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세계적인 경영학자이자 사회학자인 피터 드러커가 사망했다.
워낙 저서도 많고, 유명한 사람이라서 그의 대해 들어 보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그에 대한 이야기 중에서도 두드러지는 것이 있는데
그는 3,4년에 한 가지씩 주제를 가꿔가며 거의 60년 동안이나 새로운 주제들을 파고들었다고 한다.
그가 향년 96세로 세상을 떠났지만 거의 말년까지도 그의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았는데,
이는 기꺼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배울 수 있는 사람이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대개의 사람은 30대나 40대에 가지게 된 생각을 이후 바꾸려 하지 않는다.
지식에서도 그렇고, 삶의 태도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좀처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수용하는 자세를 보기 힘들다.
배울 수 없다는 것만큼 큰 불행이 또 있을까.
어찌 자신의 짧은 시각으로 한 때 보았던 그 정도에 머물 수 있는 것인지.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고,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에게서는 더 답답함을 느낀다.
결국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말처럼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보고 싶은 것만 보도록 스스로 훈련되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조금씩 나에게서도 그런 모습들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부는 아니지만 때로 어떤 부분에 대한 고정되어 있는 사고를 발견한다.
조금의 수정도 불가능하게 딱딱하게 굳어 있는, 그래서 변화의 여지가 없는 그런 부분.
배울 수 없는 저주가 찾아드는 것인지.
고집과 아집으로 들어서는 길목에 서 있는 것인지.
보다 유연하게 새로운 것들을, 보다 나은 태도와 마음 자세를 배우려는 자발적 노력, 애씀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도 완고한, 화석화 되어 버린 사고체계를 가진 사람으로 드러나 버릴 것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멈추어 뒤를 돌아보고 거기에 붙잡혀서 살아가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국민일보 2005.11017, 피터 드러커를 기리며 - 박파랑(서울시립미술관 학예사)

세계적 석학 피터 드러커의 사망 소식이 11일 전세계로 타전되었다. 향년 96세. 현대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경영학의 귀재이자 사회학자인 그는 자신의 인생을 바꾼 7가지 지적 경험을 토대로 변화와 시대에 도태되지 않고 살아가는 법에 대해 설파했다.

자그마한 면제품 수출 회사의 견습생으로 일하던 열여덟살의 그는 베르디가 여든 넘은 나이에 작곡한 오페라 폴스타프와 그리스 신전 내부를 장식하고 있는 조각가 페이디아스의 작품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는다. 그리고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이들 작품이 그러하듯이 완벽을 기하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 살아가겠노라는 일생의 목표를 세우게 된다. 오직 신들만이 그것을 보게 될지라도 말이다.

스무살의 신문사 기자 시절. 자신이 쓰는 여러 잡다한 주제들에 대해 유능한 기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은 알아두어야겠다고 마음 먹고 퇴근 후 국제관계와 국제법,사회제도와 법률제도의 역사,일반 역사,재무 등에 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3∼4년마다 다른 주제를 선택해 파고 들어가는 그만의 학습법을 통해 그 분야를 완전히 터득할 수는 없겠지만,적어도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여겼다. 놀라운 사실은 그가 그런 식으로 60여년 이상 3년 내지 4년마다 주제를 바꾸어 이 지적 여정을 계속해 왔다는 점이다.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그는 대학에서 자신의 입지를 강화시킨 경영학 외에 경제학,윤리학,정치이론,통계학,중세역사,심지어 일본예술론 등을 가르쳤고 총 35권의 저서를 냈다. 이러한 과정이 상당한 지식의 습득뿐 아니라 새로운 주제와 새로운 시각,그리고 새로운 방법에 대해 개방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의미를 두었다. 이렇듯 다방면에 걸쳐 통섭(通涉)의 경지에 오른 그는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을 발휘했다. 부존자원이나 자본보다 지식의 가치가 돋보이는 시대가 올 것을 오래 전에 예견했던 그는 21세기가 원하는 지식근로자들의 자기계발에 대한 책임과 가치창조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인간은 평생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고 세상을 알아가는 지속적 학습의 여정을 통해 성숙되어간다. 피터 드러커 자신도 고백한 바 있듯이 인간은 이러한 것들을 스스로 터득하지 못하기에 우리에게 가르침을 줄 사람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지속적 학습을 삶의 한 부분으로 인식했던 당대의 지식인이자 철학자이자 큰 별이 졌다. 20세기가 그에게 진 빚을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어떤 방식으로 되갚아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200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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