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차, 사모스에서 사리아 지나 페레이로스 가는 길 26.9km(1) 



사모스 수도원을 나설 때 정면에 있던 노란 화살표는 이후 까미노에 대한 순박한 상상을 하게 했다. 이전처럼 어두운 길 어려움 없이 걷겠지 하는. 하지만 마을을 벗어나며 어둠 속을 걸으면서 그 모든 꿈은 산산히 흩어지고 말았다. 계속되는 어둠, 그 어둠 가운데 숲길, 그 숲길 가운데 공동묘지와 사람들이 살지 않는 집과 마을들, 그 공동묘지와 빈집들 가운데 동물들의 우는 소리들... 등골이 오싹하기를 수차례 하고 나서야 겨우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짙은 안개 때문에 어둠이 더 오래 지속되었던 거다. 여전히 밝은 아침은 아니지만 길이 보이고 나무가 구분이 되는 것만으로도 너무도 위안이 되어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었다. 위 사진은 그 때 촬영한 장면이다. 그 후에야 순례자들의 모습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고,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아~ 이렇게 '무서운' 까미노는 처음이었다. 다시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ㅎㅎ 



소 두마리가 한참이나 눈을 뻐금거리며 처다봐서 신기한 마음에 한 컷!



순례 중 가장 맛있는 아침식사를 했다. 어두운 길을 걸으며 하도 진을 뺐기에 허기는 더 크게 느껴졌던 것 같다. 걷고 있을 때는 웬만해서 오래 앉아 식사를 하지 않는데도 40분이 넘게 앉아서 먹고 뜸을 들인 곳이기도 하다. 사모스에서 오는 길과 깔보르에서 오는 길이 만나는 곳인 아기아다에 있는 바Bar였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음식을 하는 것이 약간 서툴렀기에 더 맛있는 또르띠아를 먹었을 수 있었다. 주문을 하면 바로 들어가서 감자가 들어간 계란 반죽을 부쳐서 나오는 거다. 주문하고 음식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커피도 너무 맛있었고 전통적인 모양은 아니었지만 따듯한 또르띠아도 정말 맛있었고, 더우기 빵은 최고로 맛있었다. 계산하고 나오면서 안되는 스페인어와 몸짓으로 빵을 더 받아 나오기까지 했다.

2013.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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