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에 똥을 펐다.
지난 6월 말에 펐으니 계산해보면 한 4개월에 한 번 정도는 퍼줘야 하는 것 같다.
똥을 푸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똥을 푸는 일은 내키지 않는 일이다.
생각 같아서는 구덩이를 많이 파놓고 다 차면 덮어버리고 다음 구덩이를 채우는 식으로 살면 좋겠다.
해석에 해석을 거친 후에야 순환이라는 단어를 찾을 수 있지
막상 똥통을 보고 똥물 흘리며 옮겨다 뿌리는 일이 그리 호감 가는 일은 아니다.

그런데 생각을 좀 더 해보면 똥은 언젠가 나의 일부였던 놈이다.
그것이 몸 밖으로 나와서는 모여 있는 것이 이 것인데.
난 더럽다는 얘기만 줄줄이 퍼내고 있으니 똥이 조금은 섭섭할 것 같다.

내가 배설한 것을 내가 책임지고 처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인데, 왜 싫을까.
도시 뿐만 아니라 시골조차도 이제는 정화조를 묻지 않으면 허가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곳에서도 똥을 직접 퍼내는 친구네 집과 우리집 그리고는 잘 모르겠다.

구분지어 놓고 그것을 모른척하고 살아가는 우리네의 삶.
누군가 다른 사람이 와서 돈을 받고 치워가는 형세.
생각 속에서조차 그런 불결다고 진저리를 치며 물을 내려 버리듯 지워 버린다.
마치 우리는 똥 같은 것과는 상관없는 것처럼 깨끗한 척한다.
정말 그래도 되는 것인가 싶다.

자기가 먹고 소화시켜 배설한 것을 스스로 책임지는 구조가 되었으면 좋겠다.
더럽다고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의미와 가치를 찾을 줄 알아야하지 않을지.

200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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