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서 가장 많은 여행자는 단연 러시아와 중국 사람이다.

그리고 일본, 한국 사람이고, 말레이시아나 인도 사람들도 많다.

러시아나 중국 사람들은 대륙에 살다보니 주로 물이 있는 푸껫 같은 섬이나 해변으로 간다.

그래서 태국의 치앙마이나 라오스의 도시들처럼 내륙이나 앙코르 유적 같은 곳에선 

어떤 한 나라에 쏠리지 않은 비교적 다양한 국적의 여행자들을 만나게 된다.

앙코르 유적에선 서유럽 사람들이 많고, 간간히 미국이나 캐나다 등지에서 온 이들이 있다.

특히 여행지에서 만나는 서양인들에게선 뭔가 배울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바로 '여행의 기술', 그들은 무척 잘 단련된 기술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그들은 일단 많은 준비를 해서 오지 않는다.

옷도 장비도 먹을 것도 가능한 현지에서 조달한다.

그러니 짐은 딱 필요한 것만 가지고 오는 것 같다.

여행을 위해 준비한 짐이 오히려 여행을 방해하는 일이 더 많지 않나.

바리바리 짐보따리 들고, 무거운 카메라 짊어지고 다니는 동양인들(특힌 한국사람들)과 사뭇 다르다.


앞의 이유 때문이기도 하고,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서 그렇기도 할텐데

복장이나 가방을 보면 오랜 여행으로 때가 꼬질꼬질한 것을 볼 수 있다.

누구 시선을 개의치 않고 자신만의 여행을 즐긴다.

그래도 미국이나 캐나다 여행자는 외모는 비슷하지만 차림새는 좀 깔끔하다.

여담이지만 가장 젠틀하고 친절한 사람들은 역시 캐나다 사람들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 때문인 것 같다.


현지의 로컬 교통 수단을 주로 이용한다.

버스터미널이나 저렴하게 이동하는 지역 버스들 앞에는 여지없이 서양인들이 서 있다.

한국산 중고 버스의 좁은 간격의 의자에 끼어 앉아서도 별로 불평하지 않는다.

여행을 이해하는 관점의 차이가 아닌가 한다.

어떤 곳, 어떤 볼거리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체의 과정을 여행으로 즐기려는 자세의 차이다.



여행 중 일어나는 예기치 않은 일들에 과민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그런 모든 변수들을 여행의 일부로 여긴다.

아무래도 긴 여행기간을 갖고 와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한국 사람들은 한 곳에서 일정이 틀어지면 연쇄 반응이 일어나지만

이들은 더 머물러야 되면 더 있을 수 있다는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있다.


가능한 자신들의 몸을 활용하여 경한다.

다양한 엑티비티를 즐기고, 이동할 때도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오토바이 등을 타면서

어떻게든 길, 바람, 열기를 온 몸으로 만끽하려고 한다.

이 부분에는 나이나 성별이 상관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러니 대형버스 안에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갖혀서 여행하는 한국사람들이 얼마나 유별나 보일까.


진지하게 경청할 줄 안다.

가이드의 설명을 경청하며 또 진지하게 질문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최대한 다른 관광객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배려하는 자세도 엿볼 수 있다.



이들은 분위기를 즐긴다.

생각보다 음주를 즐기지 않는다. 

와인 같은 것도 딱 한 두 잔 정도만 먹고 지긋이 길을 주시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도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눈치다.

푸껫 같은 곳에선 대낮부터 바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을 많이 보게 되지만

캄보디아나 내륙의 도시들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숙소의 부대시설을 여유있게 이한다.

아무래도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여행과 쉼을 적절히 하면서 수영도 하고 비치의자에서 책도 본다.

빡빡한 일정에 짬이 나면 무조건 마사지 샵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는 한국사람들은 좀처럼 가질 수 없는 그림이다.


흥을 돋우며, 무례하지 않게 친구를 만든다.

즐겨 찾는 식당의 종업원이나 안내하는 가이드 등과 수평적인 관계를 맺으며 편안한 사이가 된다.

뭘 더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코믹한 태도와 유머로 흥겨운 분위기를 만들어

자연스럽게 편한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가난한 나라의 사람이라고 무시하며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해변을 가든 유적을 가든 잠시의 시간이 날 때 책을 꺼내든다.

여행지에서 무슨 책이냐고 하겠지만, 책이라는 것은 마음의 여유를 뜻하고

또 생각한다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정리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서양인들을 관찰하면서 생각해본 여행의 기술이다.

뭐 겉모습만 보고 잘못 짚은 것이 더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서양인들이 정말 이렇게 하냐 안 하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런 여행의 기술을 가진 여행자가 되고 싶다는 작은 바람에서 정리를 해 보았다.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다. ㅎㅎ




블로그 이미지

dolso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