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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다른 날보다 좀 일찍 일어났다.
닭들을 닭장에서 꺼내고 바닥에 왕겨를 깔아주고, 더러워진 물그릇도 닦고 맑은 물을 넣어 주었다.
소리와 토리가 함께 사용하는 물그릇에 낀 물때도 깨끗이 닦고 새 물을 담아 주었다.
그리고 모아놓은 개똥을 들고서는 누구를(?, 어디에) 줄까 잠깐 고민하다가 살구나무 주변에 뿌렸다.
내년에 더 맛있는 살구를 더 많이 달아달라는 마음을 가지고...

처음에는 살구나무나 호두나무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감나무 정도 생각하고 거름도 구입했었는데,
살구도 따고, 호두도 따고 보니 이제는 이 나무들도 소중해졌다.
무엇인가 얻고 보니 귀해 보인다.
참, 뭔가 받아야만 특별한 눈으로 바라보는 나의 한계란...

뭔가를 받기 전에 상대의 소중함을 먼저 알아볼 수는 없는 것인지.
조만간 감나무가 특별해 보이게 될 것 같다.

2005. 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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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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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다.
이미 일어나신지 오래되어 밭에 다녀오시는 동네 어르신들께 늦은 인사를 드리며,
아침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패달을 밟는다.

그런데 오늘은 유난히 두 가지가 내 코를 자극했다.
하나는 논에 잔뜩 뿌려서 하루가 지나도 가시지 않는 농약 냄새이고,
또 하나는 수확기가 다 된 잘 익은 포도의 향기가 그것이다.
냄새와 향기...
맡아도 맡아도 더 맡고 싶은 향기와
조금도 맡고 싶지 않은 냄새가 공존하는 농촌의 아침이라.

농약냄새와 같은 악취는 언제든 풍겨 올 수 있는 것들이라면
포도 향은 때가 되어야만, 그러니까 무르익었을 때에라야 맡을 수 있는 향기이다.

나에게서도 그런 것 같다.
이기심이라는 악취는 언제든 시도 때도 없이 발산하여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지만,
내면으로부터 성숙된 향기는 좀처럼 풍겨져 나오지 않는다.
깊은 자기성찰과 영성이 만날 때, 무르익었을 때나 가능할까.

2005. 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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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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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김장용 무 밭을 만들고 씨를 넣었다.
이런 저런 일들 때문에 열흘에서 보름은 늦은 파종이다.
풀을 뽑아 둔 밭에 좁은 이랑을 만들었는데,
비가 많이 온 후라 흙이 물을 머금고 있어서 삽으로 퍼 올리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물이 좀 빠진 다음에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 줄을 거의 다 해 갈 무렵에는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겠다는 각오도 생기고
탄력도 붙어서 짧지만 일곱 줄의 이랑을 완성했다.

밭에 오면서 돌이(발발이, ♂)를 억지로 데리고 왔는데,
이놈이 밭에 오면 심심해서 안절부절 못한다.
그래서 내가 쳐다보기만 해도 쪼르륵 달려오고,
아무 반응을 보여주지 않으면 다시 밭모퉁이 그늘로 돌아간다.
처음에는 돌이가 움직이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이랑의 수가 늘어 감에 따라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삽으로 한 삽 정도 흙을 올려 만들어 가는 이랑이 짧은 다리의 돌이에게는 큰 장애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것도 세 개, 네 개 자꾸 늘어 가서 돌이에게는 고개를 여러 개를 넘어야 오갈 수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측은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흙을 쌓아서 이랑을 만들고 이 쪽에서 저 쪽으로 옮겨가는 일이 나에게는 아무 일도 아닌데,
이 작은 놈에게는 장애가 되고, 장벽이 되다니...

잠시 삽자루에 앉아 쉬면서 돌이를 바라보며 나를 반성하게 됐다.
나의 사려 깊지 않은 말과 행동, 무심코 지나쳐버리며 별 것 아니라고 여기는 것들이
어쩌면 누군가 작은이에게 괴로움과 아픔이 되고 있지는 않을지...

2005. 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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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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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말 땀을 흘리고 싶지 않은 날이었다.
집 안으로 밀려드는 후덥지근함.
집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기 싫었다.
하지만 내가 뭘 하기 위해 여기 있는가를 생각할 필요도 없이,
이미 밭으로 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날씨 탓을 하며 집 안에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주섬주섬 작업복을 챙겨 입었다.
요즘 우리 집의 주된 일은 제초작업(풀뽑기)이기에 긴 팔 옷을 입었다.
풀숲을 헤치고 나가려면 모기들을 생각지 않을 수 없으니.

작업장은 토방 앞, 그러니까 고추밭 옆이다.
풀이 무성하게 자라서 이미 숲이 되어버려 누가 와도 이곳으로 안내하기가 어렵게 된지 오래다.
다른 일을 하면서도 늘 마음에 걸리는 곳이기도 했기에 오늘 작심을 하고 결판을 내기로 했다.

달려들어 작업을 시작하는데,
들고 간 낫도 옆에 던져두고 두 손으로 뽑기 시작했다.
낫으로 베는 것 보다는 할 수만 있다면 뿌리까지 뽑아버리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고,
다행히 비가 많이 온 후라 잘 뽑히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예상했던 대로 더위였다.
푹푹 찌는 날씨에 풀숲을 마주하고 앉아서 힘을 다해 뽑고 있으니.
흐르기 시작한 땀이 온 몸을 적시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초반에 짜증은 차츰 사라지고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아 이게 정말 ‘시원하다’라는 것이구나!’
땀으로 온 몸을 적시며 느끼는 시원함, 그 시원함은 금방 행복함으로 바뀌고 있었다.
찬물로 샤워를 했을 때도 이런 시원함을 느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옷이 척척 몸에 달라붙었지만 전혀 불쾌하지 않고 신바람까지 났으니,
다시 생각해 봐도 정말 신기하다.

할 수만 있다면 땀 흘리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나의 천성적 게으름은 그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오늘 내 몸은 땀 흘림의 시원함을 경험하고 말았다.
그래서...

2005.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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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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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을 하면서 하고 싶었던 것들이 몇 가지 있었다.
물론 농사를 지으며 땀을 흘리겠다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그리고 생태적 삶을 위해 하고 싶은 일들을 들라면
구들방에 불을 떼며 사는 것,
똥오줌 분리형 화장실을 만드는 것,
음식물 퇴비장을 잘 만들어 보는 것 등이었다.

그 중에 오늘 음식물 찌꺼기 퇴비장을 거의 완성했다.
안산주말농장에서 본 것처럼 널판을 사방으로 붙여 뚜껑을 덮는 구조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 나무가 없을까를 찾아보았지만 집주변에서는 구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나무를 사서 만든다는 것도 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이 되었다.
그래서 퇴비장 만드는 일이 차일피일 미루어졌고, 대문 앞에 임시로 만들어 놓은 곳은 포화상태에 이제는 악취까지 나게 되는 수준까지 이르게 됐다.
그래서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대나무로라도 만들어 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인가?
대나무를 자르고 다듬고, 크기에 맞게 절단해서 세워 땅에 박은 네 기둥에 묶는 작업을 해야 했다.
생각으로야 그리 어렵지 않은 작업이지만 막상 철사로 하나하나 묶어 가는 작업은 시간도 더디고,
팬지를 쥔 손이 얼얼해서 작업 능률도 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그 일을 하려고 하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완성으로 두는 것이 어쩐지 거림직하고,
뭔가 끝을 보아야겠다는 생각에 감자밭에 신문을 씌운 후 다시 시작했다.
대나무가 부족해서 숲에 들어가 더 베 오고 토막을 냈다.
철사도 없어서 어찌해야 할지 몰랐지만 녹슨 것이라도 쓰기로 하니 널린 것이 철사였다.
양 끝을 묶는 작업이니 시간은 좀 걸렸지만 쪼그리고 앉아 작업하는 내 어깨를 넘어 갈 때는 보람도 더불어 올라갔다.
더구나 퍼낼 수 있도록 한 쪽을 열어 두니 작업도 빨랐고 대나무도 적게 들어가 일석이조가 되었다.

지나가는 마을 분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곱지 않은 것이 아니라 신기하다는 눈빛이다.
‘뭘 지어요?’ 하는 뒷집 창식이형.
‘개집 짖나?’ 하시는 기씨 아저씨.
충분히 그 분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모습이니.
만들고 보니 길에서 너무도 잘 보이는 곳에 대나무 빛 짙은 초록색을 드러냈다.

생태적으로 살고 싶다는 소망.
그리고 그것을 실현해 가는 과정.
어쩌면 그것은 자연이 살아 숲 쉬는 이곳에서 더 생경한 풍경이다.
음식물 찌꺼기를 따로 모아 거름을 만들겠다고 조그만 퇴비장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우습게 보일까?

보너스로 굵은 대나무를 가져다가 드릴로 구멍을 뚫고 얇은 가지를 비스듬히 다섯 개 정도 박아 넣어 옷걸이를 만들었다.
작업복을 걸기 위한 것으로 문 밖에 두는 것이다.
아무래도 작업하던 먼지 붙은 옷을 집 안에 쌓아두는 것이 꺼림직 했다.
아무튼 아이디어는 좋았는데 완성도는 좀 떨어지는 것 같다.

애물단지 같은 대나무를 이렇게 저렇게 활용할 수 있어 좋다.

2005.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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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갈라서 묻었는데 이렇게 싹이 나오네요.
동네 분들은 비닐을 씌워야 한다고 하는데,
환경을 생각해야한다는 소박한 마음에
그냥 심었더니 좀 늦고 작아요.
오늘은 어제 비가 와서 좀 더 자란 것 같던데.
이 사진은 몇 일 전의 것이라 작죠.
그리고 밭에 돌이 얼마나 많은지 골라내다가 포기 직전입니다.
아무튼 싹이 나온다는 것이 얼마나 신비로운 일인지 몰라요.

2005.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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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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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포도밭의 순들은 이미 어른 손보다 더 크게 순이 자랐지만
우리집 담에 포도는 올봄에 옮겨 심었기 때문에 이제야 작은 순들을 내고 있다.

2005.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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