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모험을 즐기지 않는 여행자의 페낭 먹거리 이야기 ㅋㅋ

2013.4.30~5.2.


대체로 가이드북을 보면 그 나라나 지방의 음식을 소개하며 '맛있다', '꼭 먹어봐라'하면서 '거기'를 정해준다. 꼭 봐야 하는 곳과 함께 꼭 거기서 먹어야한다는 말이 얼마나 마음을 사로잡는 지 모른다. 그래서 점심 때, 저녁 때가 되면 약간은 긴장하면서 그 곳을 찾게 된다. 관광명소에 비해 식당은 찾기가 어려울 때가 많아서 더욱 그렇다. 그래서 보통 관광지에 가면 두어 곳 먹어보고 입에 맞는 곳이 있으면 그 곳을 중심으로 가게 된다. 먹을려고 여행하는 것은 아니니 모험을 하긴 싫고, 또 경제적인 이유도 있기 때문이다.

페낭에 와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푸드코트가 많고 규모가 크다는 것이다. 태국에서도 몇 곳을 경험하긴 했지만 이렇게 다양한 메뉴에 북적이는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또 특징은 굉장히 저렴하다는 것이다. 보통 식당들에서 MR10(태국 100밧, 한화 약 3,500원)이면 저렴한 편인데, 푸드코트에서는 MR5를 넘으면 비싼 메뉴에 속한다.


에스플러네이드 푸드코트 - 조지타운 북쪽 해안가 위치



숙소에서 가깝고 저렴해서 첫째날과 둘째날 저녁을 해결했다. 첫 날엔 차퀘티아우 집에서 미고랭을 MR4를 주고 먹었고, 둘째 날엔 겁없이 페낭 락사를 MR3.5를 주고 먹었다. 조금 비릿했지만 못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가격이 착하다보니 서비스가 어떻고, 양이 어떻고, 분위기가 어떻고 따질 필요가 없다. 아쉬운 것은 혼자라서 한 가지 메뉴만 먹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여럿이면 꼭 눈에 띄는 여러 메뉴를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과일을 잔뜩 싣고 깎아 잘라 담아 파는 자동차 노점상이 있어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수박, 자두, 사과 등을 사들고 밤에도 먹고 아침에도 먹었다. 조지타운에 머문다면 이 푸드코트만 가도 식사는 별 문제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문제는 가이드북에서 최고, 인기있는 곳이라는 표현을 따라 갔을 때, 전혀 동의가 안되는 경우도 종종, 아니 많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음식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 작용하는 것 같다. 특히 나에게 있어서 동남아 음식은 태국이든 라오스든 말레이시아든 간에 조금 어렵다. 그 맛도 그렇거니와 길거리에서 조리해서 담아내는 그 과정이 썩 마음이 가지 않는다.

사실 가장 어려운 점은 그 맛이다.


Maj 무슬림 레스토랑 - Ah Quee스트리트에 위치


찾기 쉬운 위치에 있는데 약간 헤매면서 더 기대가 되었던 로컬 식당이었다. 페낭에서 로티 차파티 2대 맛집이라는 말에 더욱 끌려서 약간은 주린 배를 참으며 포기하지 않고 결국 찾아냈다. 정말 허름하기도 하고, 인도사람이 운영하는 식당 사람들이 모두 남자들이어서 그런지 일하는 것이 어설퍼 보이기도 했다. 어렵게 주문을 하고 내가 다 받아 들고 자리로 왔다. 맨밥에 해산물이 든 커리를 붓고, 차파티 두 장을 곁들여 먹었다. 음~ 솔찍히 먹기 힘들었다. 차파티는 그냥 밀가루로 구운 부드러운 난이라고 할까? 난에 비해 밀가루 향이 더 났다. 커리는 내 입에는 좀 강했다. 맵고 감칠맛은 없는...

이런 것이 개인차인 것 같다. 어떤 사람에겐 별미가 될 수 있지만 어떤 사람에겐 약간 고역이 될 수는 있는... 그런데 재미있었던 것은 한국사람이라고 했더니 계산할 때 '서울 코리아 얼마죠?' 하고 서로 묻는 거다. 그래도 그렇게 열심히 움직이며 미소짓는 점원들이 있어 정이 들뻔 했던 식당이다.


산토리니 - 튠 호텔 근처에 위치

젊은 층을 겨냥했고, 깔끔하고, 착한 가격이라는 말에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갔다. 생각해 보니 내가 젊은 층은 아닌데 착각을 한 것 같다. ㅋㅋ 점심에는 메뉴에 MR2만 추가하면 음료와 아이스크림이 함께 나와서 더욱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림만 보고 맛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킨 내 실수... 메뉴 이름은 생각이 안나는데 라면 면발 같은 것은 태국의 팟타이처럼 볶고 거기에 튀긴 치킨 조각들을 더한 것이다. 그림도 그렇고 느낌상으로도 맛있을 것이 뻔한 메뉴이다. 그런데 이게 왠일, 치킨은 치킨 맛인데, 볶은 면이 아무 맛도 안나는 거다. 다 먹고서는 케첩이라도 달라고 할 걸 그랬다는 생각을 했다. 암튼 외국에 나와서는 그림만으로는 맛을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단, 아이스 초코는 맛있었다.


두둥 두둥!

거니 드라이브 - 거니플라자를 통과해서 해변길로 나가 왼쪽으로 30~40미터

페리 터미널 앞에 있는 버스 터미널에서 103번 버스를 타고 갔다.


아직 시간이 이른지 사람들이 북적이지 않는다.




페낭에서, 아니 말레이시아 전체에서 음식으로 정평이 자자한 곳, 거니 드라이브를 버스 103번을 타고 갔다. 버스는 RM2 정도 할 줄 알았는데, RM1.4라서 가깝다는 것을 직감했다. 가이드북에 '거니 플라자 옆에 위치'라고 되어 있어서 그 옆을 찾느라 더운날 땀좀 흘렸다. 규모면에서 다른 푸드코트에 비해 크고 좀 더 다양한 메뉴가 있었다. 내가 갔을 때는 시작하는 시간이라 막 문을 열고있는 집도 많았고, 빈자리도 꾀 많았다.

계속 국수를 먹었던 터라 다른 음식을 먹고 싶어서 돌아보다 튀김 종류를 쌓아 놓고 골라 주면 썰어서 소스를 뿌려주는 음식(이름이 뭐더라)에 꽂혔다. 에스플러네이드에서 가장 눈길이 갔었기 때문에 거니 드라이브에서 맛을 보기로 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음식점을 잘못 선택한 것인지... 맛이 뭐라 할까... 정확히 표현해서 내 입에 안 맞았다. 그렇다. 여기서도 마찬가지인데 다른 메뉴를 먹었어도 그랬을 것이다. 음식에 대한 판단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 아무리 말레이시아의 내로라 하는 곳이라 해도 난 아닌 것 같다.

아마도 내 입맛이 너무 한국적 음식문화에 길들여져 있는 것 같다. 동남아시아에서 얼마간 더 머물 것인데, 그래도 최소한의 예의로 몇 차례의 도전을 해보겠지만, 음식에 대해서 내가 좀 너무 까다롭게 구는 것 같다.



>>말레이시아가 음식 값이 싸다?


가 본 곳이 몇 곳 없어서 라오스와 말레이시아를 비교할 수밖에 없는데... 특히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루앙프라방과 페낭이 비교된다. 뭐라고 할까, 여행자로서 가장 피부로 다가오는 것이 밥값이다. 라오스의 도시 루앙프라방과 열 배는 잘 사는 말레이시아 페낭 중에 어디서 더 밥값이 저렴할까. 답은 페낭이 더 저렴하다는 것이다. 이유를 따져보면 식자제의 거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라오스에서는 음식 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런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해도,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돈으로 환산하면 루앙프라방에서는 보통 3,200원 정도만 되도 싼 편에 속했는데, 페낭에서는 1,600원짜리 식사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라오스에서는 관광지가 형성이 될 때 일어난 현상은 그 곳에 살고 있는 현지인들이 소외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루앙프라방이나 왕위앙(방비엥)의 관광지는 현지인들이 먹고살 수 없는 곳이 되었다. 모두 외곽으로 이동해서 그들을 위한 로컬식당은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에 태국도 그렇고 말레이시아는 비록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이 되고 모든 것이 외국인들을 위한 것으로 맞추어지는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현지인들을 위한 인프라는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소위 로컬 식당들이 존재하고, 주머니 가벼운 여행자들에게 효자노릇을 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현상은 경제력과 관련이 있어보인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곳이 관광지로 개발이 될 때 그 빠른 변화에 적응하고 맞추어 살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을 때는 말레이시아처럼 로컬 문화도 함께 살아 있는 것이고, 그렇지 못할 때는 라오스처럼 모두 다른 곳으로 옮겨가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라오스의 경우 사람이 좋다고 하는데, 관광지를 중심으로 여행할 경우엔 그 좋은 사람들의 표정을 만날 수 없다. 모두 여행자를 상대하면 살아남은 사람들만 보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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