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오후 교회 컴퓨터 앞에서 고민하며 작성해 본 글이다. 포도박스를 열었을 때 이 글을 보면 포도맛이 더 나지 않을지...)

참(Charm)포도이야기

나는 참포도나무요 내 아버지는 농부라 무릇 내게 붙어 있어 열매를 맺지 아니하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그것을 제거해 버리시고 무릇 열매를 맺는 가지는 더 열매를 맺게 하려 하여 그것을 깨끗하게 하시느니라  요한복음 15:1,2

초봄, 황량하기 짝이 없었던 작은 포도밭을 처음 만났을 땐
이 곳에서 포도가 재대로 나올까 싶었습니다.
저의 어리석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포도나무는 움이 트고, 가지가 자라고,
잎이 나고, 꽃이 피더니 예외 없이 열매들을 매 달았습니다.
물론 나무들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었지만,
주렁주렁 달린 포도송이들의 모습이 대견하고, 또 감사했습니다.
하늘이 허락하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보석들을 낼 수 있었겠습니까?
서툰 손길로 포도나무의 껍질을 벗기고, 순을 정리하고, 곁순을 지르고,
적심을 하고, 송이와 알을 속고, 몇 차례 보르도액을 치는 일들은
제가 할 수 있는 너무도 작은 일에 불과 했습니다.

이제 그 열매를 거두어 누군가에게 전한다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앞섭니다.
믿고 선뜻 주문해 주신 그 따듯한 마음에 감사한 마음이지만,
혹여 저로 인해 다른 농부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해서입니다.
그럼에도 이 몸짓이 생명살림의 작지만 큰 발걸음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수확의 때에 친환경적인 재배방식을 가르쳐 준 큰 길벗인 향유네 박종관 김현 부부에게 전적인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포도밭을 소개해 준 뒷집 차창식 형님,
관심 가져 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던 황간포도원 임영진 형님,
그 밖에 마음으로 함께하며 힘이 되어 주신 벗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200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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