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코엘료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는 정말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있었다. 베스트셀러를 읽는다는 것은 왠지 대중성에 합류하는 느낌을 주는 것 같아 좀 꺼리는 편이다. 읽으면서도 그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며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물론 읽은 사람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읽기에 똑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겠지만. 어쩌면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하게 될까봐 두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오자히르」에서 코엘료가 썼듯이 어쩌면 저자 자신도 자신이 쓴 책을 대할 때 자신도 몰랐던 것들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의 자유로운 생각이 틀리다 맞다 할 수 없을 거다. 다를 수는 있을 것이리라.

「연금술사」로 들어가 보면 주인공 산티아고는 결국 보물을 찾았다. 그것도 그가 처음으로 꿈을 꾸었던 그 옛 성당 자리에서. 그가 꾸었던 꿈이 헛꿈은 아니었다는 것에서 독자로서 기쁘다.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그가 추구했던 꿈, 자아의 신화를 추구한 결과가 손에 잡히는 보물은 아니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래서 꼭 보물을 찾는 것으로 마쳐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그가 발견한 보물은 이미 여행을 통해서 얻은 것들이 아닐까. 2년 여 정들었던 양들과 결별하고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용기, 모든 재산을 잃고도 실의에 빠지지 않고 새로이 일을 시작하고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었던 기개, 또다시 여행을 떠나고 그 속에서 만물의 언어를 배운 것, 또 사랑하는 여인을 갖게 된 것, 영국인들이 소원했던 진짜 연금술사를 만나 그의 가르침을 받고 제자가 되었던 것 등 그는 참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 그래서 내 생각에는 그가 그 모든 것을 모아서 보물이라고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제 보물을 찾고 보니 ‘재미있다’는 생각도, 저자가 결말을 복잡하지 않고, 쉽게 마무리를 지어 독자로 하여금 마음 편하게(?) 해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오자히르」에서도 주인공은 자신을 떠났던 아내를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만나는 것으로 마친다.

아무튼 산티아고가 만물과 소통하게 되는 과정이 아주 흥미롭게 그려지는 데, 바람이나 심지어 태양과도 대화를 나누었다는 것은 놀랍기까지 한 상상력이다. 마치 그리스 신화를 읽고 있는 듯했다. 산티아고가 이미 양들과 함께 하는 가운데 이미 자연과의 대화의 단초들을 얻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연금술사」를 읽으며 주변을 새롭게 보게 되었다. 혹시 나에게 주는 표지들이 있지 않을까? 무심코 지나쳐 버린 것들 가운데 창조와 함께 이미 남겨진 하나님의 흔적인 표지들, 사랑의 자취들이 있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여행... 그것이 이슬람교도인 크리스탈 가게 주인에게는 성지순례요, 영국인에게는 연금술사를 만나기 위한 여정이요, 사막의 대상들에게는 목숨을 건 생존의 장이고, 산티아고에겐 보물을 찾아 가는 길이었지만, 나에게 있어 떠나야 할 여행은 무엇인지 질문하게 되었다. 나에게 있어 단지 나이기에 나인 나에 머물지 않고 진정한 나로 나아가게 하기 위한 연금술이 필요하다. 여행...

그는 결국 보물의 꿈을 꾸었던 그 자리에서 보물을 찾았다는 것이 의미있게 다가온다. 대개의 경우 우리는 꿈과 이상을 품게 될 때 지금 내가 선 곳이 아닌 다른 어떤 곳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산티아고는 그가 보물에 대한 꿈을 꾼 바로 그 곳에서 보물을 찾았다. 오늘 꿈을 꾸기 시작하는 그 자리의 소중함을 말하려는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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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자아의 신화보다는 남들이 팝콘 장수와 양치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되어버린 거지.” - 멜기세덱 49p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 데 있도다’ - 멜기세덱의 이야기 속 현자 중의 현자의 말 62p

결정이란 단지 시작일 뿐이라는 점이었다 - 산티아고가 사막으로의 여행을 위해 대상에 합류하면서 116p

“우리 인간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목숨이나 농사일처럼 우리가 현재 갖고 있는 것들을 잃는 일이오. 하지만 이러한 두려움은, 우리 삶과 세상의 역사가 다같이 신의 커다란 손에 의해 기록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나면 단숨에 사라지는 거라오.” - 산티아고에게 낙타몰이꾼이 한 이야기 130p

“그대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게. 그대의 마음이 모든 것을 알 테니. 그대의 마음은 만물의 정기에서 태어났고, 언젠가는 만물의 정기 속으로 되돌아갈 것이니” - 산티아고에게 연금술사가 한 이야기 208p

“고통 그 자체보다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더 나쁜 것이라고 그대의 마음에 일러주게.” - 고통받을까 두려워 하고 있는 산티아고에게 연금술사가...212p

행복한 인간이란 자신의 마음속에 신을 담고 있는 사람이라고 마음은 속삭였다.
‘지상의 모든 인간에게는 그를 기다리는 보물이 있어. 그런데 우리들, 인간의 마음은 그 보물에 대해서는 거의 얘기하지 않아 사람들이 보물을 더 이상 찾으려 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어린아이들에게만 얘기하지. 그리고는 인생이 각자의 운명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그들을 이끌어가도록 내버려두는 거야. 불행히도, 자기 앞에 그려진 자아의 신화와 행복의 길을 따라가는 사람은 거의 없어. 사람들 대부분은 이 세상을 험난한 그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세상은 험난한 것으로 변하는 거야. 그래서 우리들 마음은 사라들에게 점점 더 낮은 소리로 말하지. 아예 침묵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우리의 얘기가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기를 원해. 그건 우리가 가르쳐준 길을 따라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걸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지.’ - 산티아고에게 그의 마음이 들려준 이야기 213-214

2005.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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