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낭, 시내버스로 여행하기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의 다른 나라들보다 대중교통 시스템이 잘 되어있었다. 아무래도 경제력의 차이인것 같다. 태국에서 말레이시아로 넘어 오면서도 느꼈지만 일단 도로가 잘 닦여 있고, 페낭의 경운 시내버스가 잘 운영되고 있었다. 버스 번호와 노선만 잘 알면 페낭의 어디든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다. 켁록시나 페낭힐은 물론 거니 드라이브를 갈 때도 시내버스로 이동했다.


켁록시 사원, 극락사

거의 모든 시내버스가 콤타 버스 터미널을 경유한다. 


켁록시에 가면서 처음 시내버스를 이용했다. 기사가 일일이 표를 끊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원을 오르며 내려다본 페낭 도심.



켁록시는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큰 불교사원이다. 절에 갈 때 느끼는 것이지만, 절에서 형상화된 인물이나 동물들이 힌두교와 묘하게 오버랩된다는 것이다. 불교는 힌두교와는 많이 다르지만 인도라는 같은 토양에서 태동했고, 또 후발주자이기에 불교가 힌두교의 상징들을 차용한 것 같다. 켁록시 사원은 더더욱 혼합되어 있다는 것이 부쩍 더 눈에 띄었다. 규모면에서 보면 상상초월하는 것들이 많이 있지만 큰 감흥을 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라오스 루앙프라방의 사원들이 작지만 단아하고 섬세한 아름다움을 잊지 못하고 있는 나에겐 더욱 그랬다.

저기 가운데 앉아 계신 부처님은 왜 팔이 저리 많은 것일까. 같은 대답이다. 인도라는 배경과 여러 지역을 지나며 팔 뿐만 아니라 다양한 덧붙임이 있었던 것이다. 당연하다. 그런 것들을 잘 살펴보면 종교에 인간의 근본적이고 다양한 욕구가 반영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깨달은 자 고타마 싯다르타 하나로는 부족하다. 관음보살, 지장보살, 무슨무슨 보살, 금강역사 등등이 필요하다. 그런 것들이 있어야 중생들을 절로 불러들이고 절에 묶어 놓을 수 있는 거다.

종교의 속성으로 본다면 기독교도 별반 다르지 않다. 히브리문화가 헬라·로마문화를 만났고, 또 로마주변 민족들의 토착문화들과 섞였다. 별도 중요하고, 태양도 중요해지고, 성탄절이 필요해지고, 마리아도 천사도 성자도 필요했다. 심지어 정치적 구조까지 가져와 교황도 만들어냈다. 이런 것들로부터 벗어나려고 프로테스탄트(개신교)가 등장했지만, 오늘날 프로테스탄트 역시 다시금 사람들의 욕망에 편승해 그들의 구미에 맞는 것들로 교회를 치장하고 있다.

켁록시 사원을 보며 느끼는 이물감이 오늘 한국 교회들 가운데서도 별반 다르지 않으니 슬픔 크고, 아픔이 크다. 21세기에 종교를 어떻게 다시 정의하느냐가 중대한 숙제가 아닐까.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종교성 강한 나라들 한 가운데서 더욱 종교가 부자연스러운 것은 왤까.


페낭힐에서 바라본 페낭


823m 페낭힐 정상까지 관광객을 싣고나르는 모노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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