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 룸푸르 숙소 Hotel Happy Holiday

쿠알라 룸푸르 푸두 터미널에 4시에 도착했고, 숙소에 도착하니 5시가 좀 못되었다.

숙소 자체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복이 터졌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쿠알라 룸푸르 대중교통의 중심인 KL 센트럴 다음가는 곳인 마지드 자멕 역 코앞에 숙소가 있는 것이다.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아고다에서 잡은 것인데, 감동에 감동이다. 1층에는 커피숍, 세븐 일레븐, 버거킹이 있고, 길 건너에는 맥도날드도 보인다.

여행을 하면서 가능한 현지 음식을 먹는 것이 원칙이지만 늘 그럴 수만은 없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거들떠 보지도 않던 버거킹도 얼마나 반가운 지 모른다.

더구나 태국보다 많이 부족하지만(이상한 점) 세븐 일레븐도 바로 호텔 로비 옆에 있으니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KTM Komuter



숙소에 들어가 짐을 풀지도 않고 바로 첫번째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바로 '바투 케이브(동굴)'이다.

LRT 마지드 자멕 역에서 KL 센트럴 역으로 가서 KTM Komuter Sentul Line으로 갈아탄다.

KL센트럴 역은 정신없기가 장난이 아니다. 

서울역보다도 작은 공간인 것 같은데 몇 개의 노선이 교차하는 지, 거기다 공항버스와 택시까지 연계되어 있다고 안내를 하고 있다.

암튼 내가 타고온 LRT 라인과 바트 동굴로 가는 KTM라인은 바로 옆에 붙어있어서 표 끊는 시간만 없다면 곧바로 갈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아쉬운 것은 장기권이야 연계가 되어 있는 것 같은데, 1회용의 경우는 연계해서 끊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BRT와 MRT의 역이 전혀 연결되어 있지 않아 환승의 의미가 없었던 방콕보다는 낫지만,

티켓 사정은 매한가지였다. 그런 불편을 모두 느낄텐데 왜 개선하지 않는 것일까.

(KL센트럴 사진, 또 열차 티켓 두 가지 사진)


바투 동굴로 가는 열차는 정말 천천히 갔다. 

페트로나스 쌍둥이 빌딩이 계속 보여서 신기해 하고 있을 즈음 밖이 어두워지더니 빗방울이 열차 유리를 때리기 시작했다.

뭐 많이 올까 했는데, 점점 굵어지는 거다. 아이고 이러면 안되는데...


바투 케이브 역 도착



바투 동굴 역에 내렸는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역을 떠나지 못하고 빗방울이 잦아들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바로 왼편 사원에 거대한 푸르둥둥한 원숭이 영웅하누만 상이 인상적이었다.

아~ 저기 거대한 무르간 상도 보이는데, 참 답답한 노릇이었다.

쿠알라 룸푸르에 머무는 날 수는 4일이지만 오늘도 좀 있으면 다 가고 내일은 토요일, 모레는 일요일인데 투표일이라고 한다. 그러니 주말과 투표가 있는 일요일이 얼마나 정신없이 지나갈까. 그리고 마지막 월요일은 말라카에 갔다가 바로 공항으로 가야한다. 그러니 다시 바투 케이브로 올 수 있는 여유가 없다.

그런 생각의 줄다리기가 오가고 있을 때, 비가 약간 잦아든 느낌이었다. 물론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지만.

그래 다시 올 수 없을 지도 모르니 비가 나를 막을 수는 없지.

가방 꼭 붙들고 뛰었다. 일단 거대한 황금 무르간 앞까지. 


황금색 거대한 무르간


와~ 탄성이 나오는 거대한 크기. 42.7m가 그냥 큰 정도가 아니었다. 

저런걸 하나 떡 하니 세워두니 이 곳이 완전 업그레이드됐을 것은 뻔한 거다.

사실 그 옆에 계단이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데, 272개의 계단이면 작은 규모가 아닌데 무르간 덕분에 별거 아닌 것으로 보이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비 때문에 서둘러 오르다가 숨차서 죽을뻔 했다.

세 개로 구분되어 있는 계단은 과거에 지은 죄, 현재 지은 죄, 미래에 지은 죄를 각각 오르고 내리며 참회하라는 뜻으로 그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사실 이 바투 동굴 투어의 최고 하이라이트는 계단을 오르는 것까지가 아닐까 싶다.


동굴 내부




동굴은 거대하고 또 아름다운(?) 부분들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렇게 확 다가오지는 않았다.

힌두교 신자들이 기도를 할 수 있는 사원이 있는데 그 규모도 작고 동굴과 조화를 이루고 있지도 못하다.

비가 오는 저녁에 봐서 그런지 최소한 내 느낌은 그랬다.

비만 안 왔어도 계단을 천천히 오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텐데 참 아쉽다.


바투 동굴 후기

비는 어떻게 됐을까?

점점 더 내려서 도무지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다. 

곳곳에 물웅덩이가 만들어졌고, 하나 있던 우산파는 가게도 문을 닫아버렸다.

겨우 편의점까지 달려가서 허기를 달래고는 문 앞에 서서 또다시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렸지만 전혀 그럴 기미가 안보였다. 

그래서 신발 벗어 들고 가방 끌어 안고 기차역까지 달렸다. 와 이건 비를 향해서 달리는 것이었다.

내리는 모든 물줄기가 다 나에게 쏟아지는 것 같았다.

비맞은 생쥐꼴로 어설픈 자세로 열차 안에 앉아 에어컨 바람에 옷과 머리를 말리며 다시 온 길을 거꾸로 돌아왔다.


바투 동굴 관광을 한 것이 아니라 쿠알라 룸푸르의 우기를 보고왔다.

비가 쏟아질 때는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어쩔 수 없으면 맞으면 된다.

그 비도 그칠 때가 있을 것이고, 흠뻑 젖은 옷과 몸은 다시 몸의 열과 바람에 마르게 될 것이다.

비가 온다고 불평하지도 말고, 그렇다고 잘 피했다고 너무 기뻐하지도 말자.

지금 보는 것, 지금 가진 것, 지금 상황은 내 소망과 예측대로 계속되지 않을테니까.

그저 비가 내리면 비를 맞고, 개이면 말리면 된다.

이것이 땅에 발을 딛고 빗방울 하나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인간의 길이 아닐까.



빗물에 흠뻑 젖은 운동화에서

코를 댈 수 없을 만큼 악취가 나서

바로 요걸 구입해 사용했는데

정말 효과 만점이었다는...

하얀 부분을 운동화에 깔창에 대고

누르면 운동화 안쪽까지 분사가 되서

사용하기도 정말 편리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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