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족한

깨어살리/돌소리 2006. 10. 16. 19:50
지난 주일부터 시작해서 토요일까지 한시뿌리기 사역을 다녀왔다.
할 수 있으면 하는 것으로 작정한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도시에서 살았다면 훌쩍 떠나는 것에 어려움이 없었겠지만
농촌의 특성상, 특히 요즘 우리 집에는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는데
일주일이나 집을 비워야 한다는 것이 여러모로 부담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속한 것이기도 하고,
농사라는 것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좀 다른 땀 흘림의 장으로 이동했다.

이번 여름뿌리기사역에 있어서 나의 사역은 단연 트럭사역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왜냐면 주된 모임 장소와 주방이 멀고, 잔치하는 곳과도 좀 떨어져 있어서
짐들을 사람들이 들고 나를 수가 없기에
내가 가지고 간 트럭이 아주 요긴하게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주방의 물품들을 나르고, 천막들과 음향시스템들을 나르고, 양조장에서 먹을 물 받아 오고,
쓰레기를 치우는데도 아주 효과적이었다.
특히 장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심지어 가까운 진(한 마을을 담당하는 사역의 최소단위, 약 10명으로 구성됨)의 진원들을 화물칸에 태우고 이동하는 것 까지 해야 했다.
나중에 알았는데 다른 진의 진원들이 트럭을 타는 진을 부러워했단다.
사실 승합차에 타면 덥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한데,
트럭의 화물칸은 탁 트여서 시원하기도 하고, 둘러앉아서 이야기 나누기도 좋은 것이 사실이다.

이번 사역에서도 변함없이
선발대와 차량배차를 담당했는데
아무래도 횟수를 더할수록 요령만 느는 것 같다.
특히 차량배차는 내 말이지만 ‘아나운서’처럼 본부에서 대략적인 그림을 그려주면
그것을 들고 조금 수정해서 발표하는 역할을 했다.
물론 차량이 어르신들을 모시고 들고 날 때야 어느 마을로 갈 것인지 정해주는 것은 내가 했지만,
아무튼 2%부족한 사역자였다.

무엇보다 참 좋은 사람들을 집중해서 만날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한다.
자신들의 몸이 더러워지는 것쯤은 개의치 않고 몸 던지는 사람들.
땀과 비에 몸이 젖지만 그것을 장애로 여기지 않고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사람들.
자신의 몸의 자연스러운 욕구들을 무시하고 이웃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물론 뿌리기사역이라는 특수한 시공간에서의 모습일 수도 있지만,
그런 일주일의 구별된 시간, 삶을 소유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크지 않을까?

2005.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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