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코엘료

「11분」은 ‘마리아’라는 한 브라질 여인의 14년여의 삶을 담고 있다.
처음으로 사랑을 시작하고, 상처받고, 스스로 사랑에 성숙해 가는가를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이 여인의 삶이 어디로 흘러(?) 갈 것인가 애태우게 하는 부분도 있고,
또 왜 11분이라는 제목이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해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읽어 갈수록 마리아가 자신의 삶에 대해 보다 성숙한 태도를 갖게 되고,
무엇보다 지혜로워지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한결 안정감 있게 읽도록 한다.
비록 그녀의 선택이 창녀의 삶이었기는 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최악의 생활은 아니라는데 놀라기도 하면서 안도했다.

물론 내가 그 세계를 모르는 것일 수도 있지만,
한국에서 창녀라고 하면 포주에 의해 모든 삶을 송두리째 지배당하며 혹사당하는 것으로 아는 것이 상식인데, 스위스에서의 창녀는 충분히 독립적이고,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다는 것, 그리고 본인이 확고한 의지만 있다면 돈도 충분히 벌 수 있는 직업이라는데 또 새롭게 다가왔다. 물론 스위스라는 사회 문화적 배경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리라고 본다.

아무튼 ‘11분’은 바로 남자와 여자가 성관계를 가지면서 실제 쾌감을 느끼는 시간이라고 한다.
11분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주인공인 마리아가 수많은 남자들을 상대하면서
남자와 여자의 관계에 허와 실을 깊이 있게 통찰해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그러면서 그런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마리아 또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솔직히 공공연히 판매되는 책에서, 그것도 유명 작가의 베스트셀러 책에서
이렇게 적나라한 성적 표현들을 접하게 될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당혹스러움도 느꼈지만
계속 읽어가며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이해하게 되면서
오히려 우리에게 필요한 대화의 소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성관계라는 것은 인류를 존재케 하는 중요한 만남의 시간일 수 있고,
더구나 대부분의 성인들이 삶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11분」의 시선은 일상적인 삶의 대화에서는 그럴 수 없다손 치더라도 성관계를 나누는 당사자들 간에도 거의 대화가 없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만남인지.
대부분의 부부 간에 이런 대화들은 단절 된다.
그리고 서로를 향해 말하지 않으며 속으로 삭이다 그런 상태를 자연스럽게 수용해 버린다.
마치 도서관 사서 하이디가 자신의 남편과의 관계를 받아들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므로 「11분」이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서로에 대한 솔직한 대화이다.
그것도 성에 대한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
어떻게 할 때 쾌감을 느끼는지에 대해 아는 것도 중요하고,
실제 대화로도 그러할 뿐만 아니라 성관계 자체도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사랑과 이해와 존중이 전제되는 소통, 대화가 실제 오르가즘에 이르는 것보다 진정한 쾌감을 준다는 것이다.

마리아는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한 남자를 만난다.
결국 이 남자와 코엘료 특유의 해피앤딩의 장면을 연출하게 된다.
이 이야기가 실제 인물을 소재로 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이 흥미로울 따름이다.


underline

사랑은 상대의 존재보다는 부재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그와 함께 있을 때보다 혼자 있을 때 사랑은 증폭되었다. 22p

인간 존재의 목표는 절대적인 사랑을 이해하는 것이고, 사랑은 타인 속에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속에 있다. 그것을 일깨우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하지만 그것을 일깨우기 위해 우리는 타인을 필요로 한다. 우리 옆에 우리의 감정을 함께 나눌 누군가가 있을 때에야 우주는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155p

“직업여성으로서의 날 원하나요?”
“당신이 원하는 대로의 당신을 원해요.” 168p

"당신이 갖고 싶어 할 물건을 사주는 대신, 나에게 진짜 나에게 속하는 물건을 당신께 드리는 거예요. 선물이죠. 나와 마주 보고 있는 사람에 대한 존중의 표시, 그 사람 가까이에 있는 것이 나한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리는 방식이에요. 당신은 이제 내가 당신에게 자유롭게, 그리고 자발적으로 넘겨준 나 자신의 일부를 소유하는 거예요.” 172p

“늘 꿈꾸었던 사람을 찾아 자세히 관찰해본 사람은 섹스 에너지가 성관계에 우선한다는 사실을 알아요. 가장 큰 쾌락은 섹스가 아니라 섹스에 담겨 있는 정열이죠. 정열이 월등할 때, 섹스를 통해 그 춤을 완수하게 되죠. 하지만 섹스는 결코 본질적인 게 아니에요.” 214p

삶을 통해 누군가를 소유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얼마나 헛된 일인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을 속이는 것이라는 것, 마리아는 잘 알고 있었다.
운동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안다. 목표달성을 원한다면, 매일 일정량의 고통이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222-223p

'깨어살리 > 책꽂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이 아니라 실천  (0) 2009.10.15
나를 위한 연금술_연금술사  (0) 2006.10.11
유목민으로 살기_오자히르  (0) 2006.10.11
블로그 이미지

dolso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