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 6일차, 에스떼야에서 로스 아르꼬스 가는 길 21.7km(1)







변함없이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발가락 물집으로 다리를 절며 어렵게 한 발 두 발 내딛지만 뒤지지 않으려고 성큼성큼 앞으로 나간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노란 화살표가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앞선 이도, 뒤선 이도 없다.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 가 심각하게 질문하고 있을 즈음, 저 멀리 어렴풋하게 노란 표시가 보인다. 다행이다 싶어 달려가 보는데, 다가가 보니 아니다. 까미노에서 아주 가끔 이런 경험을 한다. 노란 화살표를 잃어버리고 길도 잃어버릴까 불안에 휩싸이는 거다. 

까미노는 노란 화살표를 따라 걷는 길이다. 그래서 조금 과장하면 까미노는 노란 화살표로 인해 존재한다. 노란 화살표가 안내하기에 마음 놓고 자신을 향한 여정을 걸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인생의 노란화살표는... 혹시 나는 화살표를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너무 멀리 벗어나 있어서 벗어난 줄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의 인생을 안내할 화살표 또한 간절히 소망해 본다. 역시 내 안에서 찾아야할 과제이겠지... 다시 찾은 노란화살표의 도움으로 공짜로 포도주를 마실 수 있는 이라체 수도원의 포도주 샘 뿌엔떼 델 비노Fuente del Vino에 도착했다.

2013.9.15.


블로그 이미지

dolso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