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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차, 사모스에서 사리아 지나 페레이로스 가는 길 26.9km(3) 


극도의 가려움도 멋진 광경 앞에서는 멈추어 섰다. 돌아가서 후회할 것 같아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베드버그에 물리면 사후처리가 중요하다. 옷가지는 세탁을 하고, 모든 짐을 소독해야 한다. 햇볕이든 건조기에든...


사모스 수도원에 딸린 알베르게에서 또 베드버그에 공격을 당했다. 침낭 안에 몸을 다 넣고 잤더니 이젠 손과 목 주변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이게 도대체 몇 번째인가. 9.3km 더 가서 뽀르또 마린까지 갈 수 있었는데, 이 베드버그가 발목을 잡는다. 베드버그에 물리고 하루이틀은 정말 죽을 맛이다. 씻고, 먹고, 자는 것에 대한 의욕도 사라지게 할 뿐만 아니라, 더 걷고 싶은 마음도 없애버린다. 무엇보다 베드버그에 물린 후에는 후속 조치를 해야하기 때문에 온통 그 것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모든 짐을 소독해야 하는데, 우선은 옷은 빨래를 해서 건조기에 돌리고, 나머지 짐들은 햇볕에 널어서 말려야 한다. 40도인가 45도 이상이 되면 베드버그가 살지 못한다고 한다. 왜그러냐면 베드버그는 야간에 활동을 하지만, 꼭 침대에만 산다는 보장이 없다. 짐 속으로 들어와 살면서 공격을 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짐을 털고 가야 한다. 페레이로스 알베르게는 허름한 곳이었지만, 길 옆에 넓은 뜰과 빨래줄이 있어서 모든 짐을 꺼내놓고 말리기에 적격인 곳이었다. 그런데 여기서도 살아 움직이는 베드버그를 목격했다는 사실. 봉사자에게 보여주었더니 홈키퍼 같은 것을 왕창 뿌리고 간다. 어쩔 수 없이 묵어야 하지만 좀 찝찝했다. 


Manu del Peregrino 

사모스에서도 좋았는데, 작은 마을 페레이로스의 바에서 먹은 순례자 메뉴도 마음에 들었다. 워낙 샐러드를 좋아하는데 두 곳 모두 풍성하게 담아 주어 좋았고, 주메뉴와 후식 또한 괜찮았다. 순례자 메뉴는 오늘의 메뉴와 같다. 까미노 초반 마을들은 순례자들이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인지 미리 예약을 해야 했는데, 그 이후부터는 그냥 가서 주문하면 한 테이블에 혼자 앉아서도 먹고, 7시라는 시간에 구애받지도 않는 경우들이 많았다. 
2013.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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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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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차, 레온에서 오스삐달 데 오르비고 가는 길 36.4(1) 



레온도 역시 이른 시간에 도시 전체를 물로 청소했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와 가운데 공중부양된 상은 예수님이 아닌 성모 마리아!!!

과거 가톨릭 교도들에겐 성모 마리아가 주로 나타나서 기적을 일으켰던 것 같다.


라 비르헨 델 까미노 성당





베드버그에 물려 가려움이 심해지고, 이런저런 근심거리가 생기면서 왜 이렇게 마음이 약해져 불안해하는 지. 아침에 혼자 걸으며 마음이 안정이 안 되서 음악을 듣기도 했다. 물집이 있을 때는 물집이, 무릎이 아플 때는 무릎이, 베드버그에 물려선 또 그 상처와 처리해야하는 일들에 온통 정신이 쏠려서 헤어나질 못한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약한지, 그래서 이리저리 갈대처럼 흔들리는지. 정말 나약한 인간임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좀 더 생각해 보면 지나갈 것들인데... 내가 삶 가운데 힘들어하는 문제가 발의 물집, 무릎 통증, 베드버그처럼 그저 지나갈 어떤 것은 아닐까. 그것을 잊고 그것이 전부인줄 알고 거기에만 집중하며 약해져 흐느적거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서양인들은 베드버그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놈의 베드버그가 서양인보다는 동양인을 더 선호하는 것 같고, 특히나 나같이 피부가 얇은 사람을 더 반기는 것 같다. 베드버그 때문에 순례를 포기한 사례도 있다고 하니 벌레가 잘 타는 사람은 대비를 해야할듯 하다. 아무튼 이 기간 까미노 전체에서 내가 가장 많이 물린 사람에 손꼽힐 것 같다. ㅠㅠ 다시 온다면 이 베드버그에 관련해서는 더 만반의 준비를 해야겠다. 나프탈렌이든 라벤더 오일이든 뭐든지 좋다는 것은 다 챙겨오고야 말리라...
201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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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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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차, 모라띠노스에서 사아군 지나 깔싸디아 데 로스 에르마니요스 가는 길 23.4km 


사아군 알베르게 앞 순례자상


이슬람 양식이 가미된 사아군 산 띠르소 교회



통과해 지나가던 순례자의 발을 멈추게 한 사아군의 장날 과일가게?!

스페인이 좋았던 것은 이렇게 많은 과일 중에서 한 개를 계산해 달라고 해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것.



깔싸디아 데 로스 에르마니요스 공립 알베르게 앞 십자가.

예수님의 얼굴이 90도 옆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동행하던 한국인 아저씨가 차려주신 만찬. 미소된장국과 일본식 밥이랑 쵝오!


이놈의 베드버그(한국명 '빈대'), 나의 까미노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스믈스믈한 정도가 아니라 파고드는 가려움으로 인해 걸어도 걷는 것 같지 않고, 뭘 먹어도 먹는 것 같지도 않고, 결정적으로 잠을 자도 자는 것 같지 않다. 더구나 이 알베르게에서는 매트리스 아래서 살아 움직이는 베드버그를 본 것이다. 그냥 로비 의자에 앉아서 밤을 지새우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몸서리처지는 고통 가운데 가장 어려움 과제였던 엽서를 여덟 장이나 썼다는 거다. 
엽서를 골라 구입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엽서를 써서 보내는 것도 자신이 없었는데, 마침내 가려움의 고통으로 치를 떨던 바로 그 날 쓰고야 말았다. 어떻게 엽서에 글을 담을 수 있었는 지 놀랍다. 고통을 반대로 승화시킨 것일까. 아~ 그래서 고난 가운데서 예술 작품들이 탄생하는가 보다. 뭐 엽서가 작품은 아니었지만ㅎㅎ.

*참고로 베드버그에 물리면 그 깊은 가려움이 4~5일을 간다. 어떤 놈한테 물렸느냐에 따라서 그 날 수는 조금 다를 수는 있다. 주의 할 것은 가려워도 긁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상처가 더 커지고 가려움도 더해지기 때문이다. 가능한 손은 데지 말고, 항히스타민제 같은 약을 복용하면서 버물리나 연고를 발라줘야 한다. 심한 사람은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는다고도 한다. 내 경우엔 아무리 심해도 까미노 일정에 영향을 주지 않게 하려고 참으며 계속 걸었다.
2013.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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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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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차, 벤또사에서 아소프라까지 15.2km



나헤라를 지나면 만난 외발자전거 순례자와 한 구간만 걷는 프랑스인 단체 순례자들




스페인 사람들의 가장 대중적 식사요 간식인 보까디요


까미노에서 가장 좋은(?) 아소프라 공립 알베르게. 2인 1실!


입양한 한국인 딸을 보여주는 미국인 레베카 아줌마


한국 순례자들의 추석맞이 잔칫상!


베드버그에 물려서 심란하면서도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이유는 한국에서 구입해 온 '버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네이버카페 글에서 버물리를 바르며 4~5일 버티면 된다고 읽었던 기억이 나서 열심히 바르며 크게 위안을 삼고 있었던 터다. 그런데 그 버물리를 바르다가 바닥에 떨어뜨렸는데, 속뚜껑이 열리면서 80% 이상이 쏟아지고 말았다. 그 순간 얼마나 낙심이 되고 슬프던지, 그 심정을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였다. 다른 것은 몰라도 버물리는 스페인에서 구입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지금 물린 것은 거의 다 나아가지만 만약 또 물리게 되면 그 땐 어떻게 하라고. 정말 야속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나라는 사람, 참 작은 것들에까지 마음을 주고 의지해서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은 버물리, 스틱, 신발 등등. 그뿐일까? 핸드폰, 노트북, 만년필, 플래너 같은 것들에 마음을 주고 기대어 살고 있는 것이다. 그냥 바람만 불면 날아가 버릴만한 것들에 마음과 정신을 쏟고 있는 거다. 참으로 의지해야할 대상은 모른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금 많이 찔렸다. 그래도 쏟아진 버물리는 생각할 때마다 너무 아깝고 슬프기까지 하다.

2013.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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