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늦은 오전에 서리태(검은콩)를 뽑으러 낫하나 들고 콩밭으로 갔다.
많은 양은 아니었기에 아버지와 1시간여 작업을 마쳐가고 있을즈음 후두둑하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기상예보에 비가 온다는 얘기는 있었지만 하늘이 전혀 올 것 같지 않았기에 전혀 준비를 하지 않고 갔는데,
조금씩 더 굵은 방울이 떨어졌다.
조그맣지만 속을 꽉꽉 채우고 있는 배추도 좀 살펴보고 오려고 했는데,
안되겠다 싶어 집으로 거의 달리다시피 해서 돌아와야 했다.

게으른 농부는 비가 오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비가 오면 안되는 시기에는 그렇지 않겠지만,
농부가 맑은 대낮에 할 일이 없다고 집안에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평소 미루어 두었거나, 눈에 거슬리는 일들을 찾아서 해야 한다.
그런데 비가 오면 이런저런 생각 다 짚어 치우고 집 안에서 빗소리만 들으며 '비오네!'하면 된다. 속 편하게...

농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부지런함이 아닐까.
가만히 있지 못하고 뭐라도 해야 하고,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몸을 놀려야 속시원한 체질 말이다.
지식, 기술 다 떠나서 가장 우선 되는 것일 거다.
그런면에서 난 농촌과는 좀 거리가 먼 것일지도 모른다.
컴퓨터 하는 것이나 좋아하고,
가만히 앉아서 말하는 것이나 좋아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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