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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새단장의 변

처음 오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인터넷을 할 때마다 보게 되는 나로서는
홈페이지의 전면적 개선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실증을 잘 내는 편이기도 하지만,
지난해 6월부터 꼬박 7개월을 유지했으니 충분하다고도 생각되고...

아무리 고민을 거듭해도 새로운 틀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리저리 잘 만들어진 홈페이지들을 찾아보다가
마음에 쏙 드는 홈페이지를 찾을 수 있었다.
한 연예인의 홈페이지였는데, 기획사에서 만든 것인지 팬들이 만든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똑같이 만들 수 있는 능력도 되지 않지만, 굳이 똑같을 필요도 없기에,
나름대로 열심히 나만이 가지고 있는 나의 사진들을 활용해서 전반적으로 손을 보았다.
그러다 보니 마치 연예인 홈피를 조금은 연상시키는 것 같기도 하다.

정말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모습을 갖추게 된 것 같다.
새해 새롭게 출발하는 토방이라...
사실 만들어 놓고 보니 토방의 느낌이 사라져 버려서
궁여지책으로 토방의 문과 글귀들을 위에 붙였는데 그리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어머니는 첫 화면이 너무 늙어 보인다는, 아저씨 같다고 바꾸라고 하시는데,
나는 바꿀 생각이 없다.
그것이 현재 나의 모습인데, 아니 그것도 사실은 2년 전의 사진이다.
10년 전의 사진을 첫 화면에 넣을 수는 없지 않은가...

아무튼 아직 미완성(갤러리)이긴 하지만 이정도로도 속이 시원하다.
조금씩이나마 홈페이지 제작과 관련된 기술들을 알아가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익명의 누군가들에게 때때로 비밀스러운 것 까지도 공개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정리가 과제로 남겨져 있다.

20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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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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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연초에 몇 해 전부터 3일간 원단금식을 해왔다.
금식을 하면 일단 음식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지난 한 해와 새로이 맞는 한 해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한다.
물론 집에 있든 학교에 있든 끼니때가 되었을 때 유혹을 이겨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지난 해 말 4박 5일간의 단식캠프가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원단금식 3일을 연말 단식 5일로 늘려서 하게 된 것과 30명이 넘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차이가 있었다.
음식냄새라고는 전혀 없는 농촌의 한 환경교육관에서 진행되었다.
빡빡하게 짜여 진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평소 접해 보지 못한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시작할 때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어서 서먹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가까운 사이가 되었던 것 같다.
단식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괜찮은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금식을 할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 더 확실하게 느낀 것은
단식을 함에도 불구하고 생활에 전혀 지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식을 하면 힘이 없어서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더 많이 움직이고, 때로는 춤을 춘다든지, 등산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평소에는 한 끼만 먹지 않아도 마치 죽을 것처럼 풀이 죽는 경우도 있었는데
열 끼를 굶어도 전혀 힘이 없다거나 생기를 잃지 않았다.

결론은 우리가 속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몸에게 속아서 마치 한 끼라도 먹지 않으면 무슨 일이 나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때때로 한 두 끼, 아니 몇 끼라도 먹지 않음으로 해서
우리 몸을 정화시켜 주는 것이 더 유익할 수도 있는 거다.
늘 할 수는 없겠지만, 일 년에 한 두 차례 정도는 몸을 비우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더불어 몸이 비워지듯, 정신도 맑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테니까.

2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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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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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룽지

깨어살리/돌소리 2006. 10. 26. 21:10
어머니께서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서울에 올라가신다.
그러면 내가 하루 세 끼니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주로 여성들이 하는 일 중에서도 음식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 일인지 찐하게 체험한다.
음식을 하는 것이 힘든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해 먹을까 고민하는 것이 힘든 것 같다.

아무튼 하루 새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어서
어떨 때는 아침에 늑장을 부리다가 거의 점심때가 되어서야 밥상을 차린다.
그러면 한 번에 두 끼니를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거다.

어머니께서 밥을 하실 때는 좀 더 여유 있게, 때로는 두 끼니를 위한 밥을 하신다.
하지만 나는 바로 먹을 만큼만 한다.
두 그릇 반이 정확히 나오도록 한다.
압력밥솥에 하기 때문에 반 그릇 분량은 정확하게 누룽지를 만든다.
밥을 먹은 후 누룽지는 최고의 디저트다.

요즘 전기밥솥들은 너무 잘 만들어서 누룽지가 눌지 않는다.
왠지 누룽지가 없는 밥은 매력이 없어 보인다.
누룽지가 없는 밥의 맛도 그러하거니와
밥 한 그릇 먹은 후 그냥 먹어도 좋고, 끓여 먹어도 좋은 그 맛있는 누룽지가 없다는 것은...

밥도 그러하듯이 사람 살아가는 데도 누룽지가 필요한 것 같다.
누군가 가장 앞에서 고통을 당하고 딱딱하게 누러 붙는 사람이 있을 때,
그 뒤를 따르는 이들이 좀 더 깊은 맛을 낼 수 있는 것이 아닌지.
그들의 희생, 그들의 뜨거운 삶이 없다면 참 맛나는 세상을 보기 힘들 것 같다.

누룽지가 되자!

200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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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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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도 나오던 물이 오후부터 뚝 끊겼다.
겨울에 수도가 얼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물이 나오지를 않으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어머니께서 서울에 가셔서 끼니를 내가 해결하고 있는데
아침은 밥을 지어 먹고는 점심은 그냥 대충 때우고,
저녁은 그래도 잘 먹으려 했는데,
여의치 않게 되었다.
조금 있는 받아 둔 물로 라면을 끓여 먹고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수도꼭지만 바라보고 있다.

물처럼 물 쓰듯(!) 하는 것도 없다.
쓰는 양에 따라 돈을 지불하는 서울에서도 그러한데
1년에 고작해야 만 원 정도 내는 시골에서야 마음 편하게 쓰지 않겠는가.
그런데 막상 물이 끊기고 나니 한 바가지의 물도 귀하다.
닭과 개에게 물을 주고 남은 물도 도로 가지고 들어왔다.
다른 때 같으면 휙 마당에 뿌려버렸을 것을...

너무 흔해서 소중함을 잊고 살았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날이 더 추워진다는데 걱정이다.
언 수도 녹이는 기술자를 부르면 해결을 해 줄지 모르겠다.

200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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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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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낮에 눈이 많이 내려서 집에 못 올 뻔했는데,

객기를 부려서 한 번 가보자 싶어 조심스럽게 엉금엉금(그래도 40-50킬로는 달림) 달려서 집에 왔다.

생각보다 눈이 많이 내리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눈이 내릴 때 기온이 낮아서 녹지 않고 그냥 눌리거나 날려서 길에 쌓인 것이 적었던 것 같다.

아무튼 평소보다 40여분 더 걸려서 무사히 도착했다.

아침에 이불 속에서 꿈지럭 거리면서 눈을 생각했다.

쓸어야 하는데...

어머니도 안 계시니 나보다 먼저 서두를 사람도 없기에 좀 더 늑장을 부리다가

늦은 오전에 싸리비를 들고 마당과 진입로에 쌓인 눈을 치웠다.

사실 눈이 하얗게 내린 것을 보면 쓸어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냥 두면 안 될까’하는 생각을 해 보지만, 대답은 ‘아니오’이다.

그냥 두면 녹게 되고 또 기온이 내려가면 얼고, 이런 일을 반복하다보면

도로는 빙판이 되고, 흙으로 된 마당은 진창이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그 때 그 때 눈을 치우는 것이 지혜다.

눈이나 낙엽이 쌓인 마당을 빗자루로 쓸고 있으면 왠지 기분이 좋다.

마치 내 마음을 쓸고 있는 듯하다.

정신없이 어지럽혀진 머릿속이 깔끔하게 정돈이 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기분 좋다!


200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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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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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남비

깨어살리/돌소리 2006. 10. 26. 21:06
구세군 자선남비를 보면 왠지 쑥스러워서 피해가곤 했다.
그런데 내가 빨간 옷을 입고 종을 치게 되다니.
좋은 일, 뭔가 주는 일에는 용기가 더 필요하다.
그래서 종만 치고, '불우이웃을 도웁시다'라고 말만 하는 것보다는
위험성은 있지만 지나가는 사람을 거의 지목하다시피해서 '아저씨, 좋은 일 하세요!'라고 하면
가던 길을 돌아서 머쓱한 표정으로 다만 천원 한 장이라도 넣고 간다.
물론 이건 넉살 좋으신 할머니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만약 젊은 사람이나, 사관님이 그랬다가는 욕먹기 쉽상이다.

아무튼 내가 구세군 자선남비 봉사를 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상주에 내려와서 동네에 있는 교회가 구세군 교회여서 어머니께서 출석하게 되셨고,
지난 화요일이 어머니 구역의 담당이라 큰 맘 먹고 함께 가게 된 것이다.
사실 어머니도 '내가 왜 가냐?"하시던 일인데, "좋은 일인데 가보자"로 바뀌었고,
나도 "한 번 가볼까!"로 바뀌게 되어 가능해진 일이다.

추워질수록 어려운 이들의 삶은 더 힘들어지지만,
반면 적선하는 마음도 또한 더 커진단다.
구세군의 자선남비 봉사가 추울 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오늘도 이웃 구역의 할머니들과 사관님은 종을 치며, '불우이웃을 도웁시다'를 외치고 계실 것이다.
좀 더 많은 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었으면 좋겠다.
다음 주에 한번 더 나가 볼까 한다.
이 겨울 나에게 있어 최소한의 봉사가 될까...

200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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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

깨어살리/돌소리 2006. 10. 26. 21:02
차를 몰고 길을 달릴 때, 라디오는 잘 잡히지 않아 아예 켜지 않고,
음악도 차 소리가 잘 안 들리기도 하고, 반복되는 노래도 싫고 해서 잘 틀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저런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집에서 교회까지 가는데 한 시간이 넘는 긴 시간이 주어진다.
가끔은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게 될 때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결점(허물) 투성이인 나 자신을 볼 때 슬픔이 몰려 올 때가 있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의 괴리감,
그렇다고 나를 모두 보여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한다고 해서 더 나아질 수도 없는 듯하고,
아무튼 별 볼 일 없어 정리(delete)되어야 할 것 같은 나를 발견하게 되면
순간 찬 기운이 내 몸을 싸하고 감싸든다.
나의 존재 자체가 불안함으로 다가온다.
이럴 수도 있는 것인가 싶은 생각이 뒤를 따른다.

그런데 그 때,
누구도 곁에 있어 줄 수 없을 것 같은 그 때,
그 분이 계시다는 사실이 가슴을 뛰게 만든다.
그래, 그 분이 나를 알고 계시고, 내 이야기를 들어 주실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동시에 불안에 떨었던 마음은 진정이 되면서 ‘안심’이 된다.
그 분이 계시니 정말 안심이다.
아무도 없는 칠흑 같은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 분이 알고 계시고, 그 분이 들어 주시리라.

안심...

200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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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깨어살리/돌소리 2006. 10. 26. 20:58
유년부 예배 중 헌금 기도 전에 ‘감사 나눔’이라는 것을 한다.
어린이들이 한 주간을 생각하면서 하나님께 감사한 것들을 나누는 시간이다.
처음에는 어린이들이 어색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해서 그런지 잘 참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저런 감사한 이야기들을 선생님에게 말하거나 큰 소리는 말하는 횟수가 늘었다.
무엇보다도 어린이들이 예배에 자신의 목소리로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 기쁜 일이다.

그런데 지난 주일에 역시 감사 나눔을 진행하고 있었다.
“한 주간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면서 하나님과 선생님 친구들 앞에 감사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라고 말하고 한 명 한 명을 지목하는데,
한 꼬마가 갑자기
“전도사님은 뭐가 감사한데요?”
라고 질문하는 것이 아닌가!
‘맞다. 이 시간에 나는 뭐가 감사하지?’
적당히 둘러대고 넘겼지만
어린이들에게 감사를 나누라고 하면서 정작 나는 아무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던 거다.

사람들 앞에 서서 말을 하는 사람들이 쉽게 저지르기 쉬운 실수가 있다.
자신이 말하고 있는 것을 자신에게는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앞에서 찬양을 인도하면서 멘트와 포즈를 취하지만 마음이 아닌 기술로 흐를 때가 있고,
설교를 하는 사람도 화려한 말재주에 지나지 않을 때가 있다.
어쩌면 나도 그런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함정은 미리 알고 주의 하고 피해가라고 있는 것이니 정신을 바짝 차릴 일이다.

2005.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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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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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세계적인 경영학자이자 사회학자인 피터 드러커가 사망했다.
워낙 저서도 많고, 유명한 사람이라서 그의 대해 들어 보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그에 대한 이야기 중에서도 두드러지는 것이 있는데
그는 3,4년에 한 가지씩 주제를 가꿔가며 거의 60년 동안이나 새로운 주제들을 파고들었다고 한다.
그가 향년 96세로 세상을 떠났지만 거의 말년까지도 그의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았는데,
이는 기꺼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배울 수 있는 사람이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대개의 사람은 30대나 40대에 가지게 된 생각을 이후 바꾸려 하지 않는다.
지식에서도 그렇고, 삶의 태도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좀처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수용하는 자세를 보기 힘들다.
배울 수 없다는 것만큼 큰 불행이 또 있을까.
어찌 자신의 짧은 시각으로 한 때 보았던 그 정도에 머물 수 있는 것인지.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고,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에게서는 더 답답함을 느낀다.
결국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말처럼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보고 싶은 것만 보도록 스스로 훈련되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조금씩 나에게서도 그런 모습들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부는 아니지만 때로 어떤 부분에 대한 고정되어 있는 사고를 발견한다.
조금의 수정도 불가능하게 딱딱하게 굳어 있는, 그래서 변화의 여지가 없는 그런 부분.
배울 수 없는 저주가 찾아드는 것인지.
고집과 아집으로 들어서는 길목에 서 있는 것인지.
보다 유연하게 새로운 것들을, 보다 나은 태도와 마음 자세를 배우려는 자발적 노력, 애씀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도 완고한, 화석화 되어 버린 사고체계를 가진 사람으로 드러나 버릴 것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멈추어 뒤를 돌아보고 거기에 붙잡혀서 살아가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국민일보 2005.11017, 피터 드러커를 기리며 - 박파랑(서울시립미술관 학예사)

세계적 석학 피터 드러커의 사망 소식이 11일 전세계로 타전되었다. 향년 96세. 현대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경영학의 귀재이자 사회학자인 그는 자신의 인생을 바꾼 7가지 지적 경험을 토대로 변화와 시대에 도태되지 않고 살아가는 법에 대해 설파했다.

자그마한 면제품 수출 회사의 견습생으로 일하던 열여덟살의 그는 베르디가 여든 넘은 나이에 작곡한 오페라 폴스타프와 그리스 신전 내부를 장식하고 있는 조각가 페이디아스의 작품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는다. 그리고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이들 작품이 그러하듯이 완벽을 기하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 살아가겠노라는 일생의 목표를 세우게 된다. 오직 신들만이 그것을 보게 될지라도 말이다.

스무살의 신문사 기자 시절. 자신이 쓰는 여러 잡다한 주제들에 대해 유능한 기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은 알아두어야겠다고 마음 먹고 퇴근 후 국제관계와 국제법,사회제도와 법률제도의 역사,일반 역사,재무 등에 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3∼4년마다 다른 주제를 선택해 파고 들어가는 그만의 학습법을 통해 그 분야를 완전히 터득할 수는 없겠지만,적어도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여겼다. 놀라운 사실은 그가 그런 식으로 60여년 이상 3년 내지 4년마다 주제를 바꾸어 이 지적 여정을 계속해 왔다는 점이다.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그는 대학에서 자신의 입지를 강화시킨 경영학 외에 경제학,윤리학,정치이론,통계학,중세역사,심지어 일본예술론 등을 가르쳤고 총 35권의 저서를 냈다. 이러한 과정이 상당한 지식의 습득뿐 아니라 새로운 주제와 새로운 시각,그리고 새로운 방법에 대해 개방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의미를 두었다. 이렇듯 다방면에 걸쳐 통섭(通涉)의 경지에 오른 그는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을 발휘했다. 부존자원이나 자본보다 지식의 가치가 돋보이는 시대가 올 것을 오래 전에 예견했던 그는 21세기가 원하는 지식근로자들의 자기계발에 대한 책임과 가치창조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인간은 평생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고 세상을 알아가는 지속적 학습의 여정을 통해 성숙되어간다. 피터 드러커 자신도 고백한 바 있듯이 인간은 이러한 것들을 스스로 터득하지 못하기에 우리에게 가르침을 줄 사람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지속적 학습을 삶의 한 부분으로 인식했던 당대의 지식인이자 철학자이자 큰 별이 졌다. 20세기가 그에게 진 빚을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어떤 방식으로 되갚아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200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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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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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에 똥을 펐다.
지난 6월 말에 펐으니 계산해보면 한 4개월에 한 번 정도는 퍼줘야 하는 것 같다.
똥을 푸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똥을 푸는 일은 내키지 않는 일이다.
생각 같아서는 구덩이를 많이 파놓고 다 차면 덮어버리고 다음 구덩이를 채우는 식으로 살면 좋겠다.
해석에 해석을 거친 후에야 순환이라는 단어를 찾을 수 있지
막상 똥통을 보고 똥물 흘리며 옮겨다 뿌리는 일이 그리 호감 가는 일은 아니다.

그런데 생각을 좀 더 해보면 똥은 언젠가 나의 일부였던 놈이다.
그것이 몸 밖으로 나와서는 모여 있는 것이 이 것인데.
난 더럽다는 얘기만 줄줄이 퍼내고 있으니 똥이 조금은 섭섭할 것 같다.

내가 배설한 것을 내가 책임지고 처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인데, 왜 싫을까.
도시 뿐만 아니라 시골조차도 이제는 정화조를 묻지 않으면 허가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곳에서도 똥을 직접 퍼내는 친구네 집과 우리집 그리고는 잘 모르겠다.

구분지어 놓고 그것을 모른척하고 살아가는 우리네의 삶.
누군가 다른 사람이 와서 돈을 받고 치워가는 형세.
생각 속에서조차 그런 불결다고 진저리를 치며 물을 내려 버리듯 지워 버린다.
마치 우리는 똥 같은 것과는 상관없는 것처럼 깨끗한 척한다.
정말 그래도 되는 것인가 싶다.

자기가 먹고 소화시켜 배설한 것을 스스로 책임지는 구조가 되었으면 좋겠다.
더럽다고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의미와 가치를 찾을 줄 알아야하지 않을지.

200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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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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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증을 딴 것은 97년이지만 본격적으로 운전을 한 것은 올 1월부터이다.
그러니 곁눈질로만 보아왔던 운전에 대한 것들이 실제화 된 것이 이제 겨우 10개월이다.
깜박이 하나 제대로 켜지도 못하고,
와이퍼 조절 하나 잘 못해 쩔쩔매던 것이 바로 올 해의 일들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저런 여유를 부리게 되었으니 참 놀라운 일이다.
전화를 거는 것은 삼가려고 하지만, 웬만해서 받는 데는 문제가 없어졌으니.
그래도 때마다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는 여전히 초보운전자이다.
상향등을 고정시키는 것도 석 달 전쯤에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이었다.

며칠 전에는 친구에게서 뒤차가 상향등을 켜고 뒤따라올 때 대처법을 배웠다.
사실 상향들을 켜고 앞에서 오는 차보다 뒤에서 따라오는 차가 더 짜증나게 한다.
뒤로 돌아가서 나도 상향들을 켜고 따라가 볼까 하는 생각이 굴뚝같다.
그 대처법이란, 룸미러를 앞으로 당기는 것이다.
룸미러가 그렇게 움직이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럴 때 사용하면 되는지 몰랐다.
어제 밤에 집으로 오면서 실험을 해 보았는데 참 신기한 노릇이다.
각도가 달라지니 빛이 정면으로 반사되지 않는 것이다.
각도를 달리한다는 것...

그렇다.
각도를 달리하면
날을 세우고 덤비는 공격을 비껴 갈 수 있는 것이다.
각도를 달리 생각하면
절대적으로 절망적이거나, 비관적인 일은 없을 것이다.
각도를 달리해 보면
온전히 미워할 부분만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

혹시 아직도 파악하지 못한 자동차의 기능이 또 있는지 궁금하고, 또 알게 될 것에 기대도 된다.


200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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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1년차

누군가에게 나를 귀농자로 소개하는 것이 아직 좀 어색하다.
여전히 ‘농(農)’자에 서툰 초보이기 때문이다.
말은 쉽지만 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디 그리 만만한 일일까.
그래서 ‘농촌에 사는 거죠’라고 말한다.
그 말이 맞는 것이 아직 땅이라고는 한 평도 가지고 있지 않고,
남의 땅에 우리 먹고, 조금 나눠먹을 만큼의 몇 가지 작물들을 재배할 뿐이니 말이다.

땅 없이 농촌에 산다는 것을 60,70년대 농촌에 사셨던 분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가 보다.
소작을 하느냐고 약간은 안됐다는 눈빛으로 보는 분도 있었다.
때문에 반드시 땅을 가져야하지 않느냐고 반문하신다.
물론 맞는 말씀들이기도 하지만
지금 농촌의 현실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다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을 알게 되실 거다.
땅을 가지게 되면 좀 더 안심, 안정은 될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만 부지런히 몸을 놀릴 마음의 준비만 되어 있다면 널린 것이 땅이고,
그 땅에 농사를 짓는 것이 과거처럼 결코 천대받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이 곳 분들은 나이 들어 힘에 부쳐 지을 수 없는 땅을 놀리지 않게 되어 고마워하신다.
문제는 그런 땅들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많아진다는 것이고,
몇 안 되는 젊은이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굳이 땅을 사들여 땅값만 올려 인심만 흉흉하게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 꼭 필요하다면 집터와 집 주변에 텃밭 정도는 확보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유기농이니 해서 생명농법을 하려 한다면 적게라도 자기 소유의 밭이 있어야
소신껏 투자를 할 수 있다.
아무래도 남의 땅에 관행농이 아닌 유기농을 하기는 쉽지 않으니까.

아무튼 농촌에 살며 농사를 짓는다는 것
아직 내 몸에 익지는 않았지만 나와 상관없이 한해가 가고 있다.
이웃 할아버지 하시는 일 곁눈질로, 귀농선배에게 전화로, 농사관련 책으로,
이것도 저것도 안 되면 감각으로 한 해 농사를 지었다.
들깨는 들인 시간과 노력과 땀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수확을 했는가 하면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참깨는 풍성하게 수확했다.
별 볼일 없어 보였던 감은 막바지에 효자 작물로 즐거움을 주었다.
살구, 호두는 하늘에서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깜짝 선물이 되었고,
대문 밖 텃밭은 때마다 적절한 푸성귀들을 선사했다.
흙과 물과 양분과 공기와 태양의 조화, 그리고 하늘의 보살피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농촌의 생활도 많은 변화가 왔다.
그래서 도시처럼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는 생활의 부산물이 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각종 농자재들이 그러하고, 생활 쓰레기들이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환의 가능성을 보면서
나 하나만의 청결을 위한 오염보다는 더불어 살아감에 대한 기쁨을 얻고 있다.
배설물들이 고스란히 흙으로 돌아가고,
흙은 대부분의 부산물들을 분해해 양분으로 바꾼다.
난 순환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을 분리하는 약간의 수고만 하면 될 뿐이다.

그러므로 나와 흙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흙에서 자라는 것들이 나의 밥상이 될 뿐만 아니라
나 또한 그들의 밥상이 되는 것이다.
서로에게 밥상이 되는 일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곳,
그곳이 농촌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친구네 집 화장실 문에 붙어 있는 시를 옮겨 본다.)

김정원

똥이더라
밥이더라
밥이 똥 되고
똥이 밥되는 일이더라
교수보다 존경할 일이더라
시인보다 가난해지는 일이더라
연륜이 더할수록 부족함을 느끼는 겸손이더라
평생 겨우 오십 번밖에 해볼 수 없는,
희귀한, 예사롭지 않은 일이더라
인내와 절제와 땀이 진득하게 밴,
피 같은, 소박한 밥상이더라
길가 제비꽃 한 송이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두엄 속 지렁이 한 마리도 하찮게 여기지 않는
생명을 가꾸는 일이더라
각지불이(各知不移)더라
맨발로 하늘을 모시는 일이더라
공기처럼 물처럼 햇빛처럼 없으면
우리가 죽을 일이더라

200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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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처럼 특별한 연료도 없다.
값이 저렴하다는 것도 그렇지만
검은 덩어리가 타고 나면 하얗게 변하는 것이 독특하다.
석유는 액체여서 그 변화를 관찰하기 어렵고,
나무가 비슷하기는 하지만 차원은 다른듯하다.

연탄이 보일러 안 화덕 속에 들어가 이미 타고 있는 선배 연탄에 올려지면
작게 탁탁하는 소리를 내면서 그 역할을 시작한다.

연탄 한 장의 값은 배달 거리, 사람이 들고 나르는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
240원이 될 수도 있고, 360원이 될 수도 있다.
그나마 정부에서 장 당 700원 이상을 지원해서 이 가격을 유지한다.
아무튼 그 어떤 연료보다 저렴하다.
그래서 유가폭등에 연탄이 인기고,
배달하는 분들은 너무 힘들어 오히려 즐겁지만도 않단다.

뜨겁게 자신을 달군 후 하얀 덩어리로 남는 연탄.
우리집도 가을부터 시작해 올 겨울 그 신세를 톡톡히 지게 되었다.

안도현의 시가 생각난다.

제목: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2005.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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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지막으로 감을 땄다.
집 주변에 있는 감들은 이미 다 땄고,
오늘은 밭에 있는 큰 나무 두 그루와 너 댓 개  달린 작은 나무들의 것을 땄다.

한 나무는 그리 높지도 않고 많이 달린 편이어서 재미있게 땄는데
두 번째 나무는 몇 개 달리지도 않았는데 아주 높아서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나무에 올라가다보면 점점 더 올라가게 되는데 그것도 다리 떨리는 일이지만
5m정도 되는 장대를 이리 저리 옮겨가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항상 한 나무가 끝나 갈 때, 대여섯 개가 남았을 때 갈등이 생긴다.
까치밥으로 그냥 두고 내려갈까?
하지만 막상 그 상황이 되면 오기가 생긴다.
이왕 올라왔는데 남겨두고 내려 갈 수 있는가?
그리고 몇 개라도 감이 남아 있는 나무를 보면 시원치 않았던 경험도 있고 해서.

농촌에 와서 살면서 까치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새가 되었다.
만약 그런 생각이 없다면 순순히 까치밥 남긴다는 명분으로 내려 올 수도 있었을 텐데.
이놈들이 고약한 짓을 좀 하는 통에 좋은 감정이 없어졌으니.

그러나 생각해 보면, 어찌 감나무가 감을 나만을 위해 맺었겠는가?
자신을 위해서,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그리고 날짐승 들짐승들을 위해서가 아닐까?
그러니 악착같이 한 개도 남겨두지 않는다면 얼마나 섭섭할까.
새들이 자기들 밥을 남겨두지 않으면 이듬해에 보복을 한다는 전설(?)도 있다지만,
그것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인정하는 차원에서
열매를 나누는 차원에서
남겨 둘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물론 오늘은 너무 높이 달리고 힘도 들어서 열 개 정도는 남겨 두고 온 것 같다.
이리 생각하니 아까워 할 일은 아닌듯하다.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밭에서 난 곡식을 거두어들일 때에는, 밭 구석구석까지 다 거두어들여서는 안 된다. 거두어들인 다음에, 떨어진 이삭을 주워서도 안 된다. 포도를 딸 때에도 모조리 따서는 안 된다. 포도밭에 떨어진 포도도 주워서는 안 된다. 가난한 사람들과 나그네 신세인 외국 사람들이 줍게, 그것들을 남겨 두어야 한다. 내가 주 너희의 하나님이다.’ 레위기 19:9-10

200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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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이 아프고, 불편하다는 핑계로 다른 날보다 늦게 일어나고
하루 종일 닭에게 모이 주고, 개와 고양이들에게 저녁 주는 것 외에 하는 일 없이 보냈다.

지난번 벼 수확 품삯으로 햅쌀 40K를 받아왔다.
사실 그 날 이후로 손목이 아픈 거니까 그것까지 생각하면 조금은 부족한 품삯이지만
겨우 들어서 옮겨야 할 정도로 무거운 쌀을 받아 오면서
감사한 마음,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어찌 이것을 돈으로 환산 할 수 있겠는가?
대지의 생명이 담긴 소중한 양식인 것을...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적든 많든 한 해 농사의 수확들을 보면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작은 것이란 생각이 든다.
아무리 수 십 년의 경험을 가지고 있어도
농사와 관련된 최근의 과학적인 지식들을 가지고 있어도
결국 농사의 관건은 날씨, 햇빛과 비와 기온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물론 경험과 지식이 이런 것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겠지만
자연현상이 언제 자로 잰 듯 정확하게 오는가 말이다.

그러므로 단언하건데 농사는 하나님이 지으시는 것이다.
그저 사람은 씨 뿌리는 일, 돌보는 일, 거두는 일을 할 뿐이다.
하나님께서 자라게 하시고, 꽃 피우시고, 결실케 하시고, 무르익게 하는 것이다.
나의 농사가 아니라 ‘그 분의 농사’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감나무에서 감들이 없어지고, 잎들이 떨어지고 나니 농가의 풍경이 좀 허전해지고 있다.
서리가 내리면서 푸르렀던 다른 나무들, 풀들의 잎들도 축 처져 검게, 누렇게 변하고 있다.
역할을 다한 그들이 쉼을 찾아 들어가는 것이리라.
내년에 다시 푸르름을 머금은 모습을 그려본다.

2005.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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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에 감장사가 감나무 네 그루 중 세 그루에서 감을 따갔다.
높은 나무에 달린 감들을 어떻게 딸까 하고 지켜봤는데,
전문가여서 그렇겠지만 생각보다 쉽게 작업을 하는 것이었다.

작지만 감나무가 열 그루가 넘는다고 자랑은 하고 다녔지만
막상 수확을 해야 하는 시기가 닥쳐오자 두려움도 역시 같이 찾아 왔다.
또 새로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몸에 익숙하지 않은, 해 보지 않은 일을 한다는 것은 늘 긴장되는 것이 사실이다.
아니 두렵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높은 나무에 있는 감들...
홍시가 되어버린 것들은 한두 개 따 먹는 것이야 쉽지만
전부 따는 일이야 쉽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약을 치지 않아서 다른 집들보다 더 빨리 익어 물러지니 지켜만 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고.

그런데 오늘 오전에 두 사람이 작업하는 것을 목격하고 나서는 좀 자신이 생겨서
해거름에 장대 높이 들고 시험 삼아 따 보았는데 할 만 했다.
괜히 값싸게 넘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한 가지를 배우고 알아간다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리라.
수업료 비싸게 지불했다고 생각하며 내년에는 잘 해보리라 어머니와 다짐했다.
그래서 내일은 남아있는 나무들의 감을 딸 작정이다.
저온 창고에 넣어 두었다가 적절할 때 깎아 말려서 맛있는 곶감을 만들어야지!

200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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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할머니께서 벼 추수할 때 좀 도와줄 수 있냐고 해서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했다.
들의 벼들이 노랗게 익은 모습을 보면서 언제 부르시려나 했는데,
드디어 그 날이 오늘로 결정이 되었다.

뭐 잠깐, 길면 두 시간이요, 짧으면 한 시간 정도 간단히 끝나는 작업이려니 했다.
여기서부터 크게 오해가 있었던 것!
농촌 일이 어디 간단히, 힘 안들이고 끝나는 일이 있던가?
그런 일이면 나를 부르지도 않지.
화물차를 끌고 가서 콤바인으로 구분한 나락들을 40킬로 부대에 담아 놓은 것을 싣고
할머니 댁으로 와서 부려놓고, 또 오가기를 몇 차례하고,
그리고 30여 부대는 수매하기위해 추풍령으로 갔다.
난생처음 벼 수매하는 곳에 갔는데 그 풍경이란...
마당이 화물차, 경운기, 심지어 화물칸을 매단 트랙터들로 가득했다.
83번 순서표를 받아서는 순서가 될 때가지 장장 5시간을 더 기다려야했다.

일단 농부의 역할은 여기까지이지만
시멘트 공장을 방불케 하는 내부 구조를 가진 벼 수매장의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수매하면서 이미 분리가 시작되어 건조시키고 탈곡하고, 포장해서 매장에 내는 일까지.
그러면 그 때부터의 일은 소비자들의 몫이 되는 것이다.

쌀 한 톨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몇 명의 손을 거치는 것인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무엇인들 쉽게 만들어져 나에게까지 오겠는가마는
비교적 농산물에 대한 생각들은 실제 그 가치에 상당히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런 생각들 끝에 자신들의 역할을 끝낸 사람들인 농부들의 표정이 밝지 못하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
해를 거듭할수록 뭔가 나아지고, 희망이 있어야 할 텐데
수매가가 계속 곤두박질이니 뭐 할 맛이 나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나이들도 더 먹어 가는데 당신들이 하는 일을 이어갈 사람도 또 보이지 않으니.
박통이나 전통을 추억하는 것을 들으며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할 수만도 없었다.

200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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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 봐도 가장 힘든 일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인 것 같다.
그가 가족이든, 친구든, 동료든 간에 말이다.
사람이 워낙 변화무쌍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대방을 내 생각의 틀로 넣으려 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내가 그리는 어떤 상(像)과 맞지 않으면 불평하고 거부하게 된다.
그래서 나의 삶은 끊임없는 자극의 연속이다.
그 자극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정하지도 못하고 본능적으로 행동한다.
그러니 늘 불완전한 인간관계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상대방이 넓은 마음을 가졌다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으면 일은 마치 산불이 번지듯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스티븐 코비의 일곱 가지 습관 중 첫 번째 습관인 ‘주도적이 되라’가 늘 내 머리 속에 맴돈다.
이 첫 습관을 설명하는 주된 구절 중 하나가 ‘자극과 반응 사이의 간격’이다.
시시각각 나를 자극하는 것이 있고 그것을 어찌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 즉 그것에 대한 반응을 좀 더 심사숙고해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반응을 내가 그리는 이상적인 나의 모습의 선상에서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요즘 내가 만든 말은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을 상대하는 나의 태도에 관심하라’이다.
중요한 것은 나의 태도, 즉 나이지 상대방의 어떠함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을 알면서도 열 번 중에 한 번 정도 실천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너무 약해서이기도 하고, 또 감정적이기도 해서 그렇다.
자극과 반응 사이의 간격을 띄우는 것,
나의 태도를 바꾸어는 가는 것을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아자!

200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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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깨어살리/돌소리 2006. 10. 26. 20:43
어제 친구 결혼식이 있어서 서울에 다녀왔다.
서울에 한 번 올라 갈 때마다 사실 비용이 많이 들어가서 가능한 올라가지 않으려고 하고, 가야 한다면 중요한 용무들과 만남을 묶어서 해결하고 오는 방식을 취한다.
그래서 이번에도 금요일에 올라가서 선배님을 만나 밥도 얻어먹고, 이야기도 나누고, 한시미션에 가서 늦은 저녁시간과 밤 시간을 보냈다.

아무튼 결혼식에 참석했고, 아름다운 가정이 탄생하는 것을 목격했다.
여기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결혼 스케줄을 두 개나 더 얻어가지고 내려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10월과 11월에 꼭 가야할 것 같은 결혼식만 4개가 됐다.
어떤 분은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 결혼식에는 가지 말란다.
그러면 갈 곳이 거의 없는데...

결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계절인데...
친구는 결혼을 준비하면서 겪는 어려움이 지금까지의 나를 지키려하는데서 출발한다고 했다.
어쩌면 한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그를 위해 자신을 바꾸는 것을 할 수 없다면 진정한 사랑을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준비도 필요하고, 기도도 필요한가 보다.
교회가 신비이듯 결혼도 신비인 듯 하다.
전혀 다른 삶의 이야기를 가진 남녀가 만나 이루는 신비...
더불어 빛과 그림자가 혼재하는 현실이기도 하고.

2005. 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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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nstream

깨어살리/돌소리 2006. 10. 26. 20:43
농촌에 내려와 살지만 매 월 몇 개의 유무료 잡지들을 받아보고 있다.
우체부 아저씨가 두툼하게 우편물을 넣고 가면 왠지 기대되는 마음으로 달려가 꺼내든다.
그 중에서도 교육과 관련된 잡지가 하나 있는데,
석 달에 두 번 한 페이지 정도 내가 쓴 별 것 아닌 글이 실린다.
잘 아는 분이 내가 가지고 있는 자료를 정리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그래서 내가 쓴 부분을 살펴보고 이리저리 앞뒤를 살펴본다.
그런데 대개는 아쉬움을 넘어 실망감을 갖게 한다.

이런 저런 글들과 세미나들이 준비되고 있다는 정보들이 눈에 띄는데,
문제는 하나같이 도시, 그것도 서울 중심이라는 것이다.
서울에 살 때도 그런 비판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었는데 여기 와서 보니 더 그렇다.
강사로 나서는 사람, 자료들의 출처가 거의 대형○○라고 할 수 있는 곳의 것들이다.
그러니 웬만한 지방이나 농촌 사람들은 가봐야 별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것 같다.
어쩌면 이것을 두고 mainstream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것 말이다.

하지만 정말 그래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반성은 필요하다.
mainstream이라고 하다가 자칫 매인stream이 되지는 않을지
숫자에 매이고, 돈에 매이고, 인기에 매이고, 크기에 매이고, 편리함에 매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저마다 mainstream을 타려고 하는데,
정작 무언가에 매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2005. 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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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다른 날보다 좀 일찍 일어났다.
닭들을 닭장에서 꺼내고 바닥에 왕겨를 깔아주고, 더러워진 물그릇도 닦고 맑은 물을 넣어 주었다.
소리와 토리가 함께 사용하는 물그릇에 낀 물때도 깨끗이 닦고 새 물을 담아 주었다.
그리고 모아놓은 개똥을 들고서는 누구를(?, 어디에) 줄까 잠깐 고민하다가 살구나무 주변에 뿌렸다.
내년에 더 맛있는 살구를 더 많이 달아달라는 마음을 가지고...

처음에는 살구나무나 호두나무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감나무 정도 생각하고 거름도 구입했었는데,
살구도 따고, 호두도 따고 보니 이제는 이 나무들도 소중해졌다.
무엇인가 얻고 보니 귀해 보인다.
참, 뭔가 받아야만 특별한 눈으로 바라보는 나의 한계란...

뭔가를 받기 전에 상대의 소중함을 먼저 알아볼 수는 없는 것인지.
조만간 감나무가 특별해 보이게 될 것 같다.

2005. 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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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깨어살리/돌소리 2006. 10. 26. 20:38
친구 포도밭은 포도나무가 심겨진 줄이 긴 편이다.
그래서 어떤 작업을 하던 한 줄을 끝냈을 때 ‘와! 한 줄 끝냈다’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리고 또 하나 그 줄의 끝에 이르렀을 때 포도밭을 아래로 하고 하늘을 쳐다보면 그 광경이란...
마치 하나님이 포도나무들 위에 발을 딛고 계신 것 같다.
그래서 포도나무 사이사이는 어느새 하나님을 만나는 장소가 된다.

포도나무의 하나님은 포도를 검붉게 익게 하는 하나님.
감나무의 하나님은 감을 노랗게 무르익게 하는 하나님.
참깨 밭의 하나님은 참깨를 영글게 하는 하나님.
감자 밭의 하나님은 감자를 알알이 맺게 하는 하나님.
고추 밭의 하나님은 고추를 빨갛게 익히시는 하나님.

나의 하나님은...

2005. 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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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 전에 날이 흐려서 고추를 말리기 위해 토방에 불을 피웠다.
오랜만에 불을 피우려고 하니 땔감과 집게를 챙기며 준비하는 데도 시간이 좀 걸렸다.
작은 나무와 큰 나무들을 적당히 쌓고 아래에 신문을 말아 넣어 불을 붙였다.
어느 정도 붙었다고 생각을 했는데
태풍 때문에 바람이 굴뚝으로 들어와서는 아궁이로 연기를 밀어 내니
온통 뿌옇게 연기로 가득 차고 겨우 붙은 불도 꺼져버렸다.
다시 불을 붙였고, 불이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또다시 불어오기에
이번에는 나도 박스 조각을 가지고 열심히 부채질을 해댔다.
불은 양 쪽에서 바람 세례를 받으며 꺼지지 않았고 겨우겨우 안으로 타들어갔다.
나무에서 나무로 불이 붙어 가자 아까와 같은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는 않게 되었다.

바람은 불을 끄기도 하지만, 반대로 불을 살리기도 한다.
촛불이나 작게 일어나는 불은 바람에 꺼진다.
하지만 산에 붙은 불은 바람이 불면 오히려 더 넓게 퍼져간다.

어떤 것에 대해 이러하다고 성급하게 규정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겠다.
나의 말, 가진 것들이 살리기도 죽이기도 할 수 있다.

2005.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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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향유네가 포도를 따기 시작했다.
어쩌면 내가 상주에 내려오면서 기대하고 고대했던 때가 온 것인지도 모른다.
전국에서 포도로 유명한 모동에 화학 농약(제초제, 살충제 등도 포함)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포도농사를 짓는 친구가 있기에.
다른 집의 포도밭과는 사뭇 다른 풍경을 친구의 포도밭에서 볼 수 있다.
친환경 농약들을 최대한 사용하지만 잎들이 병에 노출되어 점이 보이거나 말라 떨어져 있는 모습이다.
다른 밭을 보면 전혀 그런 기미도 보이지 않는데 말이다.
그러니 친구가 이런 저런 쉽지 않은 기간들을 보내며 결국 수확을 하게 되는 때란 정말 벅찬 감격의 때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수확을 시작한지 하루가 지나서 포도 수확에 합류 할 수 있게 됐다.
서 있기도 그렇고, 앉아서 하기도 그런 애매한 높이에 포도가 달려 있고,
무조건 따는 것이 아니라 봉투 아래쪽을 열어서 속을 확인하고 따야 하니 자세 잡기가 힘들었다.
허리를 숙이거나 컨테이너를 세워서 걸터앉은 상태에서 손을 머리 높이 보다 조금 높게 들고서는
봉투를 찢고 확인을 하고, 잘 익은 송이를 가위로 다르게 된다.
그러다 보니 팔, 목, 허리에서 신호가 온다.
친구는 조금만 익숙해지면 나아질 거란다.
그래 익숙해지면 한결 나아지겠지.
정말 시간이 지나면서 봉투를 찢는 것 하며, 자르는 것, 컨테이너에 담는 것에 익숙해졌다.
한마디로 요령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몸 곳곳이 얼얼하기는 했지만 내 몸에 맞는 적절한 자세를 잡아가니 무리가 오지도 않았다.
그래서 포도밭 주인들을 거의 따라가면서 포도를 딸 수 있을 정도까지 되었다.

익숙해진다는 것, 능숙해 진다는 것은 어떤 일을 할 때 생산성을 높이는 것 같다.
숙련공을 우대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이 말은 농사일을 한다든지, 기계를 다루는 일을 할 때는 맞는 말일 수 있겠지만,
사람과 관련된 일에서는 맞지 않는 말이 아닐까.
사람을 만나는 일에 익숙해 졌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속내를 감추고 상황에 맞는 태도를 능숙하게 취할 수 있게 되었다는 얘기가 아닐까.
특히 교회에서 사역하게 될 때 이런 경지(?)에 오른다는 것은 위험신호가 아닐까?
설교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찬양을 인도하는 일에 익숙해지고, 기도회를 인도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성도들을 만나는 일에 익숙해진다는 것.
과업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안에 본질인 하나님, 사람, 진정한 사랑과 관심은 자취를 감춰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한 명의 교회 기술자가 탄생한 것일 뿐이다.

익숙해진 그 것을 누리기보다는 본질에 대한 접근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자세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결국 어떤 행동 속에 감추어진 자신의 내면을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지...

2005. 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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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다.
이미 일어나신지 오래되어 밭에 다녀오시는 동네 어르신들께 늦은 인사를 드리며,
아침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패달을 밟는다.

그런데 오늘은 유난히 두 가지가 내 코를 자극했다.
하나는 논에 잔뜩 뿌려서 하루가 지나도 가시지 않는 농약 냄새이고,
또 하나는 수확기가 다 된 잘 익은 포도의 향기가 그것이다.
냄새와 향기...
맡아도 맡아도 더 맡고 싶은 향기와
조금도 맡고 싶지 않은 냄새가 공존하는 농촌의 아침이라.

농약냄새와 같은 악취는 언제든 풍겨 올 수 있는 것들이라면
포도 향은 때가 되어야만, 그러니까 무르익었을 때에라야 맡을 수 있는 향기이다.

나에게서도 그런 것 같다.
이기심이라는 악취는 언제든 시도 때도 없이 발산하여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지만,
내면으로부터 성숙된 향기는 좀처럼 풍겨져 나오지 않는다.
깊은 자기성찰과 영성이 만날 때, 무르익었을 때나 가능할까.

2005. 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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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김장용 무 밭을 만들고 씨를 넣었다.
이런 저런 일들 때문에 열흘에서 보름은 늦은 파종이다.
풀을 뽑아 둔 밭에 좁은 이랑을 만들었는데,
비가 많이 온 후라 흙이 물을 머금고 있어서 삽으로 퍼 올리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물이 좀 빠진 다음에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 줄을 거의 다 해 갈 무렵에는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겠다는 각오도 생기고
탄력도 붙어서 짧지만 일곱 줄의 이랑을 완성했다.

밭에 오면서 돌이(발발이, ♂)를 억지로 데리고 왔는데,
이놈이 밭에 오면 심심해서 안절부절 못한다.
그래서 내가 쳐다보기만 해도 쪼르륵 달려오고,
아무 반응을 보여주지 않으면 다시 밭모퉁이 그늘로 돌아간다.
처음에는 돌이가 움직이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이랑의 수가 늘어 감에 따라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삽으로 한 삽 정도 흙을 올려 만들어 가는 이랑이 짧은 다리의 돌이에게는 큰 장애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것도 세 개, 네 개 자꾸 늘어 가서 돌이에게는 고개를 여러 개를 넘어야 오갈 수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측은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흙을 쌓아서 이랑을 만들고 이 쪽에서 저 쪽으로 옮겨가는 일이 나에게는 아무 일도 아닌데,
이 작은 놈에게는 장애가 되고, 장벽이 되다니...

잠시 삽자루에 앉아 쉬면서 돌이를 바라보며 나를 반성하게 됐다.
나의 사려 깊지 않은 말과 행동, 무심코 지나쳐버리며 별 것 아니라고 여기는 것들이
어쩌면 누군가 작은이에게 괴로움과 아픔이 되고 있지는 않을지...

2005. 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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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했던 것 같은 죽순은 아니지만, 죽순은 죽순이다.
지난 겨울에 뒷마당을 덮었던 대나무들을 모조리 베어 버렸더니,
이 놈들이 곳곳에 순을 내어 놓았다.
원래 대나무를 좋아했었는데,
집까지 침투해 들어온 대나무 뿌리들을 보고는 정말 무서운 식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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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아버지와 함께 고추모종을 옮겨 심었다.
비닐에 구멍을 뚫고, 모종을 넣고, 물을 부어 넣고, 흙을 덮고...
비가 온 뒤이긴 했지만 비닐 안까지 스며들 정도는 아니어서 물이 필요했다.
밭이 본래 마당으로 사용하던 곳이어서 바로 옆에 우물에서 길어서 넣었다.
어머니의 표현처럼 이제 좀 밭으로 보인다.
주변 정리를 하고 빈 공간에는 옥수수와 들깨를 심을 생각이다.
고추가 조금 더 자라면 지줏대를 세워주어야 하고.
지줏대는 뒷곁을 가득 매운 대나무를 사용하면 된다.

고추밭 일을 끝내고, 바로 옆에 풀과 함께 자라고 있는 딸기를 발견하고 주위 풀들을 매주었다.
열매가 익을 쯤 오는 이는 먹을 수 있을 텐데.
우리 식구 먹을 만큼은 나올 것 같다.

200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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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놈이 '돌이', 큰 놈이 '소리', 합치면 '돌소리'가 된다.
부모님은 이런 속뜻이 있는지 모르시고 내가 지은대로 부르신다.

하는 짓들이 얼마나 귀여운지.
농촌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소중한 벗들이다.
작은 놈은 발발이라고 보면 되고, 큰 놈은 풍산개이다.

2005.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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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앞을 지나는 분들에게 한 마디씩 하게 만드는 어머니의 작은 텃밭이다.
잘들 올라왔다고, 좀 촘촘하기는 하지만, 어머니는 속아먹는 재미를 톡톡히 보고 계신다.
심겨진 것은 각각 열무와 배추, 상추와 쑥갓이다.
오늘 저녁에도 상추와 쑥갓을 속아서 쌈을 싸먹었다.

2005.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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