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다.
이미 일어나신지 오래되어 밭에 다녀오시는 동네 어르신들께 늦은 인사를 드리며,
아침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패달을 밟는다.

그런데 오늘은 유난히 두 가지가 내 코를 자극했다.
하나는 논에 잔뜩 뿌려서 하루가 지나도 가시지 않는 농약 냄새이고,
또 하나는 수확기가 다 된 잘 익은 포도의 향기가 그것이다.
냄새와 향기...
맡아도 맡아도 더 맡고 싶은 향기와
조금도 맡고 싶지 않은 냄새가 공존하는 농촌의 아침이라.

농약냄새와 같은 악취는 언제든 풍겨 올 수 있는 것들이라면
포도 향은 때가 되어야만, 그러니까 무르익었을 때에라야 맡을 수 있는 향기이다.

나에게서도 그런 것 같다.
이기심이라는 악취는 언제든 시도 때도 없이 발산하여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지만,
내면으로부터 성숙된 향기는 좀처럼 풍겨져 나오지 않는다.
깊은 자기성찰과 영성이 만날 때, 무르익었을 때나 가능할까.

2005. 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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