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차, 깔싸디아 데 로스 에르마니요스에서 만시야를 지나 레온 가는 길 43.1(1) 


이른 시간 알베르게를 나서며 호주 사람 디아나, 리사와 한 컷! 작은 숙소에서 묵으니 잠깐이었지만 정이 든 것 같다.






로마가도의 실체! 관리를 잘 안하고 있는 듯하다.


만시야 데 라스 물라스 입구




스페인에서 가장 잘 보존된 로마가도를 보기위해 순례자들은 좀 더 먼 길로 접어든다. 그런데 좀 실망을 했다. 기대했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고, 또 그나마 전혀 관리를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기대가 크면 역시나 실망이 큰 것 같다. 그래도 보지 않고 갔으면 더 후회했을 텐데, 베드버그에 물려서 가려움에 고통스러운 몸상태임에도 의지를 가지고 찾아간 것은 잘 한 일인 것 같다.
약 2,000년 이상 전에도 이 길을 달렸을 수례와 사람들을 상상해 본다. 이 로마 가도는 라스 메둘라스라는 금광에서 채굴한 금을 아스또르가를 지나 로마로 나르기 위해 만들어진 길로 역사적으로 샤를마뉴 대제 군대, 이스람교도, 카톨릭교도-순례자들이 이용했다고 한다. 나도 그들 중에 끼게 되었다니 그 사실은 로마가도의 상태와 상관없이 감동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까미노를 걸으면서 길이 곧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눈에 보이게 앞과 뒤를 걷는 이들의 연속, 이전과 이후 걷고 걸을 사람들의 연속, 이것이 길의 실체라고 했다. 예수님께서 당신을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하신 것이 생각났다. 길 위의 사람들을 거슬러 가다보면 그 끝에 하나님이 계신 것이 아닌가. 그래서 길은 결국 하나님께로 향한다. 그러니 하나님을 가장 잘 보여주시는 예수님은 길인 것이다. 그 길은 진리이고, 또 생명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딛고 있는 이 길 위에 진리도 생명도 있다. 길에서 찾아야 한다. 생각 속에서, 서재에서, 짧은 경험에서 찾을 수 없다. 끝없이 이어진 길 위에서 찾아야 하고 찾을 수 있다. 그래서 길로 나서야 한다.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201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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