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화장실에 똥을 펐다.
장마가 오기 전에 해치워버리려 했는데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가슴을 조리다가(?)
오늘 날이 좋아서 드디어 작전에 들어갔다.
먼저 사시던 분들이 사용했던 똥바가지를 수선하고,
퍼 나를 통도 준비하고,
똥을 넣을 구덩이도 파고,
왕겨도 잔뜩 뿌려놓고서.

막상 푸기 시작을 하니 좁은 공간인데다
냄새를 참으며 하려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 용변 후 왕겨를 뿌려왔기 때문에 심한 악취는 나지 않았다.
암모니아 냄새가 좀 났을 뿐이다.
무엇보다도 쏟지 않으려, 몸에 튀지 않게 하려고 애를 썼는데,
한 번 두 번 오갈 때마다 점점 뚝뚝 떨어지는 횟수도 늘고
급기야 언제 묻었는지 옷에도 똥 자국들이 늘어갔다.

대여섯 번 오가고 나서야 끝이 났다.
막판에 똥바가지가 망가지는 바람에 물바가지를 가져다 사용했는데 본 사람은 없다.ㅋㅋ
그래서 바가지, 똥 담았던 통, 똥이 흘러 넘쳐 똥 범벅이 된 손수레를 물로 깨끗이 씻었다.
똥 묻은 옷도 벗어 버리고 몸도 씻었다.
겨우 두 시간 여 했을 뿐인데 진이 빠진 것 같다.

똥을 푸면서 똥을 묻히지 않을 수 있을까?
매일 똥을 배설하면서 똥이 더럽다고 멀리 하는 사람들.
섬김과 봉사를 떠들며 실제 바로 자기 주변에 있는 이들을 섬기지 못하는 사람들.
똥을 푸면서 똥을 묻히지 않는 정말 고상한 사람들이다.

.
.
.
요즘 내가 왜이리 억지를 쓰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하다보면 건질만한 것이 나오겠지...^^;

2005.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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