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에피소드1

뚝뚝을 타고 이 곳 저 곳을 돌며 간간히 지나쳐 가는 자전거를 탄 여행자들을 목격했다.

처음 든 생각은 '이 더위에 패달을 돌리며 타는 자전거는 얼마나 힘들까'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라고 못할 것 뭐가 있나.

더구나 가이드북에도 자전거로 가 볼 수 있는 곳 몇 곳을 추천하고 있었다.

그래서 큰 맘 먹고 자전거를 줄지어 놓은 곳에 가서 얼마냐고 물었다.

돌아오는 답! 2달러^^ 오~대박!

물론 자전거의 상태에 따라서 좀 차이는 난다.

암튼 여권 맡기고 하나 빌려서 '자유롭게~' 씨엠립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첫 목적지는 서 바라이. 

앙코르 유적 입장권이 필요없고, 자전거로 가기에 딱 맞는 거리라고 했다.

가이드북의 안내글을 숙지하고, 올드마켓 부근에서 출발해 열심히 패달을 밟았다.

그런데 공항을 지나고 한참을 지났는데도 입구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책의 설명과 비슷한 곳을 발견하고 들어갔는데, 이런~ 전혀 다른 곳이었다.

하는 수 없이 길 옆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서 바라이를 물었더니 흔쾌히 안내하겠다고 나선다. 

따라 오라고 하더니 둘 다 자전거로 앞서 달리기 시작한다.

산악자전거거 아닌게 분명한데 모레길, 숲길, 돌길을 잘도 달린다.

그리고 얼마 후 큰 호수가 나타났다.

아~ ... 내가 가려고 했던 곳의 반대편에 도달해 있었다. 

이런, 멀리도 와 버렸네 ㅎㅎ

두 친구에게 고맙다고 하고 기념촬영도 하고, 또 미안한 마음에 1달러를 줬던 거 같다.

너무 고마워하면서 환한 미소를 남기고 뒤돌아 내려갔다.


그날 길을 잃어서 고생한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저녁에 알게 됐다.

사오 일을 뚝뚝만 타고 다녀서 햇빛의 강렬함을 간과했던 것이다.

반바지에 반팔을 입고서 자전거를 탔으니, 드러난 곳은 거의 구워졌다고 하면 맞다.

이후로도 몇 달 동안이나 그을린 피부는 원래 빛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자전거를 타려면 일단 햇빛을 잘 가리는 것이 우선이고

목적지에 가는 길을 잘 알아 두고 출발을 하는 것이 좋겠다.



자전거 에피소드2

두번째 갔을 때는 아예 더 멀리 가보기로 했는데,

올드마켓 인근에서 출발해 똔레삽 호수까지 갔다 오기로 했다.

서바래이 가는 길은 일단 6번 국도이고, 나름 길이 이중으로 넒게 닦여 있는데 비해

똔래삽 가는 길은 좁은 왕복 2차로이다.

그래서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 차들도 위험하고, 먼지도 많다.

그래도 장점을 꼽으라면, 길 옆에 바로 붙어서 살고 있는 현지인들의 생활을 생생히 볼 수 있다는 것.


사실 목적지는 똔레삽 보트 매표소를 지나 뚝 위에 형성된 마을을 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앞에 검문소가 있고 허가받지 않은 외국인은 들어갈 수 없다고 해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그 안에 한국교회의 후원으로 지어진 교회도 있고

다일공동체가 지원해서 만들어진 목재 배를 짓는 조선소가 있기 때문에 보고 싶었는데...

돌아올 때는 에너지가 거의 방전되서

캄보디아에서 인기있는 한국 음료...박카스 캔을 하나 마시고 힘을 내서 돌아왔다.


자전거를 탈 때는 물을 충분히 마시고,

박카스 같은 에너지 음료도 하나 정도 챙기면 좋겠다.




자전거 에피소드3

세번째로 최근에 갔을 때는 자전거로 좀 더 지평을 넓혀 보고 싶었다.

앙코르와트에 갔다가 쓰리스랑을 지나 따 프롬까지 가는 것.

뭐 거리로 봤을 때는 그리 무리한 계획도 아니었다.

문제는 전날 자전거를 탈 때부터 이상하게 엉덩이가 무척 아팠다는거다.

더운 것도, 힘든 것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데, 엉덩이가 아프니까 이건 견디기 쉽지 않았다.

아픈 것을 참으며 계획한 대로 가긴 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정말 죽을지경이었다.

지나가는 뚝뚝을 잡아서 타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다.


좀 생각을 해봤는데, 자전거가 이전에 탔던 것들이랑 좀 달랐던 것 같다.

서양인들의 체형에 맞추어진 것이었을까.

안장과 손잡이 부분이 너무 멀었던 것 같다(사이클도 아닌데).

그렇다고 핸들의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암튼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전거를 고를 때 새 것이냐 헌 것이냐, 또 무슨 기능이 있냐를 보기 전에

내 몸에 맞는 것인지를 우선적으로 봐야겠다.



세 번의 경험담을 썼는데, 진짜 결론적으로 하고싶은 말은

씨엠립은 자전거로 다니기 안성맞춤인 도시라는 것이다.

대부분이 평지이기 때문에 아주 먼 곳까지는 어렵겠지만, 

서 바라이, 똔레 삽 호수 입구, 앙코르와트, 따 프롬, 롤루오스 등등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중요한 포인트는... 여행은 느리게 할 수록 더 좋다는 것!

비행기 보다는 자동차, 자동차보다는 오토바이(뚝뚝), 뚝뚝보다는 자전거, 자전거보다는 걷기.

빠르면 그만큼 놓치는 것이 많다는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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