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낭 곳곳에 정당 깃발이 과할 정도로 많이 걸려 있어서 총선이 있다는 것은 알았는데, 그 총선을 두고 시국이 어떻게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페낭 세인트 조지 교회에 갔을 때 안내해 주시던 여성 분이 이 번에는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했는데, 그 분은 야당을 지지하는 것 같았으니 그 분의 말은 정권교체를 의미했던 것 같다. 나중에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페낭이 야당색이 짙다고 나온 것을 봤다. 아무튼 페낭에서도 그렇고 쿠알라 룸푸르에 와서도 여행자가 총선과 관련해 자세한 상황을 파악하긴 어려웠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5월 4일 자정을 넘겨 투표일인 5일이 되는 순간 호텔 밖에서 자동차 경적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한두 대가 내는 소리가 아니어서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나가 봤더니, 야당 지지자들이 차량에 깃발을 흔들며 행진을 하고 있었다. 한국 같으면 오히려 조용해져야 할 시간에 더 시끄러워지는 것을 보곤 갑자기 겁이 덜컥났다. 곧바로 들어와 그제서야 인터넷을 검색해 봤다. 

이번 총선에서 정권교체가 점쳐질 정도로 박빙의 승부가 진행 중이었다. 그 만큼 선거와 관련한 사건사고들이 이미 2,000건이나 발생했고, 더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 언론의 보도였다. 더구나 야당의 지도자는 여당이 부정선거만 하지 않으면 야당이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니, 지금 돌아가는 흐름이 장난이 아니었던 거다. 와~ 이거 내일 쿠알라 룸푸르를 돌아다닐 수나 있겠나 싶고, 이런 중대한 시기에 내가 말레이시아의 수도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여기에 교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대사관의 공지사항을 확인하자 순간 맨붕이 올뻔했다.

그러나 걱정했던 것과 달리 투표는 큰 소요 없이 진행된 것 같고, 열망하던 정권교체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50년 넘게 장기집권을 해오고 있는 BN이 권력을 잃지 않았다. 결국 달라진 것은 없었다. 변화라는 것, 어디서든 참 쉽지 않은 것 같다.

2013.5.6.



페낭 곳곳에 걸려있는 정당 깃발들, 비가 많이 오는 날씨로 인해 포스터보다는 깃발을 선호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행자를 화들짝 놀라게 한 야당 지지자들의 차량 행렬이다.



투표 당일 쿠알라 룸푸르 곳곳에 지지자들이 모여 투표를 응원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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