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한 장 의지해 길을 나섰다. 

충분히 걸어서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나 자신의 판단에 불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날도 덥고 발을 내 디딜 때마다 먼지만 날리고, 지나가는 사람도 오토바이도 없었다. 

발도 무거워지고, 신발 속으로 들어오는 작은 돌맹이들은 발다닥을 콕콕 찌르며 나를 비웃는 것 같았다. 

지도에서 본 그 길이 맞나? 아~ 나는 늘 이런다니까. 

방향감각에 대한 이 망할 자신감이 늘 화를 부른다고. 스스로 자책하며, 또 투덜거리며 길을 걷고 있을 때... 성큼성큼 나를 앞질러 가는 이가 있다. 

어! 하는 순간 '안녕!'하며 환한 미소로 인사한 그는 벌써 저만치 앞장서 있다. 

이 길이 맞나보다. 조금만 더 가면 될까? 하는 안도감이 몰려왔다.


앞선 사람의 존재, 그 얼마나 마음을 편하게 하는 지. 

그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지만, 나는 계속 그 길을 갈 수 있었다. 

이미 누군가 그 길을 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나는 늘 누군가의 발자취를 따라 왔는 지도 모른다. 

별 고민 없이 누군가 이미 걸어간, 또 걸어가고 있는 그 길을 걸어왔다. 

동시에 내 뒤를 걸을 누군가에겐 또 내가 앞 선 사람이 되겠지.

그럼... 나는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나보다 앞 선 사람은 또 올바른 길을 가고 있었던 것일까.

그 후 나를 앞서간 사람을 다시 보지 못했다. 두 시간을 헤메며 숲의 끝가지 갔지만 그는 없었다. 

뒤돌아 두 시간을 나오는 중간 중간 또다른 '나'를 만나며 나는 그 길의 끝에 대해 말하지 못했다. 

그들은 나를 앞선 사람으로 여기고 안도하며 그 길로 더 깊숙히 들어서고 있었다. 

그들도 나를 다시 보지 못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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