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와서 어르신들에게 자주 듣는 얘기들이 몇가지 있다.
그 중에서도 농사와 관련된 것으로
제초제와 농약의 사용에 관한 것이다.

농사에 있어 제초제를 사용해야 하는 단계,
농약을 사용해야 하는 단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 때 반드시 사용하지 않으면 그 것은 농사가 안되는 것으로 여기신다.
심지어는 당신들이 살고 계신 집 주변에 자라는 풀들도 그냥 보지 못하시고
제초제를 뿌려서 다 고사를 시켜야 직성이 풀리신다.

그런 모습을 비판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젊은 시절 농사를 지으며 그것들이 고된 일손에 얼마나 도움이 주었을까?
그래서 이제는 농사에 있어 제초제, 농약 그러면 상식이 되어 있는 것이리라.

아니 어쩌면 믿음의 대상이 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웃도, 때로 자신도 믿지 못하지만 제초제와 농약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신이 되어버린 ...

2005.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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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대부분의 판단의 근거는 외부에 있다.
생각도 그렇고, 말도 글도 역시 그렇다.
그래서 제3자가 중요하고, 그로부터 해법을 찾는 훈련을 받는다.
그런 것을 잘 하면 칭찬을 듣고
다른 사람보다 앞서게 되고, 보다 위에 자리하게 된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들은 자신 안에 있는 것이 아닐지.
심지어 우리가 그토록 비판하는 모순들도 역시 자신 안에 있는 것이 아닌지.
그러나 ‘제도권’의 그 무엇도 자신을 돌아보라고 말하지 않는다.
사실 그럴만한 조금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다.

관건은 얼마나 빨리, 그리고 깊이 자신의 속을 들여다보고 찾을 수 있느냐이다.
거기에 사랑도, 행복도, 외로움도, 모순도, 정의도, 불의도 모두 있다.
그것을 찾아내서 확인하고, 그것으로부터 한 발 물러서서 볼 수 있어야 한다.
누구도 대신 해 주는 사람은 없다.

사랑의 감정이 나를 넘어 서려 할 때,
불행함이 나를 무너뜨릴 때,
외로움에 젖어 울고 싶을 때,
화가 치밀어 폭발 직전일 때,
무력감에 주저앉고 싶을 때
가만가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다면
목숨처럼 움켜쥐고 있는 것들이 별 것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특별히 자유란 것은 더더욱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바로 마른 대지를 뚫고 나오는 새싹처럼 나 자신의 내부로부터 움터오는 것이다.

2005.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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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11. 4(목) 장신대 게시판에 쓴 글

추수감사절 예배를 드리고, 떡과 사과도 받고, 밥도 그냥 먹었습니다.
정말 감사한 날입니다. 가뜩이나 용돈이 궁한 형편에 민생고가 해결되고 간식까지 얻었으니까요.
하지만 예배를 드리면서 너무나 당혹스러움을 겪고 나니 이 모든 것이 솔직히 감사하지 않았습니다.

먼 길 오셔서 후배들에게 귀한 말씀 전해 주신 목사님께는 감정은 없지만, 그 상황에 그 자리에 함께 있으며 별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는 제가 속한 공동체가 너무도 저를 답답하게 했습니다.
목사님의 입지전적 전기를 들으면 정말 감사가 있는 분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추수감사예배에 적절한 분을 강사로 잘 모셨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른의 말꼬리를 잡아서 죄송하지만, 지금 예수님을 믿어서 이룬 오늘 목사님의 모습과 그렇지 않았을 때 지게나 지고, 리어카나 끌고, 잘 하면 타이탄에 야채 실어서 광장동에 와서 팔러 다니는 농부가 되었을 것이라는 말씀에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예배당 단상 앞에 풍성하게 갖은 과일과 곡식, 채소들을 진열해 놓고 드리는 예배에서 그것을 만들기 위해(물론 하나님께서 물과 양분과 햇빛을 주셨지만) 씨 뿌리고 돌보고 추수한 농부를 웃음거리로 만들 수 있는 것인지. 물론 목사님께서 이것을 목적하셨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러나 목사님이나 그 자리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입으로 들어가는 그 무엇 하나 생산할 수 있는 사람들인지. 농부들처럼 하늘을 바라보며 정직한 땀방울을 흘리는 사람들인지.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추수감사예배를 드린 날 최소한 농부를 생각하자는 것입니다. 우리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이들. 하나님께 허울 좋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끝내지 말고, 정말 농부에게도 감사하십시오! 오늘만이라도.

사족을 달자면, 오늘 본문 말씀인 고전15:9-10에서 바울이 어떤 상황에서 그런 감사의 글을 남겼는지를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예수님 만나서 망한 사람이 바울 아닙니까? 성경의 대다수의 인물들이 예수님 혹은 하나님께 부르심을 받아서 망한 사람들 아닙니까? 그러나 그들이 왜 감사를 할까요? 하나님이 있어서, 다른 모든 조건이 최악이지만 하나님이 계셔서 감사한 거 아닌가요?

우리나라는 농부가 망하는 나라입니다. 농부 하면 망해서 사람 취급받기도 힘들죠. 그래도 그 분들은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땅을 놀리면 벌받는다고 아픈 허리 꾸부정하게,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손목으로 호미 잡고 밭으로 가시는 분들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오늘만이라도 농부들에게 감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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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5. 6.

'복음 안에서 동서 화해를'(땅에쓰신 글씨)에 실린 글

아영으로 가는 마지막 차량에 승차했다. 1시간 30분 가량 어르신 모시기 작전의 마지막 차량이 백전에서 출발한 것이다.
백전초등학교 앞에서 쩔쩔매며 어르신들을 대형버스에 모셔야 했다. "어르신, 시원한 차 안에서 기다리세요."라는 단순한 말 만으로…. 순순히 차량에 탑승하시는 분도 계셨지만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면 가지 않겠다고 서둘러 자리를 뜨시는 분도 계셨다. 그러나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예정대로 차량에 탑승하시고 출발할 수 있었다.
사역을 오면서 내내 고민이 있었다. 선발대로 와서 작업을 할 때나 잠을 청할 때,"내일 과연 어떤 말씀을 드려야 어르신들께서 아영으로 순순히 가실까?" 하는 것이었다. 한편으로는 목사님께서 어떤 말을 우리들의 입에 넣어 주실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 목사님의 제안은 "납치"였다. 그냥 모시자는 것이었다. 구구절절이 설명하지 말고, 차에 모시고 달려 버리자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니 정말 좋은 생각인 것 같았다. 어르신들을 만나 뵙고 말씀드리는 데에 부담이 없어졌다.
정말 어르신들을 만나 "내일 저희가 모실게요. 백전초등학교 아시죠? 거기서…."이렇게 끝을 흐리기만 하면 어르신들이 자유롭게 상상하시면서 오마고 허락하셨다. 생각보다 쉽구나.
그러나 쉬운 것이 아니었다. 백전초등학교를 그냥 지나갈 때 승합차 안에 타고 계신 어르신들의 어리둥절하신 모습, 왜 초등학교로 안 들어가고 대형버스에 승차하라고 하는지 의아해하시는 어르신들, 개중에는 이미 알고 계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마냥 좋아하시고, 고마워하시니 정말 몸둘 바를 모를 지경이었다.
이렇게 승합차 아홉여 대가 경상도에서 전라도로 경계를 넘었고, 대형버스도 두 번 넘었고, 마지막 승합차가 가고 있는 것이다. 양천.음천 마을에서 나온 차였다. 도시에서는 불가능한 일인 정원외 승차를 하고서, 어르신들 사이사이와, 문에 붙어 앉은 채로 차는 출발했다.
어디로 가는 차일까? 그 안에 앉아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백전초등학교를 그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차는 직진을 해야 한다. 그래야 백전초등학교로 간다. 그러나 차는 좌회전을 했다. 영호남을 가로지르는 88고속도로와 나란히 나 있는, 전라북도 남원시 아영면으로 난 국도로 들어선 것이다. 사역자들의 긴장과 영문을 몰라 하시는 어르신들.
"와 이리 가노?", "어데 가는데?, "백전초등학교 가는 거 아이가?" 차 안은 술렁거렸다.
차량 배차를 맡았던 나로서는 마지막 차라는 안도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일시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몇 안 되는 사역자들은 어르신들의 눈치를 보며, 그 분들을 안심시켜야 했다.
"저희가 좋은 데로 모실게요."라는 말과 웃음 공세, 그리고 주무르기로….
한 어르신이 불안해하시며 어쩔 줄을 몰라하셨다. 그 때 옆자리에 계신 어르신이 큰 소리로 말씀하셨다.
"좋은 구경 다 시키네, 고마와라. 우리 이 차 타고 서울까지 가버리자!" 하시며 옆에 긴장한 어르신의 옆구리를 찌르셨다. "와 불안한 게비지?""별 소리를 다 한다. 불안하기는…."
위기가 넘어갔다. 금세 길 옆으로 누렇게 얼굴을 드러낸 벼알들에 대한 이야기로 이야기의 초점이 자연스럽게 옮겨졌다. 함양의 그것보다 더 빠르다고….
이렇게 여기를 지났을 십여 대의 차들이 이런 긴장감을 경험했을까? 주여, 감사합니다.
차는 무사히 아영중학교에 도착했고, 아무 갈등도 반목도 없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베풀어진 잔치 마당에 함께 어우러질 수 있었다.
이렇게 사역은 문이 열렸다. 영.호남을 넘나들며 벌어진 경로잔치와 마을잔치, 함께 모여 예배드리고 찬양과 율동으로 한 팀이 되었던 노천성경학교, 그리고 청소년들의 만남이 있었다. 그 사이사이를 녹아드는 사랑의 몸짓이 되고자 했던 부족한 내가 그 곳에 있었다는 것이 또 다시 은혜로 되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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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깨어살리/돌소리 2006. 10. 12. 09:53
오늘도 누군가 물었다.
'농촌에서 사니까 행복하세요?'

농촌에서 산다고 해서 행복해 질 수 있을까?
물론 나 자신이 그리던 삶의 환경이 펼쳐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과 행복이라는 것과는 별개의 것이 아닐지.

도시에서 살던, 농촌에서 살던
행복은 마음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리라.
사물을 받아들이는 방법에 변화가 있지 않는 한 행복은 올 수 없다.

환경은 환경일 뿐이고,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다.
나로부터 시작되는 행복.
가만히 있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부단히 노력할 때 누릴 수 있으리라.

2005.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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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는 정말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있었다. 베스트셀러를 읽는다는 것은 왠지 대중성에 합류하는 느낌을 주는 것 같아 좀 꺼리는 편이다. 읽으면서도 그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며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물론 읽은 사람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읽기에 똑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겠지만. 어쩌면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하게 될까봐 두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오자히르」에서 코엘료가 썼듯이 어쩌면 저자 자신도 자신이 쓴 책을 대할 때 자신도 몰랐던 것들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의 자유로운 생각이 틀리다 맞다 할 수 없을 거다. 다를 수는 있을 것이리라.

「연금술사」로 들어가 보면 주인공 산티아고는 결국 보물을 찾았다. 그것도 그가 처음으로 꿈을 꾸었던 그 옛 성당 자리에서. 그가 꾸었던 꿈이 헛꿈은 아니었다는 것에서 독자로서 기쁘다.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그가 추구했던 꿈, 자아의 신화를 추구한 결과가 손에 잡히는 보물은 아니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래서 꼭 보물을 찾는 것으로 마쳐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그가 발견한 보물은 이미 여행을 통해서 얻은 것들이 아닐까. 2년 여 정들었던 양들과 결별하고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용기, 모든 재산을 잃고도 실의에 빠지지 않고 새로이 일을 시작하고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었던 기개, 또다시 여행을 떠나고 그 속에서 만물의 언어를 배운 것, 또 사랑하는 여인을 갖게 된 것, 영국인들이 소원했던 진짜 연금술사를 만나 그의 가르침을 받고 제자가 되었던 것 등 그는 참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 그래서 내 생각에는 그가 그 모든 것을 모아서 보물이라고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제 보물을 찾고 보니 ‘재미있다’는 생각도, 저자가 결말을 복잡하지 않고, 쉽게 마무리를 지어 독자로 하여금 마음 편하게(?) 해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오자히르」에서도 주인공은 자신을 떠났던 아내를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만나는 것으로 마친다.

아무튼 산티아고가 만물과 소통하게 되는 과정이 아주 흥미롭게 그려지는 데, 바람이나 심지어 태양과도 대화를 나누었다는 것은 놀랍기까지 한 상상력이다. 마치 그리스 신화를 읽고 있는 듯했다. 산티아고가 이미 양들과 함께 하는 가운데 이미 자연과의 대화의 단초들을 얻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연금술사」를 읽으며 주변을 새롭게 보게 되었다. 혹시 나에게 주는 표지들이 있지 않을까? 무심코 지나쳐 버린 것들 가운데 창조와 함께 이미 남겨진 하나님의 흔적인 표지들, 사랑의 자취들이 있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여행... 그것이 이슬람교도인 크리스탈 가게 주인에게는 성지순례요, 영국인에게는 연금술사를 만나기 위한 여정이요, 사막의 대상들에게는 목숨을 건 생존의 장이고, 산티아고에겐 보물을 찾아 가는 길이었지만, 나에게 있어 떠나야 할 여행은 무엇인지 질문하게 되었다. 나에게 있어 단지 나이기에 나인 나에 머물지 않고 진정한 나로 나아가게 하기 위한 연금술이 필요하다. 여행...

그는 결국 보물의 꿈을 꾸었던 그 자리에서 보물을 찾았다는 것이 의미있게 다가온다. 대개의 경우 우리는 꿈과 이상을 품게 될 때 지금 내가 선 곳이 아닌 다른 어떤 곳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산티아고는 그가 보물에 대한 꿈을 꾼 바로 그 곳에서 보물을 찾았다. 오늘 꿈을 꾸기 시작하는 그 자리의 소중함을 말하려는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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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자아의 신화보다는 남들이 팝콘 장수와 양치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되어버린 거지.” - 멜기세덱 49p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 데 있도다’ - 멜기세덱의 이야기 속 현자 중의 현자의 말 62p

결정이란 단지 시작일 뿐이라는 점이었다 - 산티아고가 사막으로의 여행을 위해 대상에 합류하면서 116p

“우리 인간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목숨이나 농사일처럼 우리가 현재 갖고 있는 것들을 잃는 일이오. 하지만 이러한 두려움은, 우리 삶과 세상의 역사가 다같이 신의 커다란 손에 의해 기록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나면 단숨에 사라지는 거라오.” - 산티아고에게 낙타몰이꾼이 한 이야기 130p

“그대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게. 그대의 마음이 모든 것을 알 테니. 그대의 마음은 만물의 정기에서 태어났고, 언젠가는 만물의 정기 속으로 되돌아갈 것이니” - 산티아고에게 연금술사가 한 이야기 208p

“고통 그 자체보다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더 나쁜 것이라고 그대의 마음에 일러주게.” - 고통받을까 두려워 하고 있는 산티아고에게 연금술사가...212p

행복한 인간이란 자신의 마음속에 신을 담고 있는 사람이라고 마음은 속삭였다.
‘지상의 모든 인간에게는 그를 기다리는 보물이 있어. 그런데 우리들, 인간의 마음은 그 보물에 대해서는 거의 얘기하지 않아 사람들이 보물을 더 이상 찾으려 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어린아이들에게만 얘기하지. 그리고는 인생이 각자의 운명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그들을 이끌어가도록 내버려두는 거야. 불행히도, 자기 앞에 그려진 자아의 신화와 행복의 길을 따라가는 사람은 거의 없어. 사람들 대부분은 이 세상을 험난한 그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세상은 험난한 것으로 변하는 거야. 그래서 우리들 마음은 사라들에게 점점 더 낮은 소리로 말하지. 아예 침묵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우리의 얘기가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기를 원해. 그건 우리가 가르쳐준 길을 따라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걸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지.’ - 산티아고에게 그의 마음이 들려준 이야기 213-214

2005.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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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

자히르는 ‘한번 만지거나 보고 나면 결코 잊을 수 없고, 우리의 머릿속을 완전히 장악해 광기로 몰아가는 무엇’으로 주인공이 아내가 행방불명되면서 괴로워하며 자신이 아내 에스테르라는 존재에 얽매어 있다는 것을 자각하면서 에스테르를 지칭하는 단어가 된다.

주인공은 아내를 찾기 위해 먼 곳, 카자흐스탄의 스텝 가운데로 간다. 아주 먼 곳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그리는 정말 먼 곳으로의 여행은 자신의 내부로의 여행이다. 전혀 인식하고 살지 않았던 표지들을 발견하고, 그것이 가리키는 쪽으로 자신의 몸을 돌리는 것, 마치 풍향계가 바람에 자신의 몸을 맞기고 도는 것과 같이.

주인공은 이전까지 자기가 선택한 삶을 살아온 것으로 생각했지만 자신의 삶이 이미 지나간 과거에 얽매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자신의 과거의 역사를 잊어버리고 오늘 자신에게 주어지는 표지들을 좇아가게 되고, 그 여정이 그가 갔던 어떤 여행보다도 길고 먼 여행이었다고 고백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자신을 벗어버리고 자신을 찾았을 대 진정한 사랑 또한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아내를 찾는 여정 가운데 미하일을 만나고 자신과 그의 주변 인물들을 만날 때 그들이 에스테르에게 받았다는 이름 모를 군인의 피 묻은 셔츠조각들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은 죽어가는 한 군인이 자신의 피 묻은 셔츠를 벗어주며 에스테르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내 옷을 찢어서 죽음을 믿고 또 그렇기 때문에 오늘이 지상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들과 나눠가지세요. 그들에게 내가 방금 신의 얼굴을 보았다고 말해주세요. 그리고 사랑하는 유일한 진실을 찾으라고, 그 진실의 원칙에 따라 조화롭게 살라고 말해주세요.’

‘오늘을 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주인공이나,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하는 ‘오늘’은 어제를 전재로 한 오늘이다. 어제의 어떤 삶이 축적된, 다시 말해 어제의 삶을 충분히 고려한 오늘이라는 뜻이다. 좀 더 쉽게 표현하면 과거에 매어있는 오늘이라는 것이다. 과거의 어떠함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은 피 묻은 셔츠조작을 받을 수 없다. 오늘이 주는 그 무궁무진한 삶의 생명력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오자히르」의 메시지는 자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버리고 떠나라는 것이다. 심지어 아내조차도 지금 그녀가 내 곁에 아내로 있기에 아무런 생각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아내를 사랑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올린 것들, 자신을 규정하는 것들을 털어버리고 온전히 새로울 수밖에 없는 여행을 떠나라는 것이다. 마치 유목민처럼. 유목민은 과거에 자신이 머물렀던 곳에 연연하지 않는다. 땅도, 집도, 관계도, 업적(명예)도 말이다. 그러므로 모든 것이 새로운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주인공이 그의 아내를 만나기 전에 치르게 되는 의식에서 자신의 새로운 이름으로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한 것은 유목민의 삶을 아주 적절하게 표현한 것이다.

2005.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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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갈라서 묻었는데 이렇게 싹이 나오네요.
동네 분들은 비닐을 씌워야 한다고 하는데,
환경을 생각해야한다는 소박한 마음에
그냥 심었더니 좀 늦고 작아요.
오늘은 어제 비가 와서 좀 더 자란 것 같던데.
이 사진은 몇 일 전의 것이라 작죠.
그리고 밭에 돌이 얼마나 많은지 골라내다가 포기 직전입니다.
아무튼 싹이 나온다는 것이 얼마나 신비로운 일인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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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예쁘게 피었다가 다 떨어져 아쉬웠는데,
아니 나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나뭇잎 사이사이에 작은 알들이 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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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포도밭의 순들은 이미 어른 손보다 더 크게 순이 자랐지만
우리집 담에 포도는 올봄에 옮겨 심었기 때문에 이제야 작은 순들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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