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마다 돈벌이를 위해 관광산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물론 어떤 나라는 아무리 해도 전반적인 분위기가 조성이 안되는 경우도 있긴 하다. 한국이 그런 것 같다.

반면 동남아나 유럽을 보면 관광이 그 나라를 먹여살리는 경우들을 보게 된다.

그래서 그런 곳에 가보면 관광객들이 주요 포인트를 이동할 때 전혀 어려움이 없다.

오히려 내국인들이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을 정도이다.


몇 곳을 돌아다니면서 그 나라가 주력으로 팔고 있는 관광상품의 유형이 좀 나오는 것 같다.


첫번째는 짧게는 몇 십년에서 길게는 수십 수세기 전의 유적을 파는 경우이다.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나 태국의 아유타야, 이집트의 피라미드 같이 수 백 수 천 년 전의 유적이 그렇고,

태국 콰이강의 다리나 캄보디아 킬링필드, 베트남의 구찌 터널 같이 100년 내에 지어진 것들도 그렇다.

이 곳들은 오늘날에는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다.


두번째는 과거의 것이지만 오늘도 사용하고 있는 경우이다.

예를들어 라오스의 루앙푸라방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인데, 여전히 사찰들이 운영되고 있고,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과 게스트하우스들이 활성화되어 있다.

이는 페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각 종교의 사원들이 여전히 기도와 예배를 위해 사용되고 있어서

때때로 여행자들이 들어가기 머뭇거려지 지기도 한다.

이런 곳들은 오늘의 사람을 위해 과거의 유물을 어디까지 바꿀 것인가 딜레마가 존재한다.


세번째는 자연이 만들어 놓은 장소로, 사용여부나 시기로 구분하기는 어려운 곳들이다.

가보진 않았지만 미국의 그랜드 캐년이나 5대호, 터키의 갑바도기아나 파묵칼레 같이 대부분의 섬과 비치, 산들이 이런 유에 속할 것이다.

아마도 이런 곳들은 또다시 자연적인 변화가 있지 않는한 거의 영구적으로 돈을 벌어주는 효자노릇을 할 것이다.


네번째는 오늘날에 와서 만들어진 건물이나 지역이 명소가 되는 경우이다.

각 도시마다 높게 솟아 있는 타워들이 그렇고, 고난도의 건축기술이 필요한 건설-토목공사로 만들어진 건출물들이 그렇다.

말레이시아를 놓고 보면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를 들 수 있겠다.

(오늘 페트로나스 빌딩을 얘기하려고 이렇게 장황한 도입을 하고 있다.)


첫번째와 세번째의 경우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어찌할 수 없고,

두번째와 네번째의 경우는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가변적일 수 있겠다.

사실 쿠알라룸푸르에 오면서 다른 것을 보겠다는 마음보다는 쌍둥이 빌딩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다.

다른 곳, 차이나타운, 사원들, 시장, 쇼핑센터는 가보면 솔찍한 심정으로 거기서 거기고 다리만 아프다.

물론 섬세한 차이점들을 발견하는 재능이 있거나, 다양한 먹거리나 쇼핑거리를 찾는 사람이라면 다를 수도 있겠다.

아무튼 쿠알라 룸푸르에 들어오면서 멀리 트윈 타워가 눈에 들어오자, 마치 그리스에 갔을 때 아테네 시내로 접어들며 아크로폴리스 위의 파르테논 신전을 발견했을 때 그 두근거림이 그대로 느껴졌다.

자연이 이루어낸 작품들도 볼 때 감동을 주고, 과거의 건출물들이 경탄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최근에 만들어진 건축물 또한 큰 감명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페트로나스 빌딩을 보고 알게됐다.







아침 8:30부터 스카이브리지와 86층 전망대에 올라가는 표를 판다고 해서 8:00에 서둘러 나갔다.

40분 정도에 도착했는데 벌써 표를 사려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가장 빠른 시간이 10:15이었다. 입장료는 RM80(약 32,000원)이다. 악!

표를 끊고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수리아KLCC 이곳 저곳을 둘러봤다.

토요일이어서 많이 붐빌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한산한 편이었다.


드디어 시간이 되었고, 공항 디파쳐 게이트 못지 않은 꼼꼼한 검색대를 통과해 입장을 했다.

엘리베이터 사이즈에 딱 맞는 숫자의 인원이 같은 색의 명찰을 걸고 함께 이동한다.

스카이브리지에서 15분, 전망대에서 20분 이동하는데 10분 잡아서 45분 정도 관람한 것 같다.

사실 안에서 찍는 사진은 그리 멋이 있지 않다.

웅장하고 기묘한 건물의 외부를 배경으로 찍는 사진이 압권인 것 같다.

그럼에도 그 건물 안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과 2번 타워에서 1번 타워를 보면서 느끼는 감동은 정말...

감동의 핵심은 이렇게 큰 건물을 설계한 것도 대단하고, 그 설계대로 작은 볼트 하나에서 커다란 철제들까지 정말 한치의 오차도 없이(있었을 것 같지만) 이어맞출 수 있었는 지 입이 쩍 벌어진다.

그래서 페트로나스 쌍둥이 빌딩에 올라와서 멀리 바라보는 것보다 바로 유리창 바로 옆에 있는 건물의 외벽이 더 신기하고 기막힌 볼거리였다.










여기서 꼭 집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있는데,

지금 쿠알라 룸푸르를 넘어 말레이시아 전체를 통틀어서 이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를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 같다. 

관광의 중심에 이 건물을 놓고 있다. 

주변에 있는 관광지에서는 이 페트로나스 트윈타워가 보이느냐 안 보이느냐가 중요한 입지 조건이라고 한다.

그런제 잘 생각해 보면, 이것이 정말 말레이시아의 것일까?

미국사람이 설계하고, 한국과 일본이 하나씩 세운 것이다.

물론 자본은 말레이시아에서 나왔잖느냐고 하면 할 말은 없다.

돈문제 때문에 단군이래 최대 사업이라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도 좌초했으니.

아무튼 여기 쿠알라 룸푸르의 중심에 서 있으니 그들의 것이고 그들의 자랑이고 그들의 관광자원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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