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이 아프고, 불편하다는 핑계로 다른 날보다 늦게 일어나고
하루 종일 닭에게 모이 주고, 개와 고양이들에게 저녁 주는 것 외에 하는 일 없이 보냈다.

지난번 벼 수확 품삯으로 햅쌀 40K를 받아왔다.
사실 그 날 이후로 손목이 아픈 거니까 그것까지 생각하면 조금은 부족한 품삯이지만
겨우 들어서 옮겨야 할 정도로 무거운 쌀을 받아 오면서
감사한 마음,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어찌 이것을 돈으로 환산 할 수 있겠는가?
대지의 생명이 담긴 소중한 양식인 것을...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적든 많든 한 해 농사의 수확들을 보면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작은 것이란 생각이 든다.
아무리 수 십 년의 경험을 가지고 있어도
농사와 관련된 최근의 과학적인 지식들을 가지고 있어도
결국 농사의 관건은 날씨, 햇빛과 비와 기온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물론 경험과 지식이 이런 것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겠지만
자연현상이 언제 자로 잰 듯 정확하게 오는가 말이다.

그러므로 단언하건데 농사는 하나님이 지으시는 것이다.
그저 사람은 씨 뿌리는 일, 돌보는 일, 거두는 일을 할 뿐이다.
하나님께서 자라게 하시고, 꽃 피우시고, 결실케 하시고, 무르익게 하는 것이다.
나의 농사가 아니라 ‘그 분의 농사’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감나무에서 감들이 없어지고, 잎들이 떨어지고 나니 농가의 풍경이 좀 허전해지고 있다.
서리가 내리면서 푸르렀던 다른 나무들, 풀들의 잎들도 축 처져 검게, 누렇게 변하고 있다.
역할을 다한 그들이 쉼을 찾아 들어가는 것이리라.
내년에 다시 푸르름을 머금은 모습을 그려본다.

2005.10.24.

'깨어살리 > 돌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0) 2006.10.26
모조리 따서는 안 된다.  (0) 2006.10.26
여전히 두렵다.  (0) 2006.10.26
그러나 가슴이 아프다.  (0) 2006.10.26
하기 힘든 일  (0) 2006.10.26
블로그 이미지

dolso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