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차, 에스떼야에서 로스 아르꼬스 가는 길 21.7km(2)





무어인의 샘Fuente de los Moros




순례시작 셋째 날부터 새끼발가락에 탈이 났다. 작은 물집이었지만 처음이라 제대로 잡지 못해 4일이 넘게 고생을 하고 있다. 걷는 것을 방해하니 며칠 째 글만 적으면 이 물집 얘기밖에 없다. 가장 많이 영향 받는 것을 통해 생각의 가지치기를 하게 되나보다. 물집이 안 잡혔으면 얼마나 즐겁게 걸을까. 작은 지체 하나의 문제가 어떻게 온 몸에 영향을 끼치는지 뼈저리게 경험한다. 

시간이 지나면 물집은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고통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난다. 고통이 없는 삶은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지 않나. 그러니 없앨 수 없다면 물집이든 관절통이든 고통과 함께 걷는 법을 익히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대개 사람들의 기도는 고통이 사라지게 해 달라는데 집중되어 있다. 마치 삶의 무거운 짐이 없애달라는 기도와 마찬가지로. 그러나 그 고통 후엔 또 다른 고통이 있게 마련이니 고통이 모두 없어지는 것을 바라기보다는 고통은 있으나 마치 고통이 없는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 최선일 것 같다. 
아픈 발만 생각하며 ‘아이 아파, 아이 아파’하며 걷게 되면 주변을 보지 못한다. 지나가는 사람도, 멋진 경치도, 시원한 그늘도, 맛있는 음식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것이 자신의 고통만 바라볼 때(절대화) 일어나는 일이다. 그 고통 역시 여러 가지들 중 하나(상대화)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잊고 그것을 키워나가면 자신을 더 깊은 고통으로 집어넣게 되고, 급기야는 주변사람들까지 괴롭히게 된다. '당신들이 내 아픔을 알기나하냐, 네가 뭘 아냐?'고 하면서... 비록 아프고, 고통스럽지만 고개를 들고 주변을 볼 때, 그 고통을 넘어서는 삶의 이유들이 존재함을 깨닫게 된다.

2013.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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