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차, 오세브레이로



먼저 도착한 사람들은 1층의 2층 침대가 빽빽하게 들어찬 곳을 배정받고,

비교적 늦게 도착한 나는(90번째) 2층의 단층 싱글침대방에 배정을 받았다.

함께 올라간 외국인 여성과 럭키를 외치며 기쁨의 탄성을 질렀다.

잠시 후 1층에서 올라온 어떤 아저씨는 1층에 가봤냐고 하면서 화를 내고 내려갔다. ㅋㅋ



까미노에서 총 다섯 개의 무지개를 봤는데, 오세브레이로에서 산을 중심으로 양 쪽에 두 개를 목격했다.


날씨가 얼마나 변덕스럽던지 서너 시간 동안 맑았다 흐렸다 비가 내리고 다시 맑아지는 등 정신이 없었다.


복원된 것이긴 하지만 세워진 연도를 기준으로 까미노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라고 한다.

이 지역 교구 사제였던 엘리아스 발리냐 삼뻬드로가 유럽에 까미노의 의미를 역설하고 노란 화살표 제안하는 등 현재의 까미노를 만드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펼쳐진 각 나라의 성경들 중 한국의 공동번역 성경이다.





오세브레이로는 산 정상에 위치해 풍광이 좋고, 또 그렇기 때문에 기후변화가 커서 안개가 꼈다가 다시 비가 오다가 또 맑아지는등 몇 시간 동안 여러 날씨를 경험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오세브레이로를 중심에 놓고 양쪽에 나타난 무지개는 정말 장관이었다.
이 곳엔 까미노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 있고, 그 곳에 있던 사제가 유럽 전역을 돌며 까미노와 그 상징인 노란 활살표를 알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 주교는 그 지역의 둥그런 모양의 초가집을 보존하기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성당은 프랑치스코 수도회에 소속되어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다른 성당의 미사와 조금 다른 것도 같았다. 
재미있는 것은 이 성당과 관련해서 전해내려오는 전설인데, 성찬식 빵과 와인이 실제 예수님의 살과 피로 변하고, 또 마리아상이 그것을 보려고 고개를 기울였다는 것이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뭔가 냄새가 난다. 당시에 가톨릭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성당을 띄워볼려고 그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을 것이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소문으로 인해 또 이 곳이 얼마나 번성할 수 있었을까. 면제부를 구입하면 지옥에 내려간 조상이 천국으로 올라간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 말이다. 이 뿐만 아니라 가톨릭 성당들 곳곳에서 이런 전설들이 전해내려오는데, 무지한 시대에 유용했던 평신도 통제방식이 아니었을까? 사실은 지금도 그런 이야기에 혹해서 그 곳을 찾아와 기도 한 번 더 하는 이들도 있으니, 꼭 과거의 얘기만도 아닌 것 같다. 그런 이야기에 끌리는 것이 인간 내부의 본성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사람들을 현혹시키려면 현실에서 먼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201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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