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차, 벤또사에서 아소프라까지 15.2km



나헤라를 지나면 만난 외발자전거 순례자와 한 구간만 걷는 프랑스인 단체 순례자들




스페인 사람들의 가장 대중적 식사요 간식인 보까디요


까미노에서 가장 좋은(?) 아소프라 공립 알베르게. 2인 1실!


입양한 한국인 딸을 보여주는 미국인 레베카 아줌마


한국 순례자들의 추석맞이 잔칫상!


베드버그에 물려서 심란하면서도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이유는 한국에서 구입해 온 '버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네이버카페 글에서 버물리를 바르며 4~5일 버티면 된다고 읽었던 기억이 나서 열심히 바르며 크게 위안을 삼고 있었던 터다. 그런데 그 버물리를 바르다가 바닥에 떨어뜨렸는데, 속뚜껑이 열리면서 80% 이상이 쏟아지고 말았다. 그 순간 얼마나 낙심이 되고 슬프던지, 그 심정을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였다. 다른 것은 몰라도 버물리는 스페인에서 구입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지금 물린 것은 거의 다 나아가지만 만약 또 물리게 되면 그 땐 어떻게 하라고. 정말 야속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나라는 사람, 참 작은 것들에까지 마음을 주고 의지해서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은 버물리, 스틱, 신발 등등. 그뿐일까? 핸드폰, 노트북, 만년필, 플래너 같은 것들에 마음을 주고 기대어 살고 있는 것이다. 그냥 바람만 불면 날아가 버릴만한 것들에 마음과 정신을 쏟고 있는 거다. 참으로 의지해야할 대상은 모른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금 많이 찔렸다. 그래도 쏟아진 버물리는 생각할 때마다 너무 아깝고 슬프기까지 하다.

2013.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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