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차, 온따나스에서 보아디야 가는 길 29.5km(2) 




까스뜨로헤리스

로마시대 이전부터 있었던 도시라고 한다. 언덕 위에 있는 성을 폼페이우스나 카이사르가 세웠다는 설이 있을 정도니 참 유서 깊은 도시이다. 최근 더 특별해진 것은 '연금술사'를 쓴 파울로 코엘료가 이곳에 머물며 작품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이 곳을 지난후 듣게되어 많이 아쉬웠다. 다음에 간다면 꼭 이 곳에서 하루 이상 머물고 싶다.






까스뜨로헤리스를 벗어나면서 보게 되는 메세따지형



까미노에서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 중 하나는 '경쟁'이다. 특히 속도경쟁. 누가 얼마를 걸었다고 하면 나도 그만큼 걷겠다고 무리를 해서 걷는 거다. 그러다보니 잠깐 앉아서 쉴 때도 몇 명이 지나쳐 가는 지 신경을 곤두세울 때도 있다. 서양 순례자들은 키가 커서 성큼성큼 걷기에 내가 따라갈 수 없는 것이 당연한데도 추월당하지 않으려고 용을 쓸 때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무의미함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지나쳐 앞서 간 순례자 때문에 숙소를 못 잡은 적도 없고, 또 그런들 어떤가? 다른 숙소를 찾으면 되는 것인데. 그러면 바Bar에 앉아 지나가는 이들을 편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도 유쾌한 일이 된다. 잠시 멈춰서 보지 않으면 어떤 사람들이 지금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지 알 수 없기때문이다. 한 번 안면을 트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인사를 주고받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사건'인지, 돌이켜 생각하면 더없이 그리운 순간들이다. 올라! 부엔 까미노!
2013.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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