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월)
정말 오랜만에 상주에 내려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나? 어머니께서 '그럼 밭 갈면 되겠네!'하셨다.
뭐 쉬려고 내려간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걸린거다.
다행히 친구가 트렉터로 뒤집고, 나는 관리기로 골만 탔다.
만약 경운기를 팔지 않아서 경운기로 해야 했다면 정말 끔찍했을 작업이 아주 순식간에 마무리가 되었다.

친환경 농사를 짓는 분들 중에는 무경운을 주장하기도 한다.
저렇게 육중한 농기계가 들어가서 땅을 뒤집는다고 왔다갔다 하면
겉은 부드럽게 갈리지만 속은 더 눌리고, 또 그 안에 형성되고 있는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해 두 해 거듭하면서 땅이 스스로 부드러워지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일면 맞는 말이어서 그렇게 하고 싶지만 기계의 도움 없이 흙을 다룬다는 것이 힘에 부치는 일이어서 그렇게 하지 못한다.
또 밭을 부모님이 경작하시기에 그런 것을 강제할 수도 없다.

암튼 잘깐 내려가서 일년 농사의 첫 삽을 뜨고 올 수 있어서 좋았다.
문제는 날씨인데, 여전히 추워서 파종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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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된 목적은 경운기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계속 세워만 놓는 것 같아서 필요한 사람에게 팔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려간 김에 텃밭이지만 적지 않은 농삿일에 품을 보탰다.
참깨 순치기.
정확히 말하면 더이상 자라지 말고 이미 달린 열매들이 더 실해지라고 맨 위에 꽃이 달린 부분을 잘라주는 거다.
손톱 끝이 시컴해지고, 끈적끈적해 졌지만 나름 즐거운 작업이었다.

(핸드폰 카메라가 좋지 않아서 사진이 영 불량하지만...)



집 앞에 울타리를 탱자 나무로 하고 싶어서 한 뼘 남짓한 것을 옮겨심었는데,
3년만에 이렇게 자라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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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로가 지나면 감을 따고 깎아서 매 달아 곶감을 만든다.
우리 동네(상주시 모동면)는 봄에 서리 피해가 있어서 감이 좀 덜 달렸다.
작년에는 우리 집에서만 6천 개가 넘게 깎았는데, 올 해는 4천 개를 조금 넘겼다.
어쨌든 적은 양이 아니어서 작업을 지원하기 위해 시간을 내서 내려갔다.
어머니 말씀에 감 따기의 달인이 되신 아버지 덕분에 딸 감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고,
감도 3분의 1은 이미 깎으셔서 나머지 감을 깎는 일을 함께 했다.
그런데도 안 하던 일이라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칼을 힘주어 줜 탓에 손도 아프다.
젊은 나도 그런데, 부모님이야 오죽 하랴.
3박4일 머물다 이른 아침 떠나오는 발걸음이 가벼울 리 없다.
워낙 부지런하신 어머니는 또 어떤 일거리를 찾아서 쉬지 않고 움직이실지.

아무튼 이렇게 작업한 곶감은 1월 초순이면 상품이 된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적잖이 보탬이 될 거다.


잘 익은 감을

따고

모아서

1차로 위를 돌려깎고

2차로 몸통을 깎아

모아 놓았다가

줄에 매단다. 예전에는 줄에 달았는데, 요즘에는 끼우기만 하면 되도록 하는 소품들이 나와서 편리하다.
좀 더 지나면 얼마나 더 편한 것들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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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순에 찍었던 사진을 이제야 올린다.
초보농부라하고 하면서 전혀 뒷받침할 증거를 보여주지 않는 것 같아서 늦었지만...

먼저 지난해 작물들에게 모든 영양을 주고 겨울내 쉬었던 땅을 경운기로 부수고,
관리기로 골을 타서 이랑을 만든다.
비닐을 씌우고(멀칭) 구멍을 뚫어 고추 모종을 심기도 하고,
콩이나 참깨, 들깨, 옥수수, 고구마 등을 심기도 한다.

주로 서울에서 살다가 오랫만에 농기구를 사용하다 보니 팔이 저렸다.
특히 직접 접촉하는 손바닥은 벌겋게 달아 오르고 욱신 거렸다.
몸으로 사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삶의 모습일텐데
그것과는 너무도 멀리 떨어져 거리를 두고 사는 데서 오는 현상이다.

아무튼 이렇게 작은? 수고로 작지만 한 해 농사의 기본이 갖추어 졌다.
지금 쯤은 이런 저런 작물들이 자신들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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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일 하면서 사진 찍는 것이 좀 머쓱하다.
어머니께서 물 한 잔 들고 오실 때, 카메라! 하고 외치면 재미있어 하시며 가져오신다.
그리고 몇 컷 찍어 주신 것,
어색한 마음처럼 사진 역시 전혀 농사꾼 같지 않은 모습이 생뚱맞게 보인다.
나름 얼굴 표정은 진지하지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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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철이 시작되고 있다.
밭에 거름을 넣고, 쟁기질 하고, 로터리 작업해서, 골도 타야 한다.
어제는 일단 감나무에 거름(유기물 비료)을 넣었다.
그리고 고추밭 만들 자리에도 거름을 뿌렸다.
다음 주에 내려와서 로터리 작업하고 골 타고 이랑도 만들어야 한다.
오래간만에 거름 나르고 쇠스랑으로 땅을 팠더니 팔도 욱신거리고,
무엇보다 손끝이 얼얼하다.
빨간 고무로 코팅된 장갑을 끼고 일을 하면 손이 가진 힘 이상을 사용하게 되어 손끝이 힘겨워한다.
하지만 몸으로 일하며 땀 흘리는 것만큼 유익한 경험은 없는 것 같다.
잡다한 생각들도 물러가고, 흙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니 말이다.
도시생활에선 꿈도 꾸지 못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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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 딸기밭이다.
요사이 나오는 딸기를 제철 과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은데,
딸기가 제철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보면 된다.
아직 꽃도 피지 않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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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에 내려가서 화요일에 감나무에 약을 치고 왔다.
가능하면 화학농약을 치지 않으려고 하는데,
워낙 벌레가 많이 붙어서 도무지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을 정도여서 올 해는 좀 서둘러 쳤다.
보통 감나무는 약을 치지 않는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감나무에 벌레가 많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제는 적어도 두세번은 치지 않으면 안되게 되어 버렸다.

이것 역시 인간의 욕심이 부른 결과가 아닐까?
돈이 된다고 생각하면 지나칠 정도로 많이 심고, 많이 따려고 하니
예전에는 다른 나무들에 의해 조절되었던 해충들이
감나무를 공격하게 된 것이다.

아무튼 더는 약을 치지 않고 감을 수확할 수 있으면 좋겠다.
7월에 한 번 쳤으니, 10월 하순에 딸 때는 농약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고, 벌레도 없고...

또 욕심이 과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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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운기로 로터리도 치고,
관리기(사진은 없지만)로 골도 타고,
비닐 씌워서 고추를 심었다.

오랫만에 육중한 경운기를 운전하느라 손바닥도 얼럴하고,
허리는 잘 굽히지 못할 정도까지 되었지만,
간만에 흙을 가까이에서 만지고,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여전히 초보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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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살구꽃이 활짝 피었을 때)

올해도 어김없이 살구나무가 가장 먼저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물론 매화꽃이 먼저 피어 있었지만 올 해 수확하기에는 나무가 너무 어리 탓에
열매를 가장 먼저 얻는 과실이 살구인지라 더없이 반가운 모습이다.

그런데 이 살구나무가 크기는 아주 큰데
거의 한번도 가지치기를 해 주지 않아서 너무 무성한 것이 문제다.
과실 나무에서 중요한 부분이 햇볕이 잘 드는 것인데
가운데 가지에서 난 열매들은 햇볕을 보지 못할 것이 뻔한 일이다.

그래서 향유 아빠의 충고도 있고 해서
전정 가위와 톱을 들고 나섰는데,
막상 자르려고 하니 어떤 가지를 잘라야 할지도 모르겠고,
또 미안한 마음도 들고 해서 머뭇거리다가 들어와 버렸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나은 열매를 얻으려면 가지치기는 필수인지라
이튿날 마음을 단단히 먹고 겹쳐서 나온 가지부터 조금씩 자르다가
나중에는 대담해져서 가운데 굵게 자란 가지를 베어 버렸다.
그랬더니 나무 가운데가 탁 트여 보였다.
물론 가지치기의 결과는 두어달 후에 나타나겠지만
나무가 시원해 진 것처럼 내 마음도 시원해졌다.


작업을 하면서 간혹 죽어서 말라 있는 가지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놈들은 얇아도 전정가위로는 잘 잘라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했다.
반면에 살아있는 가지는 그것보다 두배는 더 굵어도 웬만하면 잘 잘려 나갔다.
죽으면 딱딱해 지나보다.
반대로 하면 딱딱하고 질긴 것은 죽은 것이었다.
최소한 살구나무에서는 그렇다는 얘기다.

비약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생각이 굳고 단단해진 것은 죽은 것, 생명을 잃은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무슨 말을 해도 바뀌지 않는 우리의 마음...
혹시 죽어서 말라버린 것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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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과 목회'라는 계간 잡지에서 글을 써 달라는 요청이 왔다. 요즘 내 정서상 귀농과 관련된 글을 쓴다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했는데도 부탁을 하셔서 쓰긴 썼지만, 겨우 쓴 표도 나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

이제 겨우 2년을 바라보는 농촌에서의 생활에 대해서 가타부타 무슨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모르겠다. 사실 귀농이니, 농부니 하는 말을 해보기도 했지만 그 모든 표현보다 가장 적절한 것이 바로 이 ‘농촌에 산다’는 말이다. 서울을 떠나 올 때는 이런저런 이유들을 들며 마치 대단한 것처럼 이야기도 했지만 사람 사는 것이야 서울이든 농촌이든 별반 다른 것이 없다는 것을 더 크게 깨달은 곳이 바로 농촌에서였던 것 같다.
농촌에 살기에 밭농사도 지어 보고, 아궁이에 불도 떼보고, 똥도 퍼 보고, 올 해는 특별히 포도농사도 지어보았다. 한 신학생이 어떻게 귀농을 하게 되었고, 농촌에서 무엇을 했고, 또 요즘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펜 가는대로 써 보려고 한다.

신학생 귀농자

귀농을 하겠다고 길을 나선 것은 신대원 3학년 2학기에 들어서면서부터였다. 물론 그 전부터 농촌목회에도 관심이 있었고, 생태라든지, 대안이라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진 것은 대부분의 신대원생들이 졸업 후 전임 사역지를 물색할 즈음에 이루어졌다. 나름대로 약간은 별난 성향 때문에 그런 것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는 길로 가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고, 학교생활에서나 교회에서 신학생, 목회자들에게서 교회의 빛을 발견할 수 없었던 이유도 있었다. 어찌 보면 내가 가진 약간의 부정적 시야와 교만함이 일조한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
당시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대안 대학교에 가보려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한 교수님을 통해 귀농자들을 교육하는 곳이 있다는 말씀을 듣고 알게 된 곳이 귀농운동본부였고, 바로 생태귀농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일주일에 두 차례 저녁 때 이어지는 교육은 이론과 실제에서 미처 생각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깨우쳐 주었다. 그것이 옳고 그른 차원을 떠나 귀농의 뜻을 품은 이들의 마음 밭을 고르게 해 주는데 이보다 더 좋은 장은 없는 듯하다.
여기까지는 일반인들도 똑같이 느끼는 부분일 테고, 나는 한 가지 더 얻은 것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거울이었다. 그것은 기독교를 비추고 있는 거울이었다. 세상이라는 거울에 비친 교회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들이 말하는 기독교, 교회, 교인들은 때로 비수가 되어 나에게 꽂히기도 했다. 내가 전도사라는 것은 고사하고 그리스도인, 아니 교회 다닌다는 얘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하게 만드는 삭막한 분위기. 어쩌면 이리도 교회의 위상이, 사회적 리더십이 바닥을 치고 있는 것인가? 결국 ‘교회인’으로 굳어져 가고 있던 나를 향한 비판이요, 충고들이었다.
생각해 보면 비판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교회가 중요한 위치에 서 있다는 것이고, 기대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입장에서 교회가 감당해 주었으면 하는 일들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더 이상 교회가 소비적 집단이 아닌 사회를 향한, 사람들을 향한 생산적 집단이 된다면 이런 냉소적 시선도 줄어들 거라 생각하며, 나로서는 생산자가 되겠다는 전의를 한층 더 불태우는 동기가 되었다.

서울에서만 살아 온 내가 귀농을 하려니 한두 가지가 걸리는 것이 아니었다. 어디로 갈 것인지, 뭘 해 먹고 살 것인지도 문제였지만, 보다 실제적인 문제는 삼십 대 중반을 향해 가는 나이에 배우자가 없다는 것이었다. 혼자 가서 얼마나 살 수 있나? 농촌에서는 혼자 오면, 특히 남자가 혼자 내려오면 인정도 안 한다던데, 농사 자체가 남자 혼자 하기에는 지루한 일이라는데...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부모님도 함께 가기로 의견을 모으게 된 것이다. 나와는 별도로 농촌이든 어촌이든 내려가서 생활 할 계획이 있으셨던 차에 의기투합을 하게 된 것이다. 부모님께서는 어느 정도 재정적 뒷받침을 포함한 하드웨어를, 나는 발로 뛰고 구체적 그림을 그리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부모님께서 ‘안정’을 확보해 주셔서 일단 큰 문제 하나는 모른 척 할 수 있게 되었다.

양다린 걸친 농부

2004년 연말에 있었던 ‘귀농인의 날’에 뜻밖에도 고등학교 때 절친했던 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귀농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친구가 살고 있는 상주 모동으로 살 집을 알아보고 확정을 지었고, 귀농 초기의 난관들을 그 친구의 도움으로 극복하며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정말 기적같이 정착을 했다.
거처도 마련되고, 동시에 무상으로 지을 수 있는 밭도 천여 평 얻으며 외형적으로도 농부의 모습을 갖추었다. 그러나 사는 문제 앞에서는 경제적인 부분을 빼놓을 수 없는 문제였다. 멀쩡히 세 식구가 형이 보내주는 약간의 생활비로 화물차까지 굴리면서 살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나는 은행에서 대출했던 학비를 갚아야 했다. 이로부터 양다리 걸친 농부가 탄생하게 된다. 주 중에는 철저히 농부가 되고, 주말과 주일에는 내 특기를 살려 교회 사역을 하기로 한 것이다. 교육전도사를 하기로 한 것인데, 사실 귀농하면서 자유롭고 싶었던 내 입장에서 이 결정은 정말 어려운 것이었다. 하지만 부모님께 짐이 아니라 보탬이 되어 드리고 싶고, 무엇보다 일단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다는 것은 이러저러한 것들보다 우선적 해결 과제이기도 했다.
주 중과 주일의 간극을 오가는 농부전도사, 때로는 흙이 좋은 친구가 되어 주기고 하고, 때론 어린이들이 위안이 되어 주기도 했다. 이 결정은 경제적 안정이라는 도움도 주었을 뿐만 아니라 한 쪽으로 빠져들어 버리지 않도록 해 준 것 같다.

주 중에 농사를 짓는다는 전도사, 손바닥이 거칠어져 오는 전도사, 얼굴이 햇빛에 그을려 나타나는 전도사, 화물차를 끌고 오는 전도사를 만나며 아이들과 교사들은 조금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교사들은 어떻게든 내 삶의 자리와의 만남을 시도하고 싶어 했고, 이로부터 포도밭 방문과 체험도 이루어졌고, 또 전도사가 가져온 변변찮은 생산물들을 기꺼이 구입해 주는 너그러움도 보여주었다. 일기가 불안해 날이 굳으면 오히려 전도사를 걱정해 주는 교사들도 있었다.

초보농부

농사를 많이 지어본 것은 아니지만, 만약 누군가 농사일 중에 어떤 일이 가장 힘드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흙을 만지는 일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것이 호미로든, 삽으로든, 경운기로든 말이다. 비닐을 씌우고, 약을 치고, 수확을 하는 일들도 물론 힘이 들지만 특히 근력이 부족한 나에겐 흙에 접촉하는 일만큼 힘들게 느껴지진 않았다. 다른 일들은 지루함의 정도가 얼마나 되느냐의 차원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더욱 창세기의 말씀이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가 흙에서 나왔으므로, 흙을 갈게 하셨다”(창세기3:23) 흙이 나의 근본이라는 것이고, 그 흙을 뒤집고 가는 작업이 바로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부여하신 길이었으니 말이다. 나를 뒤집고 가는 작업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피부로 느끼는 곳이 바로 내가 선 곳 농촌이었다. 삽에 기대어, 또는 경운기에 시동을 끄고 주저앉아서 깊은 숨을 몰아쉬며 ‘내가 왜 이러고 있지?’하다가도 번쩍하고 머리를 스치는 생각, ‘나를 갈아야지...’

귀농 교육을 받으면서 생태적이고 순환적 삶에서 화장실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듣기는 했지만, 정말 내가 똥을 푸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어린 시절 ‘푸세식’ 변소를 사용했던 기억이 워낙 악몽 같아서 떠올리기도 싫었는데, 똥을 푸게 되다니... 물론 시골의 변소는 과거 도시의 공동변소와 다르고, 또 왕겨나 재를 뿌리면 냄새도 덜한 것은 사실이다. 위생적(?)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똥은 똥이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네 번은 푼 것 같다. 나와 나의 가족의 배설물이니 군소리 없이 푸지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사실 똥을 푸고 났을 때 가장 행복감을 많이 느낀다. 일단 변소의 분뇨 통이 비어서 좋고, 또 대자연의 순환에 조금이나마 참여 할 수 있다는 데에 기쁨이 있어서이다. 내가 저지른 일을 내가 책임져 다시 거두어들이는 일에 함께 한 것이 아닌가?
한 덩어리, 혹은 한 그릇정도의 양을 내어놓고, 몇 바가지의 물을 섞어 흘려보내야 하다니. 그것도 아무런 책임감이나 가책도 없이. 어떻게든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싶었다. 어떤 분은 수세식 변소를 ‘문명의 함정’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잘 발효된 똥만큼 더 좋은 거름은 없으니 작물들은 나의 배설물을 먹고, 나는 또 그들이 내어 놓는 것들을 먹는다. 아쉬운 것은 농촌에서도 정화조를 묻어야 건축허가가 난다고 한다.
“너는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 때까지, 너는 얼굴에 땀을 흘려야, 낟알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창세기3:19)

지난해에는 천여 평 밭에 제초제, 농약 사용하지 않고 짓다보니 일부를 포기하고 칠백여 평에 들깨, 콩, 참깨를 심었었는데, 올해는 좀 더 늘려서 이것저것 심어보고 싶었던 것들까지 더해 농사지었다. 이에 더해 올 해는 그 대망하던 포도농사를 짓게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상주시 모동면은 특구로 지정될 정도로 포도가 주작목인 곳이다. 그래서 ‘농사’하면 포도농사로 통한다. 논이나 밭이 포도밭으로 탈바꿈되어 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런 분위기 때문인지 마을 분들은 우리집 얘기만 나오면 ‘아무것도 안 한다’, ‘남자 두 사람이 놀고 있다’라고 얘기하셨다. 포도농사를 짓지 않는다는 우회적 표현인 것이다.
이런 어른들의 이야기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한 번 해 보고 싶은 것이 포도농사였기에 나에게 적당한 크기의 포도밭을 알아보게 되었고, 오백 평이 못되는 밭은 구하게 되었다. 포도농사는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아니 그 이상 아는 것이 없었기에 선배 귀농자요, 포도농사의 대선배인 친구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해 물어가며 지어야 했다.
다른 농사도 그런 측면이 있지만 특히 포도 농사를 일컬어서는 ‘세 번 울고, 세 번 웃는 농사’라고 한단다. 처음에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차츰 포도나무의 변화무쌍함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전혀 희망이 안 보이던 가지에서 움이 트고 가지가 나오고 꽃이 피고 충실한 열매를 달았고, 반면 아주 기대할 만큼 실했던 가지는 오히려 알들도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달린 송이들을 봉지로 싸 놓고 가슴조리는 기간이 지난 후에 열었을 때 그럴듯한 포도송이로 변해 있는 모습은 정말 가슴 벅찬 관경이었다. 정말 울고 싶은 때도 있었지만, 다행히 웃음으로 마무리되어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작지만 포도농사를 지어볼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이었는지 모른다.
“나는 참 포도나무요, 내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내게 붙어 있으면서 열매를 맺지 못하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다 찍어 버리시고, 열매를 맺는 가지는 열매를 더 많이 맺게 하려고 손질하신다.”(요한복음15:1,2)

농촌대학원

포도농사는 다른 농사에 비해 집약적인 측면이 있다. 특히 수확에서 그런데, 잘 갖추어진 저장 시설을 가지지 못한 친환경 생산자들은 더욱 그렇다. 수확적기에 신속하게 수확하고 포도의 신선도가 떨어지기 전에 곧바로 소지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집중적으로 온 식구, 지인들까지 동원해서 상품화 작업에 매달려야 한다.
올 해 이 과정에서 내가 간과했던 몇 가지 문제를 재인식하게 되었다. 내 농사를 돕기에 현저히 취약한 건강상태를 가지신 어머니를 재발견하게 된 것이다. 서른다섯에 아직도 혼자라는 것도 어머니 문제만큼이나 두드러져 인식되어 왔다. 물론 일일이 거론 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긴 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이런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선택의 때가 된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사실 최소 5년은 하고서 그 다음 거취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마음먹었었고, 그렇게 이야기 했었다. 그래야 어디 가서 명함이라도 내 밀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만약 이것이 명분을 만들자는, 누군가를 의식해서 나온 것이라면 여기에 얽매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문제는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선택해야 할 일이라는 판단 섰다. 더욱이 내 안에 꺼지지 않고 남아 있는 교회, 어린이 사역에 대한 불을 살려보고도 싶었다. 그리고 함께할 동반자를 찾는 일도 무엇보다 중요한 목표이다. 여기 있으면 그것이 쉽지 않은 일이니 말이다.
내가 이곳에 온 것이 그 당시 최선이었듯이 어쩌면 이제 다시 최선 길을 나서보려고 한다. 하지만 농부를 놓지 않을 작정이다. 사람들은 그렇게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 할 지도 모르지만, 정기적으로 오르내리며 부모님을 돕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할 계획이다. 내년에도 초보농부는 계속된다. 죽~

다른 친구들은 이제 대학원을 마쳐가고 있다. 설교, 상담, 영성, 선교... 그런데 나는 농촌대학원에서 농사를 전공으로 하여 수료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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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인지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데
어느날 얼굴을 만졌는데 피부가 장난이 아니게 부드러워 진 거다.
여자들만 그런게 아니라 남자들도 피부가 부드러워졌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래서 약간은 흥분도 되고 해서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는데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다.
눈으로 보기에는 그래도 아마 시골에 와서 살다 보니 물이 좋아서 피부가 좋아졌나보다 했다.

그런데...

진실을 알게 되었다.
얼굴 피부가 부드러워진 것이 아니었다.


손바닥이...
손바닥이 두꺼워진 거였다.
농사일을 하면서 약간 거친 일을 하다보니 손바닥이 단련이 되어 있었던 거다.
그래서 감각이 무디어져서 얼굴이 부드럽게 느껴졌던 거다.
어느덧 내 손이 농부의 손을 흉내내고 있었던 것이다.


때로 그 쪽이 아니라 이쪽이 달라져서 다르게 느낄 수도 있다.
아쉽지만 얼굴이 아니라 손바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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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렇다.
농사가 마무리되어 가면 오히려 어머니들은 더 분주해진다.
김장도 해야 하고, 메주도 쑤어야 하고, 긴 겨울 날 이런저런 준비들을 해 두어야 한다.
그래서 농촌은 오히려 어머니, 여성적인 손길이 더 필요하고 소중한 곳이다.

우리 집도 이번주 초에는 김장을 하고,
어제는 콩을 끓이고 메주를 만들었다.
솥을 걸고, 불을 지피고

콩을 끓이고

(사진을 못 찍음)
찧어(요즘에는 자루에 넣고 밟음)

메주를 만든다(초보라서 크기가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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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늦은 오전에 서리태(검은콩)를 뽑으러 낫하나 들고 콩밭으로 갔다.
많은 양은 아니었기에 아버지와 1시간여 작업을 마쳐가고 있을즈음 후두둑하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기상예보에 비가 온다는 얘기는 있었지만 하늘이 전혀 올 것 같지 않았기에 전혀 준비를 하지 않고 갔는데,
조금씩 더 굵은 방울이 떨어졌다.
조그맣지만 속을 꽉꽉 채우고 있는 배추도 좀 살펴보고 오려고 했는데,
안되겠다 싶어 집으로 거의 달리다시피 해서 돌아와야 했다.

게으른 농부는 비가 오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비가 오면 안되는 시기에는 그렇지 않겠지만,
농부가 맑은 대낮에 할 일이 없다고 집안에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평소 미루어 두었거나, 눈에 거슬리는 일들을 찾아서 해야 한다.
그런데 비가 오면 이런저런 생각 다 짚어 치우고 집 안에서 빗소리만 들으며 '비오네!'하면 된다. 속 편하게...

농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부지런함이 아닐까.
가만히 있지 못하고 뭐라도 해야 하고,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몸을 놀려야 속시원한 체질 말이다.
지식, 기술 다 떠나서 가장 우선 되는 것일 거다.
그런면에서 난 농촌과는 좀 거리가 먼 것일지도 모른다.
컴퓨터 하는 것이나 좋아하고,
가만히 앉아서 말하는 것이나 좋아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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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땅 속에서 몸을 키워온 놈들을 거둘 때가 되었다.
오늘은 먼저 잎이 노랗게 변한 땅콩을 캤다.
다른 작물에 비해 아주 조금 심었지만
겨우내 간식거리로는 충분하고 남을 정도의 양은 수확한 것 같다.

땅콩을 재배하기에 적당한 토질이 아니어서인지,
잘 가꾸지 못해서인지 못생기고 작지만
그래도 내가 심고 가꾸어 거두었다는 '초보농부표'의 최고 브랜드 땅콩이다.





2006.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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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

시골살이/초보농부 2006. 10. 28. 22:16

가장 늦게 심어서 가장 일찍 수확할 수 있는 작물이 녹두가 아닐까.
워낙 녹두를 좋아해서 꼭 심고 싶었는데, 그 재미를 톡톡히 보는 것 같다.
6월 17일에 씨를 넣었으니까 두 달하고 열흘 정도 지났는데 벌써 수확이다.
녹두는 다 익으면 깍지가 터져서 녹두 알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검고, 누렇게 익는 깍지들을 따주어야 한단다.
그렇게 한 것이 오늘이 두 번째다.

녹두는 주로 죽을 끓여 먹거나, 빈대떡을 할 때 사용한다.
올 해는 내가 손수 심고 수확한 녹두로 이 것들을 할 수 있게 되다니...



2006.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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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엔 포도를 딸 수 있을까 궁금해서 늦은 오후에 포도밭에 가 보았다.
하얀 봉지들 사이사이 검게 물들어 가고 있는 송이들이 눈에 띄었다.
송이가 작거나 엉성해서 봉지 싸기의 열외대상이었는데,
수확을 기다리는 농심에겐 아주 반가운 존재다.
몇 송이 따서 든 어머니의 손에 기쁨이 넘친다.
아직 좀 신 맛이 있긴 하지만 먹을만해서 아주 좋은 간식거리가 된다.
아무튼 포도 수확을 기다리며, 긴장도 되지만 기대도 되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2006.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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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장마가 길어서 참깨가 흉작이다.
모두 타들어가서 추수는 생각도 못하는 밭들도 많다.
그래도 우리 참깨밭은 작년보다는 못하지만 어느정도는 거둘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다.
워낙 많이 심어서(내 생각에) 어떻게 거두어들일지 벅차기도 하지만...

2006.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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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포도원은 기다림의 기간이다.
포도 송이들에 하얀 옷을 입혀 놓고서.
그 속에서 검붉게 익어갈 포도를 상상하면서.

봉지를 싸지 않은 송이의 알 하나가 색이 드는 것을 보여준다.




2006.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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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와 오이도 잘 자란다.

토마토는 쓰러지지 않게만 해주면 주렁주렁 열매는 잘 단다.
물론 대량으로 하면 또 나름대로 병충해가 있겠지만.
오이는 진디물과 한바탕 전쟁 중이다.
살아 남으면 열매는 맺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2006.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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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캐기
하지에 캐야 하는데 장마가 일찍 온다고 해서 서둘러 캤다.
그런데 몇 일이 지났는데도 비가 안 온다...



2006.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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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깨와 들깨
만배의 수확을 기대하며...
더불어 잠시 오셔서 도와주신 분에게 감사!



2006.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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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밭에서 순 속기, 육손 따기
참깨밭 비닐 씌우기, 참깨씨 넣기...

적당하게 순을 속은 후에는 육손을 따주어야 한다.
그래야 가지가 감당할 만한 적당한 송이가 달리게 된다고 한다.


비닐을 씌우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씨 넣는 일도 만만하지 않다.
그래서인지 참깨 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2006.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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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밭에 멀칭*을 했다.
풀을 억제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토양의 수분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였다.
관수 시설이 되어있지만 복잡한 문제가 있어서 사용이 곤란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포도밭이 별로 넓지 않아 오전이면 끝날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전 9시 30분경에 시작해서 점심시간 빼고 거의 저녁 6시가 다 되서 마칠 수 있었다.
풀을 그대로 두고 덮어서 붕 떠있는 상태라서 이 곳 말로 '서글프기' 그지없다.
허리를 굽히고 앉았다 일어 섰다를 반복하는 작업을 하다 보니 허리가 꾀 아팠는데,
그래도 일단 마치고 나니 뿌듯하다.


*멀칭(mulching) - 농작물을 재배할 때 경지토양의 표면을 덮어주는 일.
덮어주는 자재를 멀치(mulch)라고 하며, 예전에는 볏짚 ·보릿짚 ·목초 등을 썼으나,
오늘날은 폴리에틸렌이나 폴리염화비닐 필름을 이용한다.
토양침식방지·토양수분유지·지온조절·잡초억제·토양전염성병균방지
토양오염방지 등의 목적으로 실시된다.


참 들고 오신 어머니를 따라온 '돌이'와 함께


비닐이 씌워진 포도밭 바닥

작업을 마치고 아랫밭에 세워든 경운기에 탑승, 시동 걸기 전.

멀리서 바라본 포도밭이 검은 색으로 물들어 있다.

2006.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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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향유네(www.향유.net) 포도밭에 비가림대에 비닐을 씌웠다.
바람 안 불 때 하려고 새벽 5시부터 시작해서 거의 오전 10시에 마쳤다.
한참 작업을 하고 나면 가장 아픈 곳이 뒷목이다.
계속 위를 쳐다보면서 비닐을 철선에 걸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밭은 비가림 시설이 되어 있지 않지만,
이 비닐 씌우는 작업만 지나면 본격적으로 포도나무를 만지는 일이 진행되는 것 같다.

하나하나 배워가는 긴장감과 즐거움이 있는 것이 농사이고,
특히 포도 재배가 그런 것 같다.
한 고비 넘긴 향유네도 한결 속 시원 할 것 같고...


2006.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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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운기로 갈고, 로터리 치고, 관리기로 이랑을 만들고,
손수 비닐을 씌우고...

오늘은 고추 모종을 옮겨 심었다.
작년에는 250주 정도 심었는데 올 해는 조금 늘려서 400주를 심었다.
작년에는 고추가 너무 안 매워서 올 해는 청양고추도 100주 심었다.
그래도 아직 자리가 남아서 100주 정도 이상은 더 심고 싶은데,
고추밭 일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기에 망설여 지기도 한다.

고추 모종에 가지, 토마토, 오이가 딸려 와서 적당한 곳에 심었다.

지금은 모종의 계절이다!

20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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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트랙터가 있는 이웃에게 부탁을 해서 밭을 갈았다.
올해는 경운기로 직접 갈고 로터리를 치려고 하는데,
경운기를 다룬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
아침부터 팔다리가 생고생을 했다.
멍들고, 피나고 장난이 아니다.
그래도 집 옆에 밭을 시험삼아 갈고 나니 조금 익숙해 지는 것 같아,
내친김에 본격적으로 밭에서 작업을 했다.

힘은 들었지만, 이만큼을 삽을 가지고 뒤집으려고 하면 그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아무튼 고마운 경운기!
빨리 더 친해져야지.




20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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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집 형의 모판작업을 도왔다.
지금까지 쌀밥을 먹고 살았어도 벼농사를 체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니까 난생처음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사실 농촌에 와서 하는 거의 모든 일들이 난생처음이 아닌 것이 없겠지만.

모판을 놓을 자리를 트랙터로 잘 고른 후,
쌀부대와 같은 재질의 긴 막을 그 위에 길게 깔고,
고운 황토로 채운 모판을 세줄로 올려 놓고,
그 위에 빽빽하게 볍씨(소독방식에 따라 빨갛게 보이는 것도 있음)를 뿌리고,
다시 고운 황토를 얇게 뿌려 덮고,
대나무를 박아서 비닐을 씌운다.
그러면 그 안에서 모가 자라는 것이다.

이게 대충 내가 관찰하고, 직접 작업에 참여해서 알게 된 모판작업이다.






20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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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나무에서 벗긴 껍질과 지난해의 낙엽들을 조금씩 모아 태웠다.
굳이 태우지 않아도 되는 것이지만 태우고 나니 한결 정리된 모습이다.
더불어 껍질 안이나 낙엽 뒤에서 월동한 벌레들도 타 버렸으면 좋겠다.

지난해의 찌꺼기들도 같이...


왼쪽은 나무의 껍질을 벗겼고, 오른쪽은 진행중이다.
나무주위에 하얀 것은 굴껍데기를 갈아서 만든 천연 칼슘비료다.

20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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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색, 파란색으로 단장한 경운기 한 대가 우리집 마당에 자리를 잡았다.
밭을 갈고 약을 치는 일에 경운기는 없어서는 안 될 도구이니,
매번 돈을 주고 이웃에 부탁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큰맘 먹고 구입했다.
물론 중고이지만 수리를 한 것이어서 새것이나 다름없다.

경운기를 타고 탈탈거리며 농촌의 길을 달리는 농부,
이제 그 모습이 나다.
정말 농부가 된 것인가 싶다.
경운기 구입한 기념으로 축하 파티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지...





2006.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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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껍질 속에 숨어 있을 벌레들을 소탕하기위해
아예 모든 껍질을 벗기는 작업을 한다.
대개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손쉽게 살충제를 사용한다.
살충제를 쓰지 않으려면 시간이 걸려도 일일이 껍질을 벗기는 수고를 해야 한다.

벗겨 먹는 농사라...

껍질이 벗겨진 나무들과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나무가 대비된다.


2006.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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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포도밭이 생겼다.
500평정도 되는 밭이니 작은 편이지만
그래도 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이지 모르겠다.

뒷집 형님의 배려로 이미 전정(가지치기)까지 다 해 놓은 밭을 얻었다.
일년 단위로 정해진 액수의 도지(세)만 주면 된다.
키워서 따서 판매하는 것은 내 능력 안에서 해 내야 하는 일이다.
향유아빠, 뒷집 형님, 황간 형님에게 물어가며
또 한 해 초보농부의 시기를 보내야 할 것 같다.

올 해도 포도농사 못 짓나 싶었는데 정말 감사하다.


비가림 된 밭 바로 위에 활모양으로 생긴 밭이다.
아직은 좀 황량하지만 4월 중하순이 되면 색다른! 멋을 내게 될 거다.

2006.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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