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를 찾는 이유는 단 하나, 앙코르 유적을 보기 위해서이다. 

앙코르 유적, 정말 대단하다. 그냥 대단한 정도가 아니라 놀랍도록 대단하다.

앙코르 유적을 보고나면 웬만한 유적은 눈에도 안들어온다는 단점이 있을 정도다.

어떻게 이런 곳에 이렇게 놀라운 문명을 꽃피울 수 있었을까?

더군다나 이름없는 동방의 작은 나라에 말이다.

이 부분 앙코르 유적을 발견한 초기 학자들부터 의문이었다고 하니

이 보잘것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어떻게... 겉모습으로만 보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지나치는 동남아의 가장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 그리 작게만 보이진 않는다.


이렇게 놀라운 문명의 흔적을 볼 때 무엇을 보는 것이 가장 잘~ 보는 것이 될까.


12세기 거대 도시였던 앙코르톰의 남문


앙코르톰 안에 있는 바이욘 사원. 3층에 '크메르의 미소'로 일컬어지는 사면상이 인상적이다.


우선은 마치 외계인이 내려와 지었을 것 같은 규모와 정교함에 온통 정신을 빼앗기게 된다. 

어떻게 그 큰 돌들을 날라올 수 있었을까? 

어떻게 그렇게 빈틈없이 매끄럽게 쌓아 올릴 수 있었을까?

습지 위에 견고하게 올려 놓을 수 있었을까? 

엄청난 규모의 건물을 그리도 짧은 기간에 완성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또 그 거대한 유적들이 몇 백년을 잊혀질 수 있었을까?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경외감으로 변하게 된다.


앙코르와트 중앙 성소. 


또 시간이 만들어 놓은 장관이라고 할 수 있는 오늘의 모습이 주는 감동이다.

감동이라고 하니 좀 그런데, 캄보디아가 가진 기후와 식생으로 인해 탄생한

스펑(또는 보리수) 나무와 유적의 파괴적 조화이다.

사실 나무가 완전히 제거되어 복구된 유적보다

여전히 나무 뿌리와 돌들이 뒤엉켜 있는 유적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더 붙잡는다.


꼬 께르 인근에 있는 유적. 나무뿌리 모습에서는 이 곳이 단연 압권이다.


어디 놓치지 않고 봐야하는 것들이 이 정도뿐일까?

실은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특히 앙코르와트에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종교와 정치의 밀월이다.

정치권력이 어떻게 종교의 이름을 빌어 사기를 치는지 생생히 보게 하는 곳이 앙코르와트이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종교와 정치의 구분선이 모호하기도 하다.

어디까지가 정치였고, 어디서부터 종교였을까?

정치는 종교적 특성을 가질 때 더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사실 정교분리의 시대라고 하는 오늘날에도 

정치는 충분히 종교성을 띠고, 종교는 정치성을 버리지 못하는 것을 보면

과거에야 얼마나 더 했을까 상상해 볼 수 있다.

앙코르의 흔적과 오늘 정치를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며 몰입하는 대중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그 사기극이 얼마가지 않을텐데, 왜 그걸 모르고 열광을 하는 지...

앙코르와트를 보면서 더더욱 확신에 가까운 가설이 하나 떠오른다.

단기적 사기는 정치이고, 장기적 사기는 종교가 아닐까 하는.


앙코르와트 중앙 성소 네 번째 회랑 '천국과 지옥'의 한 장면. 

막대기를 들고 있는 염라대왕 뒤에서 한 말씀 거들고 있는 사람이 앙코르와트의 주인 수리야바르만 2세이다. 


앙코르 유적이 캄보디아에 득일까, 실일까?

짧게 봤을 때는 분명히 득이라 할 수 있겠다.

변변한 산업이 없기 때문에 이 놀라운 관광자원으로 인해 얼마나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나?

캄보디아에 가서 놀라는 것 중 하나는 1달러 이상은 그냥 달러로 통용된다는 것이다.

씨엠립만 그럴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다른 도시에서도 마찬가지다.

암튼 달러벌이의 차원에서는 이 유적들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길게 보면 캄보디아의 발전을 가장 발목잡는 것이 앙코르 유적이 아닐까 싶다.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서 그냥 돈을 벌어들일 수 있을 때 그건 진보가 아닌 퇴보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좀 우스운 관점이지만, 캄보디아 사람들은 늘 미래가 아닌 과거만 바라보고 산다고 보면 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기술을 배우고, 생각을 바꿔 변화를 꿈꿀 필요가 없는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 캄보디아이다.

그러니 앙코르 유적은 시간이 가면 갈 수록 더욱 캄보디아에 실이 될 것이다.


바꽁에서 숨바꼭질을 하면 놀고 있는 현지 아이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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