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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힘:사람

요즘 과제 때문에 '숨겨진 힘-사람'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경영서적을 많이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대략 이런 책들은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일단 마음에 든다. 아직 앞부분을 읽고 있지만 이 책이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는 대충 알 것 같다. 한 마디로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이고, 성공한 기업들은 그것을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실천했다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은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그러한 생각을 실제로 실천하고 있다. 78p

그래서 이 책의 2장에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사가 어떻게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지 구체적 실례들이 빼곡하다. 이 부분에서 눈길을 끈 것이 인재선발인데, 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직원의 태도라고 한다. 실력이 아닌 태도, 성격을 중심으로 사람을 뽑는다는 것은 자칫 그 과정이 선명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직원들을 면접 과정에 참여시키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을 사람으로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늘려서 최선의 인재를 선발한다고 한다. 사람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선발 담당자가 말하는 태도가 중요한 이유가 걸작이다.

"우리는 지원자의 태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만약 태도에 문제가 있다면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우리 회사에 들어 올 수가 없다. 업무 능력은 교육을 통하여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다. 그러나 성격은 그렇지 못하다." 86p

'성격은 그렇지 못하다'라는 말에서 가슴이 덜컹한다. 요즘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나의 태도, 즉 자동반응 하는 성격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격이 족쇄처럼 나를 붙들고 있다고 느껴지고 있던 참이다. 겉으로는 나이도 먹고, 배우기도 많이 배우고, 말도 고상하게 할 수 있게 되지만 정작 성격이 나를 원래 자리로 끄집어 내린다. 성격은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지만, 성격에 지배되기보다 깨어 있는 의식에 지배도록 훈련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너무도 쉽게 무장해제를 당해 버린다.

암튼 위의 이야기들은 듣고 배워서 아는 것 이상으로 실천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준다. 그리고 사람의 참다운 실력은 동료들과 건강하게 소통할 수 있는 태도라는 것을 알게 한다.

예수님의 방법은 분명히 사람 중심이었다. 그것도 율법주의자들처럼 말로만 한 것이 아니라 실천하셨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고,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찾아 가셔서 살 맞대는 일을 주저하지 않으셨다. 사람들의 한 마디 말을 주의 깊게 들어주셨고, 애정을 가지고 대답해 주셨는데, 그가 적대자라 해도 별 차이는 없었다.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로 대접받는 경험을 한 사람이 어느 순간 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 누군가가 예수님이었다면 그 인생이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사람 소중하다고 떠들지만 말고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구체적 실천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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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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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

「11분」은 ‘마리아’라는 한 브라질 여인의 14년여의 삶을 담고 있다.
처음으로 사랑을 시작하고, 상처받고, 스스로 사랑에 성숙해 가는가를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이 여인의 삶이 어디로 흘러(?) 갈 것인가 애태우게 하는 부분도 있고,
또 왜 11분이라는 제목이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해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읽어 갈수록 마리아가 자신의 삶에 대해 보다 성숙한 태도를 갖게 되고,
무엇보다 지혜로워지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한결 안정감 있게 읽도록 한다.
비록 그녀의 선택이 창녀의 삶이었기는 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최악의 생활은 아니라는데 놀라기도 하면서 안도했다.

물론 내가 그 세계를 모르는 것일 수도 있지만,
한국에서 창녀라고 하면 포주에 의해 모든 삶을 송두리째 지배당하며 혹사당하는 것으로 아는 것이 상식인데, 스위스에서의 창녀는 충분히 독립적이고,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다는 것, 그리고 본인이 확고한 의지만 있다면 돈도 충분히 벌 수 있는 직업이라는데 또 새롭게 다가왔다. 물론 스위스라는 사회 문화적 배경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리라고 본다.

아무튼 ‘11분’은 바로 남자와 여자가 성관계를 가지면서 실제 쾌감을 느끼는 시간이라고 한다.
11분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주인공인 마리아가 수많은 남자들을 상대하면서
남자와 여자의 관계에 허와 실을 깊이 있게 통찰해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그러면서 그런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마리아 또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솔직히 공공연히 판매되는 책에서, 그것도 유명 작가의 베스트셀러 책에서
이렇게 적나라한 성적 표현들을 접하게 될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당혹스러움도 느꼈지만
계속 읽어가며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이해하게 되면서
오히려 우리에게 필요한 대화의 소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성관계라는 것은 인류를 존재케 하는 중요한 만남의 시간일 수 있고,
더구나 대부분의 성인들이 삶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11분」의 시선은 일상적인 삶의 대화에서는 그럴 수 없다손 치더라도 성관계를 나누는 당사자들 간에도 거의 대화가 없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만남인지.
대부분의 부부 간에 이런 대화들은 단절 된다.
그리고 서로를 향해 말하지 않으며 속으로 삭이다 그런 상태를 자연스럽게 수용해 버린다.
마치 도서관 사서 하이디가 자신의 남편과의 관계를 받아들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므로 「11분」이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서로에 대한 솔직한 대화이다.
그것도 성에 대한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
어떻게 할 때 쾌감을 느끼는지에 대해 아는 것도 중요하고,
실제 대화로도 그러할 뿐만 아니라 성관계 자체도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사랑과 이해와 존중이 전제되는 소통, 대화가 실제 오르가즘에 이르는 것보다 진정한 쾌감을 준다는 것이다.

마리아는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한 남자를 만난다.
결국 이 남자와 코엘료 특유의 해피앤딩의 장면을 연출하게 된다.
이 이야기가 실제 인물을 소재로 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이 흥미로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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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상대의 존재보다는 부재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그와 함께 있을 때보다 혼자 있을 때 사랑은 증폭되었다. 22p

인간 존재의 목표는 절대적인 사랑을 이해하는 것이고, 사랑은 타인 속에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속에 있다. 그것을 일깨우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하지만 그것을 일깨우기 위해 우리는 타인을 필요로 한다. 우리 옆에 우리의 감정을 함께 나눌 누군가가 있을 때에야 우주는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155p

“직업여성으로서의 날 원하나요?”
“당신이 원하는 대로의 당신을 원해요.” 168p

"당신이 갖고 싶어 할 물건을 사주는 대신, 나에게 진짜 나에게 속하는 물건을 당신께 드리는 거예요. 선물이죠. 나와 마주 보고 있는 사람에 대한 존중의 표시, 그 사람 가까이에 있는 것이 나한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리는 방식이에요. 당신은 이제 내가 당신에게 자유롭게, 그리고 자발적으로 넘겨준 나 자신의 일부를 소유하는 거예요.” 172p

“늘 꿈꾸었던 사람을 찾아 자세히 관찰해본 사람은 섹스 에너지가 성관계에 우선한다는 사실을 알아요. 가장 큰 쾌락은 섹스가 아니라 섹스에 담겨 있는 정열이죠. 정열이 월등할 때, 섹스를 통해 그 춤을 완수하게 되죠. 하지만 섹스는 결코 본질적인 게 아니에요.” 214p

삶을 통해 누군가를 소유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얼마나 헛된 일인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을 속이는 것이라는 것, 마리아는 잘 알고 있었다.
운동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안다. 목표달성을 원한다면, 매일 일정량의 고통이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222-22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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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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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는 정말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있었다. 베스트셀러를 읽는다는 것은 왠지 대중성에 합류하는 느낌을 주는 것 같아 좀 꺼리는 편이다. 읽으면서도 그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며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물론 읽은 사람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읽기에 똑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겠지만. 어쩌면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하게 될까봐 두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오자히르」에서 코엘료가 썼듯이 어쩌면 저자 자신도 자신이 쓴 책을 대할 때 자신도 몰랐던 것들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의 자유로운 생각이 틀리다 맞다 할 수 없을 거다. 다를 수는 있을 것이리라.

「연금술사」로 들어가 보면 주인공 산티아고는 결국 보물을 찾았다. 그것도 그가 처음으로 꿈을 꾸었던 그 옛 성당 자리에서. 그가 꾸었던 꿈이 헛꿈은 아니었다는 것에서 독자로서 기쁘다.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그가 추구했던 꿈, 자아의 신화를 추구한 결과가 손에 잡히는 보물은 아니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래서 꼭 보물을 찾는 것으로 마쳐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그가 발견한 보물은 이미 여행을 통해서 얻은 것들이 아닐까. 2년 여 정들었던 양들과 결별하고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용기, 모든 재산을 잃고도 실의에 빠지지 않고 새로이 일을 시작하고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었던 기개, 또다시 여행을 떠나고 그 속에서 만물의 언어를 배운 것, 또 사랑하는 여인을 갖게 된 것, 영국인들이 소원했던 진짜 연금술사를 만나 그의 가르침을 받고 제자가 되었던 것 등 그는 참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 그래서 내 생각에는 그가 그 모든 것을 모아서 보물이라고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제 보물을 찾고 보니 ‘재미있다’는 생각도, 저자가 결말을 복잡하지 않고, 쉽게 마무리를 지어 독자로 하여금 마음 편하게(?) 해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오자히르」에서도 주인공은 자신을 떠났던 아내를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만나는 것으로 마친다.

아무튼 산티아고가 만물과 소통하게 되는 과정이 아주 흥미롭게 그려지는 데, 바람이나 심지어 태양과도 대화를 나누었다는 것은 놀랍기까지 한 상상력이다. 마치 그리스 신화를 읽고 있는 듯했다. 산티아고가 이미 양들과 함께 하는 가운데 이미 자연과의 대화의 단초들을 얻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연금술사」를 읽으며 주변을 새롭게 보게 되었다. 혹시 나에게 주는 표지들이 있지 않을까? 무심코 지나쳐 버린 것들 가운데 창조와 함께 이미 남겨진 하나님의 흔적인 표지들, 사랑의 자취들이 있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여행... 그것이 이슬람교도인 크리스탈 가게 주인에게는 성지순례요, 영국인에게는 연금술사를 만나기 위한 여정이요, 사막의 대상들에게는 목숨을 건 생존의 장이고, 산티아고에겐 보물을 찾아 가는 길이었지만, 나에게 있어 떠나야 할 여행은 무엇인지 질문하게 되었다. 나에게 있어 단지 나이기에 나인 나에 머물지 않고 진정한 나로 나아가게 하기 위한 연금술이 필요하다. 여행...

그는 결국 보물의 꿈을 꾸었던 그 자리에서 보물을 찾았다는 것이 의미있게 다가온다. 대개의 경우 우리는 꿈과 이상을 품게 될 때 지금 내가 선 곳이 아닌 다른 어떤 곳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산티아고는 그가 보물에 대한 꿈을 꾼 바로 그 곳에서 보물을 찾았다. 오늘 꿈을 꾸기 시작하는 그 자리의 소중함을 말하려는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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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자아의 신화보다는 남들이 팝콘 장수와 양치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되어버린 거지.” - 멜기세덱 49p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 데 있도다’ - 멜기세덱의 이야기 속 현자 중의 현자의 말 62p

결정이란 단지 시작일 뿐이라는 점이었다 - 산티아고가 사막으로의 여행을 위해 대상에 합류하면서 116p

“우리 인간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목숨이나 농사일처럼 우리가 현재 갖고 있는 것들을 잃는 일이오. 하지만 이러한 두려움은, 우리 삶과 세상의 역사가 다같이 신의 커다란 손에 의해 기록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나면 단숨에 사라지는 거라오.” - 산티아고에게 낙타몰이꾼이 한 이야기 130p

“그대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게. 그대의 마음이 모든 것을 알 테니. 그대의 마음은 만물의 정기에서 태어났고, 언젠가는 만물의 정기 속으로 되돌아갈 것이니” - 산티아고에게 연금술사가 한 이야기 208p

“고통 그 자체보다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더 나쁜 것이라고 그대의 마음에 일러주게.” - 고통받을까 두려워 하고 있는 산티아고에게 연금술사가...212p

행복한 인간이란 자신의 마음속에 신을 담고 있는 사람이라고 마음은 속삭였다.
‘지상의 모든 인간에게는 그를 기다리는 보물이 있어. 그런데 우리들, 인간의 마음은 그 보물에 대해서는 거의 얘기하지 않아 사람들이 보물을 더 이상 찾으려 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어린아이들에게만 얘기하지. 그리고는 인생이 각자의 운명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그들을 이끌어가도록 내버려두는 거야. 불행히도, 자기 앞에 그려진 자아의 신화와 행복의 길을 따라가는 사람은 거의 없어. 사람들 대부분은 이 세상을 험난한 그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세상은 험난한 것으로 변하는 거야. 그래서 우리들 마음은 사라들에게 점점 더 낮은 소리로 말하지. 아예 침묵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우리의 얘기가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기를 원해. 그건 우리가 가르쳐준 길을 따라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걸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지.’ - 산티아고에게 그의 마음이 들려준 이야기 213-214

2005.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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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

자히르는 ‘한번 만지거나 보고 나면 결코 잊을 수 없고, 우리의 머릿속을 완전히 장악해 광기로 몰아가는 무엇’으로 주인공이 아내가 행방불명되면서 괴로워하며 자신이 아내 에스테르라는 존재에 얽매어 있다는 것을 자각하면서 에스테르를 지칭하는 단어가 된다.

주인공은 아내를 찾기 위해 먼 곳, 카자흐스탄의 스텝 가운데로 간다. 아주 먼 곳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그리는 정말 먼 곳으로의 여행은 자신의 내부로의 여행이다. 전혀 인식하고 살지 않았던 표지들을 발견하고, 그것이 가리키는 쪽으로 자신의 몸을 돌리는 것, 마치 풍향계가 바람에 자신의 몸을 맞기고 도는 것과 같이.

주인공은 이전까지 자기가 선택한 삶을 살아온 것으로 생각했지만 자신의 삶이 이미 지나간 과거에 얽매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자신의 과거의 역사를 잊어버리고 오늘 자신에게 주어지는 표지들을 좇아가게 되고, 그 여정이 그가 갔던 어떤 여행보다도 길고 먼 여행이었다고 고백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자신을 벗어버리고 자신을 찾았을 대 진정한 사랑 또한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아내를 찾는 여정 가운데 미하일을 만나고 자신과 그의 주변 인물들을 만날 때 그들이 에스테르에게 받았다는 이름 모를 군인의 피 묻은 셔츠조각들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은 죽어가는 한 군인이 자신의 피 묻은 셔츠를 벗어주며 에스테르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내 옷을 찢어서 죽음을 믿고 또 그렇기 때문에 오늘이 지상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들과 나눠가지세요. 그들에게 내가 방금 신의 얼굴을 보았다고 말해주세요. 그리고 사랑하는 유일한 진실을 찾으라고, 그 진실의 원칙에 따라 조화롭게 살라고 말해주세요.’

‘오늘을 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주인공이나,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하는 ‘오늘’은 어제를 전재로 한 오늘이다. 어제의 어떤 삶이 축적된, 다시 말해 어제의 삶을 충분히 고려한 오늘이라는 뜻이다. 좀 더 쉽게 표현하면 과거에 매어있는 오늘이라는 것이다. 과거의 어떠함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은 피 묻은 셔츠조작을 받을 수 없다. 오늘이 주는 그 무궁무진한 삶의 생명력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오자히르」의 메시지는 자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버리고 떠나라는 것이다. 심지어 아내조차도 지금 그녀가 내 곁에 아내로 있기에 아무런 생각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아내를 사랑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올린 것들, 자신을 규정하는 것들을 털어버리고 온전히 새로울 수밖에 없는 여행을 떠나라는 것이다. 마치 유목민처럼. 유목민은 과거에 자신이 머물렀던 곳에 연연하지 않는다. 땅도, 집도, 관계도, 업적(명예)도 말이다. 그러므로 모든 것이 새로운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주인공이 그의 아내를 만나기 전에 치르게 되는 의식에서 자신의 새로운 이름으로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한 것은 유목민의 삶을 아주 적절하게 표현한 것이다.

2005.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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