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차, 모라띠노스에서 사아군 지나 깔싸디아 데 로스 에르마니요스 가는 길 23.4km 


사아군 알베르게 앞 순례자상


이슬람 양식이 가미된 사아군 산 띠르소 교회



통과해 지나가던 순례자의 발을 멈추게 한 사아군의 장날 과일가게?!

스페인이 좋았던 것은 이렇게 많은 과일 중에서 한 개를 계산해 달라고 해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것.



깔싸디아 데 로스 에르마니요스 공립 알베르게 앞 십자가.

예수님의 얼굴이 90도 옆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동행하던 한국인 아저씨가 차려주신 만찬. 미소된장국과 일본식 밥이랑 쵝오!


이놈의 베드버그(한국명 '빈대'), 나의 까미노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스믈스믈한 정도가 아니라 파고드는 가려움으로 인해 걸어도 걷는 것 같지 않고, 뭘 먹어도 먹는 것 같지도 않고, 결정적으로 잠을 자도 자는 것 같지 않다. 더구나 이 알베르게에서는 매트리스 아래서 살아 움직이는 베드버그를 본 것이다. 그냥 로비 의자에 앉아서 밤을 지새우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몸서리처지는 고통 가운데 가장 어려움 과제였던 엽서를 여덟 장이나 썼다는 거다. 
엽서를 골라 구입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엽서를 써서 보내는 것도 자신이 없었는데, 마침내 가려움의 고통으로 치를 떨던 바로 그 날 쓰고야 말았다. 어떻게 엽서에 글을 담을 수 있었는 지 놀랍다. 고통을 반대로 승화시킨 것일까. 아~ 그래서 고난 가운데서 예술 작품들이 탄생하는가 보다. 뭐 엽서가 작품은 아니었지만ㅎㅎ.

*참고로 베드버그에 물리면 그 깊은 가려움이 4~5일을 간다. 어떤 놈한테 물렸느냐에 따라서 그 날 수는 조금 다를 수는 있다. 주의 할 것은 가려워도 긁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상처가 더 커지고 가려움도 더해지기 때문이다. 가능한 손은 데지 말고, 항히스타민제 같은 약을 복용하면서 버물리나 연고를 발라줘야 한다. 심한 사람은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는다고도 한다. 내 경우엔 아무리 심해도 까미노 일정에 영향을 주지 않게 하려고 참으며 계속 걸었다.
2013.9.28. 



블로그 이미지

dolso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