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차, 비야프랑까에서 오세브레이로 가는 길 30.4km(2) 








캐나다인 순례자 

언제부터인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캐나다 남성이 길을 멈추어 사진을 찍는다. 그리곤 서로 사진을 찍자고 하더니, 외국사람을 찍은 사진이 없다고 나보고 포즈를 취해보란다. 나는 이미 슬쩍슬쩍 이 사람 사진을 찍으며 왔는데...


라 파바로 가파른 길을 오른 후에는 능선의 탁 트인 길을 걸을 수 있어 좋았다.

가이드북에는 라 파바에서 묵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산을 오르다 중간에 멈춰버리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거리도 조금 부족한 것 같아서 사진에 보이는 라구나 데 까스띠야를 지나 오세브레이로를 향해 계속 걸었다.


이제부터 갈리시아라는 표지석. 갈리시아는 까미노의 마지막 지방으로 주도가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이다.
여전히 걸어야 할 구간이 많이 남았지만 끝이 보이는 것 같아 감격스러운 곳이었다.

비행기를 타는 것보다, 기차를 타는 것보다, 버스나 승용차를 타는 것보다, 자전거를 타는 것보다, 걷는 것이 잘 볼 수 있다. 빠르면 목적지에 더 일찍 도착하겠지만 놓치는 것이 그만큼 많을 수밖에 없다. 느리기에 주변은 더 천천히 지나간다. 걸을 때도 너무 빨리 걸으면 아름다운 경치 앞에서 멈추지 못하고 지나치게 된다. 너무 느리지도 않고 너무 빠르지도 않은 적당한 속도를 유지할 때 주변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고, 목적지에 너무 늦게 도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까미노 최고의 유익은 걷는데 있다. 가장 느린 수단인 걷기로 순례하기에 많이, 자세히, 깊이 보게 되니, 또 생각도 그에 잇따를 수밖에 없다. 사람도, 자연도, 마을도, 도시도, 동물도 이야기 거리가 되고, 생각 거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전거보다는 걷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걸을 때도 속도가 붙으면 멈추기 쉽지 않은데, 자전거는 말해 뭐하랴. 까미노는 그래서 걷기위한 최적의 길이고, 또 걸어야만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길임에 분명하다.
2013.10.4.


블로그 이미지

dolso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