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제일먼저 대문을 연다.
밤사이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리면 안에 머물던 것들이 나가고,
밖의 신선한 기운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
어머니는 웃으시며 복이 들어오라고 대문부터 연다고 하신다.
정말 그것을 믿어서라기보다는 기분이 그렇다는 말씀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 내가 먼저 대문을 여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우리 집이 움직임을 시작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이웃들은 이미 한참 일을 하고 있을 늦은 시각(상대적)에 일어나서
약간의 미안함에서 오는 머쓱함을 해소해 보려는 것이다.
대문이 열렸다는 것은 뭔가를 하고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일찍 대문을 열어 복이 들어오게 한다는 것은
이른 시각부터 부지런히 일을 함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결과물 일 런지도 모른다.
요사이 문에는 단절을 위한 기능들이 추가되는 추세이지만
그것이 소통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이렇듯 농촌의 삶이란 ‘열려짐’이다.
열려진 공간 속에 열려진 나를 발견해 가는 과정.

200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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