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차, 사모스에서 사리아 지나 페레이로스 가는 길 26.9km(2) 

사리아의 알베르게가 모여있는 마요르길 가.





사리아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순례자 무리. 이 날이 일요일이어서 더 많았던 것 같다.




산띠아고가 100km 남았다는 표지석. 한국사람들만 낙서를 좋아하는 것은 아닌가 보다.


100km이상만 걸으면 순례증명서를 주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 순례자들은 대개 자신의 일정에 맞추어 중간에서 출발한다. 빰쁠로나, 부르고스, 레온 등이 중간에 출발할 수 있는 대표적인 도시이고,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에서 100km남짓한 거리에 있는 사리아는 마지막 출발지가 된다. 그래서 그런지,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사리아를 통과하는 순간 갑자기 많은 순례자들을 보게 되었다. 옷, 배낭, 신발이 깨끗한 것을 보면 사리아에서 출발하는 것이 분명하다. 또 단체로 걷는 이들을 목격하게 되는데, 이전까지 만났던 순례자들과 달리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느라 옆에 있는 다른 순례자들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래서 '올라, 부엔까미노~'라고 인사를 하려고 고개를 돌려도 눈도 안 마주치고 앞서가는 이들도 있었다. 700km 가까이 걷고 있는 순례자에게 참 거슬리는 상황이긴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떨까. 이 길에 서 있다는 것,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에 100km이든 800km이든 무슨 차이가 있다는 말인가. 길다고 자랑할 이유도, 짧다고 위축될 이유도 전혀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 걷고 있다는 것이니.
2013.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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