초보농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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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서 제일먼저 대문을 연다.
밤사이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리면 안에 머물던 것들이 나가고,
밖의 신선한 기운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
어머니는 웃으시며 복이 들어오라고 대문부터 연다고 하신다.
정말 그것을 믿어서라기보다는 기분이 그렇다는 말씀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 내가 먼저 대문을 여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우리 집이 움직임을 시작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이웃들은 이미 한참 일을 하고 있을 늦은 시각(상대적)에 일어나서
약간의 미안함에서 오는 머쓱함을 해소해 보려는 것이다.
대문이 열렸다는 것은 뭔가를 하고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일찍 대문을 열어 복이 들어오게 한다는 것은
이른 시각부터 부지런히 일을 함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결과물 일 런지도 모른다.
요사이 문에는 단절을 위한 기능들이 추가되는 추세이지만
그것이 소통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이렇듯 농촌의 삶이란 ‘열려짐’이다.
열려진 공간 속에 열려진 나를 발견해 가는 과정.

200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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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오전에 포도밭에 약을 쳤다.
무농약 농사에서 허용하는 유일한 살충제라는 석회유황합제(?)였다.
일단 작은 그릇에 녹여 큰 물통에 넣어서 정해진 양의 물에 희석한 후, 밭으로 갔다.
호스들을 재위치 시킨 후 경운기에 시동을 걸어 펌프를 돌아가게 하고,
뛰어가서 한 나무 한 나무 흠뻑 젖도록 뿌려 주었다.
아무튼 경운기로 약치는 도구들을 싣고 밭까지 간 것도 그렇고,
경운기를 돌려 약을 치게 되다니 이젠 정말 농부라고 불러도 될 듯하다.
약줄 놓는 것 하나도 물어 가며 해야 하는 초보농부이긴 하지만...

화학약품으로 만든 농약이든, 친환경제재로 만든 농약이든 간에 농약은 작물을 위해 친다.
병을 예방하거나, 해충을 박멸하거나, 영양을 주기 위한 것이다.
그러니 작물에는 어쨌든 이로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농약병의 뚜껑을 열어서 그대로 작물에 붓지는 않는다.
간혹 가루를 잎 같은 곳에 직접 뿌리기도 하지만 거의 모든 농약은 물에 타서 사용한다.
한마디로 희석(稀釋, 용액에 물이나 용매 따위를 가하여 묽게 하는 일)을 시킨다는 것이다.
3k를 90리터의 물에 넣으라고 하면 30배 희석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것은 100배, 200배 희석을 해서 치도록 한다.
아무리 이로운 것이라고 해도 원액 그대로를 뿌리면 오히려 작물을 죽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쩌면 입에서 나오는 '말'도 그런 것 같다.
아무리 옳고, 바른 말로 상대방에게 필요하다고 해도 너무 직설적으로 내뱉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얘기다.
상대방을 살리겠다고 말하는 것이지만 반대로 죽게 만들 수도 있다.
그 말을 들을 때 너무 아프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도 좀 희석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상대방도 살리고, 나도 살 수 있도록 30배, 60배, 100배로 말이다.

2006.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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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에 똥을 펐다.
지난 6월 말에 펐으니 계산해보면 한 4개월에 한 번 정도는 퍼줘야 하는 것 같다.
똥을 푸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똥을 푸는 일은 내키지 않는 일이다.
생각 같아서는 구덩이를 많이 파놓고 다 차면 덮어버리고 다음 구덩이를 채우는 식으로 살면 좋겠다.
해석에 해석을 거친 후에야 순환이라는 단어를 찾을 수 있지
막상 똥통을 보고 똥물 흘리며 옮겨다 뿌리는 일이 그리 호감 가는 일은 아니다.

그런데 생각을 좀 더 해보면 똥은 언젠가 나의 일부였던 놈이다.
그것이 몸 밖으로 나와서는 모여 있는 것이 이 것인데.
난 더럽다는 얘기만 줄줄이 퍼내고 있으니 똥이 조금은 섭섭할 것 같다.

내가 배설한 것을 내가 책임지고 처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인데, 왜 싫을까.
도시 뿐만 아니라 시골조차도 이제는 정화조를 묻지 않으면 허가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곳에서도 똥을 직접 퍼내는 친구네 집과 우리집 그리고는 잘 모르겠다.

구분지어 놓고 그것을 모른척하고 살아가는 우리네의 삶.
누군가 다른 사람이 와서 돈을 받고 치워가는 형세.
생각 속에서조차 그런 불결다고 진저리를 치며 물을 내려 버리듯 지워 버린다.
마치 우리는 똥 같은 것과는 상관없는 것처럼 깨끗한 척한다.
정말 그래도 되는 것인가 싶다.

자기가 먹고 소화시켜 배설한 것을 스스로 책임지는 구조가 되었으면 좋겠다.
더럽다고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의미와 가치를 찾을 줄 알아야하지 않을지.

200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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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1년차

누군가에게 나를 귀농자로 소개하는 것이 아직 좀 어색하다.
여전히 ‘농(農)’자에 서툰 초보이기 때문이다.
말은 쉽지만 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디 그리 만만한 일일까.
그래서 ‘농촌에 사는 거죠’라고 말한다.
그 말이 맞는 것이 아직 땅이라고는 한 평도 가지고 있지 않고,
남의 땅에 우리 먹고, 조금 나눠먹을 만큼의 몇 가지 작물들을 재배할 뿐이니 말이다.

땅 없이 농촌에 산다는 것을 60,70년대 농촌에 사셨던 분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가 보다.
소작을 하느냐고 약간은 안됐다는 눈빛으로 보는 분도 있었다.
때문에 반드시 땅을 가져야하지 않느냐고 반문하신다.
물론 맞는 말씀들이기도 하지만
지금 농촌의 현실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다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을 알게 되실 거다.
땅을 가지게 되면 좀 더 안심, 안정은 될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만 부지런히 몸을 놀릴 마음의 준비만 되어 있다면 널린 것이 땅이고,
그 땅에 농사를 짓는 것이 과거처럼 결코 천대받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이 곳 분들은 나이 들어 힘에 부쳐 지을 수 없는 땅을 놀리지 않게 되어 고마워하신다.
문제는 그런 땅들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많아진다는 것이고,
몇 안 되는 젊은이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굳이 땅을 사들여 땅값만 올려 인심만 흉흉하게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 꼭 필요하다면 집터와 집 주변에 텃밭 정도는 확보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유기농이니 해서 생명농법을 하려 한다면 적게라도 자기 소유의 밭이 있어야
소신껏 투자를 할 수 있다.
아무래도 남의 땅에 관행농이 아닌 유기농을 하기는 쉽지 않으니까.

아무튼 농촌에 살며 농사를 짓는다는 것
아직 내 몸에 익지는 않았지만 나와 상관없이 한해가 가고 있다.
이웃 할아버지 하시는 일 곁눈질로, 귀농선배에게 전화로, 농사관련 책으로,
이것도 저것도 안 되면 감각으로 한 해 농사를 지었다.
들깨는 들인 시간과 노력과 땀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수확을 했는가 하면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참깨는 풍성하게 수확했다.
별 볼일 없어 보였던 감은 막바지에 효자 작물로 즐거움을 주었다.
살구, 호두는 하늘에서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깜짝 선물이 되었고,
대문 밖 텃밭은 때마다 적절한 푸성귀들을 선사했다.
흙과 물과 양분과 공기와 태양의 조화, 그리고 하늘의 보살피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농촌의 생활도 많은 변화가 왔다.
그래서 도시처럼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는 생활의 부산물이 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각종 농자재들이 그러하고, 생활 쓰레기들이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환의 가능성을 보면서
나 하나만의 청결을 위한 오염보다는 더불어 살아감에 대한 기쁨을 얻고 있다.
배설물들이 고스란히 흙으로 돌아가고,
흙은 대부분의 부산물들을 분해해 양분으로 바꾼다.
난 순환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을 분리하는 약간의 수고만 하면 될 뿐이다.

그러므로 나와 흙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흙에서 자라는 것들이 나의 밥상이 될 뿐만 아니라
나 또한 그들의 밥상이 되는 것이다.
서로에게 밥상이 되는 일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곳,
그곳이 농촌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친구네 집 화장실 문에 붙어 있는 시를 옮겨 본다.)

김정원

똥이더라
밥이더라
밥이 똥 되고
똥이 밥되는 일이더라
교수보다 존경할 일이더라
시인보다 가난해지는 일이더라
연륜이 더할수록 부족함을 느끼는 겸손이더라
평생 겨우 오십 번밖에 해볼 수 없는,
희귀한, 예사롭지 않은 일이더라
인내와 절제와 땀이 진득하게 밴,
피 같은, 소박한 밥상이더라
길가 제비꽃 한 송이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두엄 속 지렁이 한 마리도 하찮게 여기지 않는
생명을 가꾸는 일이더라
각지불이(各知不移)더라
맨발로 하늘을 모시는 일이더라
공기처럼 물처럼 햇빛처럼 없으면
우리가 죽을 일이더라

200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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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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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지막으로 감을 땄다.
집 주변에 있는 감들은 이미 다 땄고,
오늘은 밭에 있는 큰 나무 두 그루와 너 댓 개  달린 작은 나무들의 것을 땄다.

한 나무는 그리 높지도 않고 많이 달린 편이어서 재미있게 땄는데
두 번째 나무는 몇 개 달리지도 않았는데 아주 높아서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나무에 올라가다보면 점점 더 올라가게 되는데 그것도 다리 떨리는 일이지만
5m정도 되는 장대를 이리 저리 옮겨가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항상 한 나무가 끝나 갈 때, 대여섯 개가 남았을 때 갈등이 생긴다.
까치밥으로 그냥 두고 내려갈까?
하지만 막상 그 상황이 되면 오기가 생긴다.
이왕 올라왔는데 남겨두고 내려 갈 수 있는가?
그리고 몇 개라도 감이 남아 있는 나무를 보면 시원치 않았던 경험도 있고 해서.

농촌에 와서 살면서 까치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새가 되었다.
만약 그런 생각이 없다면 순순히 까치밥 남긴다는 명분으로 내려 올 수도 있었을 텐데.
이놈들이 고약한 짓을 좀 하는 통에 좋은 감정이 없어졌으니.

그러나 생각해 보면, 어찌 감나무가 감을 나만을 위해 맺었겠는가?
자신을 위해서,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그리고 날짐승 들짐승들을 위해서가 아닐까?
그러니 악착같이 한 개도 남겨두지 않는다면 얼마나 섭섭할까.
새들이 자기들 밥을 남겨두지 않으면 이듬해에 보복을 한다는 전설(?)도 있다지만,
그것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인정하는 차원에서
열매를 나누는 차원에서
남겨 둘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물론 오늘은 너무 높이 달리고 힘도 들어서 열 개 정도는 남겨 두고 온 것 같다.
이리 생각하니 아까워 할 일은 아닌듯하다.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밭에서 난 곡식을 거두어들일 때에는, 밭 구석구석까지 다 거두어들여서는 안 된다. 거두어들인 다음에, 떨어진 이삭을 주워서도 안 된다. 포도를 딸 때에도 모조리 따서는 안 된다. 포도밭에 떨어진 포도도 주워서는 안 된다. 가난한 사람들과 나그네 신세인 외국 사람들이 줍게, 그것들을 남겨 두어야 한다. 내가 주 너희의 하나님이다.’ 레위기 19:9-10

200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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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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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에 감장사가 감나무 네 그루 중 세 그루에서 감을 따갔다.
높은 나무에 달린 감들을 어떻게 딸까 하고 지켜봤는데,
전문가여서 그렇겠지만 생각보다 쉽게 작업을 하는 것이었다.

작지만 감나무가 열 그루가 넘는다고 자랑은 하고 다녔지만
막상 수확을 해야 하는 시기가 닥쳐오자 두려움도 역시 같이 찾아 왔다.
또 새로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몸에 익숙하지 않은, 해 보지 않은 일을 한다는 것은 늘 긴장되는 것이 사실이다.
아니 두렵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높은 나무에 있는 감들...
홍시가 되어버린 것들은 한두 개 따 먹는 것이야 쉽지만
전부 따는 일이야 쉽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약을 치지 않아서 다른 집들보다 더 빨리 익어 물러지니 지켜만 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고.

그런데 오늘 오전에 두 사람이 작업하는 것을 목격하고 나서는 좀 자신이 생겨서
해거름에 장대 높이 들고 시험 삼아 따 보았는데 할 만 했다.
괜히 값싸게 넘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한 가지를 배우고 알아간다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리라.
수업료 비싸게 지불했다고 생각하며 내년에는 잘 해보리라 어머니와 다짐했다.
그래서 내일은 남아있는 나무들의 감을 딸 작정이다.
저온 창고에 넣어 두었다가 적절할 때 깎아 말려서 맛있는 곶감을 만들어야지!

200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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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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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할머니께서 벼 추수할 때 좀 도와줄 수 있냐고 해서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했다.
들의 벼들이 노랗게 익은 모습을 보면서 언제 부르시려나 했는데,
드디어 그 날이 오늘로 결정이 되었다.

뭐 잠깐, 길면 두 시간이요, 짧으면 한 시간 정도 간단히 끝나는 작업이려니 했다.
여기서부터 크게 오해가 있었던 것!
농촌 일이 어디 간단히, 힘 안들이고 끝나는 일이 있던가?
그런 일이면 나를 부르지도 않지.
화물차를 끌고 가서 콤바인으로 구분한 나락들을 40킬로 부대에 담아 놓은 것을 싣고
할머니 댁으로 와서 부려놓고, 또 오가기를 몇 차례하고,
그리고 30여 부대는 수매하기위해 추풍령으로 갔다.
난생처음 벼 수매하는 곳에 갔는데 그 풍경이란...
마당이 화물차, 경운기, 심지어 화물칸을 매단 트랙터들로 가득했다.
83번 순서표를 받아서는 순서가 될 때가지 장장 5시간을 더 기다려야했다.

일단 농부의 역할은 여기까지이지만
시멘트 공장을 방불케 하는 내부 구조를 가진 벼 수매장의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수매하면서 이미 분리가 시작되어 건조시키고 탈곡하고, 포장해서 매장에 내는 일까지.
그러면 그 때부터의 일은 소비자들의 몫이 되는 것이다.

쌀 한 톨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몇 명의 손을 거치는 것인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무엇인들 쉽게 만들어져 나에게까지 오겠는가마는
비교적 농산물에 대한 생각들은 실제 그 가치에 상당히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런 생각들 끝에 자신들의 역할을 끝낸 사람들인 농부들의 표정이 밝지 못하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
해를 거듭할수록 뭔가 나아지고, 희망이 있어야 할 텐데
수매가가 계속 곤두박질이니 뭐 할 맛이 나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나이들도 더 먹어 가는데 당신들이 하는 일을 이어갈 사람도 또 보이지 않으니.
박통이나 전통을 추억하는 것을 들으며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할 수만도 없었다.

200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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