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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살구꽃이 활짝 피었을 때)

올해도 어김없이 살구나무가 가장 먼저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물론 매화꽃이 먼저 피어 있었지만 올 해 수확하기에는 나무가 너무 어리 탓에
열매를 가장 먼저 얻는 과실이 살구인지라 더없이 반가운 모습이다.

그런데 이 살구나무가 크기는 아주 큰데
거의 한번도 가지치기를 해 주지 않아서 너무 무성한 것이 문제다.
과실 나무에서 중요한 부분이 햇볕이 잘 드는 것인데
가운데 가지에서 난 열매들은 햇볕을 보지 못할 것이 뻔한 일이다.

그래서 향유 아빠의 충고도 있고 해서
전정 가위와 톱을 들고 나섰는데,
막상 자르려고 하니 어떤 가지를 잘라야 할지도 모르겠고,
또 미안한 마음도 들고 해서 머뭇거리다가 들어와 버렸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나은 열매를 얻으려면 가지치기는 필수인지라
이튿날 마음을 단단히 먹고 겹쳐서 나온 가지부터 조금씩 자르다가
나중에는 대담해져서 가운데 굵게 자란 가지를 베어 버렸다.
그랬더니 나무 가운데가 탁 트여 보였다.
물론 가지치기의 결과는 두어달 후에 나타나겠지만
나무가 시원해 진 것처럼 내 마음도 시원해졌다.


작업을 하면서 간혹 죽어서 말라 있는 가지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놈들은 얇아도 전정가위로는 잘 잘라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했다.
반면에 살아있는 가지는 그것보다 두배는 더 굵어도 웬만하면 잘 잘려 나갔다.
죽으면 딱딱해 지나보다.
반대로 하면 딱딱하고 질긴 것은 죽은 것이었다.
최소한 살구나무에서는 그렇다는 얘기다.

비약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생각이 굳고 단단해진 것은 죽은 것, 생명을 잃은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무슨 말을 해도 바뀌지 않는 우리의 마음...
혹시 죽어서 말라버린 것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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