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여간 화장실 똥 푼 날은 꼭 글을 쓰지 않고는 못 배기는 날이다.
삽 십 오륙 도를 넘나드는 날에 화장실을 푼다는 것은 정말 하기 싫은 일이다.
땀을 비 오듯 흘릴 것이 뻔한 것도 그렇고,
좁은 화장실 안에서 조금은 역한 냄새를 맡으며 그것을 퍼내야 하니 말이다.
그렇다고 미룰 수도 없는 일이다.
자꾸 차오르면 더 이상 화장실이 화장실의 기능을 못하게 될 것이니까.

누구도 그 일을 대신해 줄 수 없으니
숨이 콱콱 막히는 날이라도 똥바가지를 들고 똥을 퍼야 한다.

일단 똥을 부을 곳을 정해서 팔 수 있을 만큼 깊게 파고, 사방으로 흙을 돋우었다.
그리고 마른 풀들을 깔고, 왕겨도 적당히 뿌려둔다.
그리고는 똥물을 퍼다가 붓는 거다.
가져오면서 이 곳 저곳에 흘리고, 옷에도 튀고...
아무리 냄새가 안나는 편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똥은 똥이다.

장갑을 끼고 작업을 했는데도 아직도 손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장갑이 완전히 차단을 하지는 못했나보다.
비누로 하다가 안 되서 조금 전에는 치약으로 닦았더니 냄새가 한결 덜해졌다.
그래도 이제 한 넉 달 정도는 신경 안 쓰고 살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뿌듯한지.

2006.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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