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차, 로스 아르꼬스Los Arcos






산티아고로 가는 길 거의 모든 마을에 성당이 있다. 오래전 순례자들은 그 성당 하나하나를 빼놓지 않고 들려 기도하는 일을 중요한 일로 여겼을 것이다. 그렇게 좋은 때를 보낸 대개의 성당들은 사용되지 않는 것처럼 먼지가 쌓여 있지만, 그 화려함만은 여전하다. 특히 성당 전면의 장식은 프랑스나 여타 나라의 그것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번쩍거린다. 그 옛날 이것을 세우고 얼마나 기뻐하고 영광스러워하며, 영원히 하나님을 찬양하는 중심이 될 것이라 기대했을까. 성당의 전후좌우 가득한 성상들, 그것의 아름다움과 정교함이 이를 반증한다. 

그러나 이 화려함에서, 이 웅장함에서, 이 섬세함에서 인간의 약함을 본다. 신을 성당과 그 장식들에 의존하다 못해 동일시하고 있으니. 그것의 도움이 절실한 그 존재적 한계가 인간의 본 모습이다. 종교가 원래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것을 원하고, 그렇게 만들어 온 것이다. 문제는 처음엔 부수적이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중심으로 위치 이동을 하고, 더 중요한 자리에 앉아 버린 것이다. 그리곤 다시 현란함으로 인간의 시선을 빼앗고, 그 이면의 깊은 두려움을 낚아채 가버린다. 

종교의 겉모양을 통해 사람들의 필요, 요구, 본능을 어느 선까지는 채워줄 수는 있겠다. 그러나 그 겉모양과 형식을 더 중요하게 만드는 일을 종교인들이 해왔다. 형식에 치우친 종교는 알맹이 없는 껍질만 남게 되고, 껍질에 껍질을 더하는 비만한 종교를 만들어갈 뿐이다. 늘 껍질의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건물도 넘어서야 하고, 종교인들의 주장도 넘어서야 하고, 심지어 경전도 넘어서야 한다. 그럴 때 어렴풋하게 본질을 보게 될 것이다.

2013.9.16.


블로그 이미지

dolso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