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 전에 날이 흐려서 고추를 말리기 위해 토방에 불을 피웠다.
오랜만에 불을 피우려고 하니 땔감과 집게를 챙기며 준비하는 데도 시간이 좀 걸렸다.
작은 나무와 큰 나무들을 적당히 쌓고 아래에 신문을 말아 넣어 불을 붙였다.
어느 정도 붙었다고 생각을 했는데
태풍 때문에 바람이 굴뚝으로 들어와서는 아궁이로 연기를 밀어 내니
온통 뿌옇게 연기로 가득 차고 겨우 붙은 불도 꺼져버렸다.
다시 불을 붙였고, 불이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또다시 불어오기에
이번에는 나도 박스 조각을 가지고 열심히 부채질을 해댔다.
불은 양 쪽에서 바람 세례를 받으며 꺼지지 않았고 겨우겨우 안으로 타들어갔다.
나무에서 나무로 불이 붙어 가자 아까와 같은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는 않게 되었다.

바람은 불을 끄기도 하지만, 반대로 불을 살리기도 한다.
촛불이나 작게 일어나는 불은 바람에 꺼진다.
하지만 산에 붙은 불은 바람이 불면 오히려 더 넓게 퍼져간다.

어떤 것에 대해 이러하다고 성급하게 규정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겠다.
나의 말, 가진 것들이 살리기도 죽이기도 할 수 있다.

2005.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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