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차, 레온에서 오스삐달 데 오르비고 가는 길 36.4(1) 



레온도 역시 이른 시간에 도시 전체를 물로 청소했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와 가운데 공중부양된 상은 예수님이 아닌 성모 마리아!!!

과거 가톨릭 교도들에겐 성모 마리아가 주로 나타나서 기적을 일으켰던 것 같다.


라 비르헨 델 까미노 성당





베드버그에 물려 가려움이 심해지고, 이런저런 근심거리가 생기면서 왜 이렇게 마음이 약해져 불안해하는 지. 아침에 혼자 걸으며 마음이 안정이 안 되서 음악을 듣기도 했다. 물집이 있을 때는 물집이, 무릎이 아플 때는 무릎이, 베드버그에 물려선 또 그 상처와 처리해야하는 일들에 온통 정신이 쏠려서 헤어나질 못한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약한지, 그래서 이리저리 갈대처럼 흔들리는지. 정말 나약한 인간임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좀 더 생각해 보면 지나갈 것들인데... 내가 삶 가운데 힘들어하는 문제가 발의 물집, 무릎 통증, 베드버그처럼 그저 지나갈 어떤 것은 아닐까. 그것을 잊고 그것이 전부인줄 알고 거기에만 집중하며 약해져 흐느적거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서양인들은 베드버그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놈의 베드버그가 서양인보다는 동양인을 더 선호하는 것 같고, 특히나 나같이 피부가 얇은 사람을 더 반기는 것 같다. 베드버그 때문에 순례를 포기한 사례도 있다고 하니 벌레가 잘 타는 사람은 대비를 해야할듯 하다. 아무튼 이 기간 까미노 전체에서 내가 가장 많이 물린 사람에 손꼽힐 것 같다. ㅠㅠ 다시 온다면 이 베드버그에 관련해서는 더 만반의 준비를 해야겠다. 나프탈렌이든 라벤더 오일이든 뭐든지 좋다는 것은 다 챙겨오고야 말리라...
201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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