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차, 아이레헤에서 멜리데 지나 아르수아 가는 길 37.1km

까미노 초반에나 보았던 광경을 멜리데에 들어서면서 다시 보게 되었다.

사리아에서 걷기 시작한 이들이 많아서인지 순례자들이 줄줄이 도시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멜리데에서 가장(?) 유명한 뿔뽀 요리집, 뿔뻬리아 에세끼엘이다. 발음이 좀 ㅎㅎ



그 유명한 뿔뽀! 스페인 사람에게도 추천을 받았던 그 뿔뽀! 

그러나 한국사람들이 느끼는 공통점, 초장에 대한 간절함 ㅋㅋ 


뿔뽀보다 더 맛있었던 빵! 바로 앞에 앉은 덕분에 쉽게 몇 덩어리 더 먹을 수 있었다.


빨래터


프랑코 독재 시절 제지산업으로 돈을 벌려고 심었다는 유칼립투스 나무.

이름은 멋진데 생태계를 파괴하는 나무라고 한다. 다른 나무들이 함께 자라지 못하게 하고, 새들이 살지 못하게 한단다. 경제논리로 여전히 심겨지고 관리되고 있는 모습이 보여 씁쓸했다.


아르수아 까미노 표지석 옆에서. 10월 초순을 지나는 까미노에선 쪼리만 신으니 발이 좀 시려웠다.

운동화 같은 것을 챙겨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다시 가도 무게 때문에그럴 수 없을 것 같다.

원래 쪼리의 용도는 실내에서 샤워와 이동을 위한 것인데, 발에 바람도 쏘이고 답답한 신발을 다시 신고 싶지 않아 숙소 도착후에는 거의 착용했다.


아르수아에서 먹은 피자. 


사리아 이후에 나타난 단체 순례자들이 뿔뽀(문어요리)의 고장 멜리데 초입에서 눈에 들어왔다. 수많은 순례자들이 까미노를 만든 것이지만, 한꺼번에 줄지어가는 순례자들 사이에 끼어서 걷는 것은 유쾌한 일은 아니다. 속도도 다르고, 때로 조용히 걷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소란하기도 하고 잘못하면 서로의 진행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순례 중에 한국인 단체 순례자들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모 여행사에서 모집해서 열댓 명이 함께 왔다고 했다. 안내자가 있어서 숙소를 잡거나 짐을 부치는 일을 돕는다고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한 숙소를 예약하고(공립 알베르게는 예약이 안되지만, 사설 알베르게는 가능) 묵으면서 민폐를 끼치고, 또 식당이나 바에서 무례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목격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우선은 한국사람들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프랑스나 스페인 사람들도 단체로 오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기 나라 혹은 바로 옆 나라로 한두 구간을 정해서 체험하는 선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그 먼 곳에서 40일 가까이 단체로 오다니. 그런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여행사도 대단한 것 같다. 
바라기는 까미노를 두고는 장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길이 지금처럼 순수하게 개별적인 순례자들의 성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그 분들이 순수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상술이 깔려 있고, 단체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약간은 우려했었는데, 자신들은 순례라고 우기지만 단체투어로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아닌가.
201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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