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을 하면서 하고 싶었던 것들이 몇 가지 있었다.
물론 농사를 지으며 땀을 흘리겠다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그리고 생태적 삶을 위해 하고 싶은 일들을 들라면
구들방에 불을 떼며 사는 것,
똥오줌 분리형 화장실을 만드는 것,
음식물 퇴비장을 잘 만들어 보는 것 등이었다.

그 중에 오늘 음식물 찌꺼기 퇴비장을 거의 완성했다.
안산주말농장에서 본 것처럼 널판을 사방으로 붙여 뚜껑을 덮는 구조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 나무가 없을까를 찾아보았지만 집주변에서는 구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나무를 사서 만든다는 것도 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이 되었다.
그래서 퇴비장 만드는 일이 차일피일 미루어졌고, 대문 앞에 임시로 만들어 놓은 곳은 포화상태에 이제는 악취까지 나게 되는 수준까지 이르게 됐다.
그래서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대나무로라도 만들어 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인가?
대나무를 자르고 다듬고, 크기에 맞게 절단해서 세워 땅에 박은 네 기둥에 묶는 작업을 해야 했다.
생각으로야 그리 어렵지 않은 작업이지만 막상 철사로 하나하나 묶어 가는 작업은 시간도 더디고,
팬지를 쥔 손이 얼얼해서 작업 능률도 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그 일을 하려고 하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완성으로 두는 것이 어쩐지 거림직하고,
뭔가 끝을 보아야겠다는 생각에 감자밭에 신문을 씌운 후 다시 시작했다.
대나무가 부족해서 숲에 들어가 더 베 오고 토막을 냈다.
철사도 없어서 어찌해야 할지 몰랐지만 녹슨 것이라도 쓰기로 하니 널린 것이 철사였다.
양 끝을 묶는 작업이니 시간은 좀 걸렸지만 쪼그리고 앉아 작업하는 내 어깨를 넘어 갈 때는 보람도 더불어 올라갔다.
더구나 퍼낼 수 있도록 한 쪽을 열어 두니 작업도 빨랐고 대나무도 적게 들어가 일석이조가 되었다.

지나가는 마을 분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곱지 않은 것이 아니라 신기하다는 눈빛이다.
‘뭘 지어요?’ 하는 뒷집 창식이형.
‘개집 짖나?’ 하시는 기씨 아저씨.
충분히 그 분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모습이니.
만들고 보니 길에서 너무도 잘 보이는 곳에 대나무 빛 짙은 초록색을 드러냈다.

생태적으로 살고 싶다는 소망.
그리고 그것을 실현해 가는 과정.
어쩌면 그것은 자연이 살아 숲 쉬는 이곳에서 더 생경한 풍경이다.
음식물 찌꺼기를 따로 모아 거름을 만들겠다고 조그만 퇴비장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우습게 보일까?

보너스로 굵은 대나무를 가져다가 드릴로 구멍을 뚫고 얇은 가지를 비스듬히 다섯 개 정도 박아 넣어 옷걸이를 만들었다.
작업복을 걸기 위한 것으로 문 밖에 두는 것이다.
아무래도 작업하던 먼지 붙은 옷을 집 안에 쌓아두는 것이 꺼림직 했다.
아무튼 아이디어는 좋았는데 완성도는 좀 떨어지는 것 같다.

애물단지 같은 대나무를 이렇게 저렇게 활용할 수 있어 좋다.

2005.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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