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순 교회 어린이들 6명과 상주로 향했다.
일명 '농촌체험'을 하겠다는 것이었고, 그 내용은 포도따기였다.
학교 다니는 것에 더해 학원에 가야해서 바쁜 친구들을 불러 모아 금요일 오후 늦게 출발했다.
당연히 상주에 있는 집에 도착하니 9시가 훌쩍 넘었다.
서울 아이들에게 농촌의 볼품없는 집이 어떤 인상으로 비춰질까 약간은 긴장도 되고,
막상 잠자리 들기 전 한두시간 뭘 해야 하나 걱정도 되었는데,
들어서자 마자 아이들의 모든 관심을 송두리채 집중하게 한 작은 생명이 있었다.
검은 색의 주먹만한 강아지!
강아지 한 마리로 이틀은 충분했다.

이튿날 아침 식사 후에 백화산(933m) 계곡 물에 발 담그고
곧바로 향유네 포도원에 가서 포도를 땄다.
실은 좀 많이 따주고 싶었는데 이 놈들, 어찌나 말이 많던지
향유아빠가 네 줄 정도 마칠 즈음, 그 정도면 됐단다.
길진 않지만 우리를 위해 남겨둔 대여섯 줄이 더 있었는데...

암튼 예기치 않은 어린이들과 함께한 경험,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들 덕에 꼬마 손님 치르느라 분주하셨던 부모님께도 감사하고,
기꺼이 시간 내서 아이들과 함께해 준 향유아빠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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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를 수확하는 일.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따고, 손질하고, 담는 일이 쉴 새 없이 이어지지만
열매를 수확하는, 그것도 포도 열매를 수확하는 일이기에
그 힘듬이 금새 기쁨이 된다.
포도를 키우며, 병충해에 애태우며 긴 여정을 지낸 친구도 환하게 웃게한다.


200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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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수확이 시작되었다.
친구 부부에게는 밤낮 없이 작업이 이어지는 고된 시기가 시작된 것이다.
그런 수고가 있기에 누군가는 맛있는 무공해 포도를 맛볼 수 있는 것이리라.
나도 시간 되는대로 돕기로 했다.

중간상인을 거쳐서 나가는 포도들은 좀 덜 익은 것들을 크기를 중시해서 따지만,
친구의 포도는 무농약이고 직거래를 하기 때문에 다 익은(완숙된) 포도를 선별해 수확을 한다.
그래서 봉투를 아래에서 열어 잘 익었는지 잘 살펴서 따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이라도 붉은 빛이 돌면 가차없이 상품에서 제외된다.


2005.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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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지어보는 포도농사...
나에게 적당한 포도밭을 찾는 일도 쉽지는 않았다.
물론 적당하다는 것 자체가 지극히 내 기준에서의 이야기였다.
동네 분들은 최소한 1000평 이상은 해야 하지 않겠냐고 하시고,
현실적으로도 1000평 아래의 밭이 그리 많지도 않았다.
그래서 거의 마지막까지 버티며 밭이 나서지 않으면 안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뒷집 형의 소개로 정말 440평정도 되는 아주 작은 밭을 빌릴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아래 있는 2000평 되는 밭에 비하면 포도나무 340그루가 심긴 정말 작은 밭이었다.
더구나 관리가 잘 안된 탓에 곳곳에 죽은 나무들이 있었고,
지지대들도 썩어서 부러져 있는 곳도 많았다.
하긴 한다고 해놓고 포도밭에 앉아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 한심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래도 향유 아빠는 다 그런 밭으로 시작하니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 때가 되면 별 차이가 없다고 말이다.
그런 말에 위안을 삼으며 또 아버지의 열심으로 모든 나무에 껍질을 벗기게 되면서 조금은 자리를 잡은 것 같다.
하지만 움이 트는 것도 늦고, 적당한 간격으로 나오지도 않는 순들을 보면서 한숨이 멈추질 않았다.
친구가 가르쳐 주는 스케줄에 따라 비료를 뿌리고,
약(친환경 재제)도 치면서 여전히 미숙아처럼 보이는 순들을 보며 가슴을 조려야 했다.

포도 농사를 지면 세 번 울고 세 번 웃는다는데 언제 웃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때가 되었는데도 가지가 얇아서 열매를 버텨낼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도 정해진 일정에 따라 송이를 솎아 주고, 알도 솎아 주었다.
기특하게 맺어준 열매들을 빠짐없이 봉투로 싸 주었다.
그리고 두어 달이 흘렀다.

그런데...

있을 수 없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포도들이 글쎄
까맣게 익은 것은 기본이고, 상품이 될 준비가 다 되어 있는 것이었다.
사실 수확하기 며칠 전부터는 정말 될까 하는 생각에 포도밭에 가는 것 자체가 두려웠었다.
그런데 이렇게 익어 줄 줄이야.
물론 일반적인 기준에서 봤을 때는 송이도 작고 알도 작아 보일 수도 있었지만
내 기준으로 봤을 때는 충분히 만족스럽다 못해 감사 그 자체였다.

웃을 차례가 된 것일까?
수확하고 손질하는 과정이 고된 시간들이었지만 내가 농사지은 생산물을,
그것도 포도를 누군가에게 전한다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어제는 비가 온다는 소식에 밭에 깔아 두었던 비닐을 거뒀다.
변변찮은 주인을 만나 칭찬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고생만 한 포도나무들이 시원한 물을 충분히 머금기를 소원하면서 말이다.

그들이 내게 베풀어준 은혜로 아직도 우리집 식탁에서는 포도가 끊이지 않는다.
세 번 울고, 일곱 번 웃는다고 해야 할까?

200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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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오후 교회 컴퓨터 앞에서 고민하며 작성해 본 글이다. 포도박스를 열었을 때 이 글을 보면 포도맛이 더 나지 않을지...)

참(Charm)포도이야기

나는 참포도나무요 내 아버지는 농부라 무릇 내게 붙어 있어 열매를 맺지 아니하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그것을 제거해 버리시고 무릇 열매를 맺는 가지는 더 열매를 맺게 하려 하여 그것을 깨끗하게 하시느니라  요한복음 15:1,2

초봄, 황량하기 짝이 없었던 작은 포도밭을 처음 만났을 땐
이 곳에서 포도가 재대로 나올까 싶었습니다.
저의 어리석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포도나무는 움이 트고, 가지가 자라고,
잎이 나고, 꽃이 피더니 예외 없이 열매들을 매 달았습니다.
물론 나무들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었지만,
주렁주렁 달린 포도송이들의 모습이 대견하고, 또 감사했습니다.
하늘이 허락하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보석들을 낼 수 있었겠습니까?
서툰 손길로 포도나무의 껍질을 벗기고, 순을 정리하고, 곁순을 지르고,
적심을 하고, 송이와 알을 속고, 몇 차례 보르도액을 치는 일들은
제가 할 수 있는 너무도 작은 일에 불과 했습니다.

이제 그 열매를 거두어 누군가에게 전한다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앞섭니다.
믿고 선뜻 주문해 주신 그 따듯한 마음에 감사한 마음이지만,
혹여 저로 인해 다른 농부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해서입니다.
그럼에도 이 몸짓이 생명살림의 작지만 큰 발걸음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수확의 때에 친환경적인 재배방식을 가르쳐 준 큰 길벗인 향유네 박종관 김현 부부에게 전적인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포도밭을 소개해 준 뒷집 차창식 형님,
관심 가져 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던 황간포도원 임영진 형님,
그 밖에 마음으로 함께하며 힘이 되어 주신 벗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200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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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향유네가 포도를 따기 시작했다.
어쩌면 내가 상주에 내려오면서 기대하고 고대했던 때가 온 것인지도 모른다.
전국에서 포도로 유명한 모동에 화학 농약(제초제, 살충제 등도 포함)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포도농사를 짓는 친구가 있기에.
다른 집의 포도밭과는 사뭇 다른 풍경을 친구의 포도밭에서 볼 수 있다.
친환경 농약들을 최대한 사용하지만 잎들이 병에 노출되어 점이 보이거나 말라 떨어져 있는 모습이다.
다른 밭을 보면 전혀 그런 기미도 보이지 않는데 말이다.
그러니 친구가 이런 저런 쉽지 않은 기간들을 보내며 결국 수확을 하게 되는 때란 정말 벅찬 감격의 때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수확을 시작한지 하루가 지나서 포도 수확에 합류 할 수 있게 됐다.
서 있기도 그렇고, 앉아서 하기도 그런 애매한 높이에 포도가 달려 있고,
무조건 따는 것이 아니라 봉투 아래쪽을 열어서 속을 확인하고 따야 하니 자세 잡기가 힘들었다.
허리를 숙이거나 컨테이너를 세워서 걸터앉은 상태에서 손을 머리 높이 보다 조금 높게 들고서는
봉투를 찢고 확인을 하고, 잘 익은 송이를 가위로 다르게 된다.
그러다 보니 팔, 목, 허리에서 신호가 온다.
친구는 조금만 익숙해지면 나아질 거란다.
그래 익숙해지면 한결 나아지겠지.
정말 시간이 지나면서 봉투를 찢는 것 하며, 자르는 것, 컨테이너에 담는 것에 익숙해졌다.
한마디로 요령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몸 곳곳이 얼얼하기는 했지만 내 몸에 맞는 적절한 자세를 잡아가니 무리가 오지도 않았다.
그래서 포도밭 주인들을 거의 따라가면서 포도를 딸 수 있을 정도까지 되었다.

익숙해진다는 것, 능숙해 진다는 것은 어떤 일을 할 때 생산성을 높이는 것 같다.
숙련공을 우대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이 말은 농사일을 한다든지, 기계를 다루는 일을 할 때는 맞는 말일 수 있겠지만,
사람과 관련된 일에서는 맞지 않는 말이 아닐까.
사람을 만나는 일에 익숙해 졌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속내를 감추고 상황에 맞는 태도를 능숙하게 취할 수 있게 되었다는 얘기가 아닐까.
특히 교회에서 사역하게 될 때 이런 경지(?)에 오른다는 것은 위험신호가 아닐까?
설교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찬양을 인도하는 일에 익숙해지고, 기도회를 인도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성도들을 만나는 일에 익숙해진다는 것.
과업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안에 본질인 하나님, 사람, 진정한 사랑과 관심은 자취를 감춰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한 명의 교회 기술자가 탄생한 것일 뿐이다.

익숙해진 그 것을 누리기보다는 본질에 대한 접근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자세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결국 어떤 행동 속에 감추어진 자신의 내면을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지...

2005. 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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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포도밭의 순들은 이미 어른 손보다 더 크게 순이 자랐지만
우리집 담에 포도는 올봄에 옮겨 심었기 때문에 이제야 작은 순들을 내고 있다.

2005.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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