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차, 보아디야에서 까리온 가는 길 26.1km



프로미스따에 있는 순수한 로마네스크 양식의 산 마르띤 교회.

1066년 이슬람교도를 물리치고 마을이 번성했을 때 지어진 베네딕트 수도원의 일부로

1900년쯤에 복원되었는데, 지붕을 받쳐주는 장식(사람, 동물, 신비로운 모티브 등 300여 개)으로 유명하다.




센다를 순례자들만 이용할 수 있도록 농기구가 들어오지 못하게 까미노 표지석을 세워두었다.


까리온까지 6km, 이 날 한시간 만에 주파했다.



지루한 센다 저 멀리 까리온이 보인다. 치마를 입은 할머니 순례자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까미노 초반에는 20km 전후를 걷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까미노와 함께하는 법을 익힐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고, 몸도 무리를 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숙소를 잡고, 빨래를 하고, 식당을 정하거나 음식을 만들어 먹는 등 까미노의 생활에 익숙해 질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너무 늦게 숙소에 들어가면 그럴만한 여유를 가질 수 없고, 물집이 잡히거나 몸 이 곳 저 곳이 아픈데도 충분히 쉴 수 없게 된다.

까미노가 익숙해질 무렵부터는 걷는 거리가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된다. 그래도 나에겐 25km정도가 하루 적정 거리인 것 같다. 그러나 그 정도로만 계속 걷게 되면 크게 정해 놓은 일정 안에 순례를 마치기 어렵기 때문에 가능한 걸을 수 있을 때, 조금씩 더 걸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어렵게 4~5km 정도 되는 한 구간을 더 걷게 되었을 때, 예상치 못한 경험을 하게 된다. 분명히 몸의 한계를 넘었는데, 뭔가 알 수 없는 힘이 몸 한 편에서 솟아나는 것이다. 

너무 힘들어 주저앉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걷는 것을 즐기는 것 같은 또다른 내가 걷고 있는 것이다. 혹시 이것이 걷기 중독, 까미노 중독이 아닐까. 30km 훌쩍 넘는 거리가 자연스러워지기까지 한동안 이런 중독 느낌이 계속되었던 것 같다. 그럴 땐 26.1km 정도로 숙소에 들어가려면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2013.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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