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에 똥을 펐다.
지난 6월 말에 펐으니 계산해보면 한 4개월에 한 번 정도는 퍼줘야 하는 것 같다.
똥을 푸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똥을 푸는 일은 내키지 않는 일이다.
생각 같아서는 구덩이를 많이 파놓고 다 차면 덮어버리고 다음 구덩이를 채우는 식으로 살면 좋겠다.
해석에 해석을 거친 후에야 순환이라는 단어를 찾을 수 있지
막상 똥통을 보고 똥물 흘리며 옮겨다 뿌리는 일이 그리 호감 가는 일은 아니다.

그런데 생각을 좀 더 해보면 똥은 언젠가 나의 일부였던 놈이다.
그것이 몸 밖으로 나와서는 모여 있는 것이 이 것인데.
난 더럽다는 얘기만 줄줄이 퍼내고 있으니 똥이 조금은 섭섭할 것 같다.

내가 배설한 것을 내가 책임지고 처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인데, 왜 싫을까.
도시 뿐만 아니라 시골조차도 이제는 정화조를 묻지 않으면 허가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곳에서도 똥을 직접 퍼내는 친구네 집과 우리집 그리고는 잘 모르겠다.

구분지어 놓고 그것을 모른척하고 살아가는 우리네의 삶.
누군가 다른 사람이 와서 돈을 받고 치워가는 형세.
생각 속에서조차 그런 불결다고 진저리를 치며 물을 내려 버리듯 지워 버린다.
마치 우리는 똥 같은 것과는 상관없는 것처럼 깨끗한 척한다.
정말 그래도 되는 것인가 싶다.

자기가 먹고 소화시켜 배설한 것을 스스로 책임지는 구조가 되었으면 좋겠다.
더럽다고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의미와 가치를 찾을 줄 알아야하지 않을지.

200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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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증을 딴 것은 97년이지만 본격적으로 운전을 한 것은 올 1월부터이다.
그러니 곁눈질로만 보아왔던 운전에 대한 것들이 실제화 된 것이 이제 겨우 10개월이다.
깜박이 하나 제대로 켜지도 못하고,
와이퍼 조절 하나 잘 못해 쩔쩔매던 것이 바로 올 해의 일들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저런 여유를 부리게 되었으니 참 놀라운 일이다.
전화를 거는 것은 삼가려고 하지만, 웬만해서 받는 데는 문제가 없어졌으니.
그래도 때마다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는 여전히 초보운전자이다.
상향등을 고정시키는 것도 석 달 전쯤에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이었다.

며칠 전에는 친구에게서 뒤차가 상향등을 켜고 뒤따라올 때 대처법을 배웠다.
사실 상향들을 켜고 앞에서 오는 차보다 뒤에서 따라오는 차가 더 짜증나게 한다.
뒤로 돌아가서 나도 상향들을 켜고 따라가 볼까 하는 생각이 굴뚝같다.
그 대처법이란, 룸미러를 앞으로 당기는 것이다.
룸미러가 그렇게 움직이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럴 때 사용하면 되는지 몰랐다.
어제 밤에 집으로 오면서 실험을 해 보았는데 참 신기한 노릇이다.
각도가 달라지니 빛이 정면으로 반사되지 않는 것이다.
각도를 달리한다는 것...

그렇다.
각도를 달리하면
날을 세우고 덤비는 공격을 비껴 갈 수 있는 것이다.
각도를 달리 생각하면
절대적으로 절망적이거나, 비관적인 일은 없을 것이다.
각도를 달리해 보면
온전히 미워할 부분만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

혹시 아직도 파악하지 못한 자동차의 기능이 또 있는지 궁금하고, 또 알게 될 것에 기대도 된다.


200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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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1년차

누군가에게 나를 귀농자로 소개하는 것이 아직 좀 어색하다.
여전히 ‘농(農)’자에 서툰 초보이기 때문이다.
말은 쉽지만 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디 그리 만만한 일일까.
그래서 ‘농촌에 사는 거죠’라고 말한다.
그 말이 맞는 것이 아직 땅이라고는 한 평도 가지고 있지 않고,
남의 땅에 우리 먹고, 조금 나눠먹을 만큼의 몇 가지 작물들을 재배할 뿐이니 말이다.

땅 없이 농촌에 산다는 것을 60,70년대 농촌에 사셨던 분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가 보다.
소작을 하느냐고 약간은 안됐다는 눈빛으로 보는 분도 있었다.
때문에 반드시 땅을 가져야하지 않느냐고 반문하신다.
물론 맞는 말씀들이기도 하지만
지금 농촌의 현실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다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을 알게 되실 거다.
땅을 가지게 되면 좀 더 안심, 안정은 될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만 부지런히 몸을 놀릴 마음의 준비만 되어 있다면 널린 것이 땅이고,
그 땅에 농사를 짓는 것이 과거처럼 결코 천대받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이 곳 분들은 나이 들어 힘에 부쳐 지을 수 없는 땅을 놀리지 않게 되어 고마워하신다.
문제는 그런 땅들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많아진다는 것이고,
몇 안 되는 젊은이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굳이 땅을 사들여 땅값만 올려 인심만 흉흉하게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 꼭 필요하다면 집터와 집 주변에 텃밭 정도는 확보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유기농이니 해서 생명농법을 하려 한다면 적게라도 자기 소유의 밭이 있어야
소신껏 투자를 할 수 있다.
아무래도 남의 땅에 관행농이 아닌 유기농을 하기는 쉽지 않으니까.

아무튼 농촌에 살며 농사를 짓는다는 것
아직 내 몸에 익지는 않았지만 나와 상관없이 한해가 가고 있다.
이웃 할아버지 하시는 일 곁눈질로, 귀농선배에게 전화로, 농사관련 책으로,
이것도 저것도 안 되면 감각으로 한 해 농사를 지었다.
들깨는 들인 시간과 노력과 땀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수확을 했는가 하면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참깨는 풍성하게 수확했다.
별 볼일 없어 보였던 감은 막바지에 효자 작물로 즐거움을 주었다.
살구, 호두는 하늘에서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깜짝 선물이 되었고,
대문 밖 텃밭은 때마다 적절한 푸성귀들을 선사했다.
흙과 물과 양분과 공기와 태양의 조화, 그리고 하늘의 보살피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농촌의 생활도 많은 변화가 왔다.
그래서 도시처럼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는 생활의 부산물이 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각종 농자재들이 그러하고, 생활 쓰레기들이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환의 가능성을 보면서
나 하나만의 청결을 위한 오염보다는 더불어 살아감에 대한 기쁨을 얻고 있다.
배설물들이 고스란히 흙으로 돌아가고,
흙은 대부분의 부산물들을 분해해 양분으로 바꾼다.
난 순환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을 분리하는 약간의 수고만 하면 될 뿐이다.

그러므로 나와 흙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흙에서 자라는 것들이 나의 밥상이 될 뿐만 아니라
나 또한 그들의 밥상이 되는 것이다.
서로에게 밥상이 되는 일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곳,
그곳이 농촌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친구네 집 화장실 문에 붙어 있는 시를 옮겨 본다.)

김정원

똥이더라
밥이더라
밥이 똥 되고
똥이 밥되는 일이더라
교수보다 존경할 일이더라
시인보다 가난해지는 일이더라
연륜이 더할수록 부족함을 느끼는 겸손이더라
평생 겨우 오십 번밖에 해볼 수 없는,
희귀한, 예사롭지 않은 일이더라
인내와 절제와 땀이 진득하게 밴,
피 같은, 소박한 밥상이더라
길가 제비꽃 한 송이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두엄 속 지렁이 한 마리도 하찮게 여기지 않는
생명을 가꾸는 일이더라
각지불이(各知不移)더라
맨발로 하늘을 모시는 일이더라
공기처럼 물처럼 햇빛처럼 없으면
우리가 죽을 일이더라

200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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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처럼 특별한 연료도 없다.
값이 저렴하다는 것도 그렇지만
검은 덩어리가 타고 나면 하얗게 변하는 것이 독특하다.
석유는 액체여서 그 변화를 관찰하기 어렵고,
나무가 비슷하기는 하지만 차원은 다른듯하다.

연탄이 보일러 안 화덕 속에 들어가 이미 타고 있는 선배 연탄에 올려지면
작게 탁탁하는 소리를 내면서 그 역할을 시작한다.

연탄 한 장의 값은 배달 거리, 사람이 들고 나르는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
240원이 될 수도 있고, 360원이 될 수도 있다.
그나마 정부에서 장 당 700원 이상을 지원해서 이 가격을 유지한다.
아무튼 그 어떤 연료보다 저렴하다.
그래서 유가폭등에 연탄이 인기고,
배달하는 분들은 너무 힘들어 오히려 즐겁지만도 않단다.

뜨겁게 자신을 달군 후 하얀 덩어리로 남는 연탄.
우리집도 가을부터 시작해 올 겨울 그 신세를 톡톡히 지게 되었다.

안도현의 시가 생각난다.

제목: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2005.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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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지막으로 감을 땄다.
집 주변에 있는 감들은 이미 다 땄고,
오늘은 밭에 있는 큰 나무 두 그루와 너 댓 개  달린 작은 나무들의 것을 땄다.

한 나무는 그리 높지도 않고 많이 달린 편이어서 재미있게 땄는데
두 번째 나무는 몇 개 달리지도 않았는데 아주 높아서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나무에 올라가다보면 점점 더 올라가게 되는데 그것도 다리 떨리는 일이지만
5m정도 되는 장대를 이리 저리 옮겨가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항상 한 나무가 끝나 갈 때, 대여섯 개가 남았을 때 갈등이 생긴다.
까치밥으로 그냥 두고 내려갈까?
하지만 막상 그 상황이 되면 오기가 생긴다.
이왕 올라왔는데 남겨두고 내려 갈 수 있는가?
그리고 몇 개라도 감이 남아 있는 나무를 보면 시원치 않았던 경험도 있고 해서.

농촌에 와서 살면서 까치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새가 되었다.
만약 그런 생각이 없다면 순순히 까치밥 남긴다는 명분으로 내려 올 수도 있었을 텐데.
이놈들이 고약한 짓을 좀 하는 통에 좋은 감정이 없어졌으니.

그러나 생각해 보면, 어찌 감나무가 감을 나만을 위해 맺었겠는가?
자신을 위해서,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그리고 날짐승 들짐승들을 위해서가 아닐까?
그러니 악착같이 한 개도 남겨두지 않는다면 얼마나 섭섭할까.
새들이 자기들 밥을 남겨두지 않으면 이듬해에 보복을 한다는 전설(?)도 있다지만,
그것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인정하는 차원에서
열매를 나누는 차원에서
남겨 둘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물론 오늘은 너무 높이 달리고 힘도 들어서 열 개 정도는 남겨 두고 온 것 같다.
이리 생각하니 아까워 할 일은 아닌듯하다.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밭에서 난 곡식을 거두어들일 때에는, 밭 구석구석까지 다 거두어들여서는 안 된다. 거두어들인 다음에, 떨어진 이삭을 주워서도 안 된다. 포도를 딸 때에도 모조리 따서는 안 된다. 포도밭에 떨어진 포도도 주워서는 안 된다. 가난한 사람들과 나그네 신세인 외국 사람들이 줍게, 그것들을 남겨 두어야 한다. 내가 주 너희의 하나님이다.’ 레위기 19:9-10

200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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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이 아프고, 불편하다는 핑계로 다른 날보다 늦게 일어나고
하루 종일 닭에게 모이 주고, 개와 고양이들에게 저녁 주는 것 외에 하는 일 없이 보냈다.

지난번 벼 수확 품삯으로 햅쌀 40K를 받아왔다.
사실 그 날 이후로 손목이 아픈 거니까 그것까지 생각하면 조금은 부족한 품삯이지만
겨우 들어서 옮겨야 할 정도로 무거운 쌀을 받아 오면서
감사한 마음,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어찌 이것을 돈으로 환산 할 수 있겠는가?
대지의 생명이 담긴 소중한 양식인 것을...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적든 많든 한 해 농사의 수확들을 보면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작은 것이란 생각이 든다.
아무리 수 십 년의 경험을 가지고 있어도
농사와 관련된 최근의 과학적인 지식들을 가지고 있어도
결국 농사의 관건은 날씨, 햇빛과 비와 기온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물론 경험과 지식이 이런 것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겠지만
자연현상이 언제 자로 잰 듯 정확하게 오는가 말이다.

그러므로 단언하건데 농사는 하나님이 지으시는 것이다.
그저 사람은 씨 뿌리는 일, 돌보는 일, 거두는 일을 할 뿐이다.
하나님께서 자라게 하시고, 꽃 피우시고, 결실케 하시고, 무르익게 하는 것이다.
나의 농사가 아니라 ‘그 분의 농사’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감나무에서 감들이 없어지고, 잎들이 떨어지고 나니 농가의 풍경이 좀 허전해지고 있다.
서리가 내리면서 푸르렀던 다른 나무들, 풀들의 잎들도 축 처져 검게, 누렇게 변하고 있다.
역할을 다한 그들이 쉼을 찾아 들어가는 것이리라.
내년에 다시 푸르름을 머금은 모습을 그려본다.

2005.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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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에 감장사가 감나무 네 그루 중 세 그루에서 감을 따갔다.
높은 나무에 달린 감들을 어떻게 딸까 하고 지켜봤는데,
전문가여서 그렇겠지만 생각보다 쉽게 작업을 하는 것이었다.

작지만 감나무가 열 그루가 넘는다고 자랑은 하고 다녔지만
막상 수확을 해야 하는 시기가 닥쳐오자 두려움도 역시 같이 찾아 왔다.
또 새로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몸에 익숙하지 않은, 해 보지 않은 일을 한다는 것은 늘 긴장되는 것이 사실이다.
아니 두렵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높은 나무에 있는 감들...
홍시가 되어버린 것들은 한두 개 따 먹는 것이야 쉽지만
전부 따는 일이야 쉽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약을 치지 않아서 다른 집들보다 더 빨리 익어 물러지니 지켜만 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고.

그런데 오늘 오전에 두 사람이 작업하는 것을 목격하고 나서는 좀 자신이 생겨서
해거름에 장대 높이 들고 시험 삼아 따 보았는데 할 만 했다.
괜히 값싸게 넘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한 가지를 배우고 알아간다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리라.
수업료 비싸게 지불했다고 생각하며 내년에는 잘 해보리라 어머니와 다짐했다.
그래서 내일은 남아있는 나무들의 감을 딸 작정이다.
저온 창고에 넣어 두었다가 적절할 때 깎아 말려서 맛있는 곶감을 만들어야지!

200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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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할머니께서 벼 추수할 때 좀 도와줄 수 있냐고 해서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했다.
들의 벼들이 노랗게 익은 모습을 보면서 언제 부르시려나 했는데,
드디어 그 날이 오늘로 결정이 되었다.

뭐 잠깐, 길면 두 시간이요, 짧으면 한 시간 정도 간단히 끝나는 작업이려니 했다.
여기서부터 크게 오해가 있었던 것!
농촌 일이 어디 간단히, 힘 안들이고 끝나는 일이 있던가?
그런 일이면 나를 부르지도 않지.
화물차를 끌고 가서 콤바인으로 구분한 나락들을 40킬로 부대에 담아 놓은 것을 싣고
할머니 댁으로 와서 부려놓고, 또 오가기를 몇 차례하고,
그리고 30여 부대는 수매하기위해 추풍령으로 갔다.
난생처음 벼 수매하는 곳에 갔는데 그 풍경이란...
마당이 화물차, 경운기, 심지어 화물칸을 매단 트랙터들로 가득했다.
83번 순서표를 받아서는 순서가 될 때가지 장장 5시간을 더 기다려야했다.

일단 농부의 역할은 여기까지이지만
시멘트 공장을 방불케 하는 내부 구조를 가진 벼 수매장의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수매하면서 이미 분리가 시작되어 건조시키고 탈곡하고, 포장해서 매장에 내는 일까지.
그러면 그 때부터의 일은 소비자들의 몫이 되는 것이다.

쌀 한 톨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몇 명의 손을 거치는 것인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무엇인들 쉽게 만들어져 나에게까지 오겠는가마는
비교적 농산물에 대한 생각들은 실제 그 가치에 상당히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런 생각들 끝에 자신들의 역할을 끝낸 사람들인 농부들의 표정이 밝지 못하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
해를 거듭할수록 뭔가 나아지고, 희망이 있어야 할 텐데
수매가가 계속 곤두박질이니 뭐 할 맛이 나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나이들도 더 먹어 가는데 당신들이 하는 일을 이어갈 사람도 또 보이지 않으니.
박통이나 전통을 추억하는 것을 들으며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할 수만도 없었다.

200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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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 봐도 가장 힘든 일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인 것 같다.
그가 가족이든, 친구든, 동료든 간에 말이다.
사람이 워낙 변화무쌍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대방을 내 생각의 틀로 넣으려 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내가 그리는 어떤 상(像)과 맞지 않으면 불평하고 거부하게 된다.
그래서 나의 삶은 끊임없는 자극의 연속이다.
그 자극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정하지도 못하고 본능적으로 행동한다.
그러니 늘 불완전한 인간관계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상대방이 넓은 마음을 가졌다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으면 일은 마치 산불이 번지듯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스티븐 코비의 일곱 가지 습관 중 첫 번째 습관인 ‘주도적이 되라’가 늘 내 머리 속에 맴돈다.
이 첫 습관을 설명하는 주된 구절 중 하나가 ‘자극과 반응 사이의 간격’이다.
시시각각 나를 자극하는 것이 있고 그것을 어찌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 즉 그것에 대한 반응을 좀 더 심사숙고해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반응을 내가 그리는 이상적인 나의 모습의 선상에서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요즘 내가 만든 말은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을 상대하는 나의 태도에 관심하라’이다.
중요한 것은 나의 태도, 즉 나이지 상대방의 어떠함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을 알면서도 열 번 중에 한 번 정도 실천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너무 약해서이기도 하고, 또 감정적이기도 해서 그렇다.
자극과 반응 사이의 간격을 띄우는 것,
나의 태도를 바꾸어는 가는 것을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아자!

200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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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깨어살리/돌소리 2006. 10. 26. 20:43
어제 친구 결혼식이 있어서 서울에 다녀왔다.
서울에 한 번 올라 갈 때마다 사실 비용이 많이 들어가서 가능한 올라가지 않으려고 하고, 가야 한다면 중요한 용무들과 만남을 묶어서 해결하고 오는 방식을 취한다.
그래서 이번에도 금요일에 올라가서 선배님을 만나 밥도 얻어먹고, 이야기도 나누고, 한시미션에 가서 늦은 저녁시간과 밤 시간을 보냈다.

아무튼 결혼식에 참석했고, 아름다운 가정이 탄생하는 것을 목격했다.
여기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결혼 스케줄을 두 개나 더 얻어가지고 내려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10월과 11월에 꼭 가야할 것 같은 결혼식만 4개가 됐다.
어떤 분은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 결혼식에는 가지 말란다.
그러면 갈 곳이 거의 없는데...

결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계절인데...
친구는 결혼을 준비하면서 겪는 어려움이 지금까지의 나를 지키려하는데서 출발한다고 했다.
어쩌면 한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그를 위해 자신을 바꾸는 것을 할 수 없다면 진정한 사랑을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준비도 필요하고, 기도도 필요한가 보다.
교회가 신비이듯 결혼도 신비인 듯 하다.
전혀 다른 삶의 이야기를 가진 남녀가 만나 이루는 신비...
더불어 빛과 그림자가 혼재하는 현실이기도 하고.

2005. 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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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nstream

깨어살리/돌소리 2006. 10. 26. 20:43
농촌에 내려와 살지만 매 월 몇 개의 유무료 잡지들을 받아보고 있다.
우체부 아저씨가 두툼하게 우편물을 넣고 가면 왠지 기대되는 마음으로 달려가 꺼내든다.
그 중에서도 교육과 관련된 잡지가 하나 있는데,
석 달에 두 번 한 페이지 정도 내가 쓴 별 것 아닌 글이 실린다.
잘 아는 분이 내가 가지고 있는 자료를 정리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그래서 내가 쓴 부분을 살펴보고 이리저리 앞뒤를 살펴본다.
그런데 대개는 아쉬움을 넘어 실망감을 갖게 한다.

이런 저런 글들과 세미나들이 준비되고 있다는 정보들이 눈에 띄는데,
문제는 하나같이 도시, 그것도 서울 중심이라는 것이다.
서울에 살 때도 그런 비판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었는데 여기 와서 보니 더 그렇다.
강사로 나서는 사람, 자료들의 출처가 거의 대형○○라고 할 수 있는 곳의 것들이다.
그러니 웬만한 지방이나 농촌 사람들은 가봐야 별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것 같다.
어쩌면 이것을 두고 mainstream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것 말이다.

하지만 정말 그래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반성은 필요하다.
mainstream이라고 하다가 자칫 매인stream이 되지는 않을지
숫자에 매이고, 돈에 매이고, 인기에 매이고, 크기에 매이고, 편리함에 매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저마다 mainstream을 타려고 하는데,
정작 무언가에 매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2005. 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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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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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다른 날보다 좀 일찍 일어났다.
닭들을 닭장에서 꺼내고 바닥에 왕겨를 깔아주고, 더러워진 물그릇도 닦고 맑은 물을 넣어 주었다.
소리와 토리가 함께 사용하는 물그릇에 낀 물때도 깨끗이 닦고 새 물을 담아 주었다.
그리고 모아놓은 개똥을 들고서는 누구를(?, 어디에) 줄까 잠깐 고민하다가 살구나무 주변에 뿌렸다.
내년에 더 맛있는 살구를 더 많이 달아달라는 마음을 가지고...

처음에는 살구나무나 호두나무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감나무 정도 생각하고 거름도 구입했었는데,
살구도 따고, 호두도 따고 보니 이제는 이 나무들도 소중해졌다.
무엇인가 얻고 보니 귀해 보인다.
참, 뭔가 받아야만 특별한 눈으로 바라보는 나의 한계란...

뭔가를 받기 전에 상대의 소중함을 먼저 알아볼 수는 없는 것인지.
조만간 감나무가 특별해 보이게 될 것 같다.

2005. 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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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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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깨어살리/돌소리 2006. 10. 26. 20:38
친구 포도밭은 포도나무가 심겨진 줄이 긴 편이다.
그래서 어떤 작업을 하던 한 줄을 끝냈을 때 ‘와! 한 줄 끝냈다’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리고 또 하나 그 줄의 끝에 이르렀을 때 포도밭을 아래로 하고 하늘을 쳐다보면 그 광경이란...
마치 하나님이 포도나무들 위에 발을 딛고 계신 것 같다.
그래서 포도나무 사이사이는 어느새 하나님을 만나는 장소가 된다.

포도나무의 하나님은 포도를 검붉게 익게 하는 하나님.
감나무의 하나님은 감을 노랗게 무르익게 하는 하나님.
참깨 밭의 하나님은 참깨를 영글게 하는 하나님.
감자 밭의 하나님은 감자를 알알이 맺게 하는 하나님.
고추 밭의 하나님은 고추를 빨갛게 익히시는 하나님.

나의 하나님은...

2005. 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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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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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 전에 날이 흐려서 고추를 말리기 위해 토방에 불을 피웠다.
오랜만에 불을 피우려고 하니 땔감과 집게를 챙기며 준비하는 데도 시간이 좀 걸렸다.
작은 나무와 큰 나무들을 적당히 쌓고 아래에 신문을 말아 넣어 불을 붙였다.
어느 정도 붙었다고 생각을 했는데
태풍 때문에 바람이 굴뚝으로 들어와서는 아궁이로 연기를 밀어 내니
온통 뿌옇게 연기로 가득 차고 겨우 붙은 불도 꺼져버렸다.
다시 불을 붙였고, 불이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또다시 불어오기에
이번에는 나도 박스 조각을 가지고 열심히 부채질을 해댔다.
불은 양 쪽에서 바람 세례를 받으며 꺼지지 않았고 겨우겨우 안으로 타들어갔다.
나무에서 나무로 불이 붙어 가자 아까와 같은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는 않게 되었다.

바람은 불을 끄기도 하지만, 반대로 불을 살리기도 한다.
촛불이나 작게 일어나는 불은 바람에 꺼진다.
하지만 산에 붙은 불은 바람이 불면 오히려 더 넓게 퍼져간다.

어떤 것에 대해 이러하다고 성급하게 규정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겠다.
나의 말, 가진 것들이 살리기도 죽이기도 할 수 있다.

2005.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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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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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향유네가 포도를 따기 시작했다.
어쩌면 내가 상주에 내려오면서 기대하고 고대했던 때가 온 것인지도 모른다.
전국에서 포도로 유명한 모동에 화학 농약(제초제, 살충제 등도 포함)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포도농사를 짓는 친구가 있기에.
다른 집의 포도밭과는 사뭇 다른 풍경을 친구의 포도밭에서 볼 수 있다.
친환경 농약들을 최대한 사용하지만 잎들이 병에 노출되어 점이 보이거나 말라 떨어져 있는 모습이다.
다른 밭을 보면 전혀 그런 기미도 보이지 않는데 말이다.
그러니 친구가 이런 저런 쉽지 않은 기간들을 보내며 결국 수확을 하게 되는 때란 정말 벅찬 감격의 때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수확을 시작한지 하루가 지나서 포도 수확에 합류 할 수 있게 됐다.
서 있기도 그렇고, 앉아서 하기도 그런 애매한 높이에 포도가 달려 있고,
무조건 따는 것이 아니라 봉투 아래쪽을 열어서 속을 확인하고 따야 하니 자세 잡기가 힘들었다.
허리를 숙이거나 컨테이너를 세워서 걸터앉은 상태에서 손을 머리 높이 보다 조금 높게 들고서는
봉투를 찢고 확인을 하고, 잘 익은 송이를 가위로 다르게 된다.
그러다 보니 팔, 목, 허리에서 신호가 온다.
친구는 조금만 익숙해지면 나아질 거란다.
그래 익숙해지면 한결 나아지겠지.
정말 시간이 지나면서 봉투를 찢는 것 하며, 자르는 것, 컨테이너에 담는 것에 익숙해졌다.
한마디로 요령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몸 곳곳이 얼얼하기는 했지만 내 몸에 맞는 적절한 자세를 잡아가니 무리가 오지도 않았다.
그래서 포도밭 주인들을 거의 따라가면서 포도를 딸 수 있을 정도까지 되었다.

익숙해진다는 것, 능숙해 진다는 것은 어떤 일을 할 때 생산성을 높이는 것 같다.
숙련공을 우대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이 말은 농사일을 한다든지, 기계를 다루는 일을 할 때는 맞는 말일 수 있겠지만,
사람과 관련된 일에서는 맞지 않는 말이 아닐까.
사람을 만나는 일에 익숙해 졌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속내를 감추고 상황에 맞는 태도를 능숙하게 취할 수 있게 되었다는 얘기가 아닐까.
특히 교회에서 사역하게 될 때 이런 경지(?)에 오른다는 것은 위험신호가 아닐까?
설교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찬양을 인도하는 일에 익숙해지고, 기도회를 인도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성도들을 만나는 일에 익숙해진다는 것.
과업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안에 본질인 하나님, 사람, 진정한 사랑과 관심은 자취를 감춰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한 명의 교회 기술자가 탄생한 것일 뿐이다.

익숙해진 그 것을 누리기보다는 본질에 대한 접근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자세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결국 어떤 행동 속에 감추어진 자신의 내면을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지...

2005. 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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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다.
이미 일어나신지 오래되어 밭에 다녀오시는 동네 어르신들께 늦은 인사를 드리며,
아침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패달을 밟는다.

그런데 오늘은 유난히 두 가지가 내 코를 자극했다.
하나는 논에 잔뜩 뿌려서 하루가 지나도 가시지 않는 농약 냄새이고,
또 하나는 수확기가 다 된 잘 익은 포도의 향기가 그것이다.
냄새와 향기...
맡아도 맡아도 더 맡고 싶은 향기와
조금도 맡고 싶지 않은 냄새가 공존하는 농촌의 아침이라.

농약냄새와 같은 악취는 언제든 풍겨 올 수 있는 것들이라면
포도 향은 때가 되어야만, 그러니까 무르익었을 때에라야 맡을 수 있는 향기이다.

나에게서도 그런 것 같다.
이기심이라는 악취는 언제든 시도 때도 없이 발산하여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지만,
내면으로부터 성숙된 향기는 좀처럼 풍겨져 나오지 않는다.
깊은 자기성찰과 영성이 만날 때, 무르익었을 때나 가능할까.

2005. 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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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김장용 무 밭을 만들고 씨를 넣었다.
이런 저런 일들 때문에 열흘에서 보름은 늦은 파종이다.
풀을 뽑아 둔 밭에 좁은 이랑을 만들었는데,
비가 많이 온 후라 흙이 물을 머금고 있어서 삽으로 퍼 올리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물이 좀 빠진 다음에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 줄을 거의 다 해 갈 무렵에는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겠다는 각오도 생기고
탄력도 붙어서 짧지만 일곱 줄의 이랑을 완성했다.

밭에 오면서 돌이(발발이, ♂)를 억지로 데리고 왔는데,
이놈이 밭에 오면 심심해서 안절부절 못한다.
그래서 내가 쳐다보기만 해도 쪼르륵 달려오고,
아무 반응을 보여주지 않으면 다시 밭모퉁이 그늘로 돌아간다.
처음에는 돌이가 움직이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이랑의 수가 늘어 감에 따라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삽으로 한 삽 정도 흙을 올려 만들어 가는 이랑이 짧은 다리의 돌이에게는 큰 장애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것도 세 개, 네 개 자꾸 늘어 가서 돌이에게는 고개를 여러 개를 넘어야 오갈 수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측은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흙을 쌓아서 이랑을 만들고 이 쪽에서 저 쪽으로 옮겨가는 일이 나에게는 아무 일도 아닌데,
이 작은 놈에게는 장애가 되고, 장벽이 되다니...

잠시 삽자루에 앉아 쉬면서 돌이를 바라보며 나를 반성하게 됐다.
나의 사려 깊지 않은 말과 행동, 무심코 지나쳐버리며 별 것 아니라고 여기는 것들이
어쩌면 누군가 작은이에게 괴로움과 아픔이 되고 있지는 않을지...

2005. 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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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족한

깨어살리/돌소리 2006. 10. 16. 19:50
지난 주일부터 시작해서 토요일까지 한시뿌리기 사역을 다녀왔다.
할 수 있으면 하는 것으로 작정한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도시에서 살았다면 훌쩍 떠나는 것에 어려움이 없었겠지만
농촌의 특성상, 특히 요즘 우리 집에는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는데
일주일이나 집을 비워야 한다는 것이 여러모로 부담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속한 것이기도 하고,
농사라는 것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좀 다른 땀 흘림의 장으로 이동했다.

이번 여름뿌리기사역에 있어서 나의 사역은 단연 트럭사역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왜냐면 주된 모임 장소와 주방이 멀고, 잔치하는 곳과도 좀 떨어져 있어서
짐들을 사람들이 들고 나를 수가 없기에
내가 가지고 간 트럭이 아주 요긴하게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주방의 물품들을 나르고, 천막들과 음향시스템들을 나르고, 양조장에서 먹을 물 받아 오고,
쓰레기를 치우는데도 아주 효과적이었다.
특히 장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심지어 가까운 진(한 마을을 담당하는 사역의 최소단위, 약 10명으로 구성됨)의 진원들을 화물칸에 태우고 이동하는 것 까지 해야 했다.
나중에 알았는데 다른 진의 진원들이 트럭을 타는 진을 부러워했단다.
사실 승합차에 타면 덥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한데,
트럭의 화물칸은 탁 트여서 시원하기도 하고, 둘러앉아서 이야기 나누기도 좋은 것이 사실이다.

이번 사역에서도 변함없이
선발대와 차량배차를 담당했는데
아무래도 횟수를 더할수록 요령만 느는 것 같다.
특히 차량배차는 내 말이지만 ‘아나운서’처럼 본부에서 대략적인 그림을 그려주면
그것을 들고 조금 수정해서 발표하는 역할을 했다.
물론 차량이 어르신들을 모시고 들고 날 때야 어느 마을로 갈 것인지 정해주는 것은 내가 했지만,
아무튼 2%부족한 사역자였다.

무엇보다 참 좋은 사람들을 집중해서 만날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한다.
자신들의 몸이 더러워지는 것쯤은 개의치 않고 몸 던지는 사람들.
땀과 비에 몸이 젖지만 그것을 장애로 여기지 않고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사람들.
자신의 몸의 자연스러운 욕구들을 무시하고 이웃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물론 뿌리기사역이라는 특수한 시공간에서의 모습일 수도 있지만,
그런 일주일의 구별된 시간, 삶을 소유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크지 않을까?

2005.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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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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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프랭클린 플래너(이하 플래너)를 꼼꼼하게 쓰고 있지 않다.
성실하게 채워나갈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소중한 것들을 해 갈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늘 말하지만 매일 기록하지는 않지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습관적으로 하는 것을 잊지 않는 사람이라면 굳이 플래너를 쓸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어쩌면 난 플래너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쓰면서
정작 그 안에 하겠다고 기록한 소중한 일은 하지 않고 지나가 버리는 때가 더 많았다.
문제는 습관화에 있다.

그래서 이미 수없이 기록해왔던 소중한 일을 우선적으로 습관들이는 일을 하기로 했다.
플래너에 빠뜨리지 않고 기록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로 하기로 하고서.

요즘 난 아침에 일어나는 대로 모자 눌러쓰고 자전거를 타고 대문을 나선다.
그리고는 패달을 밝으며 목적지를 정한다.
백화산 계곡에 가서 세수만 하고 올까,
중모초등학교까지 가서 운동장을 돌고 올까,
모동면까지 갔다 올까,
좀 더 멀리 가보는 것은 어떨까...하고.
일단 백화산 계곡에 가서 시원한 물에 발 담그고 세수하는 것은 고정 코스로 하고
조금씩 더 멀리까지 가보는 쪽으로 하려고 한다.

그리고 오늘부터는 성경과 필기도구를 챙겨서 나간다.
잠시 앉을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맞으며
성경 몇 장을 읽고, 생각들을 기록한다.

이렇게 하면 세 개의 소중한 일,
규칙적인 기상과 운동과 성경묵상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하면서 하루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의 할 일들을 생각하고 하나하나 중요도에 따른 우선순위대로 해간다.

2005.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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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깨어살리/돌소리 2006. 10. 16. 19:46
사랑은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가만히 있지 못한다는 것은 보고 또 보고
무엇인가 해 주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것이리라.

작물도 동물도 또한 그러하다.
자주 가서 보고, 필요한 것들을 제때에 해주지 않으면 분명 무슨 일이 생기고 만다.

고추밭이 바로 집 옆에 있지만,
근래에 담 너머로만 흘깃 쳐다보고는 ‘괜찮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고추나무 사이로 들어가서 보니 풀도 많이 자랐고,
잦은 비에 커진 가지를 바로 세우지 못해 꺾여 있는 놈들도 많았다.
좀 더 일찍 줄도 더 매어주고, 풀도 매주어야 했던 것이다.
몇 개의 가지는 아예 부러져서 고추만 따서 바로 식탁으로 보냈지만,
다 먹기에는 너무 많은 것이 문제다.

토리(삽살개, ♂)에게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소리(풍산개, ♀)에 비해 벼룩이나 진드기가 더 많은 것도 아닌데,
아마도 비를 흠뻑 맞으면서도 나와서 짖어대서 그런지,
온 몸이 벌레 물린 흔적에, 쉴 새 없이 긁어 대는 바람에 상처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덕분에 털도 듬성듬성 빠져있었다.
어제까지 몰랐다.
근래에 더 심해진 탓도 있지만
밥만 가져다주고, 똥 치워주면서도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털갈이를 심하게 하는 구나 정도로 밖에는
그런데 정말 심각한 몰골을 보고서는 소름도 끼치고, 불쌍하기도 했다.
그래서 목욕을 시키고 몸에 약을 뿌려 주었는데
털이 검어서 벼룩도 잘 보이지 않고,
여전히 쉴 새 없이 긁어대니 나을까싶다.

보지 않으면 뭘 해줘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러기에 더 보려하지 않게 된다.
자주 보면 애정이 생기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생각이나 말만이 아닌 사랑 담긴 행동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다.

2005.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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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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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옮겨 심는 일이 끝난 우리 집은
요즘 밭뿐만 아니라 집 주변의 풀들과 한판 전쟁을 치르고 있다.
손쉽게 제초제를 뿌리면 간단하게 끝나겠지만,
잠깐의 편리를 위해 땅을 죽이고, 생태계를 죽이고, 결국 사람을 죽게 할 수는 없는 일.
그래서 미련해 보이는 방법을 선택했다.
호미를 들고 달려드는 것이다.

낫으로 처낼 수도 있겠지만,
가능하면 뿌리까지 제거하는 것이 더 낫기에 손으로 뽑고 잘 안되면 호미의 도움을 받는다.
풀들 중에 지독한 것이 뿌리로 번식하는 놈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쑥이다.
줄기에 붙어 뿌리까지 나오는 것 같지만
실제로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뿌리가 땅 속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서,
뽑아내도 또다시 싹을 띄우고 땅위로 올라온다.
그러니 이런 놈들은 ‘뿌리를 뽑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 같다.
대개의 작물들은 일단 줄기에 달려있는 뿌리가 나오면 뽑힌 것이다.
쑥처럼 뿌리를 뻗혀서 질긴 생명을 이어가는 작물이 있다면 농사짓기가 쉬울 것 같다.

내 안에 못된 습관들도 이와 같은 것이 아닐지.
일견 뿌리가 뽑힌 것 같지만 잠시 긴장을 늦춘 사이 또다시 싹을 돋우니.
인내심을 가지고 주변을 파고 또 파야 어느 정도 뿌리들을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미처 찾지 못한 뿌리들은 여전히 기회를 엿보고 있다.

2005.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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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말 땀을 흘리고 싶지 않은 날이었다.
집 안으로 밀려드는 후덥지근함.
집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기 싫었다.
하지만 내가 뭘 하기 위해 여기 있는가를 생각할 필요도 없이,
이미 밭으로 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날씨 탓을 하며 집 안에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주섬주섬 작업복을 챙겨 입었다.
요즘 우리 집의 주된 일은 제초작업(풀뽑기)이기에 긴 팔 옷을 입었다.
풀숲을 헤치고 나가려면 모기들을 생각지 않을 수 없으니.

작업장은 토방 앞, 그러니까 고추밭 옆이다.
풀이 무성하게 자라서 이미 숲이 되어버려 누가 와도 이곳으로 안내하기가 어렵게 된지 오래다.
다른 일을 하면서도 늘 마음에 걸리는 곳이기도 했기에 오늘 작심을 하고 결판을 내기로 했다.

달려들어 작업을 시작하는데,
들고 간 낫도 옆에 던져두고 두 손으로 뽑기 시작했다.
낫으로 베는 것 보다는 할 수만 있다면 뿌리까지 뽑아버리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고,
다행히 비가 많이 온 후라 잘 뽑히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예상했던 대로 더위였다.
푹푹 찌는 날씨에 풀숲을 마주하고 앉아서 힘을 다해 뽑고 있으니.
흐르기 시작한 땀이 온 몸을 적시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초반에 짜증은 차츰 사라지고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아 이게 정말 ‘시원하다’라는 것이구나!’
땀으로 온 몸을 적시며 느끼는 시원함, 그 시원함은 금방 행복함으로 바뀌고 있었다.
찬물로 샤워를 했을 때도 이런 시원함을 느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옷이 척척 몸에 달라붙었지만 전혀 불쾌하지 않고 신바람까지 났으니,
다시 생각해 봐도 정말 신기하다.

할 수만 있다면 땀 흘리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나의 천성적 게으름은 그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오늘 내 몸은 땀 흘림의 시원함을 경험하고 말았다.
그래서...

2005.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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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캠프를 하면서 첫째 날 저녁 마지막 프로그램이 산상수훈을 조원들이 나누어 쓰는 것이었다.
좀 무리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돌아다니는 몇 몇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참여해 일단 안심을 했다.
그런데 10시가 다 되어갈 때 한두 조 정도가 마무리를 하고 있어서 미완성으로 마쳐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여러분 이제 끝낼까요? 아니면 끝장을 볼까요?’라고 했다.
그랬더니 거의 모두가 일제히 ‘끝장을 봐요!’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정말 시간을 조금 더 오버해서 끝장을 보는 조가 더 많아졌다.

끝장을 보자는 아이들의 외침.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기특하기도 하고,
요즘 아이들이 나약하다고 말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에서 강한 도전을 받게 되었다.
난 끝장을 보기보다는 분위기에 따라 끝내버리는 스타일이었는데.

2005.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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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

깨어살리/돌소리 2006. 10. 16. 19:41
아침에 방 청소를 하는데 이름 모를 벌레들의 시체(?)가 섞여 나왔다.
서울에 살 때는 보지도 못하던 놈들이다.
어머니도 쥐며느리 비슷한 놈을 발견하고 신속한 동작으로 처리를 하셨다.

이런 것들을 발견하며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꼭 그럴 일도 아닌 것 같다.
보다 다양한 개체들이 살 수 있는 곳이라면
사람도 살기에 좋은 곳일지도 모른다.
물론 습하거나, 건조한 곳에서 잘 살아가는 벌레들도 있겠지만
극단적인 것만 아니라면
적당한 동거는 가능할 것 같다.

사람들은 자신들을 다른 개체로부터 분리하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그래서 이룩한 문명의 이기들이 지금은 오히려 사람들을 해롭게 하고 있다.
오히려 그들에게 다가가서 공존의 삶을 선택한다면,
사람에게도 유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2005.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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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 내려오면서 한 가지 놀란 부분이 있는데
이웃집들을 가보면 마당을 콘크리트로 포장을 해버린 것이다.
포장을 하더라도 일부만 하고 흙을 살렸으면 좋겠는데 흙은 전혀 보이지 않게 덮어 버린 집도 있다.
그것도 조금 여유가 있는 집들이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비가 오면 흙바닥이 질어져서 그런가?
아니면 잡풀이 나는 것이 싫어서 그런 것인가?
아무튼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개를 키우면서도 그렇다.
바닥을 콘크리트로 포장을 하고 거기에 말뚝하나 박고, 개집을 올려놓는다.
똥을 치우고 물로 청소하기도 좋고, 깨끗해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냄새다.
물로 청소를 하는 일도 번거롭거니와 그렇게 한다고 해도
오줌은 스며들기 마련이고 은근하게 악취를 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개장이 있는 주위에서는 역겨운 악취가 심하게 풍긴다.
그런데 그냥 흙바닥에 개를 기르면 한결 악취가 덜하다.
똥은 치우지만 오줌에 대해서는 신경도 쓰지 않는데도 말이다.
내 생각에 아마도 흙에 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흙이 개의 배설물들을 처리해서 흙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흙이 포함하고 있는 수많은 미생물들이 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반면 콘크리트는 아무런 작용을 하지 않고 축적해 버리니까 악취가 나는 것이리라.

흙은 살아 있고, 콘크리트는 죽었다.
살아 있는 땅은 살리는 에너지를 발산하지만,
콘크리트는 죽었기 때문에 죽음을 넓혀 갈 뿐이다.

내가 밟고 서 있는 곳은 살아 있는가, 죽어 있는가?

2005.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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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간 서울, 아니 양수리를 다녀왔다.
차를 황간역 앞에 주차해 놓고 버스를 타고 올라갔다가 버스타고 다시 내려왔다.
이전까지는 황간과 서울을 오가는 버스가 40분 간격으로 있었는데,
몇 일 전에 세 번으로 줄어들었단다.
중부내륙고속도로 덕분에 발생한 일이다.
처음에는 모서면에 있는 터미널의 버스가 하루 세 번으로 줄어들고,
이제는 황간까지 세 번으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이미 기차는 KTX가 운행을 시작하면서 무궁화호가 하루 세 번만 다닌다.
아무튼 세 번이 최후의 보루인 샘이다.

이런 일련의 일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KTX가 생겨서 전국이 몇 시간의 생활권으로 바뀌었고,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생기면서 내륙의 교통에 획기적인 전기가 열렸는데,
실상 이 곳은 더 열악해 지고 말았다.
일이 있어서 서울이나 다른 곳을 가더라도 몇 편 되지 않는 버스나 기차 시간을 맞추기 위해 서둘러야 하고,
조금만 시간을 잘못 맞추면 대전으로 가서 한참을 기다려 차를 갈아타고 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속도가 빨라지면 자주 멈출 수 없고,
길이 잘 뚤리면 옛 정거장은 잊혀지게 되는 법인가 보다.

개발을 통해 주목받는 곳이 생기면 소외되는 지역은 그 몇 배가 된다.
그 개발주의자들의 기치였던 ‘속도’는 이들에게 오히려 저만치 남의 일이 되어버린다.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누군가 빼어난 능력을 발휘해 두각을 나타낸다는 것은
결국 그의 몇 배의 사람들이 그의 그늘 아래 머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귀함을 발견하고 소중하게 여길 수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너무 한 사람에게 집중하고 마음 쓰는 일을 그만 두었으면 좋겠다.
가까이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 작아 보이는 존재까지도 사랑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보면 좋겠다.
시선을 너무 빨리 돌려서 그 누군가의 존재를 놓쳐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2005.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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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고추모종을 주셨던 선배님께서 팥 모종을 주셔서 밭에다 옮겨 심었다.
아버지께서 거의 매일 오셔서 풀을 맨 밭인데도 조금만 방심하면 풀이 잔뜩 자라니
모종을 심는 것인지, 풀을 뽑는 것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
모종 하나를 심으려면 대충 열 개 이상의 풀을 뽑아야 하는 것 같다.
그러니 진도도 안 나가고 쪼그리고 앉아 있는 다리만 아프다.
하도 느리게 하고 있으니 멀리서 들깨 모종을 심고 계시던 아버지께서 오셔서 신속하게 풀을 매주셨다.
하여간 4개월여의 기간 동안 아버지는 풀매는 데는 전문가가 되신 것 같다.
제초제 사용하지 않고 이만한 넓이에 밭을 일굴 수 있는 것은 모두 그 덕이다.

이 뽑혀야 하는 풀들을 잡초라고 불리는 것은 사람 중심의 사고이긴 하지만
이놈들이 얼마나 번식력이 좋은지 모른다.
반대로 작물들은 관리해 주지 않으면 잘 자라지도 못하고,
풀들한테 기선제압을 당하면 속수무책이다.

어쩌면 우리의 영혼과도 비슷하다.
정말 좋은 어떤 것을 옮겨 넣으려고 하면
그 안에 이미 주인행세를 하고 있는 오류와 편견, 오만 같은 그릇된 것들을 뽑아내지 않고는 안 된다.
그리고 그 놈들은 번식력도 좋아서 관리해 주지 않아도 우리의 영혼을 잠식해 버린다.
그러면 그 사람은 아무 열매도 얻을 수 없는 잡초 가득한 황폐한 땅이 되어 버린다.
영혼을 가꾸고 관리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부지런히...

2005.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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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화장실에 똥을 펐다.
장마가 오기 전에 해치워버리려 했는데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가슴을 조리다가(?)
오늘 날이 좋아서 드디어 작전에 들어갔다.
먼저 사시던 분들이 사용했던 똥바가지를 수선하고,
퍼 나를 통도 준비하고,
똥을 넣을 구덩이도 파고,
왕겨도 잔뜩 뿌려놓고서.

막상 푸기 시작을 하니 좁은 공간인데다
냄새를 참으며 하려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 용변 후 왕겨를 뿌려왔기 때문에 심한 악취는 나지 않았다.
암모니아 냄새가 좀 났을 뿐이다.
무엇보다도 쏟지 않으려, 몸에 튀지 않게 하려고 애를 썼는데,
한 번 두 번 오갈 때마다 점점 뚝뚝 떨어지는 횟수도 늘고
급기야 언제 묻었는지 옷에도 똥 자국들이 늘어갔다.

대여섯 번 오가고 나서야 끝이 났다.
막판에 똥바가지가 망가지는 바람에 물바가지를 가져다 사용했는데 본 사람은 없다.ㅋㅋ
그래서 바가지, 똥 담았던 통, 똥이 흘러 넘쳐 똥 범벅이 된 손수레를 물로 깨끗이 씻었다.
똥 묻은 옷도 벗어 버리고 몸도 씻었다.
겨우 두 시간 여 했을 뿐인데 진이 빠진 것 같다.

똥을 푸면서 똥을 묻히지 않을 수 있을까?
매일 똥을 배설하면서 똥이 더럽다고 멀리 하는 사람들.
섬김과 봉사를 떠들며 실제 바로 자기 주변에 있는 이들을 섬기지 못하는 사람들.
똥을 푸면서 똥을 묻히지 않는 정말 고상한 사람들이다.

.
.
.
요즘 내가 왜이리 억지를 쓰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하다보면 건질만한 것이 나오겠지...^^;

2005.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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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 후배가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너무 맛이 없어서 앞에 앉아 있는 선배에게
“형! 맛없어서 못 먹겠어요” 했다.
그랬더니 그 선배 하는 말 “야 그냥 집어넣어 둬”하더란다.
참 재미있어서 생각할 때마다 웃는다.
물론 정말 맛없는 학교 밥을 생각하면 답답하지만...

먹는 것과 집어넣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짐승들에게 아침저녁으로 먹이를 주다보면
먹는 놈이 있고 집어넣는 놈이 있다.
비슷하기는 하지만 차이를 찾는다면 소리(♀, 풍산개)는 천천히 맛을 느끼면서 먹는 것 같고,
토리(♂, 삽삽개)는 정신없이 입으로 집어넣는다.
닭과 오리를 비교하면 닭은 부리 구조상 물이든 모이든 조금씩 먹는 반면
오리는 넓은 부리(주둥이라고 해야 하나?)로 게걸스럽게 집어넣는다.
고양이는 특히 맛에 민감하다.
비린 생선이나 고기를 넣어주면 특유의 소리를 내며 먹는다.
먹이 주고 물주고 정신이 없지만 이놈들 관찰하는 것도 재밌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 사람은 먹는 것인가, 아니면 집어넣는 것인가?
당연히 먹는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 먹는 것, 맛있는 것을 먹는다는 것을 빙자해
방방곡곡 식당이 없는 곳이 없고,
또 그 오염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그 뿐인가 맛있는 먹거리를 위해 지불되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호텔에서 먹든 분식집에서 먹든 뱃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아지는 것을.

음식의 맛보다는 음식을 대하는 멋이 더 필요하다.

나도 너무 맛만 찾지 말고
에너지 보충을 위해 집어넣어야겠다.

2005.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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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강아지 한 마리로 시작해 이제 우리 집에는 개 세 마리, 닭 여섯 마리, 오리 두 마리에
몇일 전에 고양이 한 마리까지 더해 졌다.
아침저녁으로 이놈들 먹이 주는 일도 중요한 일과다.
고양이와 강아지 한 마리만 풀어 놓고 기르고,
나머지는 묶어 놓거나 가둬서 기른다.
그러다 보니 농부의 손길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먹을 것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똥을 치우는 일도 필수적인 일들이다.
그런데 이놈들은 똥을 누고 밟는 것에 전혀 거리낌이 없다.
심지어는 먹기까지 한다.
사람이 보기에 똥은 그 성분을 떠나서 더러운 것이다.
더러운 것이기에 깨끗하게 치워버려야 한다.

깨끗하게!

‘깨끗하다, 더럽다’를 말하는 것은 사람뿐이 아닐까.
짐승들은 전혀 그런 부분을 개의치 않는다.
몸에 묻어도 그것을 불쾌하게 여기지 않는다.
어쩌면 그것이 더 자연스러운 것 같다.

아무튼 사람도 적당히 더러운 것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일부러 더럽게 살 필요는 없지만,
깨끗하기 위해 너무 애쓸 필요도 없는 것 같다.

우리의 삶이 조금은 더 단순해 질 수 있을 것이고,
삶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
우리가 깨끗해질 때 어딘가는 더러워지고 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사실 우리가 더럽다고 말하는 것들이 정말 더러운 것인지도 생각해 봐야 하지만,
소위 더럽다고 말하는 것들을 보는 것, 만지는 것, 걸치는 것, 먹는 것을 조금씩 늘려가자.

2005.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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