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깨어살리/돌소리 2006. 10. 26. 21:46
횡단보도에 대한 한 추억이 있다.
98년에 영국에 갔을 때의 일이다.
아마 자동차 문화로 치자면 영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가 아닐지 모르겠다.
더구나 마차로부터 시작한 것이라고 보면 더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보도에서는 당연하고, 차도에서조차 보행자가 우선이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도로에서 보행자가 버튼을 눌러 신호등을 켜고(물론 조금 후 파란 등이 켜짐) 건넌다.
그런데 차가 없을 때는 대부분의 보행자들은 파란불이 들어오기도 전에 건너가 버리고
그 뒤에 온 차들은 보행자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 빨간불에 멈추어 서지만 불평하지 않는다.
그런데 심지어 런던에 갔을 때는 빨간 불이어서 횡단보도 앞에 서 있었는데
지나가던 차가 멈추어 서더니 운전자가 먼저 지나가라고 손짓을 하는 것이었다.
세상에, 한국에서는 도무지 있을 수 없는 경험을 하고 큰 충격을 받았었다.

버스와 관련된 이야기인데,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가 여러 대 줄지어 들어와서 내가 타야할 버스가 한참 뒤에 섰다.
그래서 그 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옆을 보니 아무도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정류장에 맞추어 선 버스에 오르는 사람들만 움직일 뿐이었다.
그래서 움찔하고는 버스가 가버리지나 않을까 약간은 불안한 마음으로 서 있었는데,
버스들이 차례로 줄지어 들어오고 내리고 타는 것이 지나고 내가 타야할 버스도 정류장에 맞추어 서는 것이 아닌가?
그 때에야 비로소 기다리던 사람들이 탑승을 하는 것이었다.
운전사는 입구로 나와서 손님들의 짐들을 들어주고, 밝게 인사까지 했다.
그 버스 운전사도 대단하고, 전혀 움직이지 않고 기다려 버스를 타는 사람들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기다리고 양보하는 것을 명예로 여기는 사람들,
최소한 그 면에서는 신사의 나라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인들을 위해 횡단보도의 보행 시간을 늘리겠다는 생각에 박수를 칠 만 하지만
그에 앞서 횡단보도의 보행 시간에 상관없이 보행자를 우선하고, 보호하려는 운전자들의 의식, 자동차 문화의 부재가 아쉽다.


‘노인 많은 곳’ 횡단보도 신호등 시간 연장
[문화일보 2006-04-10 14:17]  

급속한 고령화 사회 진입에 맞춰 횡단보도 보행시간이 늘어난다.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서울 파고다 공원처럼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의 인근 도로와 경로당 등 노인시설과 인접한 도로의 횡단보도 보행 시간이 지금보다 20%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현행 규정은 횡단보도의 진입 시간 7초에 더해 도로 폭 1m당 1초를 부여하고 있다. 폭 40m 도로의 경우 47초가 주어지는 셈이다. 복지부는 내년부터 노인들의 이동이 잦은 횡단보도의 경우 진입시간 7초와 0.8m당 1초를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진우 기자

2006.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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