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서 가장 많은 여행자는 단연 러시아와 중국 사람이다.

그리고 일본, 한국 사람이고, 말레이시아나 인도 사람들도 많다.

러시아나 중국 사람들은 대륙에 살다보니 주로 물이 있는 푸껫 같은 섬이나 해변으로 간다.

그래서 태국의 치앙마이나 라오스의 도시들처럼 내륙이나 앙코르 유적 같은 곳에선 

어떤 한 나라에 쏠리지 않은 비교적 다양한 국적의 여행자들을 만나게 된다.

앙코르 유적에선 서유럽 사람들이 많고, 간간히 미국이나 캐나다 등지에서 온 이들이 있다.

특히 여행지에서 만나는 서양인들에게선 뭔가 배울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바로 '여행의 기술', 그들은 무척 잘 단련된 기술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그들은 일단 많은 준비를 해서 오지 않는다.

옷도 장비도 먹을 것도 가능한 현지에서 조달한다.

그러니 짐은 딱 필요한 것만 가지고 오는 것 같다.

여행을 위해 준비한 짐이 오히려 여행을 방해하는 일이 더 많지 않나.

바리바리 짐보따리 들고, 무거운 카메라 짊어지고 다니는 동양인들(특힌 한국사람들)과 사뭇 다르다.


앞의 이유 때문이기도 하고,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서 그렇기도 할텐데

복장이나 가방을 보면 오랜 여행으로 때가 꼬질꼬질한 것을 볼 수 있다.

누구 시선을 개의치 않고 자신만의 여행을 즐긴다.

그래도 미국이나 캐나다 여행자는 외모는 비슷하지만 차림새는 좀 깔끔하다.

여담이지만 가장 젠틀하고 친절한 사람들은 역시 캐나다 사람들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 때문인 것 같다.


현지의 로컬 교통 수단을 주로 이용한다.

버스터미널이나 저렴하게 이동하는 지역 버스들 앞에는 여지없이 서양인들이 서 있다.

한국산 중고 버스의 좁은 간격의 의자에 끼어 앉아서도 별로 불평하지 않는다.

여행을 이해하는 관점의 차이가 아닌가 한다.

어떤 곳, 어떤 볼거리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체의 과정을 여행으로 즐기려는 자세의 차이다.



여행 중 일어나는 예기치 않은 일들에 과민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그런 모든 변수들을 여행의 일부로 여긴다.

아무래도 긴 여행기간을 갖고 와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한국 사람들은 한 곳에서 일정이 틀어지면 연쇄 반응이 일어나지만

이들은 더 머물러야 되면 더 있을 수 있다는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있다.


가능한 자신들의 몸을 활용하여 경한다.

다양한 엑티비티를 즐기고, 이동할 때도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오토바이 등을 타면서

어떻게든 길, 바람, 열기를 온 몸으로 만끽하려고 한다.

이 부분에는 나이나 성별이 상관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러니 대형버스 안에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갖혀서 여행하는 한국사람들이 얼마나 유별나 보일까.


진지하게 경청할 줄 안다.

가이드의 설명을 경청하며 또 진지하게 질문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최대한 다른 관광객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배려하는 자세도 엿볼 수 있다.



이들은 분위기를 즐긴다.

생각보다 음주를 즐기지 않는다. 

와인 같은 것도 딱 한 두 잔 정도만 먹고 지긋이 길을 주시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도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눈치다.

푸껫 같은 곳에선 대낮부터 바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을 많이 보게 되지만

캄보디아나 내륙의 도시들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숙소의 부대시설을 여유있게 이한다.

아무래도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여행과 쉼을 적절히 하면서 수영도 하고 비치의자에서 책도 본다.

빡빡한 일정에 짬이 나면 무조건 마사지 샵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는 한국사람들은 좀처럼 가질 수 없는 그림이다.


흥을 돋우며, 무례하지 않게 친구를 만든다.

즐겨 찾는 식당의 종업원이나 안내하는 가이드 등과 수평적인 관계를 맺으며 편안한 사이가 된다.

뭘 더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코믹한 태도와 유머로 흥겨운 분위기를 만들어

자연스럽게 편한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가난한 나라의 사람이라고 무시하며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해변을 가든 유적을 가든 잠시의 시간이 날 때 책을 꺼내든다.

여행지에서 무슨 책이냐고 하겠지만, 책이라는 것은 마음의 여유를 뜻하고

또 생각한다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정리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서양인들을 관찰하면서 생각해본 여행의 기술이다.

뭐 겉모습만 보고 잘못 짚은 것이 더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서양인들이 정말 이렇게 하냐 안 하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런 여행의 기술을 가진 여행자가 되고 싶다는 작은 바람에서 정리를 해 보았다.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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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를 찾는 이유는 단 하나, 앙코르 유적을 보기 위해서이다. 

앙코르 유적, 정말 대단하다. 그냥 대단한 정도가 아니라 놀랍도록 대단하다.

앙코르 유적을 보고나면 웬만한 유적은 눈에도 안들어온다는 단점이 있을 정도다.

어떻게 이런 곳에 이렇게 놀라운 문명을 꽃피울 수 있었을까?

더군다나 이름없는 동방의 작은 나라에 말이다.

이 부분 앙코르 유적을 발견한 초기 학자들부터 의문이었다고 하니

이 보잘것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어떻게... 겉모습으로만 보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지나치는 동남아의 가장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 그리 작게만 보이진 않는다.


이렇게 놀라운 문명의 흔적을 볼 때 무엇을 보는 것이 가장 잘~ 보는 것이 될까.


12세기 거대 도시였던 앙코르톰의 남문


앙코르톰 안에 있는 바이욘 사원. 3층에 '크메르의 미소'로 일컬어지는 사면상이 인상적이다.


우선은 마치 외계인이 내려와 지었을 것 같은 규모와 정교함에 온통 정신을 빼앗기게 된다. 

어떻게 그 큰 돌들을 날라올 수 있었을까? 

어떻게 그렇게 빈틈없이 매끄럽게 쌓아 올릴 수 있었을까?

습지 위에 견고하게 올려 놓을 수 있었을까? 

엄청난 규모의 건물을 그리도 짧은 기간에 완성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또 그 거대한 유적들이 몇 백년을 잊혀질 수 있었을까?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경외감으로 변하게 된다.


앙코르와트 중앙 성소. 


또 시간이 만들어 놓은 장관이라고 할 수 있는 오늘의 모습이 주는 감동이다.

감동이라고 하니 좀 그런데, 캄보디아가 가진 기후와 식생으로 인해 탄생한

스펑(또는 보리수) 나무와 유적의 파괴적 조화이다.

사실 나무가 완전히 제거되어 복구된 유적보다

여전히 나무 뿌리와 돌들이 뒤엉켜 있는 유적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더 붙잡는다.


꼬 께르 인근에 있는 유적. 나무뿌리 모습에서는 이 곳이 단연 압권이다.


어디 놓치지 않고 봐야하는 것들이 이 정도뿐일까?

실은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특히 앙코르와트에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종교와 정치의 밀월이다.

정치권력이 어떻게 종교의 이름을 빌어 사기를 치는지 생생히 보게 하는 곳이 앙코르와트이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종교와 정치의 구분선이 모호하기도 하다.

어디까지가 정치였고, 어디서부터 종교였을까?

정치는 종교적 특성을 가질 때 더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사실 정교분리의 시대라고 하는 오늘날에도 

정치는 충분히 종교성을 띠고, 종교는 정치성을 버리지 못하는 것을 보면

과거에야 얼마나 더 했을까 상상해 볼 수 있다.

앙코르의 흔적과 오늘 정치를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며 몰입하는 대중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그 사기극이 얼마가지 않을텐데, 왜 그걸 모르고 열광을 하는 지...

앙코르와트를 보면서 더더욱 확신에 가까운 가설이 하나 떠오른다.

단기적 사기는 정치이고, 장기적 사기는 종교가 아닐까 하는.


앙코르와트 중앙 성소 네 번째 회랑 '천국과 지옥'의 한 장면. 

막대기를 들고 있는 염라대왕 뒤에서 한 말씀 거들고 있는 사람이 앙코르와트의 주인 수리야바르만 2세이다. 


앙코르 유적이 캄보디아에 득일까, 실일까?

짧게 봤을 때는 분명히 득이라 할 수 있겠다.

변변한 산업이 없기 때문에 이 놀라운 관광자원으로 인해 얼마나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나?

캄보디아에 가서 놀라는 것 중 하나는 1달러 이상은 그냥 달러로 통용된다는 것이다.

씨엠립만 그럴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다른 도시에서도 마찬가지다.

암튼 달러벌이의 차원에서는 이 유적들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길게 보면 캄보디아의 발전을 가장 발목잡는 것이 앙코르 유적이 아닐까 싶다.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서 그냥 돈을 벌어들일 수 있을 때 그건 진보가 아닌 퇴보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좀 우스운 관점이지만, 캄보디아 사람들은 늘 미래가 아닌 과거만 바라보고 산다고 보면 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기술을 배우고, 생각을 바꿔 변화를 꿈꿀 필요가 없는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 캄보디아이다.

그러니 앙코르 유적은 시간이 가면 갈 수록 더욱 캄보디아에 실이 될 것이다.


바꽁에서 숨바꼭질을 하면 놀고 있는 현지 아이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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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캄보디아 하면 앙코르왓(더 정확히 말하면 앙코를 유적. 앙코르왓은 가장 널리 알려진 사원 하나만을 가리킴)이고, 앙코르왓은 씨엠립이라는 캄보디아의 세번째 도시를 중심으로 돌아 볼 수 있다. 돌아 본다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씨엠립을 가려는 계획을 세울 땐 출발 전부터 이 돌아보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뭐 단체로 여행사를 끼고 가게 된다면 그런 준비를 할 필요는 없다. 여행사에서 준비한 에어콘 나오는 시원하고 편안한 버스를 이용할테니 말이다. 

자, 이제부터 하고싶은 얘기는 사실 이 편안한 버스를 이용하시는 분들에게 더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너무도 편안히 다녀오셨고, 또 그렇게 가려고 하시는 분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서...


씨엠립을 다녀온 이들에게 씨엠립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뭐였냐고 물으면, 아마도 '뚝뚝'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거다. 길 양 옆으로 뚝뚝이와 그 기사들이 죽치고 서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기다리다 못해 자기의 뚝뚝을 좀 이용해 달라고 애원을 한다. 이런 현상에 대한 이야기는 말미에 하고, 우선 하려고 하는 얘기는 앙코르 유적 탐방(관광)을 이 뚝뚝을 이용하라는 것이다. 뚝뚝은 오토바이의 뒤에 마주보고 앉은 수 있는 의자가 있는 마차(?) 같은 것을 달아서 만든 이동 수단이다. 내 생각엔 최대 인원이 4명인데, 더 타고 다니는 것도 본 적 있다.


거의 일주일을 함께 했던 따비의 뒷 모습


뚝뚝을 이용하면 좋은 점을 얘기해 보려고 한다. 일단 뚝뚝을 이용해 돌아다니면 탁트인 시원함을 경험하게 된다. 캄보디아가 연중 기온이 높아 덥지만 달리는 뚝뚝 위에서는 그 더위를 비껴갈 수 있다. 바람이 온 몸을 휘감고 지나가기 때문이다. 또 뚝뚝을 타고 이동하면 주변 풍광은 물론 지나쳐 가게되는 작은 유적들, 그리고 현지 사람들의 삶의 현장들을 더 가깝게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다. 역시 뚝뚝을 이용해 이동하는 다른 관광객들과 눈을 마주칠 수도 있고,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관광객이나 현지인 청소년들과도 웃음으로 인사를 나눌 수도 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는 전혀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이 뚝뚝 위에서는 매 순간 일어난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뚝뚝을 이용하라고 강력하게 추천하지 않을 수 없다. 유독 한국 사람들만(물론 다른 나라도 간혹 있긴 하다. 그리고 중국사람들도 좀 있다.) 더 단체로 커다란 버스로 이동하는 것이 눈에 띄어 어쉬움이 더 컸다.


그럼 아마 가이드 이야기를 할 거 같다. 그런 많은 유적들을 돌아보려면 가이드의 안내와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냐고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처음 간 곳에서 가이드가 해 주는 그 장황한 설명, 솔찍히 조금만 지나면 다 잊어버린다. 그리고 여러명이 서서 설명을 들으면 잘 듣지도 않게 되고, 앙코르왓 회랑에 모여 길을 막고 서서 설명을 듣는 것이 또 얼마나 민폐가 되는 지 모른다. 그 부분 주의가 필요하다. 


난 이 부분에 대해서 공부하고 가라고 충고하고 싶다. 꼭 역사책은 아니더라도 가이드북 좋은 것 구하면 웬만한 가이드 몇 명 보다 낫고, 더 정확한 설명을 담고 있기도 하다. 가이드 설명 듣다보면 극적인 효과를 위해 과장을 하거나 아예 근거 없는 얘기를 하는 것도 보게 된다. 그러니 가기 전에 공부(예습)하고, 현장에 가서는 그것을 확인하며 감격하는 것이 최상인거 같다. 개인적으로는 [앙코르와트 내비게이션](정숙영, 그리고책)이 그래도 좋은 가이드 북인거 같다(본인 이 책과 아무 상관 없음ㅋㅋ). 이거면 예습도 탐방계획 세우기도 충분히 가능하다.


만약 준비만 잘 되어 있다면, 한국말 잘하는 뚝뚝 기사를 찾지 않아도 된다. '오늘은 어디어디' 하며 스케줄 전달만 할 수 있으면 누구든 상관이 없는 거다. 그래도 못 미더울 땐 한국말을 잘하는 뚝뚝 기사를 한국에서부터 섭외하고 가면 된다. 인터넷에 '태사랑' 홈페이지를 검색해 들어가서 캄보디아 섹션을 찾으면 뚝뚝 기사들에 대한 이용후기들이 올라와 있는 게시판이 있다. 거기서 마음에 드는 기사를 골라 카톡으로 연락을 하면 바로 답을 얻을 수 있다. 참 좋은 세상이다. 그러면 현지에 있는 어느 여행사 연결 한 거 보다 안심하고 첫발을 내 디딜 수 있다.


여기서 뚝뚝을 이용할 때 또 하나의 장점이 나왔다. 바로 스케줄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점. 그날 그날 가고 싶은 곳을 정할 수도 있는데, 이 부분은 뚝뚝 기사와 논의도 할 수 있다. 참, 한 가지 알아둬야 할 것은 뚝뚝 기사는 뚝뚝이 갈 수 있는 곳에만 갈 수 있다. 뚝뚝을 두고 유적 안으로 함께 들어갈 수는 없다. 그러니 뚝뚝을 이용할 때는 만날 시간과 장소를 약속하고 들어가야 한다. 같이 다닐 수 있는 방법은 뚝뚝 기사 입장권을 끊어주면 되는데... 알다시피 입장료가 비싸기도 하지만, 예습을 잘 했으니 그럴 필요도 없다. 


그리고 또 장점이 하나 더 있는데, 뚝뚝을 이용하면 현지인 한 명은 확실히 친해질 수 있다. 한국말을 잘 하는 기사의 경우에는 처음에는 인사만 주고 받고 여행과 관련된 정보만 교환하지만, 마칠 때 즈음에는 나라 돌아가는 얘기, 자녀 얘기, 인생 얘기 등 심도있는 대화도 나누게 된다. 이 부분 유적, 환경, 문화 등등과 어울려 여행의 깊이를 더하게 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돌아와서도 가끔 카톡으로 안부를 물기도 하고, 다른 여행자들을 연결해 주기도 한다.


물론 모든 일이 그렇지만, 뚝뚝 기사 중에 이런저런 요구를 하고, 여행자를 불편하게 하는 친구들이 있을 수도 있다. 그건 어떤 일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니, 잘 알아보는 것은 필수이겠다. 태사랑도 괜찮고, 아래 사진을 빌려온 사이트에 가도 뚝뚝 이용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있다.


(뚝뚝을 찍은 사진이 없어서 ttearth.com에서 빌려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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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엠립으로 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태국에서 국경을 넘어서 올 수도 있고, 수도인 프놈펜에서 버스나 비행기로 올 수도 있고, 당연히 비행기는 어느 나라에서든 올 수 있다. 그럴 때 가장 많이 주의를 요하는 부분이 비자를 받는 일이다. 동남아 나라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캄보디아와 베트남에서 유독 입국을 할 때 커미션을 요구하기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에어아시아 항공편으로 입국하면서 내심 긴장도 하고, 반대로 기대도 했었다. 달러를 요구하면 어떻게 응대를 할까, 절대 돈을 주지 않을 거야 하는 결의를 갖고 있었지만 막상 긴장이 더 앞서는 것도 사실이었다. 아무래도 정부 관리를 상대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아무런 요구가 없다. 참 우스운 광경은 비자 붙이고 싸인하고 도장 찍는 것에 정말 많은 사람이 앉아 있는 거다. 첫 사람이 여권을 받아들고 뭔가를 처리하기 시작해, 한 사람씩 넘기고 넘겨서 마지막 사람에게서 아무런 요구 없이 여권을 받아들었다. 약간은 김이 빠지는 것 같았지만, 상쾌하게 일을 마쳐서 기분은 좋았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항공편이어서 그랬나 싶기도 한데, 정확한 건 잘 모르겠다.

씨엠립 공항은 정말 작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짧은 거리를 걸어서 건물 안으로 들어오면 바로 비자수속 하는 곳이 있고, 거기서 짐 찾는 곳이며 나가는 출구까지 보인다. 작지만 깔끔한 공항의 모습이 꽤 마음에 들었다.



나오면서 핸드폰 유심을 캄보디아 것으로 구입해 끼웠는데, 태국에서처럼 바로 연결도 되지 않는다. 나오기로 한 뚝뚝이 나오지 않고 연락도 안되서, 다른 뚝뚝을 타고 숙소로 향했다. 아 이런, 비행기가 오전에 내렸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체크인을 하려니 시간이 너무 이르다는 거다. 최소 세 시간은 더 있어야 가능하다고 한다. 짐을 맡겨두고 예정에 없던 씨엠립 시내 구경을 하게 됐다. 문제는 쿠알라룸푸르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면서(6시간 텀)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무척 피곤하고 졸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돌아다니는 것은 포기하고 씨엠립강 주변에 있는 벤치를 찾아 앉았다 누웠다 하면서 졸수밖에 없었다. 



여행하면서 별 일도 다 경험하는구나 싶을 무렵, 한 현지인 아주머니가 다가왔다. 자신이 학교 영어교사를 하다가 그만 둔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유창한 영어로 말을 걸어온다. 나야 그곳에서 외국인이지만, 영어를 못하기에 위축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한국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는 더 적극적이 된 이 아주머니는 자신의 딸이 한국에 다녀왔고, 한국에 대해서 알고 싶어한다고 같이 가서 얘기를 나눠 줄 수 없겠냐고 요청한다. 너무도 설득력 있는 말로 이야기를 해서 좋다고 해버렸다. 그랬더니 딸에게 점심을 준비해 놓으라고 전화를 한다.

그리곤 자신이 뚝뚝을 싸게 잡을 수 있다고 하면서 한 대를 세우더니 타라고 한다. 뭐 별 의심 없이 함께 갔다. 집은 생각했던 것보다 크고 좋았다. 문젠 딸은 보이지 않고 언니와 형부를 소개한다. 형부는 몸에 금붙이가 주렁주렁, 마치 크메르제국의 왕같은 분위기 ㅋㅋ 암튼 환대를 받고 점심식사를 했다. 그런데 이 아주머니가 좀 이상하다. 자신이 동생이라고 하면서도 심부름 하고 온 사람처럼 행동한다. 밥도 허겁지겁 먹고 언니와 형부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

식사 후에 집 주인 아저씨(형부)가 나를 자신의 방으로 오라고 한다. 그러더니 카드를 죽 펼치더니 능숙하게 모았다 펼쳤다를 반복하다가, 나보고 하나를 뽑으라고 한다. 그러면 자기가 그 카드를 맞추겠다고. 두세 차례 잘도 맞춘다. 옆에 와서 앉아 있는 그 아주머니도 덩달아 흥을 돋운다. 그러면서 이 사람이 카지노 얘기를 한다. 한국에 강원도에 있지 않냐고 하면서, 결국엔 자기랑 동업을 하자고 하는 거다. 같이 돈을 벌 수 있다고, 원한다면 부르나이 사람이 근처에 와 있는데 불러서 그 사람을 상대로 시험해 볼 수도 있다는 거다.

와~ 대박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돈도 없지만, 관심도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랬더니 한두번 더 권하다가 이전까지 친절했던 표정은 온데 간데 없고, 차갑게 잘 가라고 인사하고 사라진다. 그러자 나를 데리고 온 이 아주머니는 안절부절하더니 빨리 가자고 한다. 아~ 이 인간들이 지금 사기를 치려고 나를 유인해 온 것이구나.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나도 참 둔하다. 집을 나서면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까 이 아주머니 화를 내면서 사진은 왜 찍냐고 한다. 


급하게 나오며 뒤돌아 찍은 것이라 사진이 온전하지는 않다.

순간, 무슨 사진을 찍고 그러냐는 그 아주머니의 약간은 격앙된 음성이 들려서 더는 찍지 못했다.


다행히 아무 일 없이 돌아오긴 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큰 일을 당할뻔 한 것이다. 그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했다면 나라는 사람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도 있는 일 아닌가 말이다. 혹시 이 글을 보는 분들, 그런 일 당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부끄러운 경험담을 나눈다. 재미있는 경험 같지만, 실상은 소름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2013년 5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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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알라 룸푸르는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다. 최소한 여행자에게 그렇다는 말이다. 

보통 많이 찾게 되는 주요 포인트들의 위치를 알게 되면 바로 옆에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차이나타운 입구



메르데카 광장 건너편 국립 섬유 박물관


메르데카 광장


중앙 시장



차이나 타운을 걷다가 육교 길 몇 개만 건너면 국립모스크가 있고, 

부킷 빈탕을 걷다가 워크웨이라는 긴 육교를 따라가면 수리아 KLCC가 갈 수 있고

마지드 라멕을 지나면 바로 마르데카 광장, 술탄 압둘 사마드 빌딩이 있고,

거기서 조금만 더 내려가면 차이나 타운도 있고, 센트럴 마켓도 있다.

그렇게 오가다 고개를 돌려보면 KL타워가 따라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러니 지역 어디엔가에 숙소를 잡으면 굳이 비용 들여가면서 택시나 버스를 타고 다닐 필요도 없다.

LRT나 모노레일을 타도 세 정거장 이상 가는 일도 없다.

예외적으로 바투 동굴에 갈 때는 KTM코뮤터를 타고 일곱 정거장을 가니 그게 제일 길게 타는 노선이 된다.


국립 모스크


스리 마하 마리암만 사원(힌두교)




그렇게 걸으면서 들게 되는 생각 중 압도적인 것이 '다양함'이다.

일단 사람들의 피부색이 다양하다. 

말레이인, 중국인, 인도인, 기타 여러 소수 인종들이 모두 말레이시아인으로 살고 있고,

내 앞으로 옆으로 지나다닌다.

이렇게 다양한 인종이 별 문제 없이(1969년에 사건이 있긴 있었다고 함) 살고 있는 것,

그리고 그 인종의 다양함으로부터 나온 종교와 그 종교 시설(사원)들의 다양성 또한 놀랍다.

페낭에도 있었지만 말라카에도 있는 조화의 길이 이런 현실을 반영하는 명칭이다.

다양함을 조화로 이끌어낸 말레이시아 사람들의 지혜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이런 다양성을 조화로 이끌 능력이 있는 나라가 앞으로의 시대에 힘을 갖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아세안의 국가들이 이미 관세를 없애거나 낮추었고 2015년까지 지역통합을 하게 될텐데,

그럴 때 말레이시아의 이런 노하우는 큰 힘을 발휘하지 않을까.

아무튼 이런 말레이시아의 역사적 인종적 배경이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 같다.


말레이시아 왕궁


KL타워


페트로나스 빌딩 아래 분수대 앞 소풍 온 어린이들


어느 도시이든 다른 점과 같은 점을 가지고 있다.

관건은 같아지려고 하기보다 달라지려고 하는 노력에 있는 것 같다.

다른 것이 결국 우리를 규정하는 것 아닐까?

이것은 국가와 한 도시의 문제가 아니라 한 개인에게도 해당된다.

같아지려는, 한 가지 기준에 맞추려는 애씀보다 나를 나로 구분할 수 있는 독특함을 찾고 그것을 발전시켜 가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럴 때 도시는 관광객이 알아서 찾아드는 것이고,

개인은 앞으로 나서지 않아도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자리에 있게 될 것이다.

백화점, 빌딩들은 똑같은 것들이지만 얼마나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느냐는 능력이다.

어떤 면에서 쿠알라 룸푸르는 어느정도 성공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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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면 마치 나이트라이프를 소개하는 글로 오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를 보겠다고 일찍 일어나 서둘다 보니 낮에 너무 피곤해서 숙소에 들어와 쉬다가 5시 정도에 다시 나갔다.

이번에는 그 유명한 부킷 빈탕으로 향했다.

쇼핑을 하려는 것이 아니고 저녁을 먹기위한 출발이었다.




낮에 Hope on Hope off Tuor버스를 타고 한 바퀴 돌면서 대충 위치들을 익혀 두었고, 어떤 분위기인지도 파악을 했다.

참, 이 투어버스는 오자마자 아무 것도 모를 때 타기 보다는 약간이라도 방향감각을 갖게 되었을 때 타면 좋을 것 같다. 

주요 지점들이 그냥 걸어도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데, 돌고 돌면서 마치 아주 먼 거리인줄 착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푸두 센트럴 터미널

통신 스트리트에 있는 마사지샵


숙소에서 가면서 어렵지 안하게 통신 스트리트 쪽으로 접어들었다.

처음 보게된 마사지집에 가격이 얼마인지 보다가 마사지사들이 나오는 바람에 그냥 따라 들어갔다.

1시간에 RM40하는 발마사지를 받겠다고 하고 들어갔다.

따듯한 물이 담긴 대야에 발을 담그게 하고는 돌아 앉게 하고는 먼저 어깨를 주무른다. 이상하다. 아무리 발마사지를 하더라도 마무리 할 때 어깨를 주물러주는데... 할 쯤 다른 마사지사가 메뉴판을 가져온다.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이지? 이미 발 마사지 한 시간 40링깃짜리 한다고 들어왔는데. 이 사람들 은근히 65링깃하는 어깨, 등, 머리까지 포함되는 것을 하라고 유도한다. 처음엔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몰라서 오케이했다가, 아닌 것 같아 다시 불러서 40을 가리켰는데, 하는 소리가 '어깨 등 머리까지 받는 것이 좋다'는 말을 반복하는 거다. 아~ 이런 바가지 상술이 있나! 태국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이었다. 

역시 중국계는 뭘해도 다르다. 마사지 숍의 분위기도 완전히 중국풍이고 마사지사들도 거의 중국 말을 쓰는 거다. 아~ 이렇게 화교들이 돈을 버는구나 싶었다. 그러면 안되지만 '귀찮아서' 알았다고 하고 마사지를 계속 받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가냘픈 마사지사 아가씨가 생각했던 것보다 야무지게 마사지를 한다. 발마사지를 받을 때는 몇 번이나 잠이 들었는 지 모른다. 쓸어내리다가 걸리는 부분이 있으면 그곳을 더 집중적으로 하는 센스. 물론 그럴수록 더 아프지만 시원한 느낌도 드는 것이 사실이니. 암튼 바가지 상술에 넘어가긴 했지만 시원한 마사지로 용서하기로 했다.


스타힐 갤러리


파빌리온




그렇게 마사지를 받고 나오니 거의 7시가 되어 부킷 빈탕의 시작점이고 오늘의 부킷 빈탕을 있게한 파빌리온으로 저녁을 먹으러 이동했다.

파빌리온에서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나라 말레이시아는 큰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이 곳 저 곳에 크고 거대한 것들을 잘도 만들어 놓았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백화점부터 저렴한 푸드코트까지 없는 것이 없는 것 같다.

그 크기며, 내부 구조가 입이 쩍 벌어졌다.

솔직히 거기서 팔고 있는 것들과 나는 별 관계가 없기에 바로 푸드 리퍼블릭을 찾아 지하로 내려갔다.

와~ 왜 리퍼블릭이라는 말을 붙였는지를 금방 알 수 있다. 끝이 안 보인다...

배가 고팠으므로 바로 한식당 다온에서 운영한다는 '삼삼'을 찾았다.

그리고 약간 고민을 하다가 가장 무난한 김치찌개를 주문했다.

외국 여행 중에는 라면이 가장 그립고, 그 다음으로 김치찌개와 된장찌개이다.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는 아플 때 먹으면 병도 났는 것을 봤다. ㅋㅋ

외국에서 먹을 수 있는 김치찌개로는 이 정도면 됐다 싶을 수준의 딱 그 정도의 맛이었다.

추천을 하라고 하면 할까 말까 살짝 고민을...






파빌리온 안을 대충 돌아보다 나와서 숙소로 갈까 하고 방향을 잡다가 불현듯 떠오르는 이름...

페트로나스!

맞다. 그 야경을 꼭 봐야한다고 다짐하고 있었는데.

고개를 돌렸더니 타워의 끝부분이 하얗게 빛나고 있는 거다.

가야한다. 꼭 가서 내 눈으로, 내 카메라도 담아오리라. 

작정하고 찾아 가려고 하는데, 지도도 없고, 어느 길로 가야하는 지도 모르겠어서 일단 낮에 버스로 이동했던 길을 더듬거리며 출발을 했다.

파빌리온을 겉으로 돌아 차도를 서너 개를 건너고 땀을 살짝 흘리며 걷고 있는데

이상하게 내가 가는 길 위로 터널처럼 생긴 육교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거다.

출발점은 내가 내려온 파빌리온의 반대쪽이었다.

좀 더 걷다가 올라가는 계단이 있길래 가서 봤더니 안내판에 수리아KLCC도 써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알게 됐다. 파빌리온에서 아쿠아리아 KLCC가 이 워크웨이로 연결되고, 계속 가면 KLCC공원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글쎄 에어콘도 빵빵하게 나오고 있었다.

아~ 미리 알았으면 편하게 갔을텐데, 숙소에 와서 가이드북을 보니 팁 부분에 잘 안내가 되어 있었다.

아무튼 복잡한 도심 위를 위크웨이로 관통하도록 해 놓은 센스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사지숍에서의 경험을 생각해 보니 이거 혹시 차이니즈들의 발상이 아닐까 의심이 갔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다시금 마주한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는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공원에서는 음악에 맞춰 형형색색의 물줄기를 쏘아 올리는 분수 쇼가 벌어지고 있었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분수 주변에 앉아서 물과 빛의 향연을 감상하고 있었다.

아~ 여기는 밤이 더 좋구나!!!

오전에 타워 관람 매표대에서 앞에 선 서양인 부부가 저녁 7시 것을 끊는 것을 보고 살짝 고민을 했었는데,

이 시간에 올라가면 낮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보겠구나 싶었다.

그래도 아래에서 이 거룩한(여기다 붙이면 안 되는 줄 알지만...) 빛에 감싸인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만으로도  황홀하고 만족스러웠다.


쿠알라 룸푸르는 밤이 더 좋아!


수리아 KLCC지하 로띠보이에서 빵과 번을 사들고 LRT를 타고 세 정거장 마지드 자멕 역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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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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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마다 돈벌이를 위해 관광산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물론 어떤 나라는 아무리 해도 전반적인 분위기가 조성이 안되는 경우도 있긴 하다. 한국이 그런 것 같다.

반면 동남아나 유럽을 보면 관광이 그 나라를 먹여살리는 경우들을 보게 된다.

그래서 그런 곳에 가보면 관광객들이 주요 포인트를 이동할 때 전혀 어려움이 없다.

오히려 내국인들이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을 정도이다.


몇 곳을 돌아다니면서 그 나라가 주력으로 팔고 있는 관광상품의 유형이 좀 나오는 것 같다.


첫번째는 짧게는 몇 십년에서 길게는 수십 수세기 전의 유적을 파는 경우이다.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나 태국의 아유타야, 이집트의 피라미드 같이 수 백 수 천 년 전의 유적이 그렇고,

태국 콰이강의 다리나 캄보디아 킬링필드, 베트남의 구찌 터널 같이 100년 내에 지어진 것들도 그렇다.

이 곳들은 오늘날에는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다.


두번째는 과거의 것이지만 오늘도 사용하고 있는 경우이다.

예를들어 라오스의 루앙푸라방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인데, 여전히 사찰들이 운영되고 있고,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과 게스트하우스들이 활성화되어 있다.

이는 페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각 종교의 사원들이 여전히 기도와 예배를 위해 사용되고 있어서

때때로 여행자들이 들어가기 머뭇거려지 지기도 한다.

이런 곳들은 오늘의 사람을 위해 과거의 유물을 어디까지 바꿀 것인가 딜레마가 존재한다.


세번째는 자연이 만들어 놓은 장소로, 사용여부나 시기로 구분하기는 어려운 곳들이다.

가보진 않았지만 미국의 그랜드 캐년이나 5대호, 터키의 갑바도기아나 파묵칼레 같이 대부분의 섬과 비치, 산들이 이런 유에 속할 것이다.

아마도 이런 곳들은 또다시 자연적인 변화가 있지 않는한 거의 영구적으로 돈을 벌어주는 효자노릇을 할 것이다.


네번째는 오늘날에 와서 만들어진 건물이나 지역이 명소가 되는 경우이다.

각 도시마다 높게 솟아 있는 타워들이 그렇고, 고난도의 건축기술이 필요한 건설-토목공사로 만들어진 건출물들이 그렇다.

말레이시아를 놓고 보면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를 들 수 있겠다.

(오늘 페트로나스 빌딩을 얘기하려고 이렇게 장황한 도입을 하고 있다.)


첫번째와 세번째의 경우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어찌할 수 없고,

두번째와 네번째의 경우는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가변적일 수 있겠다.

사실 쿠알라룸푸르에 오면서 다른 것을 보겠다는 마음보다는 쌍둥이 빌딩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다.

다른 곳, 차이나타운, 사원들, 시장, 쇼핑센터는 가보면 솔찍한 심정으로 거기서 거기고 다리만 아프다.

물론 섬세한 차이점들을 발견하는 재능이 있거나, 다양한 먹거리나 쇼핑거리를 찾는 사람이라면 다를 수도 있겠다.

아무튼 쿠알라 룸푸르에 들어오면서 멀리 트윈 타워가 눈에 들어오자, 마치 그리스에 갔을 때 아테네 시내로 접어들며 아크로폴리스 위의 파르테논 신전을 발견했을 때 그 두근거림이 그대로 느껴졌다.

자연이 이루어낸 작품들도 볼 때 감동을 주고, 과거의 건출물들이 경탄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최근에 만들어진 건축물 또한 큰 감명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페트로나스 빌딩을 보고 알게됐다.







아침 8:30부터 스카이브리지와 86층 전망대에 올라가는 표를 판다고 해서 8:00에 서둘러 나갔다.

40분 정도에 도착했는데 벌써 표를 사려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가장 빠른 시간이 10:15이었다. 입장료는 RM80(약 32,000원)이다. 악!

표를 끊고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수리아KLCC 이곳 저곳을 둘러봤다.

토요일이어서 많이 붐빌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한산한 편이었다.


드디어 시간이 되었고, 공항 디파쳐 게이트 못지 않은 꼼꼼한 검색대를 통과해 입장을 했다.

엘리베이터 사이즈에 딱 맞는 숫자의 인원이 같은 색의 명찰을 걸고 함께 이동한다.

스카이브리지에서 15분, 전망대에서 20분 이동하는데 10분 잡아서 45분 정도 관람한 것 같다.

사실 안에서 찍는 사진은 그리 멋이 있지 않다.

웅장하고 기묘한 건물의 외부를 배경으로 찍는 사진이 압권인 것 같다.

그럼에도 그 건물 안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과 2번 타워에서 1번 타워를 보면서 느끼는 감동은 정말...

감동의 핵심은 이렇게 큰 건물을 설계한 것도 대단하고, 그 설계대로 작은 볼트 하나에서 커다란 철제들까지 정말 한치의 오차도 없이(있었을 것 같지만) 이어맞출 수 있었는 지 입이 쩍 벌어진다.

그래서 페트로나스 쌍둥이 빌딩에 올라와서 멀리 바라보는 것보다 바로 유리창 바로 옆에 있는 건물의 외벽이 더 신기하고 기막힌 볼거리였다.










여기서 꼭 집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있는데,

지금 쿠알라 룸푸르를 넘어 말레이시아 전체를 통틀어서 이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를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 같다. 

관광의 중심에 이 건물을 놓고 있다. 

주변에 있는 관광지에서는 이 페트로나스 트윈타워가 보이느냐 안 보이느냐가 중요한 입지 조건이라고 한다.

그런제 잘 생각해 보면, 이것이 정말 말레이시아의 것일까?

미국사람이 설계하고, 한국과 일본이 하나씩 세운 것이다.

물론 자본은 말레이시아에서 나왔잖느냐고 하면 할 말은 없다.

돈문제 때문에 단군이래 최대 사업이라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도 좌초했으니.

아무튼 여기 쿠알라 룸푸르의 중심에 서 있으니 그들의 것이고 그들의 자랑이고 그들의 관광자원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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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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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알라 룸푸르 숙소 Hotel Happy Holiday

쿠알라 룸푸르 푸두 터미널에 4시에 도착했고, 숙소에 도착하니 5시가 좀 못되었다.

숙소 자체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복이 터졌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쿠알라 룸푸르 대중교통의 중심인 KL 센트럴 다음가는 곳인 마지드 자멕 역 코앞에 숙소가 있는 것이다.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아고다에서 잡은 것인데, 감동에 감동이다. 1층에는 커피숍, 세븐 일레븐, 버거킹이 있고, 길 건너에는 맥도날드도 보인다.

여행을 하면서 가능한 현지 음식을 먹는 것이 원칙이지만 늘 그럴 수만은 없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거들떠 보지도 않던 버거킹도 얼마나 반가운 지 모른다.

더구나 태국보다 많이 부족하지만(이상한 점) 세븐 일레븐도 바로 호텔 로비 옆에 있으니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KTM Komuter



숙소에 들어가 짐을 풀지도 않고 바로 첫번째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바로 '바투 케이브(동굴)'이다.

LRT 마지드 자멕 역에서 KL 센트럴 역으로 가서 KTM Komuter Sentul Line으로 갈아탄다.

KL센트럴 역은 정신없기가 장난이 아니다. 

서울역보다도 작은 공간인 것 같은데 몇 개의 노선이 교차하는 지, 거기다 공항버스와 택시까지 연계되어 있다고 안내를 하고 있다.

암튼 내가 타고온 LRT 라인과 바트 동굴로 가는 KTM라인은 바로 옆에 붙어있어서 표 끊는 시간만 없다면 곧바로 갈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아쉬운 것은 장기권이야 연계가 되어 있는 것 같은데, 1회용의 경우는 연계해서 끊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BRT와 MRT의 역이 전혀 연결되어 있지 않아 환승의 의미가 없었던 방콕보다는 낫지만,

티켓 사정은 매한가지였다. 그런 불편을 모두 느낄텐데 왜 개선하지 않는 것일까.

(KL센트럴 사진, 또 열차 티켓 두 가지 사진)


바투 동굴로 가는 열차는 정말 천천히 갔다. 

페트로나스 쌍둥이 빌딩이 계속 보여서 신기해 하고 있을 즈음 밖이 어두워지더니 빗방울이 열차 유리를 때리기 시작했다.

뭐 많이 올까 했는데, 점점 굵어지는 거다. 아이고 이러면 안되는데...


바투 케이브 역 도착



바투 동굴 역에 내렸는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역을 떠나지 못하고 빗방울이 잦아들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바로 왼편 사원에 거대한 푸르둥둥한 원숭이 영웅하누만 상이 인상적이었다.

아~ 저기 거대한 무르간 상도 보이는데, 참 답답한 노릇이었다.

쿠알라 룸푸르에 머무는 날 수는 4일이지만 오늘도 좀 있으면 다 가고 내일은 토요일, 모레는 일요일인데 투표일이라고 한다. 그러니 주말과 투표가 있는 일요일이 얼마나 정신없이 지나갈까. 그리고 마지막 월요일은 말라카에 갔다가 바로 공항으로 가야한다. 그러니 다시 바투 케이브로 올 수 있는 여유가 없다.

그런 생각의 줄다리기가 오가고 있을 때, 비가 약간 잦아든 느낌이었다. 물론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지만.

그래 다시 올 수 없을 지도 모르니 비가 나를 막을 수는 없지.

가방 꼭 붙들고 뛰었다. 일단 거대한 황금 무르간 앞까지. 


황금색 거대한 무르간


와~ 탄성이 나오는 거대한 크기. 42.7m가 그냥 큰 정도가 아니었다. 

저런걸 하나 떡 하니 세워두니 이 곳이 완전 업그레이드됐을 것은 뻔한 거다.

사실 그 옆에 계단이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데, 272개의 계단이면 작은 규모가 아닌데 무르간 덕분에 별거 아닌 것으로 보이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비 때문에 서둘러 오르다가 숨차서 죽을뻔 했다.

세 개로 구분되어 있는 계단은 과거에 지은 죄, 현재 지은 죄, 미래에 지은 죄를 각각 오르고 내리며 참회하라는 뜻으로 그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사실 이 바투 동굴 투어의 최고 하이라이트는 계단을 오르는 것까지가 아닐까 싶다.


동굴 내부




동굴은 거대하고 또 아름다운(?) 부분들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렇게 확 다가오지는 않았다.

힌두교 신자들이 기도를 할 수 있는 사원이 있는데 그 규모도 작고 동굴과 조화를 이루고 있지도 못하다.

비가 오는 저녁에 봐서 그런지 최소한 내 느낌은 그랬다.

비만 안 왔어도 계단을 천천히 오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텐데 참 아쉽다.


바투 동굴 후기

비는 어떻게 됐을까?

점점 더 내려서 도무지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다. 

곳곳에 물웅덩이가 만들어졌고, 하나 있던 우산파는 가게도 문을 닫아버렸다.

겨우 편의점까지 달려가서 허기를 달래고는 문 앞에 서서 또다시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렸지만 전혀 그럴 기미가 안보였다. 

그래서 신발 벗어 들고 가방 끌어 안고 기차역까지 달렸다. 와 이건 비를 향해서 달리는 것이었다.

내리는 모든 물줄기가 다 나에게 쏟아지는 것 같았다.

비맞은 생쥐꼴로 어설픈 자세로 열차 안에 앉아 에어컨 바람에 옷과 머리를 말리며 다시 온 길을 거꾸로 돌아왔다.


바투 동굴 관광을 한 것이 아니라 쿠알라 룸푸르의 우기를 보고왔다.

비가 쏟아질 때는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어쩔 수 없으면 맞으면 된다.

그 비도 그칠 때가 있을 것이고, 흠뻑 젖은 옷과 몸은 다시 몸의 열과 바람에 마르게 될 것이다.

비가 온다고 불평하지도 말고, 그렇다고 잘 피했다고 너무 기뻐하지도 말자.

지금 보는 것, 지금 가진 것, 지금 상황은 내 소망과 예측대로 계속되지 않을테니까.

그저 비가 내리면 비를 맞고, 개이면 말리면 된다.

이것이 땅에 발을 딛고 빗방울 하나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인간의 길이 아닐까.



빗물에 흠뻑 젖은 운동화에서

코를 댈 수 없을 만큼 악취가 나서

바로 요걸 구입해 사용했는데

정말 효과 만점이었다는...

하얀 부분을 운동화에 깔창에 대고

누르면 운동화 안쪽까지 분사가 되서

사용하기도 정말 편리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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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낭에서 쿠알라 룸푸르 가기


늘 긴장되는 것이 이동하는 일이다.

자유여행을 할 때, 스스로 찾아 다니며 예약하고 승하차하는 과정은 여간 신경이 곤두서는 일이 아니다.

말레이시아를 여행하게 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않았었기에 부족한 준비로 더 애를 태웠다.


페낭에 온 것도 신기한데, 이제는 수도 쿠알라 룸푸르까지... 대단한 여정이다.

페낭과 다른 도시를 연결하는 터미널이 숭아이 니봉 터미널이다.

다른 곳을 여행할 때는 항상 먼저 답사하고, 예매도 했었다.

페낭에서는 주로 이동하는 길에 터미널이 위치하지 않아 인연이 닿지를 않았다.

올 때는 조지타운으로 바로 왔고, 중간에 갔다올 짬이 나지 않았다.

걱정을 하고 있을 때, 예기치 않은 사람에게서 터미널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는 정보를 얻었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아침을 먹고 있는데, 인도계 말레이시아 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처음엔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이 사람의 정체는 다른 게스트 하우스를 홍보하기 위해 살짝 들린 사람이었다.

자신의 게스트 하우스를 아는 사람들에게 알려달라고 부탁하면서,

쿠알라 룸푸르로 가는 방법을 꼼꼼하게 일러줬다.

쿠알라 룸푸르로 갈려면 우선 게스트하우스에서 예매하지 말란다.

게스트하우스에서는 RM40을 받지만, 콤타에 가면 RM30이면 된단다.

 

콤타는 시내버스들이 통과하는 터미널인데, 쿠알라 룸푸르로 가는 버스도 있나?

의구심이 들었지만 페낭힐을 가는 길에 콤타에서 장거리 버스회사 사무실들을 확인했다. 

정확히 말하면 콤타에 있는 여행사 사무실에서 예매를 하면, 콤타에서 승객을 태운 버스가 숭아이 니봉 터미널로 가고,

그 버스 그대도 갈 수도 있고, 여정이 다를 경우 다른 버스로 옮겨타고 가게 된다고.

아~ 참 편리하다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단, 다른 점은 버스티켓이 RM30이 아니라 35였다는 것.


5월 3일 오전 11시 버스인데, 콤타에 30분 일찍 나오라고 해서 시간 맞춰갔다.

나 말고도 네 명이 더 있었고, 터미널까지 실어다 준 버스는 말라카행 버스였다.

버스를 옮겨타고 인원 점검을 하고 출발하니 11시 10분 쯤이었다.

 

가이드북이나 인터넷 여행기에 보면 네 시간 걸린다고 되어 있고, 사무실에서는 5시간 걸린다고 했는데, 이체하고 쉰 시간을 빼면 네 시간 걸렸다.

에누리 없이 오후 4시에 쿠알라 룸푸르 푸두 센트럴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계산해 보면 10분 늦게 출발했고, 중간에 40분 쉬고, 푸드 센트럴 오기 전에 다른 곳에서 몇 명 내려주느라 돌고. 그런 것 생각해 보면 네 시간 걸리는 것이 맞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한국 같으면 네 시간은 쉬지도 않고 갔을텐데.


이미 핫야이에서 말레이시아 넘어올 때부터 느낀 것이었지만

말레이시아의 고속도로, 도로는 정말 잘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일단 현대건설이 만든 페낭과 버터워스를 잇는 다리부터 시작해서 고속도로는 정말 한국과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어떤 구간은 더 잘 정비한 것 같았다.


그런데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휴게소였다. 이게 휴게소인지 주차장인지 분간이 안 가는 곳에 서더니 40분이나 쉰다.

화장실은 저 멀리 언덕 위에 있고, 길거리 간식거리 파는 부스 세 개 정도 있는 데 거기에 

과일과 빵 종류와 스넥, 음료가 조금 있을 뿐이었다.

아직 이런 부분에서는 발달이 되지 못한 것 같다.



인터넷 글들에 보면 푸드 센트럴에서 말레이시아의 모든 곳으로 갈 수 있다고 써 놓은 것을 봤는데, 그렇진 않아 보였다. 주로 북쪽으로 가는 버스들이 오가고,

말라카 같은 곳은 반다르 타식 셀라탄 역에서 연결되는 TBS에서 갈 수 있다.


20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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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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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인들이 라오스의 제일가는 관광도시 루앙프라방에 와서 어떤 느낌을 받을까? 자신들의 지배로 사찰을 제외하고 라오스의 전통은 사라지고, 유럽의 작은 마을을 연상하게 하기에 그것에서 만족스러움을 느낄까? 이처럼 인도차이나 곳곳에 식민지배의 흔적들이 이제는 관광상품으로 각광받으며 외화벌이의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이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수리와 재건축을 통제받으면서 루앙프라방의 모습은 그렇게 이국적인 모습을 계속 유지할 거다.

한 도시가 세계적인 관광지게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곳에 살고 있는 현지인들의 소외를 의미하는 것 같다. 특히 라오스처럼 경제력이 미약한 나라에서는 현지인들은 관광지의 높은 물가를 감당할 수 없어 외곽으로 외곽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도시 내부는 관광객들을 위한 숙소, 식당, 여행사, 마사지샵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웬만한 식당의 음식 가격은 주변에 더 잘 사는 태국이나 베트남에 비해 높다. 관광객들을 위한 음식의 식자제들이 거의 수입에 의존되기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아무튼 관광지 물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라오스는 사람이 좋아서 찾아가는 곳이다. 그런데 루앙프라방을 포함한 대개의 관광지에서는 그 '사람'을 만나기 어렵게 되어버렸다. 좀 과한 표현이긴 하지만, 온통 관광객들의 주머니만 노리는 이들로 가득할 뿐이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발품을 팔아 좀 더 걸어나가야 하는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

라오스... 참 좋은 곳이지만, 그것이 관광객들 만을 위한 것인 것 같아 좀 씁쓸하다.



숙소 레스토랑에서 먹은 아침 식사. 완전 유럽의 어느 바Bar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메뉴이다.


나이 지긋한 서양인 관광객들이 가이드르이 설명을 듣기위해 모여있다.

같은 단체여도 한국인 단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최소한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노력이 보이고, 복장 또한 아웃도어 일색인 한국사람들에 비해 훨씬 편안해 보인다. ㅎㅎ


나이트 마켓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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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으로 내려가는 슬로보트 안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한 여성이 뒤쪽에 있는 화장실 문에 손이 끼여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의사를 찾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순간 그 보트 안에 의사가 다섯 명이나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각자 자신의 크고 작은 가방(키트)을 들고 뒤쪽으로 갔고, 응급처치가 이루어졌다. 다행히 부상이 심하진 않았던지 잠시 후 의사들은 속속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 중 한 사람이 사진의 주인공인 캐나다 출신의 의사다. 뭐 내가 대화를 나눈 것은 아니고, 앞뒤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 그가 어디 출신인지를 알 수 있었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옆 자리에 앉아서 하루 정도를 같이 이동했지만, 별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없었다. 보통 서양인들은 자기들끼리 어울리고 동양인에게 별 관심이 없다. 아마 예쁜 여성이었다면 말을 걸어왔을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이틀 동안 한 배에 타고 루앙프라방에 도착해서는 각자의 숙소를 찾아갔다.

도착한 날 저녁에 나이트 마켓과 식당 등을 돌아다닐 때 같이 배를 타고 온 이들을 보게 되지만 아는 척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캐나다 출신 의사는 친해진 다른 서양인들과 함께 시장으로 들어서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너무도 반갑게 인사를 한다. "Hello! How are you?" 하며 나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지나간다. '한 배를 탔던 인연'을 기억하고 있다는 너무도 강렬한 표현이었다.

우연이겠지만, 여행을 하면서 동양인인 나에게도 친절하게 대해준 사람은 거의 예외없이 캐나다인이었다. 일반화의 오류를 범한다고 비판을 듣는다해도, 난 캐나다 사람들이 제일 친절하고 잰틀하다고 말하고 싶다. 혼자 여행하는 남자 동양인을 따듯하게 대해준 고마움에서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 말을 잘 하는 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이 사람을 대하는 따듯한 태도를 높이 사고 싶다. 결국 생각보다, 말보다 더 중요한 것이 몸에 배어 있는 태도인 것 같다. 말 몇 마디 나누고 판단하기 보다 그와 함께하며 그가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 지, 특히 무시할 수도 있는 작은 이들을 어떻게 대하는 지로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이 사람도 슬로우보트를 타고 루앙프라방으로 함께 온 사람이다. 

들고 있는 악기는 스위스 것이지만 정확히 스위스 사람인지 프랑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이 사람은 태국 빠이에서도 봤고, 치앙마이에서 치앙콩 오는 그린버스도 함께 탔으니까 

최소한 네 번은 같은 공간에 있었던 것이다.

치앙마이에서도 봤다고 했더니 더 반가워하면서 CD에 사인도 해주었다(구입함).

악기를 연주하며 여행경비를 충당하는 것 같았다.

바구니에 담긴 CD는 우리 돈으로 8,000원 정도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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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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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이면서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핫야이.


나 역시 말레이시아로 가기위해 하루 묵어가며 반신반의했던 곳이다.

듣던 것처럼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기분 풀러 오는 국경도시임에 틀림없고,

그래서 중국색이 느껴졌고, 인도 분위기도 살짝(말레이시아에 화교와 인도인이 많음) 풍기는 것도 사실이다.

태국이 아니고 중국의 변방 어떤 도시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핫야이 근방부터 아래쪽으로 과거 이슬람 왕국이 있었던 곳이다.

태국에 합병되기는 했지만, 최근까지도 분리독립을 원하는 움직임이 살아있다.

지난 해에도 폭탄 테러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게는 여행금지 지역이다.

가이드북에 핫야이에 대한 소개가 왜 없을까 했는데 그런 이유때문인 걸까.

21세기를 달려가는 인류는 오늘도 여전히 과거의 산물인 종교의 다름에 묶여있다.

종교는 정치와 뗄 수 없다는 것을 이런 경우들이 보여주는 것 같다.

한국에서도 정교 분리를 말하지만, 때로 종교가 더 정치색을 띄는 것을 본다.

그것도 자신의 종교적 본질에 충실하기 위해서가 아닌 이해득실로 인해 투쟁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종교는 작은 자를 소중히 여기는데 그 목적이 있는데

작은 자, 힘 없는 자를 너무도 무참히 희생시키는 것을 보면 이제 종교들이 간판을 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얘기가 너무 멀리 갔는데, 핫야이에 아주 잠깐 머물렀지만 매력 포인트를 찾았다.

물가가 방콕이나 푸껫보다 싸고, 음식문화가 발달해 있다는 것이다.

여기저기 차이나타운 풍의 붉은색으로 장식한 식당들이 넓은 공간을 자랑하고 있고,

그 안은 중국사람으로 보이는(관광객이거나 현지인) 이들이 북적인다.

그렇게 섞인 문화로 인해 태국요리이지만 중국요리 향기가 난다.



마사지도 저렴하게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핫야이 센트럴 호텔 맞은편에 있는 작은 마사지 숍에 마사지를 받았는데,

발마사지 1시간에 180B이었다.

물론 치앙마이는 130B을 하기도 했지만,

그 발마사지와는 퀄리티가 달랐다. ㅎㅎ 개인차가 있겠지만.


사람들이 많이 온다는 것 하나로 이렇게 도시가 형성되고 성장한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렇지, 사람들이 있으니 도시가 되는 거지... 무식하긴 ㅋㅋ

내심 말레이시아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그들로 인해 부를 쌓아가는 아이러니가 있는 곳이다.


콘 까울리(한국사람)라고 하면 자기들끼리 까울리 까울리 하면서 소란을 피운다.

말을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아마도 한국사람 왔다, 한국사람이야~ 하는 것 같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한국사람을 반갑게 대해주는 것은 나쁘지 않다.


저녁 무렵 도착해 목격한 도시와 하늘, 그리고 이른 아침의 도심과 하늘이 꽤 매력 있는 핫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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