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카 도보여행1


오전 10시 경에 말라카 센트럴 터미널에 도착했고, 바로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왔다. 기온이 약간 높긴 했지만 관광하기엔 딱인 날씨였다. 총선 투표 바로 다음날이라 아직 정당 깃발들이 곳곳에 보이지만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평온한 분위기였다.


Christ Church



내부 촬영을 못하게 해서 밖에서 살짝... 아쉽네~



히렌 스트리트


바바노냐 전통박물관

입장하면서부터 사진촬영을 못하게 해서 겉모습만 찍을 수밖에 없었다. 

페낭의 페라나칸 하우스와 비슷한데 뭘 그렇게 까다롭게 제한하는 지 모르겠다.


쳉훈텡 사원



하모니 스트리트

페낭처럼 불교, 힌두교, 이슬람교, 기독교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하여 하모니 스트리트라고 부른다고 한다.


깜풍 클링 모스크


공사중이어서 들어가지 못했고, 바로 옆에 있는 힌두교 사원도 닫혀 있어서 내부는 구경을 못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페낭 이상으로 말라카라는 지명은 익숙했다. 그 말라카에 간다고 하니 약간 흥분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페낭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기도 했다고 하니 기대 충만이었다. 그런데 네덜란드 광장에 발을 디디면서부터 살짝 김이 빠지기 시작했다. 일단 광장이라는 명칭에 무색하게 작다는 것, 좀 과장하면 분수대가 전부였다.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여기며 가이드북이 제안하는 코스대로 도보여행을 시작했다. 

크라이스트 처치, 히렌 스트리트, 바바노냐 전통 박물관, 하모니스트리트, 쳉훈텡 사원, 깜풍 클링 모스크(공사 중), 스리 포야타 비나야가 무르티 사원(문 닫힘), 세인트 세비에르 교회, 스타더이스(휴관), 세인트폴 교회, 산티아고 요새 순. 가볼 곳이 많아서 시간이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아마도 내 성격이 급해서 진득하게 보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말라카가 좀 작은 편이어서 그런 것 같았다. 페낭의 조지타운보다 작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사실관계는 잘 모르겠다.

예전부터 말라카가 이게 전부였을까. 이 작은 도시가 서구 열강의 눈에 들어 그렇게도 시달리다니. 수 많은 유적들이 그 역사를 대변하고 있다. 그것들이 문화유산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이 아시아 한 복판에 수 세기 전에 산티아고 요새, 세인트 어쩌구하는 교회들, 크라이스트 처치, 네덜란드 광장이 웬말인가.

앞으로 또 어떤 역사가 펼쳐지고, 또 어떤 유적을 남길지 모르지만, 결국 땅은 모든 시간을 인내로 기다린 것 같다. 인도네시아도 지나가고, 포르투칼도 지나가고, 네덜란드도 지나가고, 영국도 지나가고, 이젠 말레이시아라는 이름으로 수 많은 인종이 터를 잡았고 또 사라져 간 것이 아닌가. 이렇듯 긴 시선에서 보면 그져 흘러가는 것 같다. 지금은 하모니라고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수많은 이들의 치열함이 배어있는 것 아닌가.

지금 또 어딘가 빼앗기고 짓밟힌 곳들 역시 지나가고 있는 것이라 믿는다. 저 북녁 땅,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팔레스타인, 티벳, 또 아랍의 어떤 나라, 또 러시아 주변의 어떤 나라, 또 중국 내외의 어떤 민족에 압박하는 힘들도 다 지나가고 나면 그 흔적으로만 그들을 기억할 때가 분명히 올 것이다. 결국 버틸 수 있다면 그가 가장 큰 힘을 가진 것이니. 

얘기가 좀 멀리 갔지만, 말라카는 긴 일정보다는 가볍게 서너 시간 머물다 가면 딱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잠시지만 이 곳에서 몸으로 피땀 흘렸던 이름 없는 이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세계역사의 격량 가운에 있었던 이 곳에서 서구인들이든 동양인들이든 무고하게 희생된 이들에 대한 예의는 필수이다.

20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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